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레닌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으로 바라본 2022년 노동운동의 과제

 

김태균 │ 연구위원

 

 

서론

 

본 글은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을 통해 2022년 한국 노동운동의 과제를 살펴보고자 작성했다. 그러나 다들 알다시피 레닌은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을 쓴 적이 없다. 아니,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은커녕 그냥 ‘노동운동’ 관련 레닌의 독립적인 저작도 없다. 그러나 레닌이 1917년 러시아의 혁명 전후로 해서 가장 중요하게 관심을 가졌던 것이 바로 노동조합 운동, 노동자 정당 운동 등 노동운동이었다. 비록 독립된 책으로 저술한 적은 없지만, 레닌은 혁명의 전 과정을 거쳐 노동자를 둘러싼 혁명운동에 수많은 글을 남겼으며, 주옥같은 레닌의 글들은 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노동운동을 하고 있는 한국 좌파 운동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비록 레닌이 독립적인 저술 작업을 하지는 않았지만, 레닌의 글을 모아 독자들에게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이라는 이름으로 레닌의 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레닌이 작성하지도 않은 책을 그리고 그 이름을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이라고 명명한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바로 레닌이 활동했던 시기가 제국주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맑스와 엥겔스 사후, 세계는 자본주의 최후의 단계인 제국주의로 접어들었던 시기였다. 맑스ㆍ엥겔스 사후 레닌의 활동 시기가 바로 제국주의 시대였다. 제국주의 시대에 모든 노동운동에 대한 레닌의 견해는 맑스주의를 제국주의 시대에 걸맞게 창조적으로 계승ㆍ발전시켰기에 나는 레닌의 노동운동 관련한 각종 고견을 하나로 모아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으로 명명했다.

 

두 번째,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으로 명명한 이유는 바로 노동운동의 기본적 원칙을 수립했던 맑스주의를 제국주의 시대에 창조적으로 계승했기 때문이다.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맑스와 엥겔스 사후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의 최후 단계인 제국주의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때 노동운동을 전개했던 레닌은 제국주의 시대에 걸맞게 맑스주의를 창조적으로 계승ㆍ발전시켜 러시아 혁명의 승리를 통해 실천적으로 검증했다. 이러한 점에서 나는 레닌의 노동운동에 대한 각종 견해를 묶어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으로 명명했다.

 

마지막으로 레닌의 독립적인 저술이 없음에도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이라는 이름으로 레닌주의를 정리한 이유는 바로 100여 년이 흐른 지금 한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좌파활동가들이 처한 현실적 고통이 100여 년 전 러시아에서 레닌이 고민했던 그것과 같기 때문이다. 독점자본은 초과이윤을 통해 노동조합 운동 내부의 우익적 기회주의를 포섭하고, 이들을 통해 노동조합 운동을 경제투쟁에 묶어 두고, 자본주의 체제를 뛰어넘는 혁명 투쟁을 위한 노동조합의 다양한 활동을 무력화하는 점이 100여 년 전 러시아와 지금의 한국 자본주의 상황이 똑같기 때문이다. 경제투쟁은 노동조합이, 정치투쟁은 노동자 정당이 해야 한다는 역할분담론이 똑같다. 이러한 역할분담론에 근거해서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요구를 직접 실현하는 투쟁이 아니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의원 선출만이 자기의 역할인 양 한정 지우는 것 또한 똑같다. 100여 년의 시간과 러시아와 한국이라는 공간을 초월해서 자본주의의 최후의 단계, 혁명을 직전에 두고 있는 제국주의 단계에서의 한국 노동운동 활동가들에게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은 다양한 고민과 실천의 지침을 전달할 것으로 믿는다.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은 위에서 지적했듯이 레닌의 독립된 저작물이 아니다.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은 1890년대부터 1917년 혁명을 전후로 한 시기의 노동운동에 관한 레닌의 주장을 모은 글이다. 물론 모든 내용을 모으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 글을 통해 레닌의 고견을 모아내기에는 지면상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레닌은 1890년대 페테르부르크에서 ‘노동자계급 해방투쟁동맹’을 결성하고 1917년 10월 혁명을 완수하는 기간 그리고 혁명 이후의 전 기간에 줄기차게 노동조합 운동과 노동자 정당 운동 그리고 양자의 관계 등에 대한 중요성을 역설했다. 레닌은 이를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실천을 통해 검증하고 확인했다.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은 바로 이 시기 노동운동에 대한 레닌의 고견을 모은 글이다.

 

사회주의 운동의 이념적 지표는 맑스와 엥겔스에 의해 집대성된 맑스주의이다. 맑스주의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분석을 넘어 계급이 없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과학적 전망을 제시했다. 새로운 사회에 대한 과학적 전망의 전제인 노동자계급의 목적의식적인 해방 투쟁의 필요성과 필연성을 과학적으로 제시하면서 노동운동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영국 노동자 계급의 상태≫(엥겔스, 1845년), ≪철학의 빈곤≫(맑스, 1847년), ≪임금노동과 자본≫(맑스, 1847년), ≪공산당 선언≫(맑스, 1848년), ≪잉여가치 학설사≫(맑스)1) 등에서 맑스주의는 파업 투쟁과 노동조합 운동이 노동자계급 운동의 발전에서 차지하는 역할, 잉여가치, 경제투쟁과 정치투쟁 등을 명확히 하면서 ‘노동조합 운동론’의 기본적 관점을 세웠다.

 

맑스주의의 주요 저자인 맑스와 엥겔스가 과학적 사회주의 이론의 기초를 세웠던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180여 년 전인 1840년대이다. 이후 1883년 맑스가 그리고 1895년 엥겔스가 세상을 떠난 후 자본주의 사회는 자본주의의 최후 단계인 제국주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었다. 맑스와 엥겔스의 생전인 19세기는 아직 자본주의 최후 단계인 제국주의 시대가 아니었다. 이러한 이유로 맑스ㆍ엥겔스 생전의 유럽 노동운동 과제는 ‘공산주의’, 즉 ‘낮은 단계의 공산주의 사회 = 사회주의 사회’를 위한 혁명이 직접적 과제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 당시는 제국주의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닌이 활동을 했던 1890년대부터 1917년 혁명을 전후로 한 시기는 맑스와 엥겔스 생전과는 달리 자본주의 최후 단계인 제국주의 시대였고, 노동운동의 직접적 과제가 바로 사회주의 혁명이었다.

 

맑스주의를 창조적으로 계승ㆍ발전시켰던 레닌주의는 맑스ㆍ엥겔스 생전과는 달리 제국주의 한복판에서의 고민이었고, 새로운 사회로의 전환이라는 혁명이 노동운동의 직접적 과제인 시대에 이론이었다. 레닌주의는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노동자계급이 자신의 손으로 사회주의 사회, 즉 낮은 단계의 공산주의 사회를 확인했던 투쟁의 무기였다.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은 맑스주의를 기초로 하고 있다. 또한 맑스주의를 창조적으로 계승ㆍ발전시켜 제국주의 시대의 맑스주의를, 쏘련이라는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통해, 실천을 통해 과학적 사회주의를 검증한 노동자계급의 유일한 실천적 무기였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레닌은 노동조합 운동에 관해 ‘노동조합론’, ‘노동운동론’ 또는 ‘제국주의 노동운동론’ 등으로 정리된 독립된 저작을 남기지 않았다. 비록 독립된 저술은 없지만 1890년대부터 1917년 전후로, 레닌은 혁명의 전 과정에서 노동운동의 직접적 과제가 혁명이었는 점에서, 노동조합 운동과 노동자 정치운동 등 노동운동 전반에 대해 매우 많은 관심을 가졌고, 혁명 투쟁의 과정에서 수많은 저작을 남겼다. ≪무엇을 할 것인가≫(레닌, 1902년), ≪사회주의와 종교≫(레닌, 1905), ≪농업문제와 소위 맑스 비판≫(레닌, 1907), ≪유물론과 경험비판론≫(레닌, 1909), ≪제국주의론≫(레닌, 1916), ≪국가와 혁명≫(레닌, 1917), ≪좌익공산주의―소아병≫(레닌, 1920년) 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본 글은 바로 1890년부터 1917년 혁명 전후로 레닌이 저술한 노동조합 운동과 노동자계급 정당 운동 그리고 양자의 관계 등을 중심으로 서술한 주요 글 들을 중심으로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으로 한데 모았다. 특히 수많은 주옥같은 레닌의 글 중 1902년 발표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을 정리했다. 다시 한 번 지적하지만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은 맑스주의를 제국주의 시대에 걸맞게 창조적으로 계승ㆍ발전시켜 실천을 통해 검증한 이론이다.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은 제국주의 시대에 노동조합 운동, 노동자계급 정당 운동, 경제투쟁, 제도개선투쟁, 정치투쟁을 중심으로 레닌이 이야기하는 이론적인 문제를 가능하면 총망라한 글이다. 그리고 20세기 혁명의 직전, 즉 제국주의 시대에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노동조합 운동, 노동자계급 운동을 중심으로 레닌의 투쟁 역사를 정리한 글이다.

 

맑스주의를 제국주의 시대에 창조적으로 계승ㆍ발전시킨 레닌주의 중 노동조합 운동과 노동자 계급정당 운동 그리고 양자의 관계 등을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다. 1900년대 러시아와 2022년 한국의 노동운동 상황을 비교하면서 1900년대 레닌의 지침, 즉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을 중심으로 2022년 한국의 좌파활동가들이 유념해야 할 투쟁과 활동의 지침을 모색할 것이다. 혼돈의 한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운동에 대한 과학적 사회주의 이론을 세워나가는 힘찬 발걸음에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은 일정한 역할을 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본론

 

1. 19세기 맑스주의를 창조적으로 계승ㆍ발전시킨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

 

1) 맑스주의를 창조적으로 계승한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

 

레닌은 ‘노동자계급 해방투쟁동맹’이 결성된 1890년대부터 러시아 혁명이 있었던 1917년까지 혁명운동의 전 기간에 걸쳐 노동운동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레닌은 ‘노동운동론’이나 ‘노동조합 운동론’ 등으로 정리된 독립된 저작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수많은 글을 통해 노동운동론에 대한 원칙을 제시하였다. 레닌은 1900년대 러시아의 상황에 근거한 현실적 고민에 대한 노동운동의 원칙을 다양한 저술을 통해 우리에게 남겼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할 것인가≫와 ≪좌익공산주의―소아병≫이다. 레닌은 이들 글을 통해 노동자계급 투쟁에서 노동조합이 수행하는 역할, 노동자계급의 양 투쟁(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의 관계, 노동조합 운동과 노동자계급 정당 운동과의 관계 등을 분명하게 제시하였다.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은 맑스와 엥겔스에 의해 확립된 맑스주의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이다. 맑스-엥겔스와는 달리 독점자본주의(제국주의) 시대에 레닌의 노동운동론은 맑스주의를 창조적으로 계승ㆍ발전시켰다.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은 ➀ 계급투쟁의 합법칙적 발전, ➁ 노동자계급의 역사적 사명, ➂ 계급투쟁에서 노동조합과 노동자 정당이 차지하는 위치, ➃ 경제투쟁의 의의, 제도적 요구와 그 투쟁이 가지는 의의, ➄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의 결합, ➅ 계급투쟁의 전술과 파업 등 투쟁에 관한 이론 등에서 우리는 레닌의 탁월함을 엿볼 수가 있다. 특히 ➀ 제국주의 시대에서 노동조합 운동 내부에서 나타난 기회주의적 조류, ➁ 노동귀족과 노동관료의 문제, ➂ 제국주의에서 노동자 정당과 노동조합의 관계, ➃ 계급투쟁의 전술과 파업 문제 등에서 레닌이 제국주의 시대에 맑스주의를 창조적으로 계승ㆍ발전시킨 사실을 우리는 확인할 수가 있다.

 

세계 자본주의는, 맑스가 1883년 그리고 엥겔스가 1895년 사망한 후 20세기가 들어서면서 자본주의 최후의 단계인 독점자본주의(제국주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20세기 제국주의에서 사회주의 혁명은, 19세기 맑스ㆍ엥겔스 생존 시기와는 달리 노동운동의 직접적 과제였다. 이를 실천적으로 확인한 것은 바로 1917년 10월 러시아 혁명이었다. 이 새로운 자본주의 단계에서 독점자본주의의 모든 조건을 분석하고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임무와 결부시켜 맑스주의 노동운동 이론을 창조적으로 계승ㆍ발전시킨 것이 바로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이었다.

 

2) 자본주의 역사발전과 함께 성장하는 노동운동

 

맑스주의는 노동운동의 합법칙적 발전의 기초적 조건을 무엇보다도 자본주의적 생산의 발전 그 자체라고 이야기했다. 맑스주의는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노동운동의 주체인 노동자 대중의 수가 점차 증대함을 지적했다. 또한 맑스주의는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잉여가치를 전취하는 자본주의 착취구조의 발전, 즉 잉여가치의 생산방법이나 착취 강화의 방법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그 결과로 생산의 기본적 담당자인 노동자계급에게 있어 절대적으로 빈곤ㆍ예속ㆍ타락ㆍ착취의 증가가 발생함을 밝혀냈다. 뿐만 아니라 맑스주의는 자본주의의 기본모순인 ‘생산의 사회적 성격과 소유의 사적 성격 사의의 모순’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10년을 전후로 하는 주기적 과잉생산 공황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자본주의 자체의 존립을 끊임없이 위협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맑스주의가 이야기하는 노동자의 수 증대와 사회적 빈곤의 축적만이 노동운동의 역사적 발전을 규정하는 조건은 아니다. 맑스주의는 자본주의적 기계제 대공업의 발전에 따라 더욱더 증가하는 노동자계급이 사회적 빈곤에 항의하고, 자본주의에 대항하여 조직적으로 결집ㆍ투쟁할 수 있는 조건이 자본주의 발전 자체에 의해 성장한다는 점을 밝혔다. 이미 알려져 있듯이 맑스는 이 부분을 ≪공산당 선언≫에서 “부르주아는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 자신의 묘지를 파는 인부를 만들어 내고 있다.”라는 언명을 통해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레닌은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에서 노동자계급의 조직화, 단결의 조건에 관하여 자세히 분석했다. 예를 들면 레닌이 1895년-96년 구속된 상태에서 작성한 ≪사회민주당 강령 초안≫을 보면 다음과 같이 작성되어 있다.

 

“그러나 노동에 대한 자본의 억압을 최고도로 높임으로써 대공장은 노동자라는 특수한 계급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계급은 자본과 투쟁할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왜냐하면 이 계급의 생활조건 그 자체가 그들과 그들 자신의 경영 사이의 모든 결합을 파괴하고 있고, 또, 공동노동에 의해 노동자를 결합시키고 그들을 공장에서 공장으로 전전하게 함으로써 일하는 인간의 대중을 한 덩어리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자본가에 대한 투쟁을 시작하고 있고, 그들 사이에는 단결에의 강한 지향이 나타나고 있다.”

 

레닌의 ≪사회민주당 강령 초안≫은 노동자에게 단결의 준비를 시키고 그들 가운데에서 단결의 능력과 재능을 발전시킬 제 조건을 보여주고 있다.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에서 말하고 있는 제 조건은 다음과 같다. ➀ 1년 내내 항상적인 노동을 필요로 하는 기계제 생산의 대공장은 노동자와 토지 사이의, 그리고 자기 자신의 경영 사이의 결합을 완전히 단절시키고 그들을 완전한 프롤레타리아로 만든다. ➁ 수백, 수천 노동자의 공동노동은 전체 노동자 대중의 이해와 지위가 같다는 것을 명료하게 보여줌으로써 개인 문제의 공동토의와 공동행동에 익숙하게 만들어준다. ➂ 노동자는 끊임없는 공장 이동을 통하여 각 공장의 조건과 제도를 비교ㆍ대조하고 모든 공장의 착취 현실이 같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또한 레닌은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에서, 발전하는 자본주의는 계급투쟁을 수행하는 주체로서 노동자계급의 대중조직인 ‘노동조합’을 탄생시켰고, 성장시켰으며 더 나아가 혁명적인 직업적 활동가 조직인 노동자계급의 정당을 탄생시켰고 성장시켰음을 이야기했다. 레닌은 그러나 이 투쟁은 정치권력이 노동자계급의 손에 넘어오고, 모든 토지, 도구, 공장, 기계, 광산이 전 사회의 손에 옮겨질 때 비로소 끝남을 이야기했다.

 

 

2. 20세기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과 21세기 한국 자본주의

 

1890년대에 페테르부르크에서 ‘노동자계급 해방투쟁동맹’을 결성한 레닌은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인 쏘비에트 연방공화국(쏘련)을 건설한 1917년 10월 혁명에 이르기까지 혁명운동의 전 기간을 통해 노동조합 운동, 노동운동, 노동자 정당 운동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레닌의 이론은 기본적으로 맑스, 엥겔스에 의해 확립된 맑스주의 이론에 확고한 기초를 두고 이뤄졌다.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은 맑스주의를 계승한 것을 넘어 제국주의 시대에 걸맞게 맑스주의의 노동운동론을 창조적으로 발전시켰다.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은 노동조합 운동과 노동자계급 정당 운동의 개념과 함께 양자 간의 관계, 각각의 구성 활동가들의 역할,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 조응하는 내용 등 100여 년이 흐른 지금 여전히 우리 운동에서 쟁점이 되는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한 원칙적 판단 기준을 제공하고 있다.

 

1) 노동조합 운동과 부르주아 선거

 

한국에서 벌어진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는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의 재정위기 이후 지속되는 세계적 차원의 경기침체 국면에서 치러진 선거였다. 문재인 민주당 정권에서 윤석열 국민의 힘 정권으로 교체가 되었던 선거였다. 선거 과정에서 노동전선(현장실천ㆍ사회변혁 노동자 전선) 등 좌파 단체들과 함께 민주노총이 민중 경선을 제안2)하고 단일후보를 통한 대선 투쟁 전술을 제안했던 선거이기도 했다. 물론 민주노총이 제안한 민중 경선 사업은 후보 선출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하면서 민중 경선을 통한 후보 선출이 좌절되었다. 민중 경선 후보 선출이 좌절된 이후 민주노총은 정의당, 노동당, 진보당 등 진보정당 3명의 후보를 지지할 것을 위원장 호소문3) 형태로 발표하였다.

 

노동자계급의 대중조직인 노동조합이 그리고 노동조합의 전국 조직인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부르주아 자본주의 대선에서 특정한 후보를 지지할 것을 위원장 지침의 형태로 방침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인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방침은 ‘위원장 지침’만이 아니라 ‘민중 경선 사업’ 또한 마찬가지 질문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민중 경선 사업은 민주노총이 결정한 유권자들에 의해 선출된 후보를 본선인 대통령 선거에서 지지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계급의 대중조직인 노동조합이 대통령 선거에서 특정한 후보4)를 지지하는 것을 방침으로 결정하는 것이 노동조합 운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만약 레닌이 부활한다면 이번 20대 대선에서 노동조합(민주노총)의 특정 후보 지지 방침에 대해 무엇이라고 말을 할까? 노동조합 운동이 특정 정당 그리고 특정 정당의 후보를 지지하는 방침에 대해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은 노동조합 운동의 가장 초보적인 원칙, 즉 노동조합 조합원의 정당 지지의 자유, 정치 활동의 자유를 짓밟는 행위라고 분명히 규정했다.

 

노동조합 운동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짓밟는 행위는 곧바로 노동조합 운동의 발전을 방해하는 행위로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기했다. ➀ 대중조직으로서의 노동조합의 기본성격을 정면으로 침해, ➁ 조합원의 기본 인권을 스스로 부정하는 자살행위, ➂ 그 결과 노동조합 내부의 단결을 약화하고 조합민주주의 파괴, 통일전선의 결성을 방해, 노동조합이 노동 전선의 통일과 국민과의 단결의 중심부대를 파괴, ➃ 특정 정당 지지를 강요하는 정당은 노동조합 의존에 빠져 결국은 자신의 조직력을 약하게 만들고 혁신성을 잃어버림.

 

레닌은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을 통해 노동조합 운동의 특정 정당 지지 주장에 대한 각종 조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론적 비판을 했다.

 

첫째, ‘조합원 방침과 그 정당의 방침이 일치’하기 때문이라는 주장

=> 정당과 노동조합의 차이를 무시하는 행위 = 특정 정당의 강령이나 이데올로기에 기초를 둔 ‘정치 노선’ 전체가 노동조합의 ‘정치 노선’이 된다는 것은 노동조합의 기본성격에서 보아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둘째, ‘이것에 계급적 성격을 갖게 하려고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헌법에 규정된 개인의 정당 지지의 자유를 근거로 노동조합이 특정 정당 지지를 민주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올바르다’라는 주장

=> 노동조합 조직 자체가 정치적 결사체가 아니고, 또 그 정치적 결사체의 지지부대가 아닌 다음에 이것은 ‘정당 지지의 자유’라는 기본적 인권을 극히 좁고 형식적으로 파악한 것이다.

셋째, ‘단결의 필요상, 개인의 사상과 신조의 자유보다도 단결권 보장을 우선시하는 것은 헌법에서 볼 때도 정당하다’라는 주장

=> 이것은 소위 단결 우선권이다. 그러나 단결권과 기본적 인권은 분리될 수 없는 것, 우열의 문제도 아님. 이 잘못된 방침이 현실에서는 단결로 나타나기는커녕 단결의 파괴로 나타난다.

넷째, ‘노동조합과 당 조직의 관계가 긴밀해지면 질수록 프롤레타리아트의 투쟁은 그만큼 효과적이고 유리해진다(제2 인터내셔널의 슈투트가르트 대회(1907년)의 결의’는 주장

=> 이 결의는 노동조합의 ‘중립주의’를 비판하고 정당과 노동조합의 단단한 결합을 강조한 것임.

 

2) 노동조합 내부의 우익적 기회주의

 

민주노총은 지난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건설된 ‘전국 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에 이어 1995년에 출범한 노동자 대중조직의 전국조직, 즉 노동조합의 전국조직이다. 민주노총은 출범과 동시에 사회적 합의주의 논란에서 한 치도 자유롭지 못한 역사가 있다.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인 권영길 위원장이 사퇴한 이후 수석 부위원장 직무대행 집행부가 사회적 합의주의 논란의 한복판에 휩싸여 불명예 사퇴했다. 직전 위원장이었던 김명환 위원장이 사회적 합의주의 논란 속에 중도 사퇴를 하는 등 민주노총의 역사는 사회적 합의주의 논란의 역사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노총을 혼란으로 빠뜨렸던 사회적 합의주의는 자본과 정권의 사회적 합의주의 공세와 민주노총 내부의 사회적 합의주의 찬동 세력이 협력하면서 벌어진 일이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2022년 한국 사회에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합의주의 세력을 20세기 레닌이 활동했던 러시아에서는 ‘우익적 기회주의’ 세력으로 칭했다. 이들은 독점 자본의 초과이윤 일부를 먹고 자란 세력이다. 이들의 주요한 역할은 노동조합 운동 내부에서 활동하면서 노동조합 운동이 정치 운동으로 그리고 혁명운동으로 발전하는 것을 방해하는 일이었다. 총 자본과 총 자본의 수단인 국가권력이 행하는 각종 제도 기구에 이들을 등용시켜 노동조합 운동 내부의 분열을 획책했다. 러시아의 우익적 기회주의 세력은 독점 자본이 노동운동을 분열시키고 노동운동을 계급 협조 노선으로 끌고 가려고 초과이윤 일부를 떼어 노동조합 운동 상층을 매수한 결과이다. 러시아에서 레닌은 바로 이러한 우익적 기회주의 세력과의 비타협적 투쟁을 전개하면서 맑스주의에 입각한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을 정립했다. 100여 년 전 러시아에서 우익적 기회주의 세력에 대한 비타협적 투쟁을 전개했던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이 21세기 사회적 합의주의 공세로부터 한 치도 자유롭지 못한 민주노총을 계급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지금의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3) 숙련공 노동자와 반숙련ㆍ미숙련 노동자와의 대립 그리고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립

 

1997년 노동법 날치기 저지를 위한 민주노총의 정치파업 이후 민주당 정권에 의해 정리해고제와 근로자 파견법 등이 입법화됐다. 이후 비정규 관련법이 제정되면서 한국의 노동현장은 비정규직이 판을 치고 있다. 정규직 고임금 중심의 한국 노동운동은 이제 서서히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심으로 그 투쟁의 구심점이 이동하고 있다. 정규직과 고임금 노동자 중심에서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 중심으로 한국 노동운동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듯이 100여 년 전 러시아 상황 또한 마찬가지였다. 독점 자본의 초과이윤 일부가 주요한 경제적 토대였던 우익적 기회주의 세력인 러시아의 노동 관료들은 전체 계급적 입장을 저버리고 노사협조주의의 입장에 서서 오로지 독점 자본이 올리는 초과이윤의 혜택에만 눈독을 들였다. 또한 러시아의 독점 자본은 국가권력을 동원하여 숙련공 노동자와 반숙련ㆍ미숙련 노동자들을 대립시키기 위해 숙련 노동자에게만 특별히 높은 임금을 주면서 노동자들 사이에 개량주의적 환상을 불어 넣었다.

 

특정 후보나 특정 정당에 대한 노동조합의 배타적 지지 방침, 노동조합 운동 내부의 기회주의적 세력, 20세기 러시아에서의 숙련공과 반숙련ㆍ미숙련과의 대립과 21세기 한국에서의 정규직 고임금 노동자와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의 대립 등은 거울로 비추듯이 너무나 똑같다. 21세기 한국의 상황과 너무나 똑같은 20세기 러시아에서 레닌은 맑스주의에 입각한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을 내용으로 인류 최초의 노동해방 국가인 쏘련을 건설했다. 이제 이러한 과제를 우리가 수행해야 할 시기이다. 19세기 맑스주의의 노동운동론을 20세기 제국주의 시대에 걸맞게 창조적으로 계승한 레닌의 혁명적 투쟁과 인류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이제 21세기 한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바로 우리가 제기하고 건설해야 할 절실함이 요구된다.

 

 

3. 노동조합 운동, 경제투쟁 그리고 제도개선투쟁

 

1)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이 말하고 있는 노동조합 운동

 

노동조합 운동에서 노동자 대중의 상태를 끌어 올리고 일상투쟁에서 자본의 끊임없는 침해를 물리치는 수단으로 노동조합의 성격이 한정되어 있었다.

 

“노동조합은 순전한 노예보다 조금 나은 상태로 노동자를 끌어 올리는 계약조건을 쟁취하려는 노동자의 자연발생적인 시도로부터 발생했다. 그 때문에 노동조합의 직접적인 목표는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에 발생하는 일상투쟁에서 자본의 끊임없는 침해를 물리치는 수단이 되는 데 한정되어 있었다.”5)

 

맑스주의를 창조적으로 계승ㆍ발전시킨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은 계급투쟁의 발전 과정에서 노동자계급은 단결의 주요한 조직형태로 노동조합과 노동자 정당을 만든 역사를 이야기했다.

 

노동조합은 노동자 대중의 조직으로서 일상적 요구를 바탕에 두고 있다. 반면에 노동자 정당은 맑스주의에 입각한 노동자계급의 전위조직으로서 노동해방을 지향하는 조직이다. 문제는 노동자 대중조직인 노동조합이 계급투쟁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이다. 이 질문에 대해 맑스는 제1 인터내셔널 제1회 대회에서 대답을 한다. 이에 대해 레닌은 아래와 같이 요약했다.

 

“국제 노동자 협회가 창립되었을 때 노동조합과 경제투쟁의 의의에 관한 문제는 1866년 제네바에서 열린 제1회 대회에서 제기되었다. 이 대회의 결의는 경제투쟁의 의의를 정확히 가리키고, 한편으로는 그 의의의 과대평가에 대해, 또 한편으로는 그 의의의 불충분한 평가에 대해 사회주의자들과 노동자들에게 경고했다. 결의는 자본주의의 존재 아래서 노동조합은 합법칙적일 뿐만 아니라 필요한 현상이라고 인정하고, 자본에 대한 일상투쟁에서 노동자계급을 조직하기 위해, 그리고 임금노동을 폐지하기 위해 지극히 중요한 것임을 인정했다. 결의는 노동조합이 그 주의를 ‘자본에 대한 직접적인 투쟁’에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 노동자계급의 일반적인 정치ㆍ사회 운동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인정했다. 노동조합의 목적은 좁은 것이어서는 안 되며, 노동조합은 수백만 피압박 노동대중의 전반적 해방을 지향하여 힘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결의는 인정했다. (중략) 오늘날에도 맑스주의가 제기한 것과 같은 형태로 세워져 있다. 단일한 계급투쟁은 반드시 정치투쟁과 경제투쟁을 결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확신은 국제 사회민주당의 피와 살이 되고 있다. 더 나아가 역사적 경험은 프롤레타리아의 자유가 제한받고 있다면, 또 그 정치적 제 권리가 제한받고 있다면 항상 정치투쟁을 전면에 내세울 필요가 있음을 반박의 여지없이 증명하고 있다.”6)

 

레닌은 노동조합이 계급투쟁에서 어떠한 위치를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노동조합은 자본에 대한 일상적인 경제투쟁으로 노동자계급을 조직할 뿐 아니라, 자본주의 제도의 폐지라는 최종 목표를 지향하는 정치적ㆍ사회적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라는 것으로 맑스주의에 입각한 ‘제국주의 시대의 노동운동론’을 분명하게 제시하였다. 이러한 레닌의 노동조합에 관한 판단은 노동조합은 계급투쟁에서 생겨난 노동자계급의 대중적 투쟁조직이라는 점과 노동자의 계급투쟁은 착취제도의 폐지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두 가지 조건에 대한 귀결이기도 하다.

 

레닌은 노동자계급은 노동력의 소유자로서 노동력 판매의 유리한 조건을 획득하고 나아가 노동조건과 생활상태의 개선을 위해 경제투쟁을 전개해 왔으며, 이러한 경제투쟁을 위한 조직으로 노동조합을 만들어 단결 투쟁해 왔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일상적 양보 획득을 위한 투쟁, 노동조건의 개선을 위한 법률을 정부에 요구하는 투쟁, 그것을 위해 의회에 발언해 줄 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활동에 한정한다면, 노동자계급의 완전한 노동해방이라는 목표를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명확하게 규정하면서 계급투쟁에서 노동조합의 위치를 규정했다. 레닌은 노동조합의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을 기계적으로 분리하고 양 자를 결합하려고 하지 않는 그 어떠한 편향에도 반대했다. 그리고 노동조합의 정치투쟁을 제도개선투쟁에 한정하려는 우익 기회주의나 경제투쟁을 무시하고 직접적 정치투쟁만으로 노동조합 운동을 끌고 가려는 좌익 기회주의를 노동운동의 본질을 망각한 편향이라고 보았다.

 

레닌은 대중조직으로서 노동조합의 성격에 대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경제투쟁을 위한 노동자의 조직은 노동조합 조직이어야만 한다, 모든 사회민주주의적 노동자는 가능한 한 이들 조직을 지원하고 그 속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민주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결코 우리의 이익이 되지 않는다. … 왜냐하면, 그렇게 하면 대중에 대해 우리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를 축소시키기 때문이다. 고용주와 정부에 대해 투쟁하기 위해 단결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노동자라면, 누구나 노동조합에 받아들여야 한다. 만약 노동조합이 이와 같은 초보적인 이해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을 모두 결집하지 않는다면, 만약 이들 노동조합이 매우 광범한 것이 아니라면, 노동조합의 목적 그 자체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 조직이 광범한 것일수록 그것에 대한 우리들의 영향도 한층 광범해질 것이다. 이 영향은 경제투쟁의 자연발생적인 발달에 의해 주어질 뿐 아니라, 조합원 중의 사회민주주의자가 동지들에게 기울이는 직접적이고 의식적인 노력에 의해서도 주어진다.”

 

레닌은 또한 노동자의 조직과 혁명가의 조직을 비교(표 1)하면서 노동조합의 성격을 분명하게 했다.

 

표1) 레닌에 의한 노동자 조직과 혁명가 조직 비교

 

노동자의 조직

혁명가의 조직

조직

노동조합

정치조직(당)

구성원

노동자 대중

직업적 혁명가

범위

가능하면 광범위함

너무 광범위하면 안 됨

공개/비공개

가능한 공개

가능하면 비밀

 

한편 레닌은 정치적 자유가 존재하는 서유럽과 엄혹한 정세에 놓여 있는 러시아의 상황을 비교하면서 노동조합과 정치조직의 관계를 규정했다. 즉 정치적 자유가 존재하는 나라에서는 노동조합과 정치조직이 확연하게 구분되지만, 정치적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노동조합과 정치조직의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즉 양자의 관계는 역사와 법 등의 기타 조건에 따라 불가피하게 변화함을 이야기했다.

 

2)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이 말하는 계급투쟁의 전술과 노동조합 운동

 

계급투쟁은 단지 노동조합의 투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계급투쟁은 노동조합 투쟁을 포함하여 임금노동 착취제도를 폐지하는 해방 투쟁을 지향하는 노동자계급의 투쟁 전체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계급투쟁의 전술 또한 노동조합 투쟁의 전술과 함께 노동자계급 정당을 중심으로 하는 해방 투쟁의 전술 전체를 의미한다. 맑스는 노동자계급의 투쟁 전술의 기본 임무를 그의 유물 변증법적 세계관의 모든 전제에 엄밀히 일치시켜 규정하고 있다. 물론 레닌 또한, 이러한 맑스주의에 따라서 제국주의 시대에 노동자계급의 투쟁 전술을 이야기했다. 특히 레닌은 맑스의 ≪철학의 빈곤≫과 ≪공산당 선언≫에 대한 고찰을 통해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➀ 프롤레타리아의 계급투쟁 전술의 유물론적 토대를 분석할 때, 한 사회의 여러 계급의 상호관계 총체를 고려해야 하고, 사회의 발전 단계, 이 사회와 다른 사회들의 상호관계까지 상정해야 한다. ➁ 전술을 적용할 때는 역사 발전의 변증법을 고려하여 정체의 시기와 비약적 발전의 시기에 각각 적절한 전력 결집, 투쟁수단의 행사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를 통해 레닌은 노동조합 운동은 다양한 개량을 쟁취하면서 그 가운데서 노동자계급이 현존 체제에 대한 결정적인 투쟁7)을 준비하도록 만드는 것을 계급투쟁의 전술로 명확히 했다.

 

노동조합이 평화적인 투쟁의 주요한 무기로 사용하는 것은 파업 투쟁이다. 파업 투쟁은 어디까지나 노동조건의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투쟁 형태이며, 그 자체는 조금도 정치권력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투쟁이다. 그러나 레닌은 1905년 러시아 혁명은 노동자계급의 총파업 또는, 대중파업이 가질 수 있는 혁명적ㆍ정치적 의의와 효과를 분명히 했다. 레닌은 총파업 투쟁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➀ 견고한 조직, ➁ 성숙한 정세, ➂ 맑스주의자들에 의한 명확한 지도의 필요성을 말했다. 레닌은 총파업 투쟁 또는 대중시위는 그것 자체만으로는 프롤레타리아가 착취제도를 전복하고 권력을 탈취할 수 있는 결정적인 수단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총파업과 대중시위에 이어 무장봉기와 그 뒤를 잇는 내전이 전제되어야지만 총파업과 대중시위는 계급투쟁에서 전술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점을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에서 제기한 것이다.

 

레닌은 1917년 10월 무장봉기를 앞두고 혁명의 필요조건과 그 시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성공하는 봉기는 첫째, ‘음모단’과 정당이 아닌, 선진적 계급에 기초를 세운다. 둘째, 봉기는 민중의 전위대의 활동이 최고조에 이르고, 적의 대열과 나약하고 열의가 없고 우유부단한 혁명의 우군의 대열에서 동요가 최고조에 달할 때, 성숙해 가는 혁명의 역사에서 결정적 시기에 기초를 둔다.

 

3) 노동조합 운동의 경제투쟁 그리고 일상적 양보획득을 위한 투쟁

 

노동자계급의 계급투쟁은 엥겔스가 지적하고 레닌이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이야기하듯이 ➀ 경제투쟁, ➁ 정치투쟁, ➂ 이데올로기 투쟁을 의미한다. 레닌은 조합주의와 경제주의에 대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통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 바가 있다.

 

“경제투쟁과 노동조합의 문제이다. 이 문제에 관한 나의 견해는 문헌에서 종종 잘못 이야기되고 있다. 그 때문에 ≪무엇을 할 것인가≫의 많은 페이지가 경제투쟁과 노동조합의 거대한 의의를 설명하는 데 할애되고 있음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즉 레닌은 조합주의자와 경제주의자가 노동조합의 활동을 경제투쟁의 좁은 범위에 한정하고, 정치투쟁으로부터는 눈을 돌리고자 하는 데에 단호하게 맞서 싸웠다.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의 분리와 기계적 결합이 아닌 진정한 결합은 맑스주의에서 확인된 노동운동의 원칙이자 레닌이 창조적으로 계승한 ≪제국주의 시대 노동운동론≫에서 재차 확인했던 원칙이다.

 

위에서 계속 이야기했듯이 레닌은 계급투쟁의 기본적 형태로서 경제투쟁을, 그리고 노동자의 계급투쟁 조직 가운데 하나로서 노동조합을 무척 중요하게 판단했다. 그렇다면 레닌은 왜 경제투쟁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인가? 노동자의 조직 중 노동조합을 왜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했는가? 이 질문에 대해 맑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노동자 계급이 자본의 침해에 대한 항쟁을 단념한다면, 자기들의 상태를 일시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그때그때의 기회를 가능한 한 포착하여 활동하기를 포기한다면, 그들은 모두 구할 수 없는 패잔병의 무리로 전락하여 버릴 것이다. 그들이 자본과의 이 투쟁에서 겁먹고 양보하면, 더 큰 운동을 일으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게 된다.”

 

레닌은 또한 “보다 좋은 노동조건은 노동자 대중의 문화적 발전을 위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마땅히 노동자 대중의 혁명적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라고 경제투쟁의 의의를 말했다. 또한 레닌은 경제투쟁의 적극적 의의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째, 노동자는 착취 전체의 의의와 본질을 이해하고 자본의 노동 착취에 입각한 사회체제를 이해한다. 둘째, 이 운동에서 노동자는 자신의 힘을 시험해 보고 단결하는 것을 배우며 스스로의 연대감을 발달시킨다. 셋째, 이 운동은 노동자의 정치의식을 발달시킨다.

 

레닌은 경제투쟁의 적극적인 의의를 제시하면서 경제투쟁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지만, 한편으로는 경제투쟁의 한계 또한 다음과 같이 명확하게 제시했다. 우선, 경제투쟁은 자본주의 착취의 결과에 대한 투쟁일 뿐, 원인에 대한 투쟁이 아니다. 그래서 경제투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자계급과 전 민중이 경제투쟁과는 별개로 자기들의 수중에 국가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정치투쟁을 전개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경제투쟁 그 자체가 단순히 반복된다고 해서 자본주의 체제의 타도를 위한 사회민주주의적 의식과 의식에 인도된 정치투쟁이 자동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레닌은 경제투쟁은 노동자들을 하나의 혁명적 정당으로 조직하는 데 있어 그 기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4) 노동입법ㆍ사회보장 등을 위한 제도개선투쟁에 대해

 

자본가계급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투쟁은 자본주의의 시작과 더불어 움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개개의 노동자가 개별 자본가의 착취에 반대하는 우발적인 투쟁부터 일어났다. 그러다가 점차 공장 전체로, 지역과 산업으로 확대 되면서 우발적 투쟁에서 경제투쟁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경제투쟁의 과정에서 노동자계급은 자본가계급을 원조하는 정부의 실체를 자각하게 되면서 개별 자본가를 넘어 전체 자본가계급과 정부에 대한 제도개선투쟁을 전개하게 되다. 정부에 대한 제도개선투쟁은 이처럼 노동자계급의 투쟁의 역사적 발전 과정에서 제기된 것이다.

 

‘제도개선’투쟁은 요구를 제기하는 자체가 자본주의 발달에 따른, 노동자계급의 일정한 단결과 계급적 요구에 대한 노동자 계급의 자각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레닌은 이 문제에 있어 다음과 같이 우리에게 두 가지 교훈을 주고 있다. 우선 제도개선투쟁 자체가 자본가계급과 정부의 양보ㆍ개량이라는 이중적 의미가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노동자계급은 이러한 양보ㆍ개량의 의미가 있는 제도개선투쟁 요구 투쟁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 것인가?”라는 부분에 대한 교훈이라는 점이다.

 

레닌은 ≪결의문을 어떻게 쓰면 안 되는가≫(1907)라는 글을 통해 제도개선투쟁에 대해, 즉 개량 일반의 성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모든 개량은 그것이 더욱 나은 상태로의 일보이고 일 단계인 한에서, 그러한 한에서만 개량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개량은 이중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개량은 혁명을 만류하고 약하게 하고 또한 소멸시키기 위해, 혁명적 계급의 힘과 정력을 세분하고 그 의식을 흐리게 하려고 지배계급이 행하는 양보이다.”

 

레닌은 윗글에 나와 있듯이 제도적 개선 요구 투쟁에 있어 개량의 이중적 의미와 기만성을 노동자계급이 분명히 인식하고 간파하도록 경고했다. 또한 노동자계급에게 제도적 개선 요구투쟁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개량에만 한정하는 개량주의자에 대해 가장 단호하게 투쟁할 것을 요구했다. 레닌은 최소한의 개량ㆍ양보 투쟁조차도 노동자계급은 혁명적 계급투쟁의 발전에 이용할 것을 당부했다.

 

자본가계급과 국가가 마지못해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투쟁을 막기 위해 개량과 양보, 즉 노동자계급의 제도개선투쟁을 수용하는데, 왜 레닌은 이것을 이용할 수 있다고 했을까? 이 부분에 대해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은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첫째, 개량이 더욱 나은 것으로의 양보인 한 그것은 노동자계급이 육체적ㆍ정신적 퇴화를 막는 것을 도와준다. 둘째, 작은 개량일지라도 그것은 대중적인 성격을 띤 계급투쟁의 결과로서 쟁취한 것이고, 그것에 의해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투쟁이 지니는 중대한 의의를 후진적 노동자 대중에게도 인식시킬 수 있다. 셋째, 노동자 대중의 인식을 기초로 부분적인 개량일지라도 그것을 발판으로 이용하여 노동자계급을 일보 전진시킬 가능성이 있다. 결국,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은 노동자 대중 투쟁을 통해 획득한 제도개선이 비록 불충분하지만, 노동자계급 정당은 계급투쟁의 발전을 위해 이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5) 제도개선투쟁의 의의와 한계

 

맑스주의에서 그리고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에서도 제도개선투쟁을 경제투쟁과 명확하게 구별했다. 또한 혁명을 위한 정치투쟁과도 명확하게 구분했다. 제도개선투쟁의 대표적인 예로 ‘표준 노동일을 위한 투쟁’을 들 수 있다. ‘표준 노동일을 위한 투쟁’을 중심으로 맑스는 제도개선투쟁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개개의 공장이나 개개의 직장에서 파업 따위를 행하여 개개의 자본가로부터 노동시간의 단축 등을 쟁취하려는 시도는 순수한 경제투쟁이다. 이에 반하여 8시간 노동제 등의 법률을 쟁취하려는 운동은 정치 운동이다. 정치 운동은 노동자계급이 보편적 형식, 사회 전반에 걸쳐서 강제적 구속력을 가지는 형식으로 자신의 목적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운동이다.”8)

 

레닌도 또한, 1900년 하리코프의 메이데이 집회에서 철도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일의 실시’을 내걸었을 때 맑스와 같은 발언을 했다. 레닌은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난 제도적 요구와 투쟁에 대해 맑스주의를 따라서 그것을 ‘전 프롤레타리아의 요구’, ‘정치 운동’, ‘계급 운동’으로 높이 평가했다. 이러한 투쟁에 노동자 정당은 최대한 집중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레닌은 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 강령을 작성하면서 노동자들의 제도적 요구를 노동자 정당의 강령으로 포함시킬 것을 제안9)했다.

 

노동자계급의 투쟁, 노동조합의 투쟁의 ‘최종 목표’는 정치권력의 탈취를 통한 착취제도의 폐지이다. 이러한 ‘최종 목표’에서 제도개선투쟁은 이 ‘최종 목표’를 향한 ‘예비적 조직화’로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특히 자본가계급과 그들의 양보에 의한 개량으로 체제를 유지하려는 우익적 조합주의자와 경제주의자가 끊임없이 계급투쟁을 자본주의 체제 내의 운동으로 한정시키려 하는 러시아 상황에서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이 말하고 있는 이러한 부분을 더욱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각종 개량 투쟁에 대해, 레닌이 말한 “우리도 개량을 위해 투쟁한다. 그러나 모든 방식으로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사회민주주의적 방식으로만, 오직 혁명적 방식으로만 개량을 위해 투쟁한다.”10)는 말을 곱씹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레닌은 ‘제도개선투쟁’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글을 통해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공장에서 노동자에게서 징수하는 벌금에 관한 법률의 설명≫(1895), ≪신공장법≫11)(1897), ≪새로운 파업 법안≫(1902), ≪노동자 재해 보상법≫(1903), ≪8시간 노동법 취지문 초안 설명서≫(1909), ≪국영 노동자보험에 관한 국회 법안에 대한 태도에 관하여≫(1912), ≪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 강령≫(1917). ‘제도개선투쟁’은 2022년 한국에서 활동하는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레닌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통해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레닌은 ‘제도개선투쟁’에 있어 다음과 같은 교훈을 전해주고 있다. 우선 첫 번째, ‘제도적 요구’를 정하는 데 어떠한 판단 기준이 필요한 것일까?, 두 번째, ‘제도적 요구’에 대한 자본과 정권의 양보, 개량에 대한 평가이다. ‘제도개선투쟁’ 관련한 위의 두 가지 지점은 지금 우리에게도 항상 부딪치는 문제일 듯싶다.

 

레닌은 ‘제도적 요구’를 정할 때, 다음과 같이 세 가지의 기준을 제시했다. 첫째, 제도적 요구는 모든 프롤레타리아의 요구여야 한다. 둘째,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민주주의적 관리제도를 요구에 포함해야 한다. 셋째, 제도적 요구를 정할 때 그 나라의 주체적ㆍ역사적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를 상대로 한 ‘제도적 요구’를 정할 때, 위의 세 가지 기준은 지금도 여전히 요구되는 판단 기준이다. 정규직ㆍ비정규직, 대공장ㆍ중소공장, 제조업과 비제조업, 여성ㆍ남성 등으로 갈라져 있는 지금의 노동조합 운동의 현실에서 ‘모든 노동자 계급의 요구’라는 점은 매우 중요하게 우리에게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두 번째 기준인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민주주의적 관리제도는 결국 노동자 통제를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현재의 최저임금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 참여와 관련해서 민주노총의 모습을 보면 우리 활동에서 ‘민주주의적 관리제도 쟁취’라는 레닌의 교훈은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지점이다. 마지막으로 레닌은 세 번째 기준으로 해당 나라의 주체적ㆍ역사적 조건을 언급하면서 당시 러시아의 8시간 노동일 법안(1908)을 예로 들었다. 당시 레닌은 자본가와 정부의 기준과 협의하면서 8시간 노동일에 즉각적 실시를 유보했다. 그 이유는 8시간 노동일의 즉각적 실시가 노동자 대중에게 임금의 감소를 가져온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 부분은 지금도 여전히 쟁점이다. 특히 지난 52시간 입법화 과정에서도 이 문제는 뜨거운 쟁점이었다. 기본 통상 임금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고 시간외근무수당에 생계를 맡기고 있는 현실에서 주 40시간에 시간 외 근무 12시간은 당연하게 노동자의 임금을 인하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한국에서 ‘실질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구체적 ‘제도적 요구’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4. 노동자 정당 그리고 정치투쟁

 

1) 노동자 정당이란

 

노동조합이 노동자의 요구에 기초하여 단결하고 투쟁하는 노동자계급의 기본적 대중조직이라 할 때 노동자 정당은 계급적 이익을 대표하고 계급을 지도하기 위해서 그 계급 중의 선진적 부분이 결집한 정치조직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정당이 진짜 노동자 정당일까? 이 부분에 대해 레닌은 다음의 기준으로 판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첫째, 당의 당원과 지지층이 사회적 구성뿐만 아니라 그 당이 어떠한 정치적 조류를 대표하고 있는가. 둘째, 당의 실천과 정책이 어떠한 계급의 이익을 대표하고 어떠한 계급의 이익에 봉사하고 있는가. 그러면서 레닌은 맑스주의를 창조적으로 계승ㆍ발전시켜 당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첫째,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통한 사회민주주의의 실현을 지향하는 강령을 승인한 전위로 구성돼야 한다. 둘째, 맑스주의의 이론과 민주집중제의 입각한 프롤레타리아적 규율로 무장하고, 기회주의ㆍ수정주의의 모든 경향과 비타협적으로 싸워야 한다. 셋째, 바위와 같은 혁명적이고 전투적인 당이 돼야 한다.

 

2)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이 말하고 있는 노동자 정당의 역할

 

레닌은 1906년 4월 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 제4회 대회에서 노동조합 운동에 관한 6개의 확인과 3개의 결의를 제안하고 채택하였다.

 

노동조합 운동의 6개 확인

 

➀ 경제투쟁은 노동운동의 필요한 구성요소이고, 노동조합은 노동자 대중의 계급적 조직화에 있어 필수적 요인이다.

➁ 노동조합이 추구하는 목적의 본질로 보아 노동조합은 가장 광범한 프롤레타리아 대중을 조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➂ 러시아 프롤레타리아 사이에는 노동조합 조직을 요구하는 광범한 요청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➃ 경제투쟁이 노동자 대중의 생활 상태를 확실하게 개선해 주고 노동자 대중의 진정한 계급적 조직화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경제투쟁과 프롤레타리아의 정치투쟁을 올바르게 결합하지 않으면 안 된다.

➄ 혁명적 상황에서 노동조합은 노동자계급의 경제적 이익을 옹호하는 것 외에 노동자 대중을 직접적 정치 운동에 끌어들이고 노동자계급의 광범한 조직화와 정치적 단결을 도와야 한다.

➅ 혁명적 상황에서 노동자 대중은 스스로 조직을 만들어 내고 정치적으로 단결하여 점점 노동자 정당의 깃발 아래 모일 것이다.

 

노동조합 운동에서 노동자 정당이 수행할 역할 3가지

 

➀ 당은 노동조합 조직을 요구하는 노동자의 요청을 지지하고, 무당파의 노동조합12) 결성에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➁ 이 목적을 위해 모든 합법적 가능성, 특히 노동조합법의 틀을 확립하고 노동조합의 완전한 자유를 위해 확고히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➂ 각 당원은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노동조합의 전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노동조합원 사이에 계급적 연대감과 계급의식을 끊임없이 강화해 가고, 그것에 의해 투쟁과 선동 속에서 노동조합과 당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3) 경제투쟁에서 노동자 정당이 해야 할 일

 

노동조합에 의해 주로 진행되는 경제투쟁에 대해 노동자 정당은 어떠한 역할을 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레닌은 ≪사회민주당 강령 초안 및 해설≫을 통해 다음과 같이 명확하게 이야기했다. 경제투쟁에서 노동자 정당의 역할은 첫째, 노동자의 계급적 자각을 발달시키는 것이고, 둘째, 노동자 조직화에 노력하는 것이다. 셋째, 투쟁의 임무와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다.

 

경제투쟁에서 노동자 정당의 첫 번째 임무인 ‘노동자의 계급적 자각을 발달시키는 것’에서 ‘계급적 자각’은 ‘노동자가 자신의 지위를 개선하고 자신의 해방을 쟁취하는 유일한 수단은 자본가계급과의 투쟁에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노동자의 조직화에 노동자 정당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양보 획득을 위한 경제투쟁을 포함해서 모든 투쟁에 있어 레닌은 필연적으로 노동자의 조직화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노동자가 파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파업참가자의 지원 자금을 모금하기 위해서라도, 노동자 공제기금을 조직하기 위해서라도, 선동이나 전단ㆍ성명서ㆍ유인물 등을 배포하기 위해서라도 조직화는 필요하다. 이러한 경제투쟁에 있어 노동자 정당은 위에서 말한 모든 지점에서 원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물론 레닌이 말한 ‘조직화에 대한 노동자 정당의 원조’는 1890년대 후반 노동자가 노동조합으로 조직되던 시기의 지침이다. 지금 광범위하게 노동자들이 조직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 등 다양한 선전 기제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레닌이 맑스주의를 창조적으로 계승ㆍ발전시켰듯이 지금 한국 좌파운동은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을 창조적으로 계승 발전시켜야 할 몫이 있다.

 

노동자를 조직함에 있어 ‘파업’은 가장 적절한 공간이다. 레닌은 파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첫째 노동자들이 충분히 계급의식화가 되고, 둘째 적절한 시기, 셋째 노동자의 요구를 어떻게 제시할 것인가를 알고, 넷째 사회민주주의자들과 연결을 맺고 이들로부터 유인물과 팜플렛을 조달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명시했다. 이러한 레닌의 파업 성공 조건을 통해 노동자들을 조직해야 하는 한국 좌파운동의 과제는 여전히 19세기 맑스에 이어 20세기 레닌을 이으면서 주어지는 과제이다.

 

마지막 세 번째 노동조합의 경제투쟁에 대해 노동자 정당이 해야 할 원조는 이 투쟁의 참된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다. 노동자 정당은 노동조합의 경제투쟁에서 노동해방의 이론, 즉 맑스주의에 입각한 과학적 이론을 설명해야 한다. 더불어 의회주의적 평화혁명론, 블랑키주의적 음모혁명론, 무정부주의적 테러리즘 등 좌우를 막론하고 기회주의적 조류의 오류를 설명해야 한다.

 

4) 노동조합 운동에 있어서 정치투쟁과 노동자 정당의 역할에 대해

 

이번 20대 대선에서 노동전선을 포함한 한국 좌파는 민중 경선을 통한 후보 전술을, 그리고 이것이 좌절된 상태에서 민주노총은 정의당, 노동당, 진보당 3명의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방침으로 결정한 대선 투쟁을 전개했다. 노동조합과 좌파가 자본주의 대통령 선거에서 특정한 후보13)를 지지하는 선거투쟁 방침 관련해서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은 무엇이라고 이야기 할까?

 

레닌은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을 통해 일상적인 경제투쟁과 제도개선투쟁에 대해 취해야 할 기본적 입장은, 대중적 운동에서 요구를 획득하고, 노동자 상태의 개선을 꾀할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제도의 폐지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서 노동자의 계급의식을 높이고, 노동조합을 계급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즉 경제투쟁과 제도개선투쟁조차도 노동자계급의 완전한 해방을 위한 투쟁 능력과 그에 대한 의식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돌려져야 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이야기했다. 또한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은 맑스주의를 계승해서 노동조합은 경제투쟁과 제도개선투쟁뿐 아니라, 사회변혁을 향한 직접적인 정치투쟁에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참가해야 한다는 것을 요구했다.

 

5) 경제투쟁ㆍ제도개선투쟁과 정치투쟁의 결합에 있어 노동자
정당의 역할에 대해

 

노동조합은 경제투쟁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최종 목표인 해방을 위한 정치투쟁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노동자 대중조직이기 때문에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의 결합이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는다. 노동조합이 별로 없고 노동자 정당도 설립되어 있지 않았던 20세기 러시아 상황에서 경제적 요구만을 제기해야 하며, 이렇게 하면서 경제투쟁이 자연스럽게 정치투쟁으로 성장하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제2 인터내셔널 지도부들을 상대로 반박하면서 레닌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작성했다. 또한 레닌은 노동조합 운동의 합법칙적인 것 이라고 해도, 그 합법칙성에 입각한 노동자 정당의 지도와 원조가 없다면, 그것은 반드시 자연발생적으로 진전되지는 않음을 밝혔다. 이 노동자 정당은 사회민주주의적 혁명의식으로 무장한 선진적 노동자의 결집체이며 전위조직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서, 레닌은 노동조합 운동이 해방 투쟁으로, 혁명적 운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민주주의적 의식이 노동조합 운동 내부에 도입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노동조합 운동 내부에 사회민주주의적 의식을 도입시킨다는 것은 노동자 대중에게 경제투쟁의 과정에서 확인된 노동자와 자본가의 적대적 관계가 해방을 통해서만이 해소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조합 운동이 자연발생적 운동이라고 칭함은 노동자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주의적 의식이 싹틀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노동조합 운동은 노동조합을 통하여 단결하고 고용주와 싸우며, 정부로 하여금 노동자에게 필요한 이러저러한 법률을 발표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는 확신, 즉 조합주의적 의식밖에는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맑스주의, 즉 사회민주주의14) 학설은 유산계급의 일부인 지식인들에 의해 이룩되었다. 맑스와 엥겔스 그리고 레닌 또한 지식인 출신이었다. 현대의 사회주의 의식은 이렇게 부르주아 지식인의 머리에서 발생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레닌은 사회주의 의식은 노동조합 운동 외부에서 내부로 도입되어야 한다고 했다. 노동조합 운동의 맹목적 전개는 노동조합 운동에 부르주아 이데올로기가 침투하는 것을 방치하는 결과일 뿐이다. 왜냐하면, 사회주의 의식보다 부르주아 이데올로기가 그 기원이 훨씬 오래되었고 더욱더 정교하며 막대한 선전 수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 정당에 의해 사회주의적 의식이 노동조합 운동 속에 흡수되고 침투되어 갈 때 비로소 노동조합 운동은 조합주의적 의식에 인도된 개량주의적 운동의 틀을 벗어나서 정치적 발전을 이룩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운동이 경제투쟁과 조합주의적 정치(제도개선투쟁)라는 좁은 범위의 투쟁에서 벗어나 사회변혁을 위한 해방 투쟁으로서 정치투쟁에 종사하기 위해서 노동자 정당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한 답은 레닌이 다음과 같이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을 통해 밝히고 있다.

 

“노동조합 운동에서 노동자 정당이 분투해야 할 임무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➀ 노동자 당원은 노동자계급의 정치교육에, 그 정치의식을 발전시키는 일에 적극적으로 몰두해야 한다. 두 번째 ➁ 정치교육은 노동자 일상생활 하나하나의 구체적 현상을 폭로하고 선동하는 것이다. 세 번째 ③ 정치의식은 노동자계급 자신에 대한 각각의 억압에만 눈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전체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인식으로부터-편집자)로부터 발생함을 자각하고 자본주의 체제를 뛰어넘어 해방 투쟁으로 갈 때만이 노동자 자신의 모든 억압이 해소됨을 자각하는 의식이다.”

 

 

5. 노동조합 운동과 노동자 정당 운동/경제투쟁(제도개선

투쟁)과 정치투쟁의 관계

 

1) 노동조합과 노동자 정당의 관계

 

노동조합은 노동자에 대한 자본가의 착취와 억압에 대항하여 자본주의의 기본적 토대에 도전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다음의 네 가지 관점을 가진다. 첫째, 노동조합의 임금 관련한 투쟁은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기본인 잉여가치의 생산 구조를 건드리는 투쟁이기 때문이다. 둘째, 노동조합의 파업 투쟁은 자본주의 경제의 정상적인 운영에 대한 위협하기 때문이다. 셋째, 노동조합의 투쟁은 권력과 자본의 노동 통제에 맞서 자본가의 권한을 축소하는 투쟁이기 때문이다. 넷째, 노동조합은 노동자 대중조직으로서 조직 활동을 통해 노동자가 스스로 하나의 계급임을 자각한다.

 

레닌 이래로 지금까지의 사회주의 운동을 통해 확인한 노동조합의 한계는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 지점에서 나타나고 있다. 첫째, 노동조합은 자본주의 착취에 반대하는 동시에 자본주의의 본질적인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둘째, 노동조합 조직은 자본주의 발전과 더불어 발전하기 때문에, 그 조직형태가 현재로서는 산업이 아닌 직업별(한국에서 기업별) 형태를 가진다. 셋째, 노동조합은 노동자계급에만 국한된 조직이기에 전체 민중을 포괄하는 시야를 가지기가 어렵다. 넷째,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자본과 노동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따라서 노동조합만으로 자본의 강대한 힘을 극복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노동조합이 사용할 수 있는 최대의 무기는 파업이지만, 파업은 철수, 기권을 의미하며 수세적인 무기라는 점에서 한계를 가진다. 레닌은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에서 “독수리는 병아리보다 낮게 날 수 있으나, 병아리는 결코, 독수리만큼 높게 날 수 없다”라고 하면서 노동조합ㆍ조합주의와 노동자 정당ㆍ사회주의를 비유했다.

 

2) 노동조합은 제 정당 그리고 노동자 정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가?

 

노동조합은 보수적 정당과 진보적 정당에 대해서 정치적 중립의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 즉 노동조합은 보수적 정당에 대해서는 비타협적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한편 노동자의 계급적 요구를 반영하여 민중의 진보적 요구를 위해 싸우는 노동자계급의 정당이나 진보적 정당에 대해서는 서로의 자주성을 인정하고, 요구에 따라 공동의 협력 관계를 확립하고, 함께 힘을 합쳐 독점 자본과 자본가계급 전체에 대한 투쟁을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의 정당이 아직 건설되지 못해서 그 당의 지도와 원조 아래서 노동조합 운동이 자본주의 타도를 지향하여 발전하지 못하는 조건이라면, 노동조합 운동은 정치적 중립을 주장할 수도 있다. 또한 노동자 대중에 기초를 둔 정당이 여러 개 존재15)한다면 이에 대한 원칙은 다음 두 가지이다. 첫째, 계급적 대중조직으로서의 노동조합이 하는 역할의 중요성을 인정하여 조합민주주의의 근본원칙인 조합원의 정당 지지, 정치 활동의 자유를 단호히 옹호하는 것, 둘째, 노동조합과 정당이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공통의 요구라는 견지에서 올바르게 협력ㆍ협동하는 것이다.

 

3) 경제투쟁ㆍ제도개선투쟁과 정치투쟁과의 결합에 대해

 

경제투쟁ㆍ제도개선투쟁과 정치투쟁과의 결합 관련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첫째, 경제투쟁ㆍ제도개선투쟁과 정치투쟁을 결합하지 않으면 왜 안 되는가? 결합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둘째, 경제투쟁ㆍ제도개선투쟁과 정치투쟁을 결합시킬 때, 자각한 노동자는 어떠한 임무를 수행해야 할까?

 

경제주의자ㆍ조합주의자들은 이와 관련해서 노동조합의 투쟁을 경제투쟁으로 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노동조건의 개선을 위한 입법을 정부에 요구하는 투쟁 그리고 이를 위해 의회 안에서 발언해 줄 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활동에 노동조합 투쟁을 제한한다. 이에 관해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은 노동조건의 개선과 노동자에게 유리한 법률을 쟁취하기 위해 싸우고자 하는 것은 조합주의적 의식으로, 그리고 억압과 착취에 기반을 둔 사회제도를 근본적으로 변혁하기 위해 싸우고자 하는 것은 사회민주주의적 의식으로 구분했다. 전자는 후자의 맹아이면서도 후자가 자연발생적으로 발전한다고 보지는 않았다. 특히 레닌은 경제투쟁과 구분해서 제도개선투쟁을 조합주의적 투쟁이라고 한계를 명확히 한다. 그리고 올바른 정치투쟁이란 정치ㆍ사회체제의 근본적 변혁을 요구하는 투쟁이며, 그러한 입장에서 전개하는 투쟁만이 올바른 정치투쟁이라 규정했다.

 

노동조합은 자본주의 제도의 폐지, 임금제도의 폐지라는 최종 목표를 향하여 경제투쟁과 함께 정치투쟁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정치투쟁을 지도하는 것이 바로 노동자 정당의 임무이다. 이 부분에 대한 맑스주의의 입장은 “과학적 사상으로 무장하고 견고한 조직으로 결집한 노동자계급의 전위조직인 노동자 정당의 확고한 지도가 없이는 노동자계급의 완전한 해방을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레닌이 활동했던 20세기 러시아에서는 경제투쟁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얻은 성과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정치투쟁에 의한 민주주의적 권리의 획득이 결정적으로 중요했다. 이 부분이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의 결합을 결정하는 하나의 조건이 되었다. 그러나 정치투쟁은 경제투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만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노동자계급의 정치투쟁, 즉 노동자 대중의 착취제도 폐지를 위한 투쟁은 노동자 자신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피착취 계급의 해방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노동조합에게 주어진 고차원적인 임무이다. 이 부분에 대해 레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근로대중의 경제적 요구 없이는, 즉 자기들의 상태를 직접, 즉각 개선하는 일 없이는 국가의 전반적인 진보를 결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대중이 운동에 이끌려 들어가 거기에 정력적으로 참가하고, 운동을 높이 평가하고, 영웅적 정신, 자기희생, 불굴, 위대한 사업에의 헌신을 발휘하는 것은 일하는 사람의 경제적 상태가 개선되는 경우에 한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은 잘되어 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평시’의 노동자의 생활조건은 믿어지지 않을 만큼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생활조건의 개선을 위해 싸우는 가운데서 노동자계급은 동시에 정신적으로, 지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고양되어 가고 해방 목적을 실현할 능력도 키워가는 것이다.”16)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의 이러한 관계는 러시아 혁명을 통해 입증되었다.

 

 

결론

 

지금까지 1890년대부터 1917년 혁명 전후로 노동조합 운동과 노동자 정당 운동에 대한 레닌의 주장과 글을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으로 모아 2022년 노동운동의 과제를 살펴보았다. 2022년 한국 노동운동은 다음과 같은 고민의 지점을 드러냈다. 첫째, 경제위기(공황) 시대에 노동운동, 둘째, 독점자본의 독점이윤으로 배양된 민주노총 내부의 개량적 기회주의 세력과의 비타협적 투쟁, 셋째, 코포라티즘(사회적 합의주의)를 둘러싼 우익적 개량주의 세력과의 투쟁, 넷째, 20대 대선에서 확인된 노동조합 운동(민주노총)의 특정 정당과 특정 후보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에 대한 투쟁. 이에 대해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특히, 전국적 단일노조로서 민주노총이 존재하지만, 비정규 노동자들을 투쟁의 중심으로 세워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다수의 진보정당이 존재하고는 있으나 올바른 노동자 정당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한국 좌파운동에게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이 전하는 교훈의 무게가 더욱더 커지고 있다.

 

직업적 혁명가 조직과 노동조합 운동의 자연발생성을 극복하고 사회주의 의식을 목적의식적으로 도입시켜야 하는 과제, 노동조합 운동의 경제투쟁과 제도개선투쟁을 정치투쟁과 결합시켜 노동해방 투쟁의 주체로 세워야 하는 과제 등은 그것이 20세기 러시아 사회민주주의자들의 과제였던 것처럼 21세기 한국 좌파운동의 과제이다. 레닌의 “제국주의 노동운동론”을 통해 21세기 한국 좌파운동의 당면 과제를 다시금 재확인하고 여전히 가져가야 할 노동해방의 과제를 이번 글을 통해 재확인했으면 한다. 동지들의 건투를 빌며.  노사과연


1) ≪잉여가치 학설사≫는 1850년-60년대 걸쳐 작성된 ≪자본론≫ 4권으로 일컬어지는 맑스의 저작이다. 맑스와 엥겔스 생전에 출간되지 못하고 이후 1905년-1910년 카우츠키에 의해 ≪잉여가치 학설사≫라는 제목으로 간행되었다.

 

2) 20대 대선 관련 민주노총의 최초 지침은 2021년 11월 18일 중앙집행위원회 의결로 결정한 다음의 내용이다.

1. 민주노총은 1020 총파업 투쟁, 11월 전국노동자대회, 2022년 1월 민중총궐기 등 투쟁을 통해 대선 정세를 돌파하는 것을 기본으로 조합원을 주인으로 세우고 민중의 요구에 화답하는 위력적인 선거투쟁을 전개한다.

2. 민주노총은 보수정당 지지를 위한 조직적 결정은 물론이고 민주노총 전ㆍ현직 중집 간부가 지위를 이용하여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한다. 또한 대선 공동대응 기구의 사업을 중심으로 진보진영의 단결을 높이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을 전개한다.

3. 민주노총은 2022년 대선에서 기득권 보수 양당체제를 타파하고 진보진영 단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과 사업, 즉 공동선언, 공동정책, 공동투쟁, 후보 단일화 등의 사업을 진행한다.

4. 민주노총은 진보정당들과 일상적인 논의와 실천을 통해 공동투쟁과 의제를 발굴하고 후보 단일화를 포함하여 공동으로 대선 대응을 위해 ‘불평등 체제 타파ㆍ한국 사회 대전환을 위한 민주노총ㆍ진보정당 대선 공동 대응기구’를 건설 가동한다.

5. 2022년 지방선거 방침은 대선방침을 준용하되 선출 정수 내의 복수 후보 선출 선거에 한해서는 복수의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

6. 민주노총 정치방침 수립과 총선 대응 등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과제는 일상적인 정치사업 강화 및 조합원 교육을 강화하고 대선, 지방선거 평가를 통해 조직 내 충분한 토론과정을 거쳐 준비한다.

 

3) 2022년 3월 8일 민주노총 위원장 호소문 ‘20대 대선 승리를 위한 민주노총 위원장 호소문’ 참조.

 

4) 물론 특정한 후보는 민주당이나 국민의 힘 등 자본가계급의 정당이 아닌 소위 진보정당이라 불리는 정의당, 노동당, 진보당을 칭한다.

 

5) 맑스, ≪노동조합, 그 과거, 현재, 미래≫. 1866.

 

6) 레닌, “러시아 사회민주주의자들의 항의”, 1889.

 

7) 결정적 투쟁은 노동운동의 종국적 목표인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인 변혁을 의미한다.

 

8) 맑스, <볼테에게 보내는 편지>, 1871

 

9) 당시 최소강령으로 제안한 내용은 표준 노동일 입법, 노동 보호 입법, 완전한 사회보험 실시, 노동 감독기관 설립, 민주적 직업 소개 기관 설치 등이다.

 

10) 레닌의 “북부 연맹에 보내는 편지” 중에서

 

11) 공장법은 세계 최초로 1802년 영국 의회에서 여성과 아동의 노동시간을 규제하는 내용을 주 내용으로 한 일련의 법안(공장법)이 제정된 이후 다른 자본주의 국가로 퍼져 나갔다.

 

12) 무당파의 노동조합이란 조합원의 구성에 관해 사상ㆍ신조의 자유, 정당 지지의 자유가 보장된 노동조합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노동조합과 정당의 협력과 협동의 관계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13) 좌파 진영은 비록 실패했지만, 민중경선을 통한 후보를 그리고 노동조합(민주노총)은 3명의 진보정당 후보를 지지할 것을 대선 투쟁 방침으로 결정했다.

 

14) 여기서 말하는 ‘사회민주주의’는 ‘사회주의’를 의미한다.

 

15) 이는 2022년 한국 상황과도 일치하는 조건이다.

 

16) 레닌, ≪경제파업과 정치파업≫,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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