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권두시] 시간은 우리말로 뭘까?

 

류승완*

 

 

여튼

시간가고

계절가고

한두 해 지나서 보면

 

일이 흘러온 흐름과

사람의 언행, 행위의 본질을 알게 된다

누구를 위한 행동, 끝내, 누구 이익을 위한 행동이었던가

여기서 실천은 본질에서 당파적임이 분명해진다

철학은, 사상은 실천을 규정하니까

 

그래서 박치우** 선생은

“모든 철학은 당파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제 잇속, 뱃속과 다른 철학을 보지 않음은

하다못해 불가의 무소유 철학만도 못한 개똥 인생관, 아니 잇속 철학이니

이는 빈곤의 철학도 철학의 빈곤도 아닌 무지의 철학이니

 

법안 하나를 놓고도 철학의 당파성은 여지없이 드러나니

 

이를

자연의 노동을 빼고 사람중심이란 ‘부분적’ 관점에서 본다면

시간이란 인간의 행동, 행위, 실천의 결과이고

역사란 시간흐름에 따른 인간노동 결과물의 축적이므로

정치경제학이 인간노동의 결과물에 대한 추적임에 비해

역사란 신남철*** 선생 말처럼

끝내 “노동시간의 역사”이다

 

그러므로

작게는 한 사안, 특정 실천에 대한 평가

크게는 한 시기 사건에 대한 평가

나아가 역사적 현재, 즉 현재 관점에서 현실을 귀납적으로 해석하는 역사철학도 그 어느 철학 못지않게 실천의 당파성에 대한 엄밀한 평가를 안고 있으니,

 

상기 무지의 철학은 본질상 잇속의 철학이며

크게는 자기 계급성,

작게는 제 인격, 인품의 공개고백에 다름 아니다

카톨릭 고해성사는 남성교직자에게 하지만

무지의 철학은 풀섶에 머리 처박고 꽁지를 하늘로 치켜들고 한다

 

 

 

* 2010년 2월 ≪사회주의적 근대기획 연구―박헌영ㆍ신남철ㆍ박치우ㆍ김태준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성균관대 동양철학과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북경대에서 박사 후 연수 과정을 밟았다. 귀국 후, 연수 기간 중 연구를 위해 대학 도서관 희귀본 열람실과 고서점 등에서 어렵게 취득한 자료들이 국정원에 압수되었고, 관련 사건이 진행 중이다. 경희대 후마니타스, 성균관대 유학대학 해직 강사로, 복직 투쟁 중이며, 시작(詩作) 활동도 하고 있다.

 

** 박치우(朴致祐, 1909-1949). 경성제국대학 철학과 졸업. 숭실전문대학 교수 및 ≪조선일보≫ 기자 역임. 중국으로 망명하여 항일 무장 투쟁에 종사. 해방 후 조선문학가동맹 및 민주주의민족전선에서 활동. 좌익 계열의 ≪현대일보≫ 발행인 및 주필 역임. 미군정의 탄압으로 47년 월북. 노동당 간부 양성소인 강동정치학원에서 부원장 역임. 49년 9월 조선인민유격대 제1군단 정치위원으로 남행. 같은 해 11월 태백산에서 교전 중 전사. 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을 참조하라. 류승완, “[일하는 사람들의 한국사상 15] 박치우의 사상과 현실”, ≪울산저널i≫, 2013. 4. 3. <http://usjournal.kr/news/newsview.php?ncode=179512482979982>

 

*** 신남철(申南徹, 1903-?) 경성제국대학 철학과 졸업. 경성제국대학 조교수 및 중앙고등보통학교 교사. 해방 후 조선학술원 서기국 위원, 민주주의민족전선 중앙위원 등을 역임. 48년 ≪역사철학≫(총 3권)을 출간. 같은 해 8월 해주에서 열린 남조선 인민대표자대회에서 제1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선출. 김일성종합대학 교수 및 철학강좌장 역임. 57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재선 및 법제위원회 위원에 선임. 58년 3월 조선로동당 제1차 대표자회에서 자유주의자로 비판받았고, 이로 인한 심적 고통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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