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21세기 러시아의 독점체 형성과 자본 수출 분석 ― 레닌의 ≪제국주의론≫의 방법론에 의거하여

 

전우재 │ 회원

 

1. 서론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련해 상반된 해석이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가 제국주의적 침략을 한다는 해석과 러시아가 반제국주의적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해석이다. 서방권 주류 언론들은 러시아가 제국주의적 침략을 하고 있다고 본다. 뉴욕 타임스에 기고된 제인 버뱅크의 글은 러시아의 목표가 제국 건설이라고 주장한다.

 

“서구의 침략에 대한 불만, 개인의 권리 퇴폐에 대한 전통적 가치의 고취, 유라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통합해야 할 러시아의 의무에 관한 주장 등 이 일련의 태도는 제국주의 이후의 원망의 가마솥에서 발전했다. 이제 그들은 푸틴의 세계관을 주입하고 그의 잔혹한 전쟁을 고무시킨다.”1)

 

박헌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또한 자유아시아방송을 통해 러시아를 제국주의로 규정하고, 러시아의 침공을 제국주의적 침공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북이 제국주의 침략을 비판해왔는데, 왜 진짜 제국주의 침략을 진행 중인 러시아는 규탄하지 않느냐, 모순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북한도 나름대로 고민이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주체사상은 제국과 제국 사이 북한이 스스로 서겠다는 핵심적인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러시아가 보여주는 우크라이나 침공은 북한이 늘 비판하는 제국주의 행태거든요. 강대국이 이웃 나라를 침공하고 사실상 영토 확장에 나선 것이기 때문입니다.”2)

 

반대로 러시아가 반제투쟁을 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 주민을 탄압하는 파쇼적 정치를 하고 있으며, 서방권 제국주의 국가들과 협력하여 경제적 영토를 확장하려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에서 나온다. 푸틴은 입장문을 통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표했다. 러시아가 가진 성격이 반제국주의라는 근거는 우크라이나가 극우적이고, 서방권과 협력해 왔으며, 서방권이 여러 도발을 해왔음에 기반을 둔다. 다음은 푸틴이 발표한 입장문이다.

 

“일부 산업금융 그룹3)들, 그들의 지원을 받는 정당과 정치인들은 처음부터 민족주의자들과 급진주의자들에게 의존했습니다. 다른 이들은 말로는 러시아와의 좋은 관계, 문화와 언어의 다양성에 찬성한다고 하면서 그런 의도를 진심으로 지지하는 국민들의 투표로 당선이 됐고 그중에는 동남쪽 지역 주민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선된 후 그들은 자신의 유권자들을 배신하고, 자신이 내세운 공약을 거부하고, 급진주의자들이 말하는 대로 실제 정책을 펼치면서, 때로는 어제의 동료였던, 2개 국어 병용과 러시아와의 협력을 지지했던 사회적 조직들을 탄압했습니다.”4)

 

서방의 주류 언론과 그것을 옮겨 적는 국내 언론은 러시아를 제국주의로 규정하고, 현 전쟁을 제국주의적 침공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제국주의를 사전적으로 해석한 결과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제국주의를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군사력과 경제력을 통해 다른 나라와 민족을 정벌하여 대국가를 건설하려는 경향.” 쏘련 붕괴 이후 러시아가, 유라시아주의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조직하기 위해 제국주의적 침략을 행한다는 논리이다.

 

위 사전적 정의에는 ‘왜’가 없고, 위 사전적 정의를 이용한 두 기사에도 ‘왜’가 없다. 군사력과 경제력을 통해 타국을 정벌하여 대국가를 건설하려는 경향은 드러난 현상이다. 위 주장은 왜 대국가를 건설해야 하고, 왜 대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타국을 정벌해야 하고, 왜 그 수단이 군사력이고 경제력인지에 대한 이유가 없다. 러시아가 신 유라시아주의라는 개념을 통해 광대한 민족국가를 건설하려 한다고 주장한다면, 왜 광대한 민족국가를 건설해야만 하는지 경제적인 동인에 관한 설명이 필요하다. 지식인들이 실망했고 국민을 하나로 묶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말은 현상을 서술한 문장이지,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반대로 우리(사회주의자들-인용자)는, 지금까지의 모든 도덕 이론은 종국적으로는 그때그때의 사회의 경제적 상태의 산물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사회가 지금까지 계급 대립들 속에서 운동해 왔듯이, 도덕은 언제나 계급적 도덕이었다. 도덕은 지배 계급의 지배와 이해를 정당화하는 것이든가, 아니면 피억압 계급이 충분히 강력해졌을 때부터는 이 지배에 대한 반란과 피억압자들의 미래의 이익을 대표하는 것이었다.”5)

 

사회를 지배하는 이론과 도덕은 경제적 상태에 근거해 형성된다. 지배 계급이 행할 지배와 얻어낼 이해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론과 도덕이 등장한다. 한 국가가 제국주의라는 규정은 논증에 따라서는 성립할 수 있다. 그러나 얼마나 자본주의적으로 발전했는지 고찰이 없다면 그러한 규정은 성립하기 어렵다. 타국을 침략했기 때문에 제국주의라는 주장은 현상을 서술함에 지나지 않는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반제국주의 투쟁을 하고 있다는 해석도 섣부른 면이 있다.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이 경제적 영토를 동유럽에서부터 독립국가연합(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 이하 CIS) 지역으로까지 확대하려고 시도하며,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음은 쉬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미국은 러시아를 도발하며 우크라이나를 위기에 빠뜨렸다. 이는 러시아를 고립시키고, 경제공황으로 인해 축적되는 미국 내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이다.6) 그러나 러시아가 반제국주의라는 해석을 하기 위해서는 민중 진영의 이익을 대표하거나, 최소한 민족 국가 모두에게 찾아올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 러시아는 사회주의 국가이거나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국가가 아니다. 푸틴은 쏘련을 계승하는 데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올리가르히와 실로비키와 같은 러시아 재벌 독점체가 가질 이익에만 관심이 있다. 러시아는 자본주의 국가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발생한 전쟁이라면, 자본주의 발전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러시아를 섣부르게 제국주의로 규정해서도, 반제국주의라고 규정해서도 안 된다. 제국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는지는 얼마나 자본주의가 발전했는지를 분석해야 결론지을 수 있다. 제국주의는 자본주의가 충분히 발달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물이다. 전쟁은 독점자본이 세계 경제 영토를 분할하거나 재분할하기 위해 군사행동도 불사한 까닭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분석은 1916년 출간된 레닌의 ≪제국주의 : 자본주의 최고단계≫(이하 제국주의론)가 제시한 방법론에 근거한다.

 

“자본가들이 세계를 분할하는 것은 어떤 특별한 악의 때문이 아니라, 지금까지 도달한 집적의 수준에서 이윤을 획득하려면 이러한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자본가들은 상품생산과 자본주의 하에서는 다른 분할 방법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자본에 비례하여’, ‘힘에 비례하여’ 세계를 분할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힘은 경제적ㆍ정치적 발전 정도에 따라 다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힘의 변화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어떠한 문제인가를 알아야 한다. 이들 변화가 ‘순전히’ 경제적인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경제외적(이를테면 군사적)인 것인가 하는 문제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 자본주의 최근 시대에 대한 근본적인 견해에 조금도 영향을 줄 수 없다. 자본가단체들 간의 투쟁과 협정의 본질문제를 투쟁과 협정의 형태문제(오늘은 평화, 내일은 전쟁, 모레는 다시 평화 하는 식으로)로 대체하는 것은 곧 궤변가의 역할로 빠져드는 것이다.”7)

 

본 글은 레닌의 저서를 분석하고, 레닌이 제시한 방법론, 독점체 형성 정도와 자본 수출 정도를 분석하여 러시아가 제국주의 국가인지, 반제국주의 국가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제국주의론≫은 1916년 출간되었다. 1916년은 자유경쟁 자본주의 시대가 끝나고, 독점 자본이 등장하는 자본주의 시대로 돌입하던 시기였다. 당시 학자들은 자유경쟁 자본주의가 독점 자본주의보다 더 나은 자본주의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자유경쟁 자본주의 시대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등장한다. 독점은 부정적이고 경쟁은 긍정적이니, 경쟁이 존재하는 자본주의가 더 괜찮다는 이유에서였다. 레닌은 이런 시도가 무의미하고, 오히려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주장임을 지적한다.

 

레닌은 산업이 성장하고 대기업이 더 많은 생산을 담당하게 되는 과정이 자본주의가 가진 특징이라고 주장한다. 이 경우 몇 안 되는 대기업들은 대단히 편하게 협정을 맺을 수 있게 된다. 경쟁이 아니라 협정을 선택하고, 독점체로 나아간다. 공황이 몇 번 오가며, 자유경쟁 자본주의는 독점 자본주의로 전화한다. 레닌은 힐퍼딩을 인용하며 독점 기업이 가지는 이점을 소개한다. 그 이점은 안정적인 이윤, 교역 배제, 초과이윤 획득, 독점기업이 아닌 ‘순수기업’을 상대로 한 경쟁력 확보, 불황기 경쟁력 강화 등이다. 경쟁은 독점이 된다. 문제는 독점체들이 협정을 통해 시장을 분할한다는 점이다.

 

“또한 대략적인 시장의 크기도 산정하여, 독점체들은 협정을 통해 자기들 사이에서 시장을‘분할’해 버린다. 숙련노동이 독점되고, 일급 기술자들이 고용되며, 운송수단−미국의 철도, 유럽과 미국의 선박회사−이 장악된다. 자본주의는 제국주의 단계에 이르러 생산의 전면적인 사회화에 바짝 접근한다. 말하자면, 자본주의는 자본가들을 그들의 의지나 의식에 반하여 어떤 새로운 사회질서, 곧 완전한 자유경쟁으로부터 완전한 사회화로의 과도적인 질서로 끌어들이는 것이다.”8)

 

독점체들은 분할된 세계시장을 재분할하기 위해 여러 수단을 마련한다. 전쟁은 참혹한 결과를 불러오는 비극이 아니다. 전쟁은 독점자본이 선택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가 된다.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독점체의 형성을 막을 수 없다. 독점체가 존재하는 한, 독점체 간의 시장 분할을 막을 수 없고, 재분할을 위한 전쟁도 막을 수 없다. 자본주의 국가 간의 전쟁은 독점체 간의 시장 분할 및 재분할 전쟁이라는 뜻이 된다. 자본주의 국가 간의 전쟁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그 국가의 독점체가 어떤 상태와 성질을 가지는지를 파악하고, 독점체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집중된 자본을 국외로 얼마나 수출하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그래야 자본주의 국가 사이에서 일어난 전쟁을 파악할 수 있다.

 

21세기의 러시아 자본주의가 충분히 발달했는지, 제국주의 단계에 돌입했는지는 러시아의 지배계급 분석과 국제무역 자료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 러시아가 제국주의인지, 반제국주의인지는 각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뿐만 아니라 경제적 토대와 자본주의 발전 정도, 독점체 형성 정도, 자본 수출 비중 정도를 보아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2. 21세기 러시아 자본주의에 대한 분석

 

“소비에트 연방의 종말은 거대한 공산주의 제국에서 그들의 특별한 지위를 박탈하면서 러시아의 엘리트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 공산주의가 실각하자 지식인들은 러시아 국가가 조직될 수 있는 다른 원칙을 모색했다. 그들의 탐험은 광적인 민족주의, 반민족주의 운동을 포함한 정당 구성과 집단생활의 기초로서 종교의 부흥에 보다 지속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잠시 구체화되었다. … 가장 매혹적인 개념 중 하나는 유라시아주의였다. 1917년 러시아 제국의 붕괴에서 나온 이 사상은 러시아를, 투르크, 슬라브, 몽골 등 아시아 태생들의 문화교류의 역사가 깊어서 형성된 유라시아의 정치로 정립했다.”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제국주의라고 분석하는 근거는, 제국주의의 사전적 정의에 근거한다. 사전은 제국주의를 타국을 군사적으로 침공하여 대국가를 건설하려는 경향이라고 서술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왜’가 없다. 타국을 침공해서 대국가를 건설하려는 경향은 드러난 현상이다. 대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타국을 침공하는 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 여기서 구실을 물질적이고 경제적인 부분에서 찾는 게 아니라 이념, 이성, 사상에서 찾으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제인 버뱅크는 러시아 지식인들에게 주목한다. 쏘련이 붕괴하고, 위대한 러시아는 무너졌다. 그런 러시아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는 유럽과 아시아를 아우르는 대국가를 건설해야 하고, 그를 위해 우크라이나와 같이 이전 러시아 제국이 차지했던 영토를 침공해야 한다. 그러나 제인 버뱅크가 한 분석은 거꾸로 된 설명이다.

 

이념과 사상, 주의는 사회 경제 상태로 인해 생겨나는 산물이다. 지배 계급이 내세우는 사상은 지배를 정당화하여, 다른 사람이 노동한 결과물을 오래도록 착취하는 데 사용된다. 사상과 그 사상의 토대를 이루는 사회경제적 토대 모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집단이 부닥친 상황, 그 집단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선택하리라 예측되는 방향을 분석해야 한다. 내세워진 이념은 앞 상황을 정당화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1914-1918년의 전쟁은 여기에 참여한 양 진영 모두에게 제국주의 전쟁이었다. 다시 말해 그것은 세계분할을 위한 전쟁, 식민지와 금융자본의 세력권을 분할, 재분할하기 위한 전쟁이었다. 이 전쟁의 참된 사회적 성격,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해 참된 계급적 성격이 무엇이었던가에 대한 증거는 전쟁의 외교사 속에서가 아니라 모든 교전국 지배계급의 객관적 처지에 대한 분석 속에서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다.”10)

 

러시아가 제국인지 아닌지를 살펴보기 위해서 레닌이 주장한 제국주의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우리는 다음과 같은 5개의 기본적 특질을 포함하는 제국주의의 정의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1) 생산과 자본의 집적이 고도의 단계에 달해, 경제생활에서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는 독점체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2) 은행자본이 산업자본과 융합하여 ‘금융자본’을 이루고, 이를 기초로 하여 금융과두제가 형성된다. (3) 상품수출과는 구별되는 자본수출이 특별한 중요성을 갖는다. (4) 국제적 독점자본가 단체가 형성되어 세계를 분할한다. (5) 자본주의 거대열강에 의한 전 세계의 영토적 분할이 완료된다. … 요컨대 제국주의란, 독점체와 금융자본의 지배가 확립되어 있고, 자본수출이 현저한 중요성을 가지고 있으며, 국제 트러스트들 간의 세계분할이 시작되고, 자본주의 거대열강에 의한 지구상의 모든 영토분할이 완료된 발전단계에 있는 자본주의이다.”11)

 

생산과 자본이 고도로 집적된 상태에서 원료 산지를 담당하는 기업과 제품 판매를 담당하는 기업이 통합되는 수직 통합, 동종 기업을 통합하여 규모를 키우는 수평 통합 등을 통해 독점체가 형성된다. 독점체는 일부 지분만을 가진 경영자와 은행이 통제한다. 소액 주주들은 여건상, 그리고 지분의 한계상 경영에 참여하지 못한다. 생산이 고도로 집적되기 때문에 자본은 과잉되게 성장한다. 과잉되게 성장한 자본은 자국 인민의 생활수준 향상이 아니라 새로운 이윤을 얻기 위해 타국을 향한다. 자본 수출이다. 이렇게 다국적기업이 형성되며, 국가를 넘어선 자본가 독점체가 연합을 통해 독점을 유지한다. 독점을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해, 열강 국가들은 군사 행동도 마다하지 않게 된다. 타국을 침략하여 예속 상태에 두거나, 경제적 종속 상태에 두기 위해, 열강 국가들과도 투쟁을 벌이게 된다. 투쟁의 결과는 각 국가의 힘에 비례해 결정된다. 힘으로 세계가 분할된다.

 

제국주의는 타국을 침략하여 예속 상태에 두려는 경향에 그치지 않는다. 타국을 침략하겠다는 결정에는 원인과 과정이 존재한다. 원인과 과정은 경제 문제, 즉 현실적이고 물질적인 이유에 근거한다. 독점체는 자기 이해를 보장받고 싶다는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타국을 침략하게 된다. 위 문단을 통해, 형성된 독점체와 자본 계급은 자기들 연합 밖에 존재하는 자본가와 대립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에게 협력하지 않는 다른 자본가와는 각각의 세력권을 빼앗기 위해 대립하고 투쟁하게 된다. 독점체의 영토 재분할이다.

 

러시아를 제국주의라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위 요소가 존재해야 한다. 고도로 집적된 생산력으로 인해 독점체가 존재하는지 여부, 과잉한 자본을 해결하고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자본 수출이 진행되고 있는지 여부를 분석해야 한다.

 

1) 러시아 독점체 형성 분석

 

러시아에 독점체가 존재하고, 자본 수출이 존재하고, 경제 세력권 확보를 위한 행동이 존재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러시아의 지배계급을 분석해야 한다.

 

러시아의 지배계급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올리가르히 집단과 실로비키 집단이다. 추가적으로, 테크노크라트 집단과 자유주의자 집단이 존재한다.12) 이 분류는 친서방과 경제 자유화를 기준으로 한다. 친서방과 경제 자유화를 확대했을 때 이익을 얻는 집단은 올리가르히 집단, 자유주의자 집단이다. 반서방과 재국유화를 확대했을 때 이익을 얻는 집단은 실로비키 집단이다.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지만, 이해에 따라 행동하는 건 테크노크라트 집단이다. 자유주의자 집단과 테크노크라트 집단은 주도적인 입장을 내세우지는 않는다. 주로 올리가르히 집단과 실로비키 집단이 대립할 때 가세하여 이익을 얻는다. 본 글에서는 올리가르히와 실로비키의 관계를 중심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올리가르히 집단은 옐친 시대 사유화를 통해 이익을 얻은 자들이다. 공산주의를 막고 안전 보장을 위해 푸틴을 지지했다. 이들은 에너지나 광업과 같은 기간산업, 원료 산지를 독점하며 막대한 부를 얻었다. 올리가르히들은 독점체를 운영하고 있고, 시장경제의 자유가 확대될수록 이익을 얻는다. 실로비키 집단은 주로 무력기관에 종사하던 관료 엘리트 집단이다. KGB나 경찰, 군 출신 인사를 말한다. 이들은 공산주의를 막고 시장경제를 유지하려는 점에서 올리가르히와 동일하다. 실로비키 집단은 시장경제의 자유를 축소하고 사기업을 재국유화하기를 원하는데, 이들의 기반이 국영 기업, 국가기간산업이기 때문이다. 올리가르히와 실로비키가 출신은 다르지만 독점체를 직간접적으로 좌지우지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푸틴이 옐친 시대 부상한 올리가르히를 숙청하고 실로비키를 등용했고, 권력이 경제를 앞서는 권위주의 국가로 탈바꿈했다는 분석이 있다. 푸틴이 부패 척결을 주장하며 구신스키, 베레좁스키와 같은 독점 자본가를 숙청하고, 사기업의 재국유화를 시도하며 시장의 자유를 축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리가르히는 건재하다. 푸틴은 옐친 시대에 부상했던 올리가르히 집단을 일부만 숙청했다.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같이 여전히 독점자본을 운용하는 올리가르히도 존재한다. 실로비키 또한 독점체나 독점자본과 무관한 순수 관료들이 아니다.

 

“올리가르히와 실로비키는 지대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지대추구란 개인이나 집단이 국가권력을 이용하여 경제적인 부와 정치적인 특권을 획득하는 행위이다. … 그런데 지대추구의 방식에서 올리가르히와 실로비키는 차이를 보인다. 올리가르히가 국가의 자율성을 약화시킴으로써 이득을 보았다면, 실로비키는 국가의 자율성을 강화함으로써 이득을 보고 있다. … 올리가르히의 지대추구 방식은 국가 포섭형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 포섭형 지대추구란 엘리트가 국가의 자산을 개인의 소유로 이전하는 행위를 말한다. … 실로비키의 지대추구 방식은 국가 귀속형이다. 국가 귀속형 지대추구는 엘리트들이 단기적인 사익을 추구하여 국가를 약탈하기보다 강력한 국가권력을 확립하고 국가와의 일체화를 통해 자신들의 기득권과 지위를 공고화하려는 태도이다.”13)

 

위 논문에는 주류 학계에서 많이 사용하는 지대추구라는 단어로 올리가르히와 실로비키를 설명하고 있다. 주류 학계에서 지대추구는 독점과 유사한 의미로 사용된다. 자본주의가 필연적으로 자유경쟁이 아니라 독점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점을 은폐하기 위해서이다. 위 논문은 독점체가 벌이는 자본주의적 횡포를 지대추구라는 말로 설명하고 있으나, 올리가르히와 실로비키가 독점체를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지적하고 있다. 올리가르히와 실로비키는 독점자본을 자신이 직접 운용하느냐, 국가에 귀속시켜 정부 부처나 공기업으로 만들고선, 그 부처와 공기업의 장으로 재직하여 운용하느냐는 차이만이 존재한다.

 

“실로비키 그룹의 연합세력은 강력하고 중앙집권적인 권력을 강조하는 ‘국가주의’(государвенность, 가수다르스트벤노스찌) 이데올로기를 옹호하는 학자나 지식인들로부터도 충원된다. 이 점은 실로비키의 세계관과 이념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 실로비키의 정책 성향은 국가주의 경제 모델과 국가의 개입을 강조하며, 산업정책에 있어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을 선호하고, 전략산업에 있어 국유화와 국가통제를 강조한다. 또한 2010년까지 GDP 2배 증가를 제시한 푸틴의 목표 지지, 외국기업들의 기술적, 경영기법 도입 선호의 입장을 갖고 있다. … 실로비키는 올리가르히(Oligarch)로 불리는 신흥재벌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확고하게 갖고 있다.”14)

 

쏘련이 붕괴하고 자본주의가 도입되는 전환기에 사유화의 이익을 본 올리가르히 집단은, 철광석 광산과 니켈 광산과 같은 원료 산지를 독점한 독점자본가 집단이라고 볼 수 있다. 실로비키 집단은 올리가르히 집단과 이념이나 지향에서 다소 차이가 있겠으나, 관료집단과 자본가집단이라는 단순한 대립쌍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두 집단 모두 독점자본을 운용하려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석유재벌 호도르콥스키가 운영했던 유코스와 같은 민간 석유 기업을 국영 기업인 가즈프롬이 인수한 것은, 저렴한 가격으로 가스를 공급하여 러시아 인민의 생활수준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독점체를 좌지우지하기 위한 러시아 지배계급 내의 투쟁으로 해석하는 쪽이 합리적이다.

 

올리가르히는 서방과 교역을 확대하며 이익을 얻고, 실로비키는 서방과 교역을 확대하기보다 에너지, 광업 기업을 국영화하고, 그 국영화한 기업에 관료로 재직하며 이익을 얻고자 하는 집단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신유라시아주의와 같이 반서방 성격을 띠는 이념과 사상은, 실로비키 집단으로 규정되는 집단이 위와 같은 이해를 가지기 때문에 널리 퍼졌다고 볼 수 있겠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실로비키 집단이 가지는 이해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으나, 친서방 독점체와 반서방 독점체간의 투쟁에서 친서방 독점체가 패배했거나, 러시아의 안보가 위협받는다는 위기의식 등 여러 제반 조건에 힘입어 반서방 독점체가 유리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실로비키 집단이라는 무력 기관 출신 관료들이 정부 부처에 대거 등용되고, 푸틴이 부패 척결을 주장하며 1세대 올리가르히를 구속하거나 추방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올리가르히의 영향력이 줄었고, 나아가 독점자본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존재한다. 그러나 러시아에는 여전히 독점자본이 존재한다. 독점자본가 집단 내부의 투쟁으로 인해 각각의 집단이 흥하거나 망하는 역동적인 체제를 갖추고 있다. 1세대 올리가르히들이 구속되거나 추방된 상황은 독점자본가 외부의 집단과 독점자본가가 대립했기 때문이 아니라, 독점자본가 혹은 자본가 계급 내부에서 투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2) 러시아의 자본 수출 분석

 

러시아에 독점체가 존재한다면, 독점체들이 넘쳐나는 자본을 주체하지 못해 외국에 자본 수출을 시도하거나, 해외 경제 세력권 확보를 위해 군사적 침공을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타국으로 기업을 진출시키거나 대부, 차관을 주는 것은 새로운 이윤을 얻기 위해서이다. 생활수준이 높은 국가는 노동력의 재생산비, 임금이 높아 이윤율이 하락한다. 자본가는 새로운 이윤을 얻을 수 있는, 노동력의 가치, 노동력의 재생산비가 비교적 저렴한 국가들로 진출하게 된다.

 

“전적으로 자유경쟁이 지배적이었던 구 자본주의의 전형은 상품수출이었다. 그러나 독점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최근 단계의 전형은 자본수출이다. … 20세기로 접어들 무렵, 우리는 새로운 유형의 독점이 형성되는 것을 보게 된다. … 자본의 축적이 엄청난 규모에 달한 소수의 극히 부유한 나라들이 독점적 위치를 갖게 되었다. 선진국에는 막대한 ‘과잉자본’이 생겨났다. … 자본주의가 자본주의로서 존재하는 한 과잉자본은 그 나라 대중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데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왜냐하면 그렇게 할 경우 자본가들의 이윤은 하락할 것이므로−후진국에 자본을 수출함으로써 이윤을 높이는 데 이용된다.”15)

 

레닌은 자본 수출의 정도를 철도와 같은 사회간접자본 부설이나, 차관 거래의 정도를 두고 판단했다. 오늘날에도 자본 수출은 진행되고 있다. 중국과 같이 사회간접자본 부설과 같은 고전적인 수법을 사용하는 국가도 있으며, 해외의 기업에 투자하여 지분을 얻는 등의 수법을 사용하는 국가와 자본가들도 존재한다. 자본 수출의 대표적인 예는 일본이다. 일본은 이자와 배당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는, 레닌의 표현을 빌리자면 “고리대” 형 자본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연기금, 금융회사 등이 지난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투자소득(배당ㆍ이자소득)은 2971억 달러(약 358조 원)다. 외국인 투자자가 일본에서 배당과 이자로 챙겨간 돈 1072억 달러(약 129조 원)의 세 배에 육박했다. 해외 금융투자를 통한 수입에서 지출을 뺀 투자소득수지(순투자소득)는1899억 달러(약 229조 원)에 달했다. 일본의 지난해 상품ㆍ서비스수지(약 40억 달러)와 비교하면 훨씬 더 큰돈을 해외 투자로 벌어들인 셈이다.”16)

 

러시아가 자본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면 러시아는 다음과 같은 행동을 하게 된다. 외국에 자본을 투자하여 저렴한 임금으로 높은 이윤율을 취하거나, 대부 차관을 통해 타국을 종속시키려 하거나이다. 러시아에 적을 둔 다국적기업이 타국에서 활동하거나, 타국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는 등을 살펴본다면 러시아의 자본 수출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러시아의 많은 대규모 다국적기업은 처음부터 주로 1960~80년대 형성된 산업잠재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 특히 1990년대 일부 민영화된 과거 국영 채굴기업을 토대로 하고 있다. … 또한 현재 러시아 원자재기업의 자금력은 수출소득에 기반을 두고 있고, 이러한 소득은 주로 소련시대 구축된 석유가스관 인프라를 통해 얻고 있다. 철강회사 또한 소련시대 기업에 근간을 두고 있다. … 러시아의 유명 철강기업인 예브라즈(Evraz)도 1992년에 설립되었는데 … 이 기업의 토대도 역시 소련시대 케메로프주와 스베르들로프주에 설립되었던 3개의 철강콤비나트이다.”17)

 

“자본수출을 시도하는 러시아의 독점체, 즉 다국적기업은 주로 석유와 가스 부문에 종사하는 기업들이다. 이들은 과거 쏘련 시절 건설된 생산수단에 기반 해 있다. 가스의 경우, 해외 투자가 많으나 이는 높은 이윤율을 위해 타국으로 진출한 사례도 아니고, 차관을 통해 이자와 배당을 얻으려는 사례도 아니다. 자본 수출이라기보다 가스를 수출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설비 투자에 가깝다. 금속 부문은 원료 산지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 투자가 진행되고 있으나 미국과 EU의 기업을 인수하여 기술 이전을 받으려는 경우가 많았다. 생산력을 집적시키고 향상시키려는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러시아의 금속 부분 기술력을 뛰어난 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한민국과의 교역을 예시로 들면, 가공 수준이 덜한 철은 러시아가 조금 적자를 보는 수준으로 수출하고 있지만, 고도로 정제된 강철은 많은 적자를 보고 있다. 강철은 도리어 러시아가 많은 양을 한국에서 사들이고 있다.”18)

 

수출은커녕 무역제재로 인한 수요 부족을 걱정해야 할 단계이다 보니, 수출보다는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수입대체화 정책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자국 내에서 수요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온 것이다.19)

 

러시아의 경제성장은 더딘 속도로 진행될 뿐 아니라, 서방의 경제 제재로 자본이 수출되는 게 아니라 유실되고 있다. 해외의 유망 기업을 인수하여 기술 이전을 받는 전략은 경제 제재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친서방이냐 반서방이냐, 무역 확대냐 축소냐에 따라 지배 계급 내에서 이해가 갈리다 보니 자본 수출 자체를 시도하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경제학자 알렉세이 쿠즈네초프는 러시아가 2019년 경제공황으로 인해, 적극적인 자본 수출을 시도하기보다는 현재 상황에서 만족하려고 있다고 분석한다.

 

“우리는 몇 년 안에 러시아의 해외직접투자20) 유출의 새로운 급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첫째, 러시아 경제의 현대화는 매우 느린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즉 해외로부터의 기술 이전과 그 국내에서의 구현은 서방과의 “제재 전쟁”으로 인해 방해받고 있는데도, 국가 내에서는 R&D 지출의 대폭적인 증가를 기대할 수 없다. … 러시아가 신흥 다중심 세계에서 다른 신흥 강대국들에 뒤처지는 현상이 2020년대 전반기에 크게 나타날 것이다.”21)

 

러시아의 은행인 스베르방크가 경제제재로 인해 터키의 자회사 데니스방크를 헐값으로 매각한 사례22)도 존재한다. 2019년 발 공황으로 인해, 러시아 국내나 인근 CIS 국가 정도로 한정된 영역에 투자하거나, 그마저도 포기하는 경향이 많이 관측된다. 러시아의 자본 수출이 확대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일본처럼 연기금을 크게 운용하거나 금융업이 발달하지 못해, 해외 투자처를 이용해 이자나 배당을 많이 얻고 있지도 않다. 러시아의 수출 중에서 보험과 증권 부문의 금액은 1.47조 달러로, 전체의 0.31%에 해당한다. 102조 달러인 영국과 24조 달러인 프랑스 같은 서방권 유력 국가에 비하면 대단히 적은 수준이고, 한국 또한 보험과 증권으로 3조 달러를 수출하고 있어, 러시아의 2배 가량이 된다.23)

 

“러시아 해외직접투자의 실질적인 투자지역을 분석하면, ‘이웃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투자지가 러시아의 문화적ㆍ민족적 친밀성, 역사적 연관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해외투자에서, 특히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몰도바, 아르메니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의 CIS 지역과 문화적으로 가까운 몬테네그로가 10%를 상회한다. 이 중에서도 우크라이나가 단연 선두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지리 및 문화적 근접성, 생산네트워크 잠재력 등이 러시아 기업들이 투자하기 편한 곳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24)

 

CIS 지역과 동유럽의 경우에는 러시아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진출해 있는 상태이다. CIS 지역은 타 국가나 지역에 비해 러시아와의 교역이나 투자가 훨씬 많은 지역으로, 러시아의 경제적 영향력이 강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결속이 끈끈해 보이지는 않는다. 러시아와 CIS 국가들 간의 교역은 전체 러시아 무역 비중 중에서 10%대 정도에 지나지 않는데, 이는 EU와의 무역 비중이 40%를 넘는 것에 비하면 적은 수치이다.

 

“반면 러시아의 대외교역에서 CIS가 차지하는 비중은 14%대에 그치고 있다. 러시아 관세청에 따르면 2011년 러시아의 전체 교역액(8213억 5310만 달러) 가운데 CIS의 비중은 14.9%로 2009-2010년에 각각 14.6%에서 소폭 상승했다. 러시아와의 교역비중은 EU가 48.0%로 가장 높고, 미국과 일본, 중국, 한국 등이 포함된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국가들이 23.9%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러시아 교역에서 CIS의 비중은 20%를 넘었지만 러시아인들의 소득이 늘면서 고품질 제품에 대한 수요가 커져 EU나 미국 등 원외국가(Far Abroad)로부터 수입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25)

 

“지역별로 EU 교역 비중은 전년 동기 42.2% →39.4%로 감소, CIS 국가들과의 교역 비중은 12.1% 유지, 아태지역 국가들과의 교역 비중은 31.8% → 34.4%로 증가”26)

 

오히려 2020년의 경우, CIS 국가들과의 교역 비중은 더욱 하락했다.

 

러시아는 유라시아 경제 공동체와 같은 지역 블록을 형성하여 세계 분할을 하려 애쓰고는 있으나 버거워 보인다. 유라시아 경제 공동체는 러시아가 CIS 회원국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원유나 가스를 공급하는 등 지원이 있어야만 유지되는 상황이다. 러시아가 침체를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영향력이 적을 수밖에 없으리라 판단된다. 러시아 기업의 해외 자산의 비중을 보아도, 유럽 지역에 비해 CIS 지역은 비중이 적다. 러시아 기업의 해외 자산 비중은 유럽 지역은 48%, 북미가 17%인데 비해, CIS지역은 23%에 불과하다.27)

 

이는 러시아 자본가 계급이, 사치성과 투기를 목적으로 유럽 지역의 부동산 자산을 매입28)한 것과 더불어, 기술 이전을 받기 위해 서방권 기업들을 인수하려 했기 때문이다.29)

 

 

3. 결론

 

생산력이 충분히 집적된다면 자본주의는 자유경쟁 단계에서 독점 단계로 진입한다. 독점 단계로 진입한 자본주의는 더욱 더 생산력이 고도로 발전하고, 자본의 규모도 커진다. 그렇게 집적된 자본은 국내에서 인민들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데 쓰이지 않는다. 이윤율 조건이 나은 상대적 저개발 국가로 떠나거나, 대부와 차관을 통해 이자와 배당을 추구하게 된다. 도식적 이해라는 한계는 있겠으나, 한 국가가 제국주의적인지 아닌지를 탐구하기 위해서는 독점체의 형성과 자본 수출의 정도를 파악함이 우선이다.

 

이때까지 러시아가 제국주의적인지, 제국주의적이지 않은지를 독점체의 형성과 자본 수출의 정도를 통해 살펴보았다. 러시아의 지배계급은 그 성격에 따라 친서방이냐 반서방이냐, 자유경제를 선호하느냐 선호하지 않느냐와 같은 차이는 존재한다. 독점체를 운영하고 있는 독점자본가 집단이라는 점에서는 올리가르히와 실로비키 두 집단을 넘어 러시아 지배계급 전반이 동일했다. 한 사회의 토대를 제국주의라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독점체가 형성되고, 그 독점체가 자본 수출을 통해 타국 기업에 투자하거나 원료 산지, 생산 공장 따위를 건설하고, 이자와 배당을 얻어야 한다. 러시아의 경우 독점체의 형성은 관측되나, 러시아 산업 구조의 한계상 자본 수출이 원활히 진행된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자본 수출이 더디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러시아 자본가 계급이 자본 수출을 포기한 상태는 아니다. 러시아가 반제국주의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이다. 러시아는 CIS 지역에 원료 산지 확보를 위한 투자를 진행하거나, 유라시아 경제공동체와 같은 세력권 형성을 시도하고 있다. 러시아 경제가 낙후된 관계로 경제공동체가 잘 작동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러시아 자본주의가 충분히 발전된 상태이고, 제국주의로 나아가는 단계에 있다는 결론은 낼 수 있겠다.  노사과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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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Jane Burbak, “The Grand Theory Driving Putin to War”, ≪The New York Times≫, 2022. 3. 22.

 

2) 이정은. “북 러시아 두둔은 자기부정이자 이중적 태도”, ≪자유아시아방송≫, 2022. 3. 4.

 

3) 러시아에서는 올리가르히가 운영하는 거대자본을 산업금융그룹이라고 일컫는다. 다음을 참조하라. 이상준, “금융위기 이후 러시아 금융산업그룹의 변화”, ≪슬라브학보≫ 22(1), 2007, pp. 133-154.

 

4) Bloomberg news, “Transcript: Vladimir Putin’s Televised Address on Ukraine”, ≪Bloomberg≫. 2022. 2. 24.

 

5) 프리드리히 엥겔스, “오이겐 뒤링 씨의 과학 변혁”,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 선집≫ 제5권, 박종철 출판사, pp. 105-106.

 

6) 권정기, “미국 일극 체제에서 다극 체제로”, ≪정세와노동≫ 제178호, pp. 37-68.

 

7) 레닌, ≪제국주의론≫, 남상일 역, 백산서당, p. 107.

 

8) 같은 책, p. 53.

 

9) Jane Burbak, “The Grand Theory Driving Putin to War”, ≪The New York Times≫, 2022. 3. 22

 

10) 레닌, ≪제국주의론≫, 백산서당, 1988, pp. 31-32.

 

11) 같은 책, p. 122.

 

12) 이선우, “푸틴 집권기 엘리트그룹의 권력경쟁”, ≪러시아연구≫, 17(2), 2007, pp. 363–390.

 

13) 고상두, “체제전환 이후 러시아의 국가 지배력: 수준과 변화요인” ≪중소연구≫, 35(4), 2012, pp. 158-159.

 

14) 우평균, “푸틴 집권 이후 러시아 정치의 주도세력”, ≪국제평화≫, 4(1), 2007, pp. 253-255.

 

15) 레닌, ≪제국주의론≫, 백산서당, p. 94.

 

16) 유창재, 조진형. “자본 수출로 번 돈 韓 5조vs 日 229조”, ≪한국경제≫, 2019. 9. 30.

 

17) Kuznetsov, 민지영, 이재영, 이성봉, Alexey. ≪러시아의 해외직접투자 패턴과 한국의 투자유치 확대방안≫, 12-19, 2012, pp. 57-58.

 

18) 최진형, “철강 생산대국 러시아에서 우리 제품이 잘나가는 이유”, ≪Kotra 해외시장뉴스≫, 2020. 3. 1.

 

19) 김택영, “러시아 철강 산업 동향”, ≪Kotra 해외시장뉴스≫, 2018. 2. 5.

 

20) 해외 기업의 경영에 참가하기 위하여 투자하는 것. 배당과 이자를 얻기 위한 간접투자와 구분된다.

 

21) Kuznetsov, A. v, “Direct Investment from Russia Abroad: Changes since 2018”, ≪Herald of the Russian Academy of Sciences≫, 91(6), 2021, p. 706.

 

22) 이진희, “서방의 경제제재 대상 러 스베르방크, 터키 자회사 매각에도 큰 손실”, ≪바이러시아21≫

 

23) Atlas of economic complexity, “What did Russia export in 2019?”, ≪ATLAS≫, 2022. 3. 29.

 

24) Kuznetsov, 민지영, 이재영, 이성봉, Alexey. ≪러시아의 해외직접투자 패턴과 한국의 투자유치 확대방안≫, 12-19, 2012, p. 5.

 

25) 김병호, “‘유라시아연합’의 정체성과 실현가능성: 향후 설립에 따른 정치ㆍ경제적 효과를 중심으로”, ≪러시아연구≫, 22(1), 2012, p. 116.

 

26) 주 러시아대사관, “러시아 상반기 국가별 교역 통계”, 주 러시아 대한민국 대사관, 2020. 8. 13,

 

27) Kuznetsov, A. “Industrial and geographical diversification of Russian foreign direct investments”, ≪Electronic Publications of Pan-European Institute≫. No. 7, 2010, p. 21.

 

28) 같은 글, p. 4.

 

29) Kuznetsov, 민지영, 이재영, 이성봉, Alexey. ≪러시아의 해외직접투자 패턴과 한국의 투자유치 확대방안≫, 12-19, 2012, p.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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