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현장] 노동자는 인간이 아니라 부품이었다

― 한국게이츠 위장 폐업 철폐 투쟁 참여기

 

김범수 | 회원

 

 

한국게이츠라는 기업은 이름부터 낯설었다. 살면서 들어 볼 기회가 별로 없었을뿐더러, 한국게이츠 위장 폐업 문제가 막 불거지기 시작했을 때에도 필자는 그 문제에 크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허나 한국게이츠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면서 한국게이츠 노동자들에게 다가온 이 부조리한 현실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고, 대구시청 앞 천막 농성장에도 연대 농성 투쟁을 가고, 동조 단식에도 동참하게 됐다.

 

 

한국게이츠는 1989년에 설립된 회사이다. 전 세계 30여 개국에 약 100곳의 공장을 두고 있는 미국의 본사 ‘글로벌게이츠’가 51%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주 생산품은 자동차 부품이며, 생산 공장은 대구광역시 달성군의 논공공단에 있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유명한 거대 자동차 기업과 1차 협력업체이기도 하다. 1989년에 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2020년 7월 말에 위장 폐업이라는 자본의 악랄한 술수가 있기 전까지 3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거의 매년 흑자를 낸 공장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에도 몇십억 원의 흑자를 내던 공장이었다. 하지만, 원청에서는 이익을 위해 부품 하청업체를 더 싼 중국의 기업으로 바꾸면서, 항상 큰 흑자를 내며 잘 돌아가던 공장은 하루아침에 ‘대한민국에 있을 필요가 없는’ 공장이 되어 일방적으로 폐업을 했고,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다. 사 측에서 사전에 아무런 예고도 협의도 없이 6월 26일에 “제조 시설 폐쇄에 대한 한국게이츠의 입장”이라는 공고문을 붙이고,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폐업을 통보하고, 언론에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우리가 한국에 공장을 둘 때 당신들에게 물어보고 온 것이 아니다. 그러니 한국에서 철수하는 것도 우리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항의하는 노동자들에게 자본가는 이런 식으로 말을 했다고 한다. 그래도 되는 것이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말이다. 노동자는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인 자본가의 영달만이 중요한 것이었다.

 

필자가 한국게이츠의 투쟁에 처음 연대를 한 것은 올해 봄에 경북대학교 앞에서 서명 운동에 동참하면서였다. 무언가 실천을 해 보고 싶었던 필자는 이 기회를 통해 한국게이츠 사태의 심각성에 깊이 공감을 하고 진심으로 연대하게 됐다. 학교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서명을 받으면서 나름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처음으로 농성장을 방문했을 때는 한여름이었다. 그때는 채붕석 지회장 동지가 단식 농성에 돌입하기 이전이었다. 사실 처음 천막 농성장에 갔을 때는 가만히 있는 것뿐인데 뭐가 힘들겠나라는 생각을 내심 했다. 하지만 한여름의 열기를 고스란히 받는 천막에 둘러싸여 몇 시간을 앉아 있으니 선풍기만으로는 버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선풍기와 냉장고 안의 약간의 물과 음료가 전부였다. 집밥 같은 식사는 당연히 기대할 수 없고, 끽해야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 덥고 습해서 짜증이 나다가도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이곳에서 긴 시간 투쟁하는 조합원 동지들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을이 왔을 때, 채붕석 지회장 동지가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내가 처음 동조 단식을 갔을 때 지회장 동지는 벌써 근 2주째 단식을 하고 있었다. 필자는 겨우 하루 굶는 ‘동조 단식’을 했을 뿐이었지만, 한나절 굶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채붕석 지회장 동지의 야윈 얼굴을 보니 가슴이 미어져 왔다. 하지만 눈빛에는 결의가 차 있었다. 한나절 굶으며 앉아 있으면서 배고프다고, 심심하다고 엄살을 피우기도 한 본인이 몹시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퇴근 시간이 오고, 퇴근하는 공무원들이 시청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천막에 있던 조합원 동지들은 피켓과 플래카드를 가지고 퇴근 선전전을 했다. 퇴근하는 공무원들은 퇴근하기 바빠 관심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저들에게도 자신들의 삶이 있을 테니. 하지만 한국게이츠의 노동자들은 본인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일상을 빼앗긴 상태였다. 일상을 사는 대중들 대부분은 일상을 돌려놓기 위한 투쟁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구호를 외치고 민중가요를 크게 틀어 놓고 커다란 글씨를 써 놓은 피켓과 플래카드를 들어 보여도 눈길 하나 주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자본주의는 노동자계급 내부에서도 분열을 일으킨다. 퇴근하는데 시끄럽게 뭐냐 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노동자들이다. 의식의 불균등이 파다하고, 부르주아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 공작이 치밀하게 작동하고 있는 이 세상에서, 삶의 보장을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그저 떼를 쓰는 것으로 폄하를 당하기도 한다. 퇴근하는 공무원들의 태도에서도 느껴지는 듯했다.

 

이 글을 쓰는 2021년 11월 현재, 한국게이츠 노동자들은 서울의 대성산업 본사에 가서 점거 투쟁을 하고 있다. 한국게이츠의 공장과 부지를 인수하기로 한 곳이 대성산업이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에서 온 대성산업 고문은 한국게이츠 노동자들을 향해 “노동조합이 회사를 망하게 한다”며 망발을 내뱉기도 했다. 대성산업의 임원들은 사무실을 점거한 한국게이츠 해고 노동자들의 외침에 용역 투입으로 대답했다. 대성산업은 한국게이츠 해고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한국을 뜨려는 블랙스톤[1]미국의 글로벌게이츠 본사에 투자한 미국계 사모펀드로, 한국게이츠의 최대 주주이다.으로부터 공장과 부지를 헐값으로 인수했다. 하지만 대성산업이라는 자본의 입장에서는 이윤을 위해 공장과 부지를 인수했는데, 해고자 문제 해결까지는 할 의향이 없는 것이다. 이는 자본가가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선고하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지금의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가 지속되는 이상, 이는 한국게이츠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이 체제에서 노동자계급으로 살아간다면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위협이다. 노동자는 언제나 이 위협 속에서 살아가지만, 자본가는 어떻게 하면 이윤을 더 낼 수 있을지 고민하며 살아간다. 물론 그 이윤은 노동자들이 생산해 낸 가치에서 잉여가치의 형태로 착취를 해야 생기는 것이다.

한국게이츠 위장 폐업 사태는 이윤만을 추구하는 자본가들의 작태, 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국가독점자본주의의 모순이 직접적으로 선명하게 드러난 사례다. 이전에도 필자가 말한 것처럼 ‘우리 사업장’만을 위한 투쟁이 아닌,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이라는 목표를 향해 노동자계급의 과학적 사상을 가지고 투쟁을 할 때, 한국게이츠 노동자들뿐 아니라 이 땅의 노동자계급의 해방도 한 걸음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노사과연

 

References

References
1 미국의 글로벌게이츠 본사에 투자한 미국계 사모펀드로, 한국게이츠의 최대 주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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