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폭염으로 인한 중대재해 예방 및 대책마련 촉구한다!

조봉규 | 라이더 유니온 부산경남지부장

* 이 글은, 지난 7월 26일에 있었던, 폭염으로인한 중대재해 예방 및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의 발언문이다.

배달노동자는 날씨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 야외노동자이다. 여름에도 긴팔, 긴바지, 헬멧, 보호장구 등을 갖춰 입고 있으면 체온이 급격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간혹 달리면서 바람을 맞으니까 시원하지 않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다 보면 아래로는 아스팔트 지열이 들끓고, 위로는 강렬한 태양 빛이 내리쬔다. 또한 좌우로는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들에게서 열기가 뿜어져 나온다. 요즘 에어프라이어를 쓰는 가정이 늘고 있는데, 에어프라이어는 뜨거운 공기를 순환시켜 음식을 익히는 기구이다. 내가 에어프라이어 안에 들어가 보진 못했지만, 배달하면서 뜨거운 열기를 사방에서 받고 있으면, 에어프라이어 속에 들어간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듯 배달노동자들이 외부 날씨에 대비할 수 있는 장치는 거의 없다. 그냥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배달노동자가 필수노동자로 지정되었지만 이름만 갖다 붙혀 놓고, 그들의 작업 환경을 진정으로 돌보지는 않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여전히 정치권의 관심 밖이라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배달노동자는 요즘같이 더울 때면 더위를 식히고 적절한 휴식을 취해야 하지만, 사실 작업중지권은 엄두를 내기도 어렵다.

건당 수입을 받으니 일을 못 하면 그만큼 돈을 벌지 못한다. 유상보험 및 산재보험 등 각종 보험료라던지, 오토바이 리스비 등은 일을 하지 않아도 매월 또는 매일 부과된다. 일을 너무 쉬면 빚만 쌓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 수입을 포기하고 쉬고자 한다고 해도 배달대행 업체에서는 이를 잘 허락해주지 않는다. 대부분의 배달노동자들이 12시간씩 주6일을 반드시 일해야 되고, 근태에 문제가 있을 시, 업체는 불이익을 주기도 하고 심할 경우 계약해지를 하기도 한다. 특수고용직이라하여 개인 사업자라면서 업체는 사용자처럼 배달노동자를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특수고용직의 또 하나의 특징은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를 거의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배달을 가다가 온열질환이 와서 사고로 이어져도 회사는 처벌받지 않는다. 아무런 처벌과 규제가 없는 상황 속에서 배달노동자를 더 혹사시키면 시킬수록 업체는 더 많은 이윤을 가져갈 수 있으니, 배달노동자들을 어떻게 부려먹을지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더우니까 쉬면서 하라는 업체 사장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었다간 정말 영원히 쉬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배달은 이동노동자의 특성상 여러 곳을 다니다 콜이 뜸해지면 그냥 그곳에 멈춰 잠깐 쉬곤 하는데, 폭염이 작렬하는 길 위에서 그냥 쉴 수 밖에 없다. 부산은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쉼터가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간이 쉼터가 정말 절실하다. 하지만 부산시의 움직임은 그저 지지부진할 뿐이다. 나중에 더위나 추위 등으로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그제서야 난리 법석을 떨지 말고, 배달노동자들이 열악한 날씨에 미리 대비할 수 있게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 지원해주길 바란다. 사실 대단한 공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서울에는 컨테이너형 쉼터가 많이 있는데, 이건 비용도 적고 공간도 많이 필요하지 않아, 부산시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조기에 설치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과오를 반복하기 전에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적극 귀기울여 주길 간절히 바란다.

노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