노동사회과학연구소

[현장] 세종호텔 투쟁 연대기

 

함민희 | 사무국장

 

 

 

세종호텔은 명동에 있는 4성급 호텔이다. 2000년대 초반 이 호텔에 직접 고용된 직원이 270여명이었지만, 지금은 정규직 직원이 23명뿐이다. 2000년 초반 보다 개축으로 더 늘어난 330개의 객실을 23명으로 운영될 수 있을 리 없다. 필요한 인력은 용역업체 파견 인력이 채우고 있다.

매주 진행되는 세종호텔 목요집회에 어느 날 참석한 우리 노사과연 회원 한동백 동지가 여기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외주화로 정규직 직원들이 거의 정리해고 됐고, 실질적 사장 주명건은 세종대 사학 재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밖에 안했는데, “아~” 하며 다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마 동백 동지가 떠올린 생각들이 다 맞을 것이다. 예상가능한 모든 일들이 다 일어났다.

 

주명건은 2004년 세종대학교에서 113억의 회계부정이 드러나 학교 법인인 대양학원 이사장직에서 해임됐지만 실질적 오너로 다시 복귀했다. 족벌재단에서 부모⦁형제와 이전투구 끝에 경영권을 장악했다. 호텔에서는 민주노조를 파괴하고 직원들의 고용형태를 외주하청소속으로 바꾸어 나갔다. 인격화된 자본의 그야말로 전형적이고 뻔한 인간이다.

 

호텔에서 외주화가 진행되는 동안 직원들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는 않았다. 투쟁이 굉장히 오래되었다.

2004년 주명건이 이사장에서 해임되고 호텔경영에서도 물러나면서 세종호텔노동조합은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임금도 10%이상 인상, 고용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사면 복권된 주명건은 2008년 세종호텔 회장으로 돌아와 민주노조를 본격적으로 부수기 시작했다. 인사권을 이용해 직원들 간의 갈등을 부추겼고, 2011년 7월 복수노조법 시행과 동시에 어용노조가 만들어져 교섭권까지 차지했다. 어용노조가 187명, 세종호텔노동조합은 50여명. 그중에서 40여명이 2012년 1월 2일부터 38일간 구사대가 된 직장동료들과 싸우며 파업을 벌였지만, 그 이후로도 임금삭감과 상시적인 구조조정은 계속됐고 소수노조로 교섭은 할 수 없었다. 호텔 앞 집회와 내부 선전전은 계속 진행했지만, 부서들은 하나씩 외주화 되었고 구조조정된 자리들은 계약직이나 하청업체 소속으로 채워졌다.

호텔은 수익을 냈지만 직원들은 9년 동안 한 번도 임금을 인상하지 못하고 오히려 삭감만 되다보니 동결을 다행으로 여기는 지경까지 오게 됐다. 장시간노동과 저임금, 노동 강도 강화가 만연한 일터가 되어갔다.

 

그러던 와중에 코로나가 발생했다. 호텔업계는 위기를 맞았지만, 세종호텔 경영자에게는 ‘오히려 좋아’ 같은 상황이 아니었을까. 정리해고의 좋은 핑계거리가 됐다. 경영상의 이유로 민주노조 조합원 15명에게 2021년 12월 10일까지 사원증을 반납하라는 해고 통보가 내려졌다.

 

이에 맞서 조합원들과 연대단위는 2021년 11월 30일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 출범 및 집중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 정국은 거의 끝났고 호텔은 다시 투숙객으로 붐비기 시작했는데도 조합원들은 노동 대신 투쟁을 하고 있다.

 

270여명의 정직원이 30여명이 되는 과정을 다 지켜본 2,30년 근속 직원들을 속이 뻔히 보이는 기만적인 핑계로 자르는 자본에 맞서 어떤 투쟁을 할 수 있을까. 어떤 투쟁을 해야 부당한 해고를 철회할 수 있을까. 동지들은 걸었다. 사측과의 사법 판결이 있을 때마다 걸었다. 광진구에 있는 세종대에서 중구에 있는 세종호텔까지. 문재인 정권 일 때는 청와대까지도 걷고, 여의도 민주당사까지도 걸었다. 정권이 바뀌어서는 용산 집무실까지 걸었다. 도심의 미세먼지를 마시면서, 추울 때는 피켓든 손이 얼어붙고, 장마 때는 습기 차는 비옷을 입고, 더울 때는 차라리 비를 뒤집어썼던 어제가 나왔다고 하면서.

 

 

몇 차례의 사법 판결은 모두 사측의 뜻대로 됐다.

조합원들이 투쟁을 시작하면서 호텔 로비를 점거했던 쟁의행위를 사측은 업무방해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심지어 가처분 신청과 무관한 정리해고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까지 하며, 정리해고가 요건을 갖췄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세종호텔은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조합원들은 호텔 밖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이어 가게 됐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는 정리해고가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주명건 전 대양학원 이사장이 교육부가 내린 임원 취임을 취소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주명건의 손을 들어줬다.

 

계속 사측에 유리한 판결이 나니까 연대자의 한 명일 뿐인 나도 생각지 못하게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판결을 접한 후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명동역 10번 출구로 나와 세종호텔을 보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조합원들과는 괜히 뜬구름 잡는 얘기를 하며 눈물을 참았다. 천연옥 노사과연 부산지회장이 <정세와 노동> 177호에서 ‘부산 서면시장번영회지회 투쟁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자본주의 국가 권력의 본질이다. 노동청과 노동위원회가 누구를 위한 조직이며 무엇 때문에 존재하고 있는가를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 국가는 지배계급의 지배를 유지하기 위한 억압기구, 착취기구이고 자본주의 사회의 국가는 자본가계급의 지배를 위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는 노예 아니면 투사일 수밖에 없다는 진실에 다시 한 번 마주한다’라고 쓴 내용이 떠올랐다. 그냥 글로만 접할 때와는 달리 상황을 직접 접하게 되니까 그것의 부당함과 어려움이 피부로 느껴졌다. 조합원들은 노예도 투사도 되기 싫은, 그냥 즐겁고 성실하게 일하고 싶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자신을 부당하게 해고한 회사에 그저 다시 일하게 해달라는 사람을 이렇게 외면해 버릴 수 있는지, 자본의 편인 법대로 결정된다면 맨몸으로 싸우고 있는 투쟁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국가’와 ‘투쟁’이 다 절망스럽고 답답했다. 이렇게 세상이 자본 편인데도 사측은 허투루 준비하지도 않았다. 사측은 거대로펌의 변호사 무리를 끌고 나오는데 우리는 노무사 한 명이 싸웠다는 사실이 또 놀라웠다.

 

 

이렇게 마음이 어려울 때 ‘정당한 투쟁을 하고 있다, 이길 수 있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근거가 되어준 것은 계속 싸우기로 한 조합원들과 연대동지들이었다. 중노위 판결 후 목요 집회에서 한 조합원이 ‘주명건 신발 속 모래알이라도 돼서 괴롭게 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그래, 당장 거대한 무엇보다 그거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부당한 판결로 조합원 동지들의 마음이 가장 힘들었을 것이다. 나로서는 감히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었는데, 다행히 해고 7년째 계속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구미 아사히글라스 동지들을 만나 이야기 나눈 것이 많은 도움과 힘이 됐다고 한다. 싸우고 있는 노동자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의지가 되는 일인지 알게 됐다. 호텔 앞 목요집회에 거의 매주 투쟁 사업장 동지들이 연대 방문을 온다. 노동이 있는 거의 모든 곳에서 투쟁을 하고 있는 것 아닐까 싶게 다양한 곳에서 오고 있다. 아시아나케이오지부, 유천초분회, 세브란스지회, 대교학습지노조, 한화생명지회, 홈플러스노조, 쿠팡, 서울도시가스 검침원, A+에셋, SK브로드밴드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LG헬로우비전비정규직지부, 건강보험공단, 현대중공업 비정규직지부, 을지OB베어,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지회 현대자동차, spc, 쥬얼리노조, kb오토텍, 해운지부 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곳에서 오는데, 그들의 발언을 듣다보면 답이 없는 자본주의의 현실을 보게 된다. 그리고 당당히 싸우고 있는 노동자만이 해답임을 확인한다. 세종호텔 조합원들도 못지 않게 다른 사업장으로 연대를 다닌다. 내가 어쩌다 시간을 내 간 집회 장소에 대부분 어김없이 세종호텔 조합원들이 있었다. 조합원들이 조를 짜서 구미, 거제도 등 지방도 마지않고 그 수많은 집회를 다닌다. 진짜 멋지고 자랑스럽다.

 

연대단체 동지들에게도 많이 배운다. 한 학생 동지는 ‘조합원들이 복직하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을 하곤 한다. 이 순진한 말이 얼마나 진심인지, 수시로 출퇴근 선전전과 철야농성에 나서고, 투쟁 방법을 찾고 의견을 낸다. 이런 모습이 정치적 성향이 서로 다른 연대단체 동지들의 마음을 더 단단히 묶고 분발하게 하는 동력이 됐고, 함께 힘을 모으며 세종호텔 조합원들의 복직을 위해 싸우고 있다.

 

세종호텔은 2000년대부터 꾸준히 외주화를 진행해왔고, 코로나가 발생했을 때도 그것을 기회 삼아 2021년 12월 10일, 15명의 직원을 정리해고 했다. 이들의 정리해고 철회 투쟁이 1년이 다 되어 가고 있다. 그동안 이곳에서 많이 배웠고, 아팠고, 자책도, 다짐도 많이 했다. 그렇다고 항상 뜨거웠던 것은 아니고 기계적으로 가서 연대한 적도 많았다. 좀 더 고민하고 제 몫을 하는 연대 동지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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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2개의 댓글

  • 노동법에 민법적 관행을 적용하여 노동법을 바꾸어버린 노동악법은 위헌이다. 정리해고 가능케한 97체제 근로기준법 정리해고 노동법도 위헌이고 악법이다. 노동악법을 개악시키려하기에 노동자들은 총파업을 깃발로 새겨야 한다. 우리의 투쟁은 정당하다! 우리의 깃발은 정당하다!

  • 글 잘 읽었습니다. 동지!
    1년이 넘도록 계속 연대하고 계셨다니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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