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로 2022-1
조창익 | 회원, ≪현장과 광장≫ 편집위원장
플라타너스 나목되어 우뚝 서 있는데
음산한 바람 천리를 불어오고 진눈깨비 흩날리누나
몇 해 전 뜨거운 여름날 천막쳤던 자리
잡목 심어 그 터를 없애버렸네
분수대에는 아직도 민중들의 원성 드높고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 분한 마음 가득하네
북악의 무리들은 여전히 가난한 자에게만 모질고
효자로 차가운 성채에 슬픈 빛이 차오르네
孝子路
洋梧爲裸木兀位/陰風千里來霙飛
年前熱夏天幕處/植栽雜木失其基
噴水臺尙民怨高/時代逆行滿憤氣
北嶽徒如前虐貧/孝子路寒城滿悲
2022.02.15.화.한파.
경복궁역. 바람이 날카롭다. 눈발이 휘날린다. 오랜 만에 효자로를 걷는다. 함께 했던 아름다운 동지들의 구호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촛불정부를 참칭한 문재인, 반교육, 반노동, 반민중 정권에 맞서 수수백 날을 지새웠던 농성장은 짤막한 잡목들로 채워져있다. 이제는 천막을 칠 수 없게 되어있다. 아무런 죄 없는 저 키 작은 나무들이 이렇게도 이용되는구나. 권좌를 놓고 다투는 저이들의 이전투구는 생존을 다투는 민중의 삶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고, 노동자군대의 행진은 더디기만 하다. 허나 어찌 여기서 주저앉을 것인가? 갈 길 멀어도 우리는 제 갈 길을 찾아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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