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현장]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 열정적인 투쟁과 투쟁의 한계

 

김범수 | 회원

 

 

2021년 8월 7일, 오후 7시부터 강원도 원주에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본사의 천막 농성장에서 열리는 투쟁 문화제에 참여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의 노동자들은 직영화, 정규직 전환과 공공성 보장을 요구하면서 지난 2월부터 파업과 중단을 반복해 왔다. 건보공단 고객센터 동지들은 5,100만여 명의 가입자들의 개인 신상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성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민간위탁의 형태가 아닌 직고용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부르주아 국가 권력이 노동자들의 투쟁을 방해하는 방법은 더욱 다채로워져, 건보공단 이사장이 노동자들에게 투쟁을 멈추라는 요구를 하면서 단식을 시작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건보공단 동지들은 7월 1일부터 3차 파업에 돌입했고, 7월 23일에는 고객센터 직고용을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부르주아 정부의 경찰은 차벽과 방패를 동원하여 집회를 탄압했고, 소위 ‘조중동’을 비롯한 주류 언론 매체들은 연일 노동자들의 집회에 대한 부정적 여론 형성에 열심이었다. 건보공단 고객센터지부 수석부지부장은 단식 농성에 돌입하여, 투쟁 문화제가 열린 8월 7일부로 단식 16일차에 접어들었다.

전국 각지의 여러 사업장 및 단체에서 연대를 위해 먼 길을 달려와서 문화제에 참여했으며 수많은 노동자, 활동가 동지들의 발언과 공연 등이 이어졌다. 건보공단 본사 입구에서 차벽을 설치하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감시하는 경찰은 소음 등과 관련해서 계속해서 경고 방송을 내보냈지만 건보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투쟁 열기를 꺾을 수는 없었다.

 

 

이는 분명 응원하고 지지해야 한다. 노동자가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침해당하고 빼앗기는 현실에서 이를 되찾고자 하는 투쟁을 우리는 당연히 지지해야 한다. 허나 이와 동시에 이번에도(항상 그래 왔지만) 한계는 여실히 드러났다. 현실사회주의가 붕괴되고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현실에서 변혁적 전망과 과학성을 상실한 노동 운동의 고질적인 한계가 이곳 건보공단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민주노총도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 ‘노동자 해방의 나라’ 등의 금과옥조 같은 말을 내뱉는다. 심지어 혁명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동 운동이 선명한 변혁적 방향을 상실하여 경제적 조합주의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 현실에서 그러한 말은 공허한 울림일 뿐이다. 만일 건보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바를 성취하고 나면 이제 그다음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자신들의 사업장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고 난 후에도 노동자들이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투쟁을 이어갈 동력과 의지가 있는지 필자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심지어 정규직 조합원들은 건보공단 노동자들의 투쟁에 반대 의사를 나타내기도 하는 등 경제적 조합주의가 만연한 이 현실에서 민주노총이 외치는 ‘노동해방’, 이 얼마나 내실이 없고 공허한가?

투쟁 현장에 모인 수많은 동지들은 저마다 여러 가지 문구와 로고, 뱃지가 달린 조끼와 티셔츠 등을 입고 참여했다. 그 수많은 조끼와 티셔츠에 적혀 있는 문구들 중에서 필자의 눈에 자꾸 밟히는 문구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 만납시다!’

2017년 5월, 박근혜 정권이 무너지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정부’를 당당하게 내세우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외쳤다. 2021년이 왔고, 이제 문재인 정부의 임기는 1년도 남지 않았다. ‘노동존중 정부’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임기 동안 탄력근로제 확대,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등의 노동개악안을 통과시켰고, 코로나 시국을 틈타 노동자들의 집회를 열심히 탄압했다. ‘노동존중 정부’가 아닌, 독점자본의 편에 서 있는 정부라는 사실이 이미 온 천하에 드러났다. 소위 ‘촛불 혁명’을 등에 업고 정권을 잡은 문재인과 민주당은 노동자들에게 한 최소한의 약속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 지난 4년 동안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항상 말한다. “정부가 나서라!”, “정부가 책임져라!” “김용익(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나서라!”,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과 만납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국가 권력이란 부르주아지의 권력을 옹위하기 위한 수단이다. 정부는 정직하다. 자본 권력이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를 보장해 주는 수단으로 그 역할을 아주 정직하게 수행하고 있다. 그들은 그들의 일을 할 뿐이다. 저들이 옳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저들이 하는 일은 이 체제 위에서는 옳은 일인 것이다.

노동자계급은 이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에서의 국가 권력의 역할을 인지해야 한다. 경제적 조합주의에 머무르지 않고 노동자계급이 나아가야 할 해방의 길을 향해 전진해야 한다. 우리 조합, 우리 사업장의 목표에서 끝나는 투쟁이 아닌, 노동자계급이 국가 권력을 쟁취하여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이라는 목표를 노동자계급의 사상적 기반 위에서 명확히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만납시다!” 같은 미사여구는 부르주아 국가 권력에 대한 기대만을 부추길 뿐이다. 노동자계급에게 있어서 부르주아 국가 권력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 없이 노동 운동은 지금과 같이, 그리고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과 같이 끊임없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건보공단 고객센터 동지들의 투쟁에 지지와 동시에 우려 또한 보내는 바이다.

필자는 소성리의 사드 반대 투쟁에도 매주 결합하고 있다. 소성리의 할머니들은 박근혜 정부가 도입한 사드를 정권이 바뀌면 철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했다. 소성리 투쟁이 어언 6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구호가 할머니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문재인은 사드 못 뺀다!”, “우리가 뺀다!”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소성리 할머니들조차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국가독점자본주의에 억압받는 현실에서, 이러한 인식 전환을 바탕으로 운동의 새로운 전망을 열어야 한다. 이러한 인식 전환이 노동자계급 전반에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그것도 시급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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