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현장: 소성리 소식] 성주는 안녕하십니까, 2021년 소성리에서

 

박수규 | 사드철회성주대책위 대변인, 자료회원

 

“할멈,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한 고개, 두 고개, … 아홉 고개를 넘는 동안 떡 한 시루를 다 빼앗아 먹고 결국 할멈까지도 꿀꺽 삼켜 버린다는 호랑이 이야기는 이 땅의 백성들이 긴 세월 겪어 온 탐욕스러운 대국의 우화입니다. 탐욕스러운 이무기를 달래기 위해 만만한 어린 것을 물색해서 우격다짐으로 잡아다가 제물로 바쳤던 고을 원님의 이야기는 제 백성의 삶을 제물 삼아 대국의 탐욕을 달래는 겁 많고 미련한 임금에 대한 우화입니다. 얼마나 원통하고 사무치면 입에서 입으로 수백 년을 전해져 내려왔을까, 이 이야기들이 단순히 옛이야기가 아님을 절감하는 요즘입니다.

 

 

무정한 세월에 성주는 안녕하십니까?

성주의 최북단 작은 마을 소성리는 내내 안녕하지 못합니다. 7월 8일까지, 올해 들어서만 스무 번째 매번 1,000여 명의 경찰 병력이 소성리를 짓밟아 쑥대밭으로 만들었습니다. 지난 5월 14일, 소성리에 2천여 명의 경찰 병력을 투입하여 미군 물자가 성주 사드기지로 올라가는 길을 열었습니다. 일주일 후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가 바이든에게 바치는 조공이었지요. 그날 이후 지금까지 일주일에 두 번씩 소성리는 전쟁터가 됩니다. 언제까지라는 기약도 없습니다. 주민들이 항복하고 미군 차량들이 소성리 마을길을 자유롭게 드나들 때까지 이 짓을 계속하겠답니다. 더없이 비굴하고, 참으로 가혹하고, 참으로 혹독하고, 참으로 잔인한 정부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이름 붙인 ‘임시’사드 부지의 모든 공사는 여전히 불법입니다. 병사들의 생활 개선은 명분이 될 수 없습니다. 도무지 수백 명이 상시적으로 거처할 수 없는 부지에 미군과 한국군 병사들을 억지로 밀어 넣고 그들의 생활 조건을 말하는 자체가 가소로운 짓입니다. 컨테이너 막사 따위의 문제가 아닙니다. 달마산에서 퍼 올리는 생활용수가 부족해서 매주 탱크로리 6대 분량의 음용수를 외부에서 공급하고, 넘치는 분뇨와 쓰레기, 생활 하수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병사들의 생활 환경이 안락해지는 만큼 달마산 일대의 환경이 열악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환경영향평가에서 문제가 없다면 그 결과 또한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2017년에 20만 평 부지를 반으로 쪼개서 억지 편법으로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했지만 지금까지도 그 결과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데, 상황이 더욱 악화된 지금 제대로 된 일반환경영향평가가 가능하겠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4년째 무슨 무슨 명목의 공사가 계속되고 사드 성능 개량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설사 요식 행위에 그칠지라도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공사를 할 수 있다는 대한민국의 법 따위는 소성리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코로나 방역법 따위도 소성리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사드는 들어올 때부터 불법입니다. 아니 점령입니다. 우리나라의 땅을 외국 군대에게 내어주는 데 조약이든 입법이든 근거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지금까지도 정부는 소성리 사드 배치와 관련된 한미 간의 계약서 한 장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불법으로 시작해서 불법으로 둥지를 튼 불법사드 기지가 있는 소성리에서, 1,000여 명의 경찰이 40-50명의 주민과 연대자들을 끌어내는 사냥놀이가 일주일에 두 번씩, 이미 두 달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무정한 세월, 비정한 정부의 사냥질에 소성리는 오늘도 안녕하지 못합니다.

 

 

사드는 위험한 무기입니다. 북의 핵으로부터 한국의 안전을 보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주일미군 기지와 괌 또는 미국 본토를 향하는 중국과 북의 탄도 미사일을 가장 빨리, 가장 근거리에서 포착해서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로 전달하는 것이 성주 사드의 주임무입니다. 성주 사드는 일본과 괌의 사드와 함께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에 편제되어 있습니다. 이에 맞서서 중국의 미사일들은 일차적으로 주일미공군 기지와 더불어 성주를 겨냥하고 있을 것입니다. 날이 갈수록 사드는 점점 더 위험한 무기가 되어 갑니다.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될 것이고, 갈등이 고조되어 남중국해 또는 대만해협에서 무력 충돌의 위협이 높아지면 그때마다 중국은 사드 문제를 걸고 나올 것이고, 성주는 그때마다 가슴을 졸여야 할 것입니다. 사드를 소성리로 보내면서 성주는 조금 더 안전해졌을까요. 그렇게 믿고 싶은가요?

 

소성리 주민들은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의 방식과 삶의 영역을 침해받지 않을 당연한 권리가 미군에 의해, 국가에 의해, 국방부에 의해, 경찰에 의해 무시당하고 짓밟히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그 지옥 같은 날들을 견뎌 내며 포기하지 않고 싸우는 소성리 주민들, 그 지난한 투쟁 속에서 소성리는 대한민국 주권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정부가 법적 근거도 없이 외국 군대에게 내줘버린 땅을 반드시 되찾아 자랑스럽게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입니다. 대국의 강압에 눌려 불법적으로 공사를 강행하고 불법 공사를 방조하기 위해 대규모 경찰 병력을 동원하는 부끄러운 대한민국 정부에게 주권 국가의 정부답게 외세 앞에 떳떳할 것을, 이 정부가 집시법, 도로교통법만 앵무새처럼 떠들지 말고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그리고 ‘임시’사드 기지에서도 대한민국의 국법이 지켜져야 함을 확인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소성리는 대한민국의 자존심입니다. 무정한 세월에 많이 힘들지만, 소성리는 여전히 성주의 자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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