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현장: 소성리 소식] 저들만의 선거판 끝장내야

 

은영지 | 회원

 

* 이 글은, 지난 3월 8일(화) 있었던, 작년부터 이어진 통산 86번째 ‘불법사드 병참기지 공사와 육상통행로 저지 투쟁’ 현장을 담은 것입니다.

 

 

 

악취 나는 부르주아 선거판에서 승리를 거머쥐겠다고 민주당과 국힘당이 후보를 내세우며 벌이는 행태가 점입가경이었다. 저울에 올리면 한 끗의 차이도 없을 함량 미달의 후보들이 온갖 거짓 수사를 늘어놓으며 서로 헐뜯고 표를 구걸하는 행위는 역겨울 정도이다.

 

저들이 혹세무민을 일삼고 있는 지금도 성주 소성리에서는 변함없이 이 땅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거대한 미군에 맞서 눈물겨운 투쟁을 하고 있다. 미국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가진 경찰들은 오늘도 소성리를 짓밟아 주민들을 아프게 하고 있다. 날이 밝기도 전에 들어와서 도로 양쪽을 막아 놓고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여 몸싸움과 항의를 하여 간신히 찬 바닥에 앉았다. 오롯이 내 땅을 지키기 위해 길바닥에 주저앉겠다는 의지조차 봉쇄당한 주민들이었다.

 

원불교 기도회를 드린 후 강현욱 교무는 러시아 침략을 받은 우크라이나 민중 얘기를 했다. [미제와 나토의 제국주의적 야욕, 우크라이나 지배계급의 이해관계 및 동부 지역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 그리고 러시아 지배계급의 이해가 충돌하며 벌어진 갈등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점을 여기선 논외로 하겠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곳의 상황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차이가 있다고 하면, 지금 주위에 있는 경찰들이 더 강경해지느냐, 조금 강경해지느냐, 현장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연행해 가느냐, 그 차이겠죠. 이곳에서 사드 배치를 조금씩 더 진행할 것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전쟁의 참상들을 매일 듣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도 정말 뜨겁게 가슴 안에서 치솟아 오르고 눈물이 앞을 가리는 소식들도 들려와요. 그중에서 한 가지는 원전 앞을 막아섰던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모습입니다. 러시아 군대가 원전을 공격하려 할 때 그 총과 탱크 앞에 아무런 무기도 없이 그저 자신의 몸 하나로 이 땅의 안전과 평화를 지키겠다며 그 마을 주민들이 나서서 결연히 총과 군인과 탱크를 막아냈던 그 국민들입니다.

 

러시아 군인들에 맞서 결연하게, 지금 저 경찰들이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도로 점거’ 형태로 우크라이나 민중들이 러시아 군인들을 막아냈던 그 심경과, 이곳에서 우리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종교 기도회를 하고 있는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미국의 군대가 이곳을 지배하는 걸 막기 위해서 우리는 이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저들이 자꾸 점거라고 하며 도로를 막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이 땅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결연한 의지로 이렇게 앉아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예.”) 정말 억지 아닌 억지를 부리고 있어요.

 

얼마 전 YTN 뉴스를 봤어요. 지난 3일에 미국, 호주, 일본, 영국이 모여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간 안보협력 체계[쿼드] 회의가 있었다고 해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 논의를 하는 이곳에 대한민국이 참석하지 못했다고 비판을 하는 기사였습니다.

우리가 어느 한군데도 들어가지 못했다고 비판을 하면서 나온 뉴스의 기조는 이랬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태가 점점 진행됨에 따라서 신냉전 체제, 중국과 러시아 중심으로 하는 대립 구도는 더욱더 고조될 것이다. 이제는 어느 한 편을 선택해야 하는데 중국 눈치를 보면서 들어가지 못하는 거 아니냐라고 합니다.

지난해인가 그전인가 미국 파이브아이즈[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이 만든 기밀 정보 동맹체]에 대한민국을 포함시키는 것을 하원에서 결의했는데 최종적으로 결의가 안 됐다라고 해요. 큰일 날 뻔했습니다. 정산 종사님께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구조상 어느 한 편을 들어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요즘에서야 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이곳 동아시아에서 세계 평화를 지키고 있는 키는 우리가 쥐고 있는 거 아니냐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미 동아시아의 중국과 일본, 인도, 그리고 유럽과 러시아, 미국은 이미 대결 구도에 들어갔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중국은 아직 러시아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지만 만약 여기에서 세계 군사력 6위라고 자랑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미국의 편을 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야말로 그 대립 구도를 확정 짓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이 세계 평화의 키를 쥐고 있다. 그런데 그 키를 누구에게 주느냐 하는 게 그 시작이 되는 게 결국 미국의 MD 체제에 들어가느냐 안 들어가느냐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저들은 어느 한쪽 편을 들고 파이브아이즈 안보 협력 체계에 들어가고 그리고 무식한 윤석열 후보는 사드를 추가 배치해야 한다고 하고, 이재명 후보는 아직 배치가 결정되지 않은 이곳 성주 소성리에 불법 배치된 사드에 대해서 ‘이미 결정됐으니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얘기하면서 평택 등에서는 ‘사드 우리가 사야 되겠느냐? 추가 배치해야겠냐?’라고 하면서 광을 팝니다.

 

결국 이 땅의 평화를 지키고 있는 건 우리밖에 없다. 세계 평화의 키를 우리 손에 쥐고 세계 평화의 마지노선과 바로 그 시작을 지키고 있는 그것은 바로 이 자리에 있는 ‘우리’ 아니겠습니까? 내일 어떤 결과가 나오든 우리의 행동은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사드 빼라! 미군 빼라! 경찰 빼라!”라는 변함없는 구호를 함께 외치면서 강 교무는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종희 위원장이 발언을 이어나갔다.

 

지금 산불이 나서 걱정입니다. 그렇죠? 그 숲에 얼마나 많은 생태계가, 생명이, 살려 달라는 소리를 여러분 들으셨죠? (“예~ㅠㅠ”)

농부는 버섯 농사를 애지중지 키우다가 이제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 절망하고, 소리도 낼 수 없는 많은 생물들, 수백 년 우리 백두대간을 지켰던 든든하고 튼실한 그 많은 나무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게 다 우리가 지금 몇 달째 겪고 있는 이 가뭄과 더불어 결국은 기후 위기의 한줄기에 불과하다. 우리 성주는 지하수가 풍부해서 대개 비닐하우스에 의존하다 보니 가뭄에 대한 걸 절실하게 못 느끼지만 실제 일반 노지에 있는 밭작물들은 거의 끝난 것 같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온 인류가 고통을 겪고 있는 이때 우리 대한민국은 가뭄과 산불로 참~ 우리 서민들 입장에서는 죽을 맛인 참담함의 연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할머니 말마따나 야~ 이거 우야면 되노, 걱정만 되지 산불 끄러 갈 형편도 안 되지, 아침에 올라오니까 경찰들이 이렇게 또 우리 튼튼한 일당백인 덩치들이 쫙 깔려 있길래 속으로 일마[이 사람]들이 있어야 할 곳은 여~가[여기가] 아니고 불난 데 가야 하는데… 이 공권력이 남아도는구나 고작 스무나므 명[20명 남짓] 앉아 있는 우리 소성리가 아니라 너희 경찰 수백 명이 있어야 할 공간은 아비규환, 절체절명의 바로 불난 현장이지. 거기 가서 생명을 구하고 백두대간을 지키고, 민중의 재산을 지키는 그 현장에 가야 되지.

(…중략…)

우리나라 헌법은 세계 인류의 공영과 평화에 이바지하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세계 6위 군사력을 자랑하고 첨단 무기를 팔았다고 오두방정을 떨고 있길래, 사드로 고통받고 있는 우리들 입장에서 ‘우리가 팔고 있는 저 무기는 또 다른 나라 민초들의 심장과 가슴을 얼마나 아프게 할까, 또 다른 나라의 아픔과 눈물을 대가로 우리가 달러를 벌어 온들 그 돈이 과연 우리 후손들과 우리 민족에게 따뜻한 양식이 될까?’ 근본적인 질문을 해 봤습니다.

 

정말 의미 있는 돈을 벌어 그걸 갖고 경제력을 운운하면 참 좋은데 이왕이면 인류의 행복에 대한 가치를 증대시켜 주는 대가로 돈을, 달러를 벌어 와서 우리가 잘살면 서로가 공존공영하니까 좋은데 [오히려] 무기를 팔았어요. 그것도 미사일을 팔았고 탱크를 팔았어. 그 나라의 누군가는 피눈물을 흘리게 하고 때로는 생명을 앗아 가는 그 대가로 달러를 벌어 오고 그걸 자랑이라고 하니, 이게 과연 우리 헌법에 명시하고 있는 인류 공영 세계 평화 키워드와 맞나 회의가 들었고 그래서 그건 자랑할 게 못 된다 생각했습니다. 소성리 사드 때문에 몇 년째 고통받고 있는 우리 소성리를 반면교사로 삼아서 무기 수출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어떻습니까?

 

“맞아요.”

모두들 진심으로 동의하는 박수를 보냈다.

 

내가 군사 훈련을 하면 공격이 아니고 수비를 목적으로 연습한다 이래 얘기예요. 어느 나라의 누군가가 군사 훈련을 하면 거의 군사 훈련입니다. 방어용이라는 얘기는 거짓말이에요. ‘내가 하는 건 방어용이고 북한이 미사일을 훈련하면 도발’이라고 하는 건 잘못된 표현이죠. 정책 입안자들의 그 어휘들은 즉각 시정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예.”) 저는 동맹이 동맹다워야 한다고 누차 얘기했습니다.

장성한 아들이 출가를 하여 가정을 이루고 나면 자식이라 할지라도 지나치게 관여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둘도 없는 친구라도 친구의 살림과 가정사에 대해서 간섭하지 않습니다.

동맹이랍시고 이렇게 주권을 유린하는 걸 뻔히 알면서 침묵하고 있는 우리 지식인들, 거기에 부화뇌동하는 언론인들, 때로는 미 제국주의와 한 몸이 되어 조금 전 우리 강 교무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도 쿼드에 가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놈들, 이 모두가 잘못된 미국 세뇌 교육에 자기도 모르게 고착화돼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위원장이 발언하는 중에도 이미 경찰들은 주민과 지킴이들을 끌어내는 작전을 펼쳤다. 평화 행동한 지 15분밖에 되지 않았고 시각은 7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다. 위원장은 경찰들에게도 호통을 쳤다. 헌법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집회 자유를 방해하고 이렇게 물리적으로 끌어내는 것은 과도한 경찰력, 공권력이라고 하며 너희들이 저지르는 이 참상들을 반드시 알려서 그 지휘부들을 엄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래도 저들의 폭력적인 작전은 멈추지 않았다.

 

 

강형구 장로가 개신교 기도회를 하려고 나왔을 때는 도로에 채 10명도 남아 있지 않았다. 소성리 할매들은 진밭교로 산책 투쟁을 가시고 경찰들이 우르르 몰려가 할매들을 에워싸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강 장로는 기도를 드린 후 경찰을 꾸짖는 발언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보면서 저는 러시아 사람과 군인들을 매우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자신들을 막아서는 우크라이나 민중들을 바라보며 자신이 타고 온 탱크와 장갑차를 파괴하고 스스로 걸어 나와서 내가 지금 무엇 때문에 여기 와 있는지 모르겠다, 눈물로 참회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군인이 상관의 명령을 거부하고 자신이 타고 온 탱크를 버리고 내려올 수 있는 그러한 그 용기는 바로 하늘의 뜻을 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여기에 있는 경찰들 이 땅에도 그러한 여러분의 선배가 있었습니다. 광주 항쟁에서 진압을 거부했던 경무관이 있지 않습니까? 지금 소성리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어떤 의미를 가진 일인지 이곳에서 수십 차례 벌어지는 일들이 어떤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최소한 여기에서 이렇게 길을 막고 있는 사람들이 경찰들을 성토하는 것도 아니고 앉아서 함께 기도하고 있는 이 사람들을 기도조차 할 수 없도록 우리들의 억울한 마음을 짓밟고 있습니다.

 

경찰들이 기도를 드리는 탁자와 십자가를 들어내고 우리 지킴이들을 끌어내느라 발언이 잘 들리지 않았다.

 

경찰 여러분들도 그 존경할 만한 러시아 군인들처럼 부당한 명령 거부하고 적어도 최소한의 집회가 가능하도록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이 달라진 대응은 청와대를 뒤에서 조종하고 이 땅을 신탁 통치하고 있는 저 미국으로부터 내려온 명령이고, 그 사실을 안다면 여러분들은 이러한 작전을 거부하고 더 이상 주민을 들어낼 수 없다고 선언해야 합니다. 이 나라 민중의 아픔을 돌봐야 할 경찰 여러분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이 땅을 신탁 통치 중인 미국의 경찰인 것을 보여 주는 부역 행위입니다.

 

이후 장로의 발언은 구호와 성토로 바뀌었고 우리도 함께 외쳤다.

 

“출세와 성공에 눈이 멀어

열심히 부역하는 경찰들아 회개하라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고 불의한 명령을 거부하라

태업으로 파업으로

사드 기지 고착화하는 병참선 확보 거부하라

종교 집회 강제 해산 즉각 중단하라.”

이후에 주민과 지킴이들은 달마산이 떠나갈 듯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쉴 새 없이 구호를 외쳤다.

 

사실 경찰보다 더 나쁘고 불의한 자들은 저 위에서 주민들이 짓밟히는 걸 지켜보며 권력 놀음을 즐기고 있는 자들이었다. 저들은 저들만의 구린내 나는 권력을 연장하기 위해, 혹은 탈취하기 위해 민중들이야 죽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하루 자고 나면 선거 날이다. 저들만의 질펀한 선거 잔치판을 지켜보는 속이 몹시 쓰리고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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