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자료] 새로운 청년운동의 기조는 과학성에 있다

 

백소하 | 회원

 

* 이 글은 지난 7월 17일에 있었던 청년위원회 제1회 토론회 참가 소감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은 사회 전반의 모순을 노골화하였고, 청년 · 학생 운동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총여학생회 및 학생인권자치기구의 잇따른 폐지가 학내 우경적 기류의 부상과 조직을 알렸다면, 과 학생회에서 총학생회에 이르는 학생자치기구 전반에서 비대위 체제가 일반화되었다는 사실[1]오주현,「코로나19로 대학 학생회 소멸 위기…”학생회가 민원창구 같아”」,《연합뉴스》, 2020. 09. 14., https://www.yna.co.kr/view/AKR20200913031700004; … Continue reading은 청년 · 학생 운동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끔 한다. 극우의 준동이 고조되고 ‘청년’이라는 말은 부르주아 정치에서조차 신줏단지처럼 떠받들지만, 동아리나 독서모임은 고사하고 청년 · 학생 운동의 전통적 결집점인 캠퍼스, 학생회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그 현실이다. 그러나 혁명의 때를 능동적으로 창출하는 것이 맑스-레닌주의자의 사명이라면, 이러한 상황에서 운동의 고양기가 오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될 것이다. 청년 운동은 어디에 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노동사회과학연구소 청년위원회 제1차 토론회(이하 “노사과연 청년위 제1회 토론회”)는 이 시급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개최되었다.

 

토론회는 한동백 동지와 노준엽 동지의 발제를 듣고, 이를 바탕으로 서로의 견해를 교환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제1부 발제를 맡은 한동백 동지는 현재 청년 · 학생 운동이 과학성을 상실하고 사회에 대한 비관과 조소로 전락한 현상을 짚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청년 · 학생의 문제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대한 객관성과 과학성을 담보하는 사상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 사상은 다름 아닌 노동 계급의 당파성을 견지하는 맑스-레닌주의 사상이며, 이에 따르면 국가독점자본주의라는 경제적 사회구성체가 한국 사회의 현주소이자 문제의 근원이다. 한동백 동지의 발제는 이러한 보편적 입장에 입각하여 청년이 처한 구체적인 문제를 조리 있게 해설함으로써, ‘구좌파’, ‘경제환원론’ 등과 같은 비난과 달리 맑스레닌주의가 여전히 설명력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하였다.

 

노준엽 동지의 제2부 발제는 맑스-레닌주의적 세계관을 기초로 청년 · 학생 운동이 발전할 수 있다는 동일한 인식 위에서, 청년 · 학생 운동의 현황과 문제에 역사적으로 접근한다. 노준엽 동지는 청년 운동에 대한 당위적이고 관성적인 의미 부여가 현재의 실패를 타개할 수 없다고 비판하며, 청년 운동의 이론적이고 현실적인 근거로 한국 자본주의 사회구성체라는 사회적 관계의 총체를 꼽는다. 20세기 중후반의 청년 · 학생 운동은 생산력이 충분히 발전하지 않은 한국 자본주의의 팽창기 속에서 이루어졌고, 이는 즉 자본의 본원적 축적을 위해 청년 노동자들에 대한 수요가 높은 한편, 생산력의 극히 일부만 교육에 투여될 수 있는 상황에서 청년 대학생들이 관리직 노동 인구로서 한국 자본주의 사회에 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했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 자본주의의 지형이 변화하였고, 이에 따라 운동과 그 구호 역시 실재적이고 철학적인 기반 위에서 명료해질 필요가 있다. 한국 자본주의는 고도로 성숙하여 청년 노동력이 폐기하기에 이르렀고, 대학 교육은 보편화되었으나 그저 계급 재생산과 서열화의 수단으로 전락한 실정이다. 이렇듯 변화한 조건은 청년들에게서 독점적인 인텔리적 성격을 앗아갔지만, 동시에 청년들에게 예비노동자라는 인식을 강하게 부여하고 청년 노동자들이 선진 사상을 학습할 여건을 창출하였다. 노준엽 동지는 이러한 실제적 조건을 한편에 두고, 다른 한편으로는 실재적 가능성을 필연성으로 이행시키는 변증법적 유물론의 철학을 상기시킴으로써, 청년 · 학생 운동 부활의 구호와 과제를 제시한다. 무엇보다도 청년 · 학생 운동은 “학습·조직·선전”을 기치로 맑스-레닌주의 청년 운동가를 양성하여야 하며, 이를 토대로 청년 노동자 대중 속에서 양적 증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준엽 동지의 발제는 그 범위가 방대한 만큼 청년 · 학생 운동을 복합적으로 짚고 있다는 데 그 장단점이 있다. 청년 · 학생 운동의 당면 문제뿐 아니라 운동의 역사와 그 변천을 한국 자본주의의 발전이라는 사회적 총체성 속에서 설명하고, 이러한 조건에서 청년 운동의 주도적 역량이 발전할 근거를 현실과 철학 양면에서 도출해낸다는 의의는 값지다. 또, 운동의 발전을 위해 맑스-레닌주의 세계관을 운동에 각인하는 작업에서 필요한 전략 · 전술적 기초를 정리하였다는 점 역시 뜻깊다. 그러나 노준엽 동지의 비판적 발제는 이러한 의의에도 불구하고 청년 · 학생 운동의 전반적 분위기를 논하는 데 그치면서, 선진 사상을 선전한다는 스스로의 목표에는 적합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는 발제 자체가 갖는 모순이 큰 몫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발제는 청년 · 학생 운동의 현황에 대한 비판을 통해 그 발전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비판을 설득력 있게 하는 비판 대상의 구체적 거론을 문서상으로 진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뿐 아니라, 맑스-레닌주의라는 선진 사상을 대중적으로 침투하기도 전에 고립시키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 지점을 감안하더라도, 노사과연 청년위 제1회 토론회는 참가한 모든 이들이 자신이 처한 활동을 집중적으로 돌아보는 중요하고 유익한 자리였다. 발제가 종료된 이후 참석자들은 스스로 보고 접한 청년 · 학생 운동에 관해 술회하며, 상술했던 캠퍼스 대중 조직마저 궤멸된 청년 운동에서 청년들을 집결하고 과학적 사상을 교양할 방안에 관해 간략한 보고와 토론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나 역시 졸업을 앞두었기에 청년 · 학생 운동에 다소 거리감을 가지고 참석하였으나, 두 동지의 발제와 토론을 들으며 이전까지 전개한 학내 사업에 관해 돌이켜보고 반성하게 되었다. 이렇듯 노사과연 청년위 제1회 토론회는 학습과 실천을 하나로 만들고 청년 운동의 새로운 지평에 복무하고자 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였고, 이후 활동을 기대하게끔 하는 자리였다.

 

따라서 글의 마무리는 이번 토론회의 발제로부터 이어가기를 희망하는 연구 주제를 하나 제안하는 것으로 끝맺고자 한다. 두 동지 모두 운동 내 비과학적 사상이 만연하다는 점과 한국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하였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차후 연구에서는 둘 사이의 변증법적 관계를 논해, 고도로 발전한 자본주의 사회구성체 속에서 비과학적 사상이 배양되고 이를 토대로 노동 계급의 분열이 조장되는 과정을 살펴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비단 청년 · 학생 운동뿐 아니라, 혁명 운동을 자처하면서도 일반민주주의적 요구에 음모론과 협잡으로 일관하며 극우와도 연대를 서슴지 않는 세력들에 대한 통렬한 폭로의 기회요, 과학적 혁명 사상의 선전의 터가 될 것이다.

노사과연

 

References

References
1 오주현,「코로나19로 대학 학생회 소멸 위기…”학생회가 민원창구 같아”」,《연합뉴스》, 2020. 09. 14., https://www.yna.co.kr/view/AKR20200913031700004; 김근욱, 박기범, 「서울대학 총학생회 절반 넘게 사라졌다…코로나에 멸종 위기,《뉴스1》, 2021. 1. 9., https://www.news1.kr/articles/4175713; 심헌재, 김윤기,「코로나·취업난에 대학가 총학생회가 사라진다,《매일신문》, 2022. 4. 5., http://news.imaeil.com/page/view/2022040312350153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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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1개의 댓글

  • 이런 글이 나올 정도면 연구소도 드디어 청년의 수가 많아졌나보네요. 청년우경화 바람을 뚫고 청년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길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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