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특집: 쏘련 사회주의에 대하여] 쏘련을 원래 자리로 되돌려, 혁명적 전망을 살려 내자!

―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를 읽고

 

임장표 | 회원

 

* 이 글은,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에서 발행하는 ≪전선≫ 제138호(2022년 1월)에 “누가 내 쏘련을 옮겼을까?”라는 제목으로 실렸던 것입니다.

** 리오 휴버먼,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장상환 역, 책벌레, 2000. 원서의 출판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Leo Huberman, Mans Worldly GoodsThe Story of The Wealth of Nations, Monthly Review Press, 1936.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는 1936년 리오 휴버먼이 쓴 책이다. 필자는 해당 서적에 대해 서평을 쓰던 중 문뜩 다른 사람들이 쓴 서평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구글에 “자본주의 바로 알기 서평”이라고 검색하자 웬걸, 블로그 등지와 여러 사이트에서 같은 책에 대해 쓴 엇비슷한 내용의 서평이 쏟아져 나왔다. <노동자 연대>에서는 심지어 같은 책에 대한 서평을 3번이나 내보냈다! 이미 쓰여진 내용을 구구절절 똑같이 쓰고 싶지 않아 필자는 이번 서평에서 리오 휴버먼의 이 유명한 책에 대한 조금 색다른 접근을 해 보고자 한다.

 

그래도 책에 대한 기본 평가는 해야 하기 때문에 이미 쓰여진 내용을 간단하게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 보도록 하자.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는 매우 훌륭한 책이다. 책의 저자 리오 휴버먼은 누구보다 쉽게, 또 생생하게 자본의 출현과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역사적 전제, 발전 과정에 대해 설명한다. 어려운 주제를 통속적으로 풀어 쓴다는 점에서 이 책은 자본주의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학생과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설명하고자 하는 선생 모두에게 의의를 가진다. 물론 다소 축약되고 단순화된 부분들이 있지만,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를 ≪자본론≫의 아류로 만들어 버릴 수는 없는 법이라, 책의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했다고 보여진다. 필자 본인도 책을 읽으면서 가독성이 매우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모두에게 소개할 만한 책이다.

필자는 책은 되도록이면 원본으로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인터넷에서 원본 PDF 파일을 찾아 영어로 먼저 읽고, 서평을 쓰기 위해 근처 헌책방에서 장상환 교수가 번역한 우리말 번역본을 구해 재독했다. 원본을 읽으면서 필자는 쉽게 쓴 글 속에서도 엿보이는 휴버먼의 방대한 지식과 자본주의 발전을 어르신이 설날에 손주들에게 ‘썰’ 풀듯이 설명하는 능력에 감탄했고, 봉건 사회로부터 시작해서 봉건 사회의 붕괴와 부르주아 계급의 등장,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출현,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과 러시아의 사회주의 혁명, 사회주의 사회의 건설 과정과 노동자계급의 항거에 대한 반동으로서의 파씨즘의 발생까지 인류 역사의 대서사시를 그리는 휴버먼의 글솜씨에 전율을 느꼈다. 저자가 마지막 부분에 들어서서 다소 생소한 아서 모건의 “동인도 제도 사람들이 원숭이를 잡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며 글을 끝마쳤을 때에는 아쉬움까지 남았다.

원본을 읽고 번역본을 집어 든 필자는 다시 한번 휴버먼의 뛰어난 필력을 맛볼 수 있었고, 옮긴이의 정성과 전문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장상환 교수는 직역에 충실하면서도 국내 독자들의 독해를 돕기 위해 영미권의 표현들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주 쓰는 표현들로 바꾸었고, 영어에서 우리말로 직역하면 부자연스러운 부분들도 흐름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조금씩 문장을 다듬어 완결성 있는 번역본을 내놓았다. 이런 완벽에 가까운 번역본을 내놓은 정상환 교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번역본을 완독한 뒤 책을 덮고 나서 무언가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집 가스밸브를 안 잠그고 외출한 그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원본 PDF 파일을 다시 열어 훑어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분명 원본은 22장까지 있는데 번역본에는 21장밖에 없다! 왜 한 장이 부족할까? 번역본에서는 21장으로 되어 있는 “그들은 단물을 포기할 것인가”는 영어 원본에서는 22장으로 되어 있고, 21장은 번역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Russia Has a Plan(러시아에는 계획이 있다)”으로 되어 있다. 짓밟혀 천대받던 노동자계급이 반동적인 자본주의 사회를 쓸어버리고 계급 사회의 잔재를 청산해 가며 새 세계를 세워 나가는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 아예 사라져 있다! 대체 장상환 교수는 사회주의 사회 쏘련을 어디다 옮겨 둔 것일까? 국내에서 반공, 반쏘주의가 판을 친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장상환 교수의 누락은 반공주의가 민중의 머릿속에 똬리를 틀고 앉도록 도와주는 범죄적 행보라고 볼 수 있다.

장상환 교수가 이러한 행보에 대해 뭐라고 정당화하는지 옮긴이의 말을 한번 살펴보자.

 

이 책의 번역 대본으로는 1968년에 Monthly Review 가 출판한 제3판을 사용했다. 원본의 총 22장 가운데 집필 당시인 1930년대 소련과 관련된 21장은 오늘날에 비추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번역에서 제외했다.[1]리오 휴버먼,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장상환 역, 책벌레, 2000, p. 398.

 

어떤 면에서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는지, 왜 임의로 저자가 쓴 내용 중 16페이지를 날려 버렸는지에 대한 해명은 없고 단지 “번역에서 제외”했다는 설명만 나와 있다.

번역본에서 제외된 21장은 사회주의 혁명 후 쏘련의 역동성과 사회주의 건설의 과정에 대해 다룬다. 휴버먼은 자본주의 생산양식에서의 생산의 무정부성을 극복하고 생산 수단의 사회적 소유를 바탕으로 계획에 따라 목적의식적으로 생산 과정 전반을 조절 통제하는 새 사회의 면모를 그리면서 독자로 하여금 새 사회에 대한 기대로 부풀게 한다. 원본에서 22장으로 되어 있는 “그들은 단물을 포기할 것인가”에서 자본의 집적과 집중으로 말미암은 “풍요 속의 빈곤의 역설”에 대한 해결책으로 자본주의 국가들이 내놓은 “풍요의 폐지”, “결핍의 계획”은 원본에서는 사회주의 사회의 계획과의 비교 대상으로 된다. 이러한 대조는 독자로 하여금 자본주의 사회 내 고도로 발전된 생산력과 사적 소유를 바탕으로 한 생산관계의 모순이 심화 발전되고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단계까지 치달았다는 것을, 또 사회주의 혁명의 필연성과 당위성을 깨닫게 하지만, 비교 대상이 부재한 번역본에서는 책의 중요 부분인 혁명적 전망이 완전히 거세되어 있다.

자본주의 사회 내 많은 문화 생산물도 장상환 교수의 번역본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사회의 반동성의 폭로에 대한 역할은 일정하게 하지만, 대안과 전망, 혁명의 필연성은 전혀 묘사되지 않는다. 실제로 대중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에 의해 나타나는 불평등, 불합리성, 비민주성과 전쟁에 대한 적대적 감정은 가지고 있지만, 과학적 인식과 혁명적 대안, 전망의 부재로 사회 전반의 변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혁명적 전망이 제거된 자리에는 자연스럽게 자본주의 질서의 영원불멸성을 사상적 핵으로 한 부르주아 이데올로기가 곰팡이처럼 스멀스멀 자라나게 된다.

이미 이 곰팡이는 우리 사회 전반을 잠식하고, 소셜 미디어, 기성 언론, 뉴스, 영화 등 여러 매체에서는 반쏘, 반북, 반공주의의 역겨운 포자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썩어 빠진 부르주아 사상 문화의 균사는 사람들의 뇌 안 깊숙이 뿌리 뻗었고, 자본주의 사회는 부패를 넘어 이미 시체 냄새를 풍기고 있다. 너무 늦기 전에, 시체와 함께 같이 역사의 무덤 속에 매장되기 전에, 우리의 미래가 계급 사회의 종국적 소멸이 아닌 대립하는 계급의 공멸이 되기 전에, 장상환 교수가 옮겨 놓은 쏘련을 원래 자리로 되돌려 놓자. 없어진 혁명적 전망을 다시 살려 자본주의라는 시체를 불살라 버리는 타오르는 불꽃이 되자!

노사과연

 

References

References
1 리오 휴버먼,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장상환 역, 책벌레, 2000, p. 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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