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편집자의 글] 택수곤(澤水困)

 

김해인 | 편집출판위원장

 

 

세상이 온통 선거 이야기로 도배되고 있어서, “정신적 테러”에 시달리고 계실 회원ㆍ독자 여러분들께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선거를 풍자하고 있는, 하인리히 하이네의 “당나귀 선거”를 <권두시>로 실었습니다.

이 시에서 하이네는, 19세기 독일의 민족주의자들을 비판하고 있는데, 원래 내용대로 읽으며, 우리도 결코 자유롭지 않은 우리들의 민족주의ㆍ배외주의에 대해 다시금 상기해 보셔도 좋고, 혹은 이 땅의 신식민지 체제ㆍ자본주의 체제를 온전히 지켜낼 수 있는 적임자가 자신이라며 서로 물고 뜯으며 날뛰고 있는 자들을, 그리고 선거라는 틀 속에 갇혀 그런 저들에게 “만세 만세!” “박수갈채”를 보내며, “발을 구르며 마루를 치”고 있는 수많은 대중들의 모습을 떠올려 볼 수도 있지 않으실까 합니다. 평생을 저들에게 속고 또 속아 왔지만, 여러 이유로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이번에도 또 속고 마는 수많은 우리 이웃들의 모습이, 이 시 “당나귀 선거” 속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세>에는, 채만수 소장의 “이른바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와 그 극복”을 실었습니다. 채 소장은, ‘제국 혹은 이른바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의 쇠퇴’라는 문제의식이 가지고 있는 한계 지점들을 비판하며, 이 땅의 노동자계급이, 특히 선진 노동자들이, 현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지난해 10월 31일에 실시된 일본 중의원 선거 결과를 중심으로, ‘일본의 정세’를 다루고 있습니다.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한노정연) 시절부터 오랫동안 교류하고 있는 <활동가집단 사상운동>에 관련한 원고를 청탁드렸는데, 3편의 원고를 보내주셨습니다. 지면을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기 3편의 글들―“2편의 논문을 소개하며(일본의 국정선거에 관한 간단한 해설과 일한 노동자의 국제 연대의 중요성에 관하여)”, “49차 중의원 선거의 결과에 대응하여 대중 운동을 기축으로 한 투쟁을! 괴헌(壞憲) 저지의 결집을 현장으로부터 강화하자”, “일본유신의 회의 승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익적 포퓰리즘의 일본적 형태”―이, 회원ㆍ독자 여러분들께서 현재 일본의 정세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현장>에는 은영지 동지의 “[소성리 소식] 한미 동맹의 덫”, 임장표 동지의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라!국가보안법 폐지 전국행동 1201 참가기”, 천연옥 부산지회장의 “부산일반노조 서면시장번영회지회 노동자들의 투쟁”을 실었습니다. ‘무자격 가짜’ 회장단의 인권 탄압, 노동 탄압에 맞서 끈질기게 투쟁하고 계신 서면시장번영회지회 동지들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국가보안법의 철폐도, 사드의 철거도 하루빨리 오기를, 또 그러기 위해서 우리 더 힘차게 질기게 싸우자는 말씀을 드려 봅니다.

<이론>에는 권정기 전 소장의 “맑스레닌주의 조직론당과 민주집중제를 중심으로”를 실었습니다. 이 글은, 지난 1월 8일에 있었던 청년위원회(준) 수련회에서 발제한 내용을 수정ㆍ보완한 것인데, 권 전 소장은, 당 조직과 그것의 운영 원리인 민주집중제를 중심으로 ‘맑스-레닌주의 조직론’을 쉽고 간명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 게재된 부분이 주로 이론적인 것(실천의 토대가 되는 것)에 가까웠다면, 보다 실천적인 내용인 “한국에서 당 건설 사업의 현재와 과제”, “우리의 과제” 등을 이후 작성이 필요한 것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한동백 동지의 “맑스레닌주의 세계관의 발전관에 대해”를 실었습니다. 한 동지는 ‘맑스-레닌주의의 복원’을 과제로 삼고, 특히 철학의 영역에서, 묵묵히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데, 이번 글에서는, ‘발전의 핵심 역할을 하는 기본 법칙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의진 동지가 <번역>한 “쓰딸린의 반유대주의에 대하여”를 실었고, <회원마당>에는 지난 호에 이어 김용화 편집위원의 “쓰라린 패배를 거울삼아 영웅적 투쟁의 승리로 나아가자!―≪영웅적 투쟁 쓰라린 패배를 읽고”의 (중)이 이어집니다. 20세기 사회주의에 대한 왜곡에 맞서, 그것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원고들을 번역하고, 또 작성하시느라, 두 분 동지 모두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끝으로 사드 투쟁과 세종호텔 투쟁에 관련된 <자료>들을 실었습니다.

 

* * *

 

≪주역(周易)≫의 64괘 중 47번째로 나오는 택수곤(澤水困)괘는, 연못을 상징하는 태(兌, ☱)괘가 위에, 물을 상징하는 감(坎, ☵)괘가 아래에 있어서, ‘말라붙은 연못’을 의미합니다. 마른 연못의 모습 그대로 어려움을 뜻하므로, 주역의 4대 난괘(難卦, 어려움에 관한 괘)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주역≫은 ‘바꿀 역(易)’이라는 이름처럼, 우주만물이 항상 변화하고 그 속에 포함되어 있는 인간사도 늘 변화한다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그 변화의 본체를 음(陰)과 양(陽)의 통일과 상호전화에 두고 있습니다. 즉, 인간을 포함한 우주만물의 본체를 음과 양의 통일로 보고, 그것의 생성ㆍ변화ㆍ발전ㆍ소멸의 운동을 통해 삼라만상을 설명합니다.

그래서 아래에서 이야기할 내용과 연결되는, 즉 음과 양이 점차 극도(極度)에 달하는 경우, “음이 극에 달하면 양이 생하고, 양이 극에 달하면 음이 생한다(陰極生陽 陽極生陰)”고 합니다. 자연의 현상을 통해 인간사를 해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주역≫에서는 이것을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 즉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보통 많이들 이야기하는 궁즉통(窮則通), “궁하면 통한다”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온 것입니다.

여기서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태극기에도 몇몇이 등장하는, 무극(無極), 태극(太極), 양의(兩儀), 사상(四象), 팔괘(八卦), 육십사괘(六十四卦), 이렇게 끝도 없이 나가는데(혹은 지금까지 설명한 것과 다른 맥에서 우주만물을 설명하는 방식은, 음양, 오행(五行), 오운육기(五運六氣)… 뭐 이렇게도 설명하기도 하는데), 오늘 이야기할 것의 기본적인 바탕 정도는 이야기했으니, 더 깊이 들어가지는 말고, 이제 본격적으로 ≪주역≫의 47번째 괘, 택수곤(澤水困)을 이야기해 봅시다.

먼저 앞에서도 설명했던 것처럼, 이 괘의 모양을 보면, 못에 물이 없는 것이니 곤(困)하다, 즉 “괴롭다”고 합니다. 그런데 또 형(亨, “형통”)하고, 정(貞, “곧고 바르다”)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대인(大人)이어야 길(吉)하고, 허물이 없다”고 하며, 비슷한 의미로, “험(險, 험할 험)에 있어도 기뻐하며, 곤궁에 처해도 그 형통하는 바를 잃지 않는 것은 오직 군자(君子)뿐”이며, “군자는 이 괘를 본받아서 목숨을 바쳐 뜻을 이룬다”라고, 이 괘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연못이 바싹 말라 있는데도, 형통하고 곧고 바르고, 길하고, 이런 상황 속에서도 기뻐하며, 뜻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앞에서 말한,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입니다. 즉, ‘마른 연못’ 같은 지금의 상황은 언젠가는 변한다는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상황이 변하는가? 유언불신(有言不信), “말은 있으나 믿지 않는다”, 상구내궁(尙口乃窮), “입만 높이면 곤궁에 빠진다”, 이치명수지(以致命遂志), “목숨을 바쳐 뜻을 이룬다”고 하는데, 이것은 모두 다, 말이 아닌 행동, 실천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뒤로 갈수록(≪주역≫에서는 제일 아래의 효(爻, 괘를 이루는 한 개의 선)부터 위로 가면서 설명하기 때문에, 정확히는 위로 갈수록), 이 괘는 처음에는 아프고, 어둡고, 괴롭고, 상서롭지 못한 것으로부터, 점점 바뀌어 가서, 4번째 효에서는 내서서 지재하야(來徐徐 志在下也), “천천히 온다, 뜻이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로, 마지막 6번째 효에서는 동회(動悔) 유회정길(有悔征吉), “움직이면 후회한다. [하지만] 후회가 있더라도 나아가면 길하다”, 동회유회길 행야(動悔有悔吉 行也), “움직이면 후회하지만, 후회가 있더라도 길하다. 행하기 때문이다”로 끝납니다.

임인년(壬寅年) 정월,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마른 연못’ 같은 우리들의 현실에서, 변화에 대한 희망과 그를 위한 실천을 이야기하고 있는, 택수곤(澤水困)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김해인 편집출판위원장

0개의 댓글

연구소 일정

3월

4월 2024

5월
31
1
2
3
4
5
6
4월 일정

1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3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4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5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6

일정이 없습니다
7
8
9
10
11
12
13
4월 일정

7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8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9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0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1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2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3

일정이 없습니다
14
15
16
17
18
19
20
4월 일정

14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5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6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7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8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19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0

일정이 없습니다
21
22
23
24
25
26
27
4월 일정

21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2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3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4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5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6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7

일정이 없습니다
28
29
30
1
2
3
4
4월 일정

28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29

일정이 없습니다
4월 일정

30

일정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