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2022 세계노동절대회’에 부쳐] 윤석열 정권에 맞서며,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전망을 세워 나가자!

 

 

그놈이 그놈이다! 다만…

 

격렬한 권력 투쟁의 장이었던 대선은 ‘촛불 민의’에 대한 반동, 윤석열 정권의 등장으로 끝이 났다. 검찰과 부르주아 언론은 밀착하여 대선을 ‘촛불 민의’에 대한 반동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선거 과정은 의제 설정에서부터 세세한 부분까지 철저히 정치 공학이 지배했는데, 진보 민중 진영은 부르주아지의 정치 공학을 깨버리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선전ㆍ선동에 실패했고, 그 결과 자본가계급의 의도가 선거 과정에서 전면적으로 관철되었다. 또한 저들은 코로나 역병으로 인한 보건 위기 상황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자신들의 유세에는 대규모로 사람들을 몰고 다니면서도, 노동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자 개최한 집회에는 어김없이 ‘방역 수칙’의 잣대를 들이댔고, 방역 수칙을 위반한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하기조차 했다. 이렇게 대선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되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으로의 정권의 교체는 한편으로는 ‘촛불 민의’에 대한 반동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민주당 정권과 차이가 없는 또 다른 얼굴의 자본가 정권의 출현일 뿐이다. ‘촛불 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권은, 말로는 ‘노동 존중’, ‘비정규직 제로’ 등을 내세우면서도, 수많은 노동 개악ㆍ탄압과 공약 파기 등으로 이미 ‘촛불 민의’를 ‘배신’했는데, 이는 노동자계급이 ‘박근혜 퇴진 촛불’을 주도하지 못했다는 것에서 이미 예정되어 있던 것이었다. 또한 이재명은 선거 과정에서 “인류의 최고의 발명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라고 했는데, 이는 자본주의에 의해 고통받는 압도적 다수의 노동자ㆍ민중의 고통의 근원을 외면하는 것이어서, 그가 민주주의를 강조할 때 그것은 자본주의의 수호를 말하는 것이었다. 즉,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모두 자본주의의 수호, 자본의 이익에 봉사라는 점에서는 전략적으로 일치하는 세력이며, 단지 그를 위한 전술에서만 차이가 있는 집단들인 것이다.

 

주당 정권이 양의 탈을 쓴 늑대였다면, 윤석열 정권은 늑대의 민낯을 노골적으로 보여 줄 것이다. 윤석열도, 그와 합작한 안철수도, 선거 과정에서 이미 조직 노동자들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감추지 않았으며, “주 120시간 노동”, “최저임금법 개정”(개악), “중대재해처벌법 개정”(개악) 운운 등으로 노동자계급에 대한 진한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또한 북에 대한 “선제공격” 운운은 한반도의 정세가 자칫 긴박한 전쟁 위기로 치달을 수도 있음을 말하는 것인데, 전쟁 위기가 높아지면 군사적 담론이 사회를 지배하면서 파쇼적 논리가 강화되고, 노동자ㆍ민중의 자유와 권리는 심대하게 제약될 것이다. “무너진 법치와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를 바로세우겠다”는 윤석열의 말 역시, 같은 것을 겨냥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등장과 이데올로기 지배ㆍ조작

 

세계 경제의 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과 맞물려, 한국 자본주의 또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경제적 토대에서의 위기는 계급 분열, 계급 대립을 심화시키면서, 사회적 위기로까지 상승할 것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미-중(러)의 대립은 격화되고 있으며, 최근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그것은 언제든 크고 작은 규모의 군사적 대결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해, 이 땅의 지배 세력, 즉 미 제국주의와 독점자본가계급은 이번 대선에서 개량과 반동 중, 보다 더 친미(일)적이고, 친자본적인 반동을 택한 것이다. 이러한 저들의 의도는 이데올로기 지배조작을 통해 관철되는데, 저들에 의해 이번 대선의 주요 의제로 설정되었던, 부동산 문제, 여성 문제, 청년 문제(특히, 일자리 문제)를 중심으로 이를 확인해 보자.

 

동산 문제는 ‘벼락거지’라는 용어까지 만들어 내면서, 사회적 빈부 격차의 문제, 계급 대립의 문제를 전면화시켰다. 소득에서의 격차가 벌어질 뿐만이 아니라 자산에서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대중들을 좌절감에 빠지게 하여 대선에서 민주당 패배의 한 요인이 된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문제가 발생한 것이 문재인 정권의 정책 실패 때문인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것은 비단 한국에서만이 아니었고, 사실상 발달한 자본주의 국가, 그 대도시 모두에서의 일이었으며, 그 이유는 천문학적인 양적 완화와 초저금리, 즉 자본주의 체제를 구하기 위해 시중에 풀린 막대한 돈이 부동산 투기로 몰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문재인 정권의 정책 실패를 사과하고 혹은 비판하고, 대중의 분노를 엉뚱한 방향으로 돌렸다.

 

여성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를 철폐할 때만 여성 해방의 물질적 기초가 확보될 수 있고 그때에서야 비로소 참다운 양성평등이 가능하다. 따라서 여성 운동은 노동 운동과 연합하여 변혁 운동으로, 새로운 사회 건설의 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 하지만, 저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본주의 틀 내에서 여성의 권익을 일정하게 향상시키겠다는 공약(空約)을 하거나, 혹은 노골적인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것으로 표를 모으려 했다.

 

청년 문제, 그중에서도 특히 심각한 일자리실업 문제는, 자본주의적 생산에 따른 필연적인 문제이다. 또한 ‘4차 산업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생산 및 재생산 영역 전반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무인 자동화 기술의 발전에 따라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하지만 저들은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세대별ㆍ계층별ㆍ지역별 맞춤형”의, “지속 가능한 좋은”, “수백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공약(空約)하거나, 혹은 노골적인 세대 갈등을 조장하는 것으로 표를 모으려 했다.

 

이렇게 지배계급은 사회 여러 문제들의 본질을 호도하며, 대중들의 분노가 체제 자체를 향하지 못하게 하고, 저들이 설정해 놓은 틀 내에서 사고하고 활동하도록 묶어두고 있는데, 소위 소부르주아 진보 진영 또한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여기에 일조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배계급은 노동 의제를 철저히 배제했다. 자본가계급은 노동자계급을 분할하고 분열시켜 통치하는 전략을 펴고 있는데, 이러한 전략이 대선에서의 묵살, 외면, 배제로 나타났으며,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분할, 기성세대와 청년들의 분할 등으로까지 나아갔다. 이는 노동자계급에 대한 분할ㆍ분열 전략이 사회의 제 부문에 대한 고립화, 분열 정책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변혁 전략의 정립을 위하여

 

노동자계급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할ㆍ분열시켜 지배하는 자본가계급의 전략에 맞서기 위해서는, 나아가 사회 전체의 제 부문을 분할하고 고립시켜서 지배하는 자본가계급의 전략에 맞서기 위해서는, 노동자계급이 저들의 이데올로기적 지배를 극복하고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전망을 현실화하는 변혁 전략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여성과 남성, 청년과 기성세대, 장애인과 비장애인 등 사회의 제 부문의 고립화, 분할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이들 부문이 노동자계급과 연대하는 것이 필요한데, 노동자계급이 사회의 제 부문과 이러한 연대에 나서기 위해서는, 먼저 노동자계급 스스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할을 넘어서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할을 넘어서는 노동자계급 스스로의 단결과 연대ㆍ연합을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로의 전망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새로운 사회로의 전망은 어떻게 확보될 수 있는가?

그것은 한편으로 노동자민중이 윤석열 정권의 파상적 공세에 맞서는 전선을 구축할 것을 요구한다. 윤석열 정권의 반노동반민중적 정책을 분쇄하는 하나하나의 투쟁 속에서, 전쟁 위협에 맞선 반전 운동과 반제국주의 운동 속에서, 노동자민중의 계급적 이익을 수호하는 실천 속에서, 새로운 사회로의 전망은 서서히 움틀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새로운 사회로의 전망은 자본주의로부터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 전략을 필요로 한다. 새로운 사회주의 사회의 상, 이행의 주체, 이행의 주도 세력과 동맹 세력, 그리고 중간층에 대한 견인 등을 내용으로 하는 변혁 전략이 수립되어야 하는 것이다.

 

변혁 전략이 없는 노동자계급과 변혁 전략을 보유한 노동자계급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 변혁 전략이 없는 노동자계급은 자본에 의해 착취당하고 억압받으면서 그 날 그 날 생존을 연명해 가는 고립된 노동자들의 집합일 뿐이다. 그러나 반대로 변혁 전략이 있는 노동자계급은 새로운 사회를 꿈꾸면서 자신의 주변에 전 민중을 결집시켜 나가면서 해방의 주체로 거듭나는 세력이 된다. 그런 점에서 변혁 전략은 현실적인 정치적 실천, 현실적인 전술적 실천에서 우러나오는 것으로서,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정수이다. 전술적 실천 없이 전략의 정립은 불가능하며, 전략의 인도 없는 전술적 실천은 변혁적 역량의 소진을 가져올 뿐이다.

 

윤석열 정권의 향후 5년은 노동자민중에게 가혹한 시련의 기간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저들의 공세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저들의 공세에 맞선 투쟁의 성과를 어떻게 조직하느냐에 따라, 무기력했던 우리 노동자민중이 다시금 깨어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윤석열 정권에 맞서며,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변혁적 전망을 세워 나가자! 새로운 사회의 기치, 사회주의의 기치를 높이 들며, 해방의 진군을 시작하자!

 

2022년 5월 1일

노동사회과학연구소 운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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