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현장] 부산일반노조 서면시장번영회지회 노동자들의 투쟁

 

천연옥 | 부산지회장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 2동에 위치하고 있는 서면시장은 음식 천국이라 불릴 만큼 맛집이 많은 시장이다. 돼지국밥, 추어탕, 씨앗 호떡, 분식, 칼국수, 통닭 등이 있으며 국수 골목, 돼지국밥 골목, 먹자골목, 통닭 골목 등 구석구석 맛집이 모여 있어 찾기도 쉽고 가격도 저렴하다고 알려져 있다. 1960년대 목조건물로 시작되었고, 1972년 2월 25일에 등록시장이 되었다고 한다. 부산의 가장 번화한 도심인 서면 한복판에 있는 전통시장으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최근에는 청년몰이 들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이 요즘 많이 시끄럽다. 시장의 전반적인 관리와 주차관리를 하는, 시장 점주들이 선거로 선출한 시장번영회의 회장단의 노조탄압과 갑질로 시장의 옥상에 있는 시장번영회 사무실 옆에 해고된 노동자들이 천막을 치고 농성을 진행하고, 수요일마다 서면 도심에서 집회와 행진을 하고, 월 1회 투쟁문화제를 개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노협 정신을 계승하고 중소영세비정규직을 조직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2000년 4월 1일 설립한 부산일반노조의 작은 사업장 중의 작은 사업장인 서면시장번영회 소속 사무직 노동자 3명과 주차관리 노동자 6명이 가입하여 지회 출범총회를 한 날은 2020년 12월 31일이었다. 이들이 어떤 절박함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노조와 함께하게 되었는지를 살펴보자.

 

서면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들은 점주가 직접 가게를 운영하는 경우보다 임대를 해서 점주에게 임대료를 주고 장사를 하는 상인들의 비율이 더 높다고 한다. 시장번영회에게 각종 관리비를 납부하는 사람은 상인이지만 시장번영회는 상인이 아니라 점주들이 선출을 한다. 2018년에 선출된 현 회장단은 임기 2년을 마치고 2020년 다시 절차를 밟아 선출되어야 함에도 정당한 절차 없이 계속 회장단의 지위에 있다. 이에 일부 점주들이 ‘비상대책위’를 만들어 ‘자격무효소송’을 벌이고 있다. 회장단은 총무 일을 하는 사무직 노동자에게 선거를 제대로 한 것처럼 서류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했고, 이에 불응하자 2020년 6월 18일 이 노동자를 해고했다. 이 노동자가 해고된 자리에 2021년 5월 1일 해고된 김태경 지회장이 2020년 7월 2일 입사하게 된다. 경리직에 있다가 2021년 11월 15일 자로 해고된 허진희 조합원은 경리임에도 시설관리업무까지 시키고 밥 먹듯이 야근을 시켰으나 연장근로수당, 야간수당을 받은 적이 없었고, 일상적인 직장 내 괴롭힘에 노출되어 있었다. 노동청에 몇 번씩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진정서를 냈으나 노동청 조사관들은 오히려 회사에서 자를 수도 있으니 진정 취하하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하다가 다시 진정서를 내고 취하하지 않으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한다. 이 여성 노동자는 너무나 힘들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서면시장 앞 주차장의 주차관리 노동자들은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하루 12시간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무더운 여름이나 차가운 겨울이나 휴식 공간 하나 없이 일해야 했다. 법적인 임금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체불임금의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몇 번의 노동청 방문과 진정서 제출이 제대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자 이들은 2020년 12월 9일에 노조를 방문하고 가입상담을 했고, 10일에 사무직 노동자 3명이 가입하고, 11일에 주차관리 6명이 가입하여 조합원 교육을 받고 12월 22일 사측에 노조가입통보 및 단체교섭 요구를 하게 된다. 노조가입통보를 받은 사측의 반응은 29일 허진희 조합원의 손가방을 뒤지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에 이들은 서면시장번영회지회 출범총회를 하게 된 것이다.

 

2021년 1월부터 시작된 단체교섭은 사측의 터무니없는 억지로 파행의 연속이었다. 30인 이하의 사업장에는 단체협약이 필요 없고 취업규칙만 있으면 된다는 황당한 주장에서부터 교섭 자리에 참여한 지회장을 근무이탈이라고 주장하여 교섭 자리에서 퇴장시키고, 연차를 내고 교섭이나 지방노동위원회에 참여해야 했다. 밤늦게 술에 취한 회장이 여성 조합원에게 스토커처럼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고, 욕설과 막말을 퍼부어 대는 것도 예사였다. 갑자기 사무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하고 출근 시에 지문인식기를 통한 출근등록을 요구했다. 단체교섭은 회장측이 동원한 사람들의 소란으로 중단되기도 하고, 노조를 하기 때문에 모두 해고할 수밖에 없다고 자신들의 회의에서 결정하기도 했다. 2월 말에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100% 찬성으로 가결되고, 3월 15일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단체협약은 정리되지 않고 임금만 조정안을 합의하였으나 다음 날 3월 16일에 사측은 김태경 지회장에 대한 해고통지서를 책상 위에 올려 두는 만행을 저질렀다. 단체협약은 계속 파행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4월 21일 주차관리 조합원 6명이 사측과 체불임금에 대한 합의를 이유로 집단탈퇴를 했고, 4월 29일 조정중지로 남은 3명의 조합원이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모두 찬성, 4월 30일부로 사무직 노동자 3명이 파업에 돌입했다. 무자격 회장단은 5월 1일 자로 김태경 지회장을 교섭과 지방노동위원회 회의에 참여하기 위해 연차를 내기까지 하였으나 근무지 이탈을 이유로 해고, 파업이 계속되자 5월 23일 또 한 명의 여성 노동자를 해고했다. 무자격 회장단은 파업 기간 중임에도 대체근로자를 고용하여 일을 시키고, 6월 7일에 직장폐쇄를 했다. 이에 노조가 6월 15일에 파업철회와 현장복귀를 결정하고 한 명 남은 허진희 조합원이 출근을 했으나 회장단은 업무복귀를 시키지 않고 계속 회의실에 대기시키다가 노조가 계속 연대방문을 조직하자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에어컨 선을 절단하고 수리를 위해 방문한 서비스 노동자들에게 수리를 거부한다며 돌려보냈다. 이에 건설노조에서 연대투쟁의 표시로 에어컨을 들고 와서 설치하자 사측은 직장폐쇄를 하고 사무실 문을 걸어 잠그고 자신들만 출입을 하면서 대체근로자들과 함께 엉망으로 공과금 고지서를 남발하였다. 파업과 직장폐쇄, 그리고 해고, 다시 직장폐쇄로 이어지는 고통 속에서 5월 23일에 해고된 여성 노동자는 결국 투쟁을 포기하고 노조를 탈퇴하게 된다.

사무실과 회의실에서 밀려난 해고된 지회장과 한 명 남은 재직 조합원은 옥상에서 9월부터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고, 수요집회를 이어가자 무자격 회장단은 한 명 남은 조합원을 11월 15일에 해고했다. 이제 단 한 명의 재직 조합원도 없는, 해고자 두 명뿐인 지회, 서면시장번영회지회는 부산지역만이 아니라 전국의 투쟁사업장에 연대하면서 당당한 노동자로서 계급의식을 키워 가고 있다. 김태경 지회장은 부경몸짓패에 가입하여 문화선동과 학습을 하고 있으며, 허진희 조합원은 연구소 부산지회의 사회과학 세미나에 참여하고 있다. 노조는 서면시장번영회의 회장단의 임기가 끝나고 새로운 회장단이 구성되어야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인다는 판단으로 옥상 천막 농성장에서 겨울나기를 준비했고, 현재도 연대를 조직하며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비록 두 명이지만 투쟁하는 당사자들의 투쟁의지가 확고하고 또한 힘들다고 물러설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부산경남울산 열사정신계승사업회에서 난로를 만들어서 옥상 농성장에 보내 주었고, 난로의 땔감을 위해 나숨협동조합에서, 그리고 연구소의 윤 동지가 포항에서 직접 참나무를 잘라서 트럭에 싣고 달려오는 연대정신을 발휘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부산일반노조는 해고된 단 두 명의 조합원을 위해 주 1회 집회와 행진, 월 1회 투쟁문화제를 조직하고 있다. 연구소 부산지회는 매주 목요일 농성장 연대당번으로 소수지만 꾸준히 함께하고 있다. 그리고 부산일반노조에 최근에 만들어진 청년위원회는 신라대 청소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했던 청년들이 신라대 투쟁이 승리로 마무리되자 부산일반노조에 가입하여 청년위원회를 만들고, 학습과 투쟁을 병행하면서 서면시장번영회지회 투쟁에 누구보다 열심히 함께하고 있다.

 

 

서면시장의 무자격 회장단은 상인들에게 사무직 노동자들이 공금횡령을 해서 해고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상인들에게서 받은 관리비로 노조와의 법적 소송 비용을 다 부담하고 있다. 상인들을 위해서 사용되어야 할 공금이 무자격 회장단의 범법행위의 면죄부를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부산의 가장 번화한 도심 가운데 하나인 서면에서 오래된 건물인 서면시장은 재개발과 재건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자격 회장단은 실제로 영업을 하기엔 부족한 공간으로, 예를 들면 10평을 쪼개서 10명에게 1평씩으로 지분을 쪼개서 지인과 친인척에게 시장 지분을 매각하고 있다. 이후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되었을 때 가질 수 있는 이권을 위해서 말이다.

 

서면시장번영회지회 투쟁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자본주의 국가 권력의 본질이다. 노동청과 노동위원회가 누구를 위한 조직이며 무엇 때문에 존재하고 있는가를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근로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호하고자 만들었다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담당하는 노동청 조사관들의 태도를 보라. 사측 관리자가 여성 노동자의 손가방을 뒤지고 밤늦게 술 취해서 전화를 해 대고 문자를 보내는 것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 무수한 부당노동행위에도 불구하고 지방노동위원회는 뻔뻔스런 사측의 거짓 답변을 근거로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판정한다. 국가는 지배계급의 지배를 유지하기 위한 억압기구, 착취기구이고 자본주의 사회의 국가는 자본가계급의 지배를 위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는 노예 아니면 투사일 수밖에 없다는 진실에 다시 한 번 마주한다. 노동자의 노동이 생산하는 모든 잉여가치를 착취하고, 착취한 것을 서로 나누어 가지면서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체제인 자본주의를 끝장내지 않고서는 우리의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노사과연

 

천연옥 부산지회장

1개의 댓글

  • 허위사실입니다. 정확한 사실확인하세요. 서면시장 다른 직원분들께 물어보면 알게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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