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편집자의 글

 

전략적 방어에 집중하면서

반격을 준비해 나가자!

 

 

 

대통령 선거 결과 윤석열 정권이 출범하게 되었다. 촛불 시위로 인한 정치구도의 연장인가, 아니면 그 전복인가가 겨루었던 대선은 극반동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으레 그렇듯이 이번 대선 역시 독점자본 분파 간의 격렬한 권력투쟁의 장이었으며, 노동자ㆍ민중의 정치적ㆍ계급적 의지는 부르주아 선거라는 화려한 정치광대극 속에 그 자리가 사실상 있을 수 없었다.

 

한편, 세계적 차원에서 반동이 심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을 정점으로 한 NATO 제국주의가 대러시아 민족주의에 입각한 러시아 제국주의와 대결하는 장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쏘련 붕괴 뒤 성립했던 미국 중심의 단일한 세계 질서가 두 개로 분열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중심의 단일 체제의 붕괴가 세계적 차원에서 반동의 심화로 현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둠이 깊어지면 새벽이 가까워 오는 법. 우크라이나 전쟁은 자본주의의 모순의 심화가, 생산의 사회적 성격과 취득의 사적 성격 간의 모순이, 세계적 차원에서 제국주의 간 대립으로 현상하고 있다. 이러한 자본주의 모순의 심화와 그에 따른 제국주의 간 대립의 격화는 변혁운동 재건의 조건이 될 것이다.

 

윤석열 정권으로의 정치권력의 교체는 그 자체 정세의 변화를 의미한다. 노동자계급은 이러한 정세변화의 추이를 주시하면서, 윤석열 정권의 공세에 맞서 방어에 집중해야 한다. 동시에 대선에서 드러난 운동진영의 약점과 결점을 보완하고, 변혁의 전망을 수립하는 길로 가야 한다. 윤석열 정권 5년은 노동자계급과 민중에게 시련의 5년이 될 것이다. 그러한 시련은 변혁의 전망이 없는 운동진영의 무기력한 상태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각의 진지를 방어하는 데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면서, 이데올로기적ㆍ정치적ㆍ조직적 측면에서, 각각의 내용과 형식에서 전략적 무기를 획득해 가야 한다. 이는 전술적으로는 윤석열 정권에 맞서면서, 전략적으로는 자본주의를 지양해 갈 수 있는 내용과 틀을 서서히 갖춰 가는 문제이다.

 

이번 ≪노동사회과학≫ 17호는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대선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다양한 모색을 하는 글들을 실었다. 먼저, 문영찬의 “윤석열 정권의 등장과 노동자계급의 과제”는 대선 평가에서 정치공학적 접근을 넘어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으로의 정권 교체는 자본가계급이 전술에서 변화를 주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선에서 드러난 계급대립의 심화가 향후 정세의 초점이 될 것이며, 노동자계급의 투쟁 조건에서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고 있음을 서술하고 있다. 또한 이번 대선은 ‘검찰의 반란’으로 인해 선거를 매개로 한 권력투쟁의 장이었다. 특히 코로나 방역으로 인해 노동자계급의 목소리가 더욱 철저히 배제되며 노동의제가 실종되었다. 그에 따라 부르주아적인 정치공학이 전면적으로 지배한 선거였으며, 선거에서 자본가계급의 의도가 철저히 관철되었다. 이러한 선거 평가와 정세 인식을 기초로 노동자계급의 전술적 과제로서 방어-정비-반격을 제기한다. 이는 전략적 과제로서 자본주의를 지양할 수 있는 내용과 틀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천연옥의 “대선 후보들의 여성정책 공약 비교 평가”는 대선 과정에서 쟁점의 하나였던 여성 문제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비교 평가하면서 향후 여성 운동의 나아갈 바를 모색한 글이다. 이번 대선에서 여성 문제는 부르주아들에게는 표를 모으는 수단이었지만, 그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여성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과 그 쟁점에 대한 입장을 보여주었다. 천연옥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둘러싼 대립, 데이트 폭력, 스토킹, 성폭력 등에서 여성이 안전한 사회의 문제 등의 쟁점에 접근하고 있다. 또한 임신, 출산, 육아와 관련하여 부르주아 후보들은 저출산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지만, 진보 후보들은 재생산 영역에서 여성의 권리 문제로 접근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노동 영역에서 성평등 공약을 또한 비교한다. 여성 노동자가 남성 노동자에 비해, 그리고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임금이 현격히 낮은 현실을 폭로하고 있다. 여성 노동자, 특히 비정규직의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현실은 한국 사회에서 신자유주의적 착취 질서가 여성에 대한 고전적인 차별 및 억압과 맞물려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심각한 억압과 착취로 귀결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부르주아 거대 양당의 대립 구도 속에서 그들의 여성 공약과 차별되는 진보 후보들의 여성 공약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 문제의 해결, 여성 해방의 전망이 좀처럼 확보되지 못하는 가운데, 여성 문제가 이번 선거에서 보수 정당들의 득표 전략에 흡수된 현실을 폭로하고 있다.

 

김태균의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으로 바라본 2022년 노동운동의 과제”는 현재 한국의 노동운동에서 레닌주의적 이념과 방식, 노선이 전면화 되어야 한다고 제기하는 글이다. 김태균은 노동운동과 관련한 레닌의 다양한 저작과 주장을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이라는 개념으로 묶어 내면서, 이번 대선과 관련해서도 노동조합과 선거에 대한 레닌의 견해를 준거로 제시하고 있다. 필자의 주된 문제의식이 녹아 있는 것은 노동조합 운동 내의 우익 기회주의의 문제이다. 이에 대해 레닌이 ≪제국주의론≫에서 분석한 내용이 핵심 논거로 작용하고 있다. 즉 제국주의는 초과이윤의 일부를 노동운동의 상층부에 제공하여 그들을 매수하고 타락시켜 노동귀족으로 만든다는 레닌의 분석이 한국 노동운동의 현실에도 적용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대립 문제가 레닌 당시의 숙련공과 비숙련공의 대립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들어 제국주의 단계에서의 자본가계급의 분할 전략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성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의 관계, 제도개선투쟁에서 레닌의 견해를 한국 사회에 적용하고 있으며, 끝으로 노동자정당과 노동조합의 관계를 분석하고 있다. 필자의 이러한 분석은, 한국의 노동운동이 지금의 질곡과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레닌주의를 전면화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박문석의 “노동운동과 시민(부문)운동과의 관계”는 노동운동과 시민운동 혹은 부문운동의 관계를 운동 전략의 차원에서, 그리고 철학적 차원에서 고찰하는 글이다. 필자는 여성, 환경, 인권, 장애 운동 등 시민운동을 부문운동으로 파악하면서 시민운동의 계급성에 주목한다. 그리하여 쏘련 붕괴 후 시민운동이 활성화되면서 나타난 경실련 등에 대해 부르주아 계급에 봉사하는 성질을 지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부문운동으로 파악되는 시민운동은 노동운동과 관련을 가질 때만 변혁성을 띨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노동운동의 전략을 주문하고 있다. 필자는 부문운동으로서의 시민운동의 철학적 토대가 되고 있는 푸코의 주장, 즉 자본에 의해 억압받는 다양한 부문들의 연합을 비판하고 있다. 푸코는 변증법을 부정하고 경제적 토대에서 비롯되는 계급 관계에 기초한 접근을 부정하고 있는데, 이로 인하여 시민운동이 노동운동과의 관련을 상실하고 자본주의에 봉사하고 있음을 폭로하고 있다. 사회 문제에 대해 각 부문의 고립적 접근을 넘어서는 총체적 접근이 필요하며, 이는 부문운동으로서의 시민운동에 대한 맑스주의적 접근을 필요로 하는 것이며, 시민운동과 노동운동의 결합을 전략으로 가져야 함을 필자는 제기하고 있다.

 

조남수의 “비정규직 노동운동 어디로 가야 하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할이라는 자본가계급의 전략에 대해 맑스의 ≪자본론≫을 기초로 정치경제학적 접근을 하고 있는 글이다. 필자는 맑스가 ≪자본론≫에서 분석하고 있는 정체적 과잉인구를 한국의 비정규직의 원형으로 파악하고 있다. 고용의 불안정성, 단기성, 특징으로 하는 비정규직은, 실은 자본에 불규칙하게 고용되어 자본에 노동력의 저수지를 제공하는 정체적 과잉인구의 한국적 현상형태임을 분석하고 있다. 정체적 과잉인구를 포함하는 상대적 과잉인구(즉 실업)는 자본의 축적에 따라 노동력을 의미하는 가변자본이 생산수단을 의미하는 불변자본보다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에 의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노동자 스스로 자신을 불필요하게 만드는 수단과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에 기인한다. 이러한 상대적 과잉인구는 역으로 자본주의의 생산의 존재 조건이 되고 있음을 폭로하고 있다. 또한 전체 노동자에게 지불되는 임금기금이 고정되어 있다는 주장을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갈라치는 논거가 되는 임금기금설을 비판하고 있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정당화하는 이른바 공정 담론을 비판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비정규직으로서의 정체적 과잉인구를 포함하는 실업, 산업예비군은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필연적 산물이라는 점에서 자본주의 자체를 철폐하는 투쟁으로 나아갈 때에만 비정규직 운동의 전망이 주어질 수 있다는 점을 제기하고 있다.

 

전우재의 “21세기 러시아의 독점체 형성과 자본 수출 분석 ― 레닌의 ≪제국주의론≫의 방법론에 의거하여”는 레닌이 ≪제국주의론≫에서 분석한 독점체의 형성과 자본수출을 중심으로 21세기 현재의 러시아가 제국주의인가를 분석한 글이다. 특히 현재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는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성격이 경제학적 방법으로, 레닌의 ≪제국주의론≫에 근거하여 판단되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문제의식이다. 이에 대해 필자는 러시아에서 올리가르히, 실로비키 등 러시아의 독점자본 형성의 양태를 분석하고 있다. 국유기업의 사유화를 통한 사적 독점체로서의 올리가르히와 관료출신으로서 자본주의화된 국가 기간산업을 중심으로 한 실로비키는 양태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모두 자본주의적 독점체라는 동일한 성격을 가진다. 푸틴 정권은 바로 이들을 기반으로 한 정권임을 분석하고 있다. 필자는 자본수출에 있어서 러시아 자본주의의 한계로 인해, 러시아가 자본수출을 시도하지만 아직 그것이 활성화되지는 못한 상태임을 분석하고 있다. 필자는 러시아 사회의 성격에 대해 신중한 정치경제학적 방법으로 접근함으로써 현재 러시아 사회의 모순적인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다.

 

제일호의 “1990년대 대표 여성 작가 3인의 계급성과 여성성 ― 공선옥, 공지영, 신경숙의 작품을 중심으로”는 문예비평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맑스주의적 문예운동은 매우 침체되어 있다. 본 ≪노동사회과학≫에서 문예비평을 꾸준히 시도하는 것은 맑스주의적 문예운동의 재생을 위한 보탬이 되고자 하는 목적 때문이다. 필자는 공선옥의 소설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 살≫과 공지영의 소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신경숙의 소설 ≪외딴방≫을 분석하면서 집요하게 세 여성 작가의 작품의 계급성과 여성성의 문제의 연관을 파헤치고 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이 쟁점이 되고 있는 지금, 페미니즘과 계급성의 관계를 해명하고 정립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공선옥의 소설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 살≫은 여성이 절망에 빠지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는 노동자와 민중이 피억압자의 운명에 처해 있으면서도 해방의 주체로서의 운명을 지니는 것과 같으며, 계급성의 단초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한다. 공지영의 소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남성의 가부장적 폭력 속에 살아가는 여성 3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1990년대 대표적인 페미니즘 소설이라 할 수 있고 이후 여성 운동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에 대해 필자는 계급관계가 해소되어야만 가부장제가 해체됨을 근거로 계급운동과 여성운동, 페미니즘 운동의 관계를 설정한다. 신경숙의 소설 ≪외딴방≫은 노동자인 주인공이 노동운동과 관련을 갖지만, 실제적으로는 계급적 의식이 결여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필자는 작가 자신이 노동자 출신임에도 계급적 관련성을 놓치고 몰계급적임을 비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필자의 이 글은 페미니즘이라는 예민한 쟁점에 대해 노동자계급이 어떻게 접근해 가야 하는가에 대한 단초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문학이 현대 사회의 쟁점에 대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 이번 호에도 두 편의 번역을 싣는다. 하나는 지난 호에 이어 연재되고 있는 E. V. 일렌코프의 “맑스의 ≪자본론≫에서 추상과 구체의 변증법”의 세 번째 연재이며, 다른 하나는 1948년 그리스 공산당이 나라를 점령한 영국 제국주의와 미국 제국주의에 맞서는 글이다. “맑스의 ≪자본론≫에서 추상과 구체의 변증법(3)”은 개념과 관념을 구분하면서 구체만이 현실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추상 또한 현실적 대상의 한 측면, 한 속성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실재적이며, 따라서 구체는 추상을 통한 현실의 재구성의 결과 주어지는 것이다. 이는 맑스가 ‘추상에서 구체로’의 방법에서 전형적으로 제기한 바가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일렌코프의 서술은 과학으로서의 변증법적 논리학이 왜 필요한지, 어떤 내용과 방법론에 입각해야 하는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그리스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인민들의 투쟁”은 그리스 공산당의 투쟁이 나찌를 몰아내지만, 영국군이 그리스를 점령하고 이로 인해 그리스 인민의 자유와 독립이 질식되는 현실을 말한다. 또한 이 현실에 맞서서 그리스 공산당을 중심으로 한 인민 세력이 투쟁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뜨로쯔끼주의자들은 그리스 인민의 투쟁에서 그리스 공산당의 오류만을 지적한다. 1948년 당시 그리스 공산당의 지도부였던 필자는 그리스 공산당이 초기의 오류를 극복하고 영-미 제국주의에 맞서는 무장투쟁을 중심으로 대중적 투쟁을 전개함으로써 그리스가 다시금 파씨즘의 온상이 되고 제국주의적 팽창의 디딤돌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길을 걷고 있었음을 서술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글은 2차 대전 후의 한국의 상황과 매우 유사한 당시 그리스가 어떤 곡절을 겪으며 운동을 유지하고 발전시켜서 현재에 이르고 있는가에 대한 분명한 자료를 제공한다 할 것이다.

 

2022년 5월 1일 메이데이에,
노동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장 문영찬

문영찬 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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