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자료] 코로나-19 이후의 노동 운동?

― 그 전과 후가 아니라 근본적인 추세가 문제다

 

채만수 | 소장

 

* 이 글은, <사월혁명회>에서 발행하는 ≪사월혁명회보≫ 제134호(2021. 7.) 중 “코로나19 이후 운동 과제”란에 실린 글입니다.

 

 

최근 ‘코로나-19 이후’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코로나-19에 의한 대역병이 제발 빨리 사라졌으면 하는 소망에서일 터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코로나-19에 의한, 장기간에 걸친 대역병이 현 사회의 운동, 자본주의적 생산의 운동에 무언가 중대한 변화를 야기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일 터이다.

그러나 미리 얘기하자면, 코로나-19에 의한 대역병은, 현 시기 자본주의적 생산의 근본적 경향・추세를 다소 가속화하는 계기는 되었을지언정, 그 경향・추세를 결코 수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대역병은, 그 때문에 더욱 실업과 빈곤으로 내몰리고 있는 노동자・인민 대중을 자극하여 자본주의적 생산을 폐기하는 사회 혁명을 유발하지 않는 한, 그 자체로서는 그 경향・추세를 수정할 수도 없다.

그런데, 요즘 몇몇 나라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중 투쟁들을 보면, 그것들은, 대역병을 계기로 더욱 착취와 억압의 고삐를 조이는 자본주의적 생산 체제에 대한 저항이라기보다는, 단지 방역 조치들에 대한, 오도된 조건 반사적 저항들이다. 이 대역병이 자극・유발하는 대중 운동들・대중 투쟁들이 직접적으로 사회 혁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자・인민 대중이, 역사와 사회에 대한 과학적 인식과 의식으로 무장되어 있지 못하고, 제국주의가 주입해 온 비과학적 의식에 함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관심은 바로 거기에, 즉 이 대역병은 현 시기 자본주의적 생산의 근본적 경향・추세를 다소 가속화할지언정, 그 경향・추세를 결코 수정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이 대역병이 유발하는 대중 투쟁조차 현재로서는 사회 혁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모아져야 할 것이다.

 

우선, 지금 전 세계는, 주지하는 것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의 대유행 그것에 경악하면서, 이 새로운 대전염병을 저지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2019년 말/2020년 초에 발생하기 시작하여,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2021년 7월 14일 현재 세계적으로, 공식적으로 집계된 숫자만도, 이미 확진자 수는 2억 명에 육박하고, 사망자 수는 4백만 명을 넘어선 데다,[1]실제의 확진자 및 사망자의 수가 이보다 훨씬 많으리라는 것은 공공연한 추산이다. 예컨대 ― “‘델타 변이’가 확산한 인도에서 당국이 신종 … Continue reading 변이에 변이를 거듭하면서 확진자도 사망자도 연일 확산되고 있으니, 그 경악도, 사력을 다한 저지 노력도 모두 당연지사다.

전염병 그 자체에는 그 어떤 계급성도 없고, 따라서 그것은 계급-중립적이다. 따라서 노동자든 아니든 누구나 이 전염병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방역 조치들에 적극 협조・동참해야 하는 것도 물론 당연지사다. 사회 일각에서는 이 ‘코로나-19’와 그것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 접종이 모종의 음모의 소산이라는 듯이 무책임하게 떠들어 대기도 하지만, 그러한 반과학적・반사회적 헛소리에 귀를 기울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음모론, 그러한 반과학적・반사회적 헛소리가 발생하고, 그러한 헛소리가 그 자체 자본주의 사회의 소산인 무정부주의적 성향의 대중들이나 극우 성향의 대중들을 사로잡아, 서유럽 일부 국가들에서처럼, 수만 명의 시위에까지 나서게 하는 데에는 물론 이유가 없지 않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전염병 그 자체는 계급-중립적이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것이 끼치는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영향이나 결과, 그리고 그것을 빌미로 취하는 경제적・정치적 조치들・정책들은 결코 계급-중립적이지 않기 때문이다.[2]따라서, 방역 조치가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그러한 방역 조치의 경제적・사회적 영향과 결과가 계급에 따라 판이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 Continue reading

우선, 고급 승용차로 출퇴근을 하며 넓고 호화롭고 널찍한 사무실과 대저택에서 유유자적하는 자본가들에 비해서, 사람들로 붐비는,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수단을 통해서 출퇴근을 하며 연일 과중한 노동과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하는 노동자들, 그리고 그 대부분이 사실은 산업예비군의 침전층인 소위 영세 자영업자들과 그들에게 고용되어 접객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절대 수에서는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그 비율에서도 압도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죽어 간다는 것은, 구태여 통계를 들이댈 필요도 없이, 너무나 명확하다. 바로 계급의 문제다!

세계 최부국・최강국인 미국에서, 코로나-19에 의한 사망자 수가 그 인구 비율에서도 놀라울 뿐 아니라, 7월 10일 현재 62만 명을 훌쩍 넘어 그 절대적 수에서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최다수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도, 계급 문제를 새삼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노동자계급의 절대다수가, 최강 제국주의의 국가주의・애국주의에 취해, 노동자계급으로서의 자각, 계급 의식을 잃은 것이 이 참사의 근본적인 사회적・정치적 원인일 터이니까 말이다.

코로나-19에 의한 대역병의 경제적・사회적 영향도 물론 계급에 따라 판이하다. 자본, 특히 대자본들은 “정부의 전례 없는 지원”[3]예컨대, 독점자본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국제기구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7월 7일에 발표한 ≪OECD 2021년 고용 전망(OECD Employment Outlook 2021: Navigating … Continue reading을 즐기면서 대호황을 누리고 있는[4]“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이 3개월 연속 40% 내외의 높은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수출액 548억 달러를 기록하며 6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15개 … Continue reading 반면에, 노동자계급의 경우 특히 영세 기업들에 고용되었던 노동자들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리고 미취업 청년들의 실업과 빈곤 문제가 더욱 악화되어 왔고, 영세 자영업자들이 대거 파산으로 몰리면서 아우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지 않은가?

이 실업과 빈곤은 세계적으로도 물론 마찬가지여서, 예컨대, OECD는 ≪OECD 2021년 고용 전망≫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2020년 말에는 2019년에 비해서 OECD[38개 국: 인용자]에서 대략 2,2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그리고 세계적으로는 1억 1,4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OECD 지역에서는, 점차적인 회복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위기 [즉, 코로나-19 대유행: 인용자] 전보다 800만 명 이상이 실업상태에 있고, 1,400만 명 이상이 비(非)경제활동 상태에 있다.

 

이러한 상황은 당연히 노동자계급의 저항을 불러올 수밖에 없고, 그에 대한 부르주아 국가의 대응은 물론 억압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서의 비근한 예로, 주지하는 바이지만, 7월 3일에 민주노총이 여의도에서 노동자대회를 열겠다니까 서울시 당국은 대회 개최를 허가하지 않았고, 김부겸 국무총리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대동하여 민주노총을 방문, 대회를 열지 말라고 종용하면서, 대회를 개최할 경우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경고했다. 대회 당일 경찰은 500여 대의 경찰 버스를 동원, 대회 장소로 예정된 여의도광장을 봉쇄했고, 급거 장소를 종로3가로 바꾸어 대회를 열자 서울시 당국은 ‘불법 집회’라며 ‘집회 참가자 8,000명’ 전부를 고발했다. 경찰은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다짐하며 수사에 나섰으며, 자본의 언론은 실성한 개떼처럼 물어뜯고 나섰다. 그리고 7월 5일엔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불법적인 대규모 집회 등 방역 수칙을 위반하는 집단 행위에 대해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저들의 우두머리임을 과시했다.

그러나 청와대나 행정 당국도, 경찰도, 언론도 모든 집회에 다 그렇게 대응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라는 자기 주제를 망각하고, 무엄하게도 총리에게 “야구 경기는 되고, 노동자 집회는 안 되느냐”고 항변했다지만, 되는 것이 야구 경기만은 아니다. 바로 그 며칠 전에는 용인에서, 보도에 의하면, 4천여 명의 청중이 운집한 가운데 무슨 유행가 콘써트라는 게 열렸고, 노동자대회 바로 전날인 7월 2일이나 다음 날인 4일에는 물론, 다른 날도 아닌, 바로 노동자대회가 열리던 7월 3일에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의 체조경기장에서 역시 수천 명씩의 청중이 운집한 가운데 ≪조선일보≫가 선발한 이른바 ‘트로트 Top 6’의 콘써트가 열렸으며, 7월 10일과 11일에는 청주대학교의 체육관에서, “좌석 간 거리두기 없이 2500여 명의 팬들이 좌석을 가득 채운 채 열광하”[5]진향희 기자, “‘미스터트롯’ 콘서트 강행 팬들도 우려…수원 공연 취소→전주 공연 급편성”, ≪스타투데이≫, 2021. 7. 13. … Continue reading며, 역시 같은 콘써트가 열렸다.[6]그런데 민주노총의 노동자대회와는 전혀 무관한 확진자 폭증으로 방역 조치가 강화되자, 다름 아닌 바로 이 ≪조선일보≫(김명일 기자)가 “‘민노총 … Continue reading 물론 ‘합법적으로’! 즉 당국의 허가를 받고! 그리고 언론의 각광을 받으면서! 야구 경기들도, 저 뽕짝 콘써트들도 모두 대자본이 주최・주관하는 행사들이니까!

뿐만 아니라, 지극히 검찰적인 ‘정의와 공정, 상식’의 상징으로 등장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 29일에 서울 서초구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내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그곳엔 천여 명의 지지자들이 운집해서 열광하며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어떤 언론도 “방역 수칙 위반” 운운하며 비판하고 나서지 않았다. 당국이나 극우 단체들의 고발이나 경찰의 수사 따위도 물론 없었다. 기자 회견임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대규모 ‘불법 집회’였는데도 말이다. 물론, 극우 집회였는지는 몰라도, 분명 노동자 집회가 아니었으니까!

 

아무튼 이상이 극히 간략하게 그린, 코로나-19에 의한 대역병 시국의 풍경이다.

그런데 그 풍경이 아무리 극적으로 보이더라도, 노동자계급은 그 극적인 측면에 정신을 팔아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거듭 말하지만, 그것은 현 시기 자본주의적 생산의 근본적 경향・추세가 대역병을 계기로 잠시 가속화된 양상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임금 노동자에게 무엇보다도 절대적으로 절실한 고용・실업 문제와 관련하여 특히 명백하다. 코로나-19에 의한 대역병을 계기로 특히 악화된 실업과 그에 따른 빈곤의 문제는 현 시기 자본주의의 근본적 경향・추세를 가속화했을 뿐이고, 따라서 바로 그 근본적 경향・추세야말로 근본적인 문제인 것이다.

이 근본적 경향・추세는 자본의 이데올로그들도, 그 역사적 의의는 물론 모르지만, 충분히 알고 있다. 그리하여 예의 보고서에서 OECD는, “COVID-19 팬데믹이 전 세계 국가들을 엄습하기 전에, 인공지능의 등장 및 빅데이터의 이용뿐 아니라 기술 변화자동화디지탈화는 이미 사회와 노동세계를 개조하는 대세의 일부였다”(강조는 인용자)는 것을 확인하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위기의 고난을 경감하려는 [각국 정부의: 인용자] 노력에도 불구하고, COVID-19 위기의 경제적 그리고 고용상의 영향들은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에 미칠 것 같다.

… 특히 많은 회사들이, 가혹한 봉쇄 지침과 불확실성에 직면하여, 생산과정을 디지털화하고 자동화하는 계획을 분명 가속화해왔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는 팬데믹 중에 일자리를 잃은 취약 노동자들에게 ‘이중의 충격’을 가하게 될 것이고, 가속화된 자동화 및 기술 채택 때문에 팬데믹의 후유증으로부터 그들을 회복시킬 수 없게 할 것이다.

 

자본의 전투적 대변지 ≪조선일보≫(2021. 7. 10.)도, “코로나 2년… 감당 못할 속도로 일자리가 사라졌다”(인쇄판)거나 “코로나 실업자 1억 명… 감당 못할 속도로 일자리가 사라졌다”(인터넷판)라는 제목 하에 OECD의 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요약・각색하여 보도하면서, 그 속에서 특히 이렇게 말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의 일자리 종말 시계를 앞당기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 ‘2021 고용 전망’ 보고서에서 “코로나 사태 여파로 전 세계에서 1억1400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상당수의 ‘코로나 실직자’들이 일시적으로 해고를 당한 것이 아니라 종사하던 일 자체를 잃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OECD 37국[원문대로!]의 경우, 코로나로 인해 실직한 사람은 2200만 명인데, 이 중 800만 명은 일자리가 아예 사라지거나 기계 등으로 대체돼 돌아갈 곳이 없게 됐다”고 했다. (강조는 인용자.)

 

사실, 디지털화・자동화에 의한 일자리의 소멸은, 그리고 코로나-19 시국에서의 그 가속화는 구태여 OECD의 보고서나 그것을 각색한 ≪조선일보≫ 등의 보도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이미 상당히 오래전부터 일상생활 속에서 경험해 오던 바다. 예컨대, “오라잇” 하고 외치던 버스 안내원들이 모두 사라지고, 정거장에서 ‘개찰’을 하던 검표원들도 모두 사라지더니, 이제는 아예 매표창구들까지 사라지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여러 상품의 ‘자판기들’이 판매 노동자들을 대체하고, 특히 대자본과 그 판매 가맹점들이 운영하는 가게들에서는 이른바 ‘키오스크(Kiosk)’라고 불리는 무인 주문・판매기들이 또한 급속히 판매 노동자들을 대체하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경향은 코로나-19 대역병 시국에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데, 쥐꼬리만큼의 최저임금 인상에조차 계급적 적의를 참을 수 없는 ≪조선일보≫는 이러한 경향을 이렇게 보도하고 있다.

 

무인화가 일상이 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면서 편의점과 마트에서 시작된 무인화 바람은 PC방, 독서실, 빨래방, 카페뿐만 아니라 가전, 자동차, 통신 업계까지 번졌다. 무인화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속화할 전망이다. 13일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 오른 시간당 9160원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이 나오자 유통업계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확산과 최저 임금 상승으로 무인점포와 서비스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7]변희원・조성호 기자, “최저임금의 역습…소주・맥주 자판기까지 나왔다 / 내년 최저임금 9160원…유통업계 무인화 서둘러”, ≪조선일보≫, … Continue reading

 

가히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의 일자리 종말 시계를 앞당기고 있다.” ― 그런데 이렇게 가속화하고 있는 “일자리의 종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다름 아니라 자본주의의 종말, 바로 그것이 앞당겨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8]“만일 생산력의 발전이 노동자의 절대적인 숫자를 감소시킨다면, 즉, 사실상 전 국민이 보다 적은 시간에 그 총생산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면, 그 … Continue reading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노동자들의 외침처럼, 자본주의 체제에서 무산(無産)의 임금 노동자들은 고용되지 않으면, 사실상 살아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작금의 추세이자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 시계를 앞당기고 있는” “일자리의 종말”은 자본주의 체제가 대량의 노동자들을 용도 폐기하여 그들의 살길을 막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렇게 용도 폐기당하는 노동자들로서는 자신들을 용도 폐기하는 그 자본주의 체제를 용도 폐기하는 길밖에 다른 살길이 있겠는가?

이른바 “진보적인 소부르주아 지식인들”도, 그리고 오늘날에는 극히 극우적인 정치인들, 그러한 정치 집단들조차도 사태가 그렇게 전개될 것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그리하여 자본주의를 파멸로부터 구하기 위해서 나오는 대표적 헛소리가, 다름 아니라, “기본소득”(!)이다. 그런데, 쥐꼬리만큼의 최저임금 ‘인상’에조차 그토록 적대적인 자본에 의한 ‘기본소득’? “모든 사회 구성원이 기본적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현금 급여”[9]이종태, “[편집국장의 편지] 기본소득의 이상과 현실”, ≪시사IN≫ 제720호(2021. 7. 6.), p. 3.로서의 기본소득? 그것이 과연 가당키나 하겠는가?

혹시 반론이 제기될지도 모르겠다. “제2차 대전 후에 특히 서유럽을 중심으로 이른바 ‘복지 국가’ 체제가 확립되기도 했지 않은가?” 하고. 하지만, 제2차 대전 후의 이른바 ‘복지 국가’ 체제, 그것은 기본소득론자들이 암시하는 것과 같은 어떤 진보적 착상의 소산도, 인도주의의 소산도 결코 아니었다. 그것은 1930년대의 대공황과 제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그리고 특히 쏘련에서의 사회주의 체제의 발전을 목격하면서 격화돼온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열기를 자본주의 체제 내에 수속(收束)하기 위한, 자본의 고육지책이었다. 그리하여 1950년대 중후반 이래 노동자계급이 체제 내에 안주하고, 반쏘・반공 이데올로기가 노동자 대중을 지배하게 되면서 그것은 파괴되기 시작했고, 특히 쏘련을 위시한 20세기 사회주의 세계 체제가 해체되자 급속히 파괴되어 왔다.

다시 반론이 제기될지 모른다. “그렇다면, ‘기본소득’이든, ‘복지 국가’든, 아무튼 투쟁을 통해서 쟁취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고.

그러나 제2차 대전 후에 이른바 ‘복지 국가’ 체제가 확립되는 데에서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열기・투쟁은 물론 필수조건이었지만, 결코 충분조건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제2차 대전 후의 이른바 ‘복지 국가’ 체제 그것은, 대략 5천만 명을 도륙하고 수백만 명을 군대로 징집함으로써 자본주의의 ‘과잉 인구’를 해소하고, 당시 자본주의적 생산의 주요한 기지였던 유럽 등을 파괴하여 ‘과잉 생산’을 해소함으로써만,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그러한 대량의 살육과 파괴를 통해서 자본주의 역사상 유례가 없는 ‘장기 호황’의 조건들이 마련됨으로써만 확립될 수 있었던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현 시기에 전개되고 있는, 그리고 코로나-19에 의한 대역병을 계기로 가속화되고 있는, 현 시기 자본주의의 근본적 경향・추세는, 제2차 세계 대전이라는 비극을 초래한 1930년대 대공황 이상의 자본주의의 파국을 이미 예고하고 있고, 그 징조를 짙게 보여 주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당연히 제2차 대전 이후, 그리고 특히 쏘련 해체 후에 상실한 노동자계급의 혁명성을 재건, 자본주의적 생산 체제를 폐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선 두 개의 이데올로기 전선을 반드시 돌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하나는, 부르주아・소부르주아 이데올로그들과의 전선이다. 그들은 온갖 형태의 교육, 온갖 형태의 막강한 대중 조작 매체들을 동원, 물고기와 물의 관계가 절대적인 것처럼 인간과 자본주의의 관계도 절대적이라는 듯이 대중을 세뇌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자계급의 선진분자들은 스스로를 노동자계급의 역사・사회 과학으로 무장하고, 치열한 선전・선동을 통해서, 저들과의 치열한 이데올로기 투쟁을 통해서 저들의 무지・기만을 폭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본주의적 생산의 근래의 추세는 바로 자본의 종말이 임박했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그런데 노동자계급이 혁명적으로 진출하지 않으면 제1차 대전이나 제2차 대전은 비교도 되지 않는 대파국, 인류의 사실상의 절멸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노동자 대중이 깨닫게끔 해야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화려한 혁명적 언사로 위장하고 노동자계급 운동 내부에서 극히 반혁명적인 책동을 벌여 왔고, 현재에도 그러하고 있는 조류들과의 전선이다. 특히 제국주의의 반쏘・반공 이데올로기 전선에서의 뜨로쯔끼주의의 음흉・은밀하면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폭로함으로써, 노동자 대중이 그들의 반혁명적 정체를 알 수 있게끔 해야 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구태여 말하자면, ‘코로나-19 이후’ 노동 운동이 우선적으로 수행해야 할 과제이고 방향이다. 이 두 개의 이데올로기 전선을 돌파하지 않고서는 결코 노동자계급의 혁명성을 재건할 수 없기 때문이다.

 

References

References
1 실제의 확진자 및 사망자의 수가 이보다 훨씬 많으리라는 것은 공공연한 추산이다. 예컨대 ― “‘델타 변이’가 확산한 인도에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수를 대폭 축소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전문가 분석과 유가족 증언 등을 토대로 보도했다. / 미국 워싱턴대 의과대학 산하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 분석 결과 인도의 진짜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공식 통계(39만여 명)의 3배에 가까운 11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인도 당국이 집계하는 공식 확진자 수는 실제 확진자의 고작 3-5%에 불과한 것으로 IHME는 추산했다. / … /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달 전 세계의 진짜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공식 통계의 2-3배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으나, 인도와 중남미・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들에서는 더욱 심각한 실태일 것으로 추정된다. …”(강건택 기자, “‘델타 변이 확산 인도, 코로나 사망자 대폭 축소했다’”, ≪연합뉴스≫, 2021. 6. 28. <https://www.yna.co.kr/view/AKR20210627060700072>)
2 따라서, 방역 조치가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그러한 방역 조치의 경제적・사회적 영향과 결과가 계급에 따라 판이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체제에 반대하는 투쟁이 아니라, 방역 조치 그 자체에 반대하는 투쟁은 철저하게 오도된 것이다. 사실, 현재 인류가 획득한 생산력과 과학의 수준을 고려할 때, 억압과 착취의 자본주의 사회만 극복한다면, 인류는 분명, 전염병의 돌연한 발생을 전적으로 봉쇄할 수는 없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방역 조치들이 노동자・인민에게 강요하는 것과 같은 고통이 없이 보다 더 과감하고 효과적인 방역 조치들을 취할 수 있을 것이고, 그리하여 그 전염병에 따른 희생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3 예컨대, 독점자본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국제기구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7월 7일에 발표한 ≪OECD 2021년 고용 전망(OECD Employment Outlook 2021: Navigating the COVID-19 Crisis and Recovery)≫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 “COVID-19 팬데믹에 의해 야기된 충격의 외부적 성격을 고려할 때, 그 결과 많은 기업들이 겪은 단기간의 유동성 문제들은 그들 기업의 장기적 생존능력에 관해서는 거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경제활동이 재개될 때까지 이들 기업이 도산하지 않도록 OECD 국가들은, 노동 비용의 직접적 지원뿐 아니라, 사채(社債) 매입・직접 대부・자본 주입・현금 제공을 포함한 전례 없는 수준의 지원을 제공해왔다.” OECD는 보다 더 절실하게 이렇게도 말하고 있다. ― “경제들을 회복시키고 다시 활성화시키기 위한, 전례 없는 범위와 규모의 국가 지원은 희망의 원천이다.” 저들이 “경제”라고 말할 때, 그것은, 저들이 무어라고 표방하든, 당연히 자본을 의미한다.
4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이 3개월 연속 40% 내외의 높은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수출액 548억 달러를 기록하며 6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15개 주력 품목의 수출이 모두 증가하면서 역대 상반기 실적 중 세 번째로 전 품목 증가를 달성했다. /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2021년 6월 및 상반기 수출입 동향’을 발표하고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이 548억 달러로 전년 대비 39.7%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수입 503억 6000만 달러로 40.7% 늘었으며 무역수지는 44억 4000만 달러 흑자로 ‘14개월 연속 흑자’가 이어졌다.” (박성우 기자, “6월 수출 548억 달러 ‘역대 최대’…무역수지 14개월 연속 흑자”, ≪조선일보≫(인터넷판), 2021. 7. 1. <biz.chosun.com/policy/policy_sub/2021/07/01/VSNRK6XIZ5F3JNQB5NKEOJA6ZY/>).
5 진향희 기자, “‘미스터트롯’ 콘서트 강행 팬들도 우려…수원 공연 취소→전주 공연 급편성”, ≪스타투데이≫, 2021. 7. 13. <www.mk.co.kr/star/hot-issues/view/2021/07/673945/>
6 그런데 민주노총의 노동자대회와는 전혀 무관한 확진자 폭증으로 방역 조치가 강화되자, 다름 아닌 바로 이 ≪조선일보≫(김명일 기자)가 “‘민노총 가입하면 8000명 결혼식 가능한가’ 예비부부들 뿔났다”(<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1/07/11/3F773P3S5NDB HEHYRJA4YJ7ZAQ/>) 운운하며, 악선동하고 나섰다. ≪조선일보≫의, 그리고 기사 작성자 김명일 기자의 이 파렴치하고 악의적인 행태는 분명 명일의 역사의 심판, 그만큼 준엄한 심판을 청하는 것일 터이다.
7 변희원・조성호 기자, “최저임금의 역습…소주・맥주 자판기까지 나왔다 / 내년 최저임금 9160원…유통업계 무인화 서둘러”, ≪조선일보≫, 2021. 7. 14.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1/07/14/TBUYPQV43VEV3AWOJH73IIVQWU/>
8 “만일 생산력의 발전이 노동자의 절대적인 숫자를 감소시킨다면, 즉, 사실상 전 국민이 보다 적은 시간에 그 총생산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면, 그 발전은 혁명을 야기할 것인바, 왜냐하면, 그것은 인구의 다수를 폐기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론≫ 제3권, MEW, Bd. 25, S. 274.)
9 이종태, “[편집국장의 편지] 기본소득의 이상과 현실”, ≪시사IN≫ 제720호(2021. 7. 6.), p. 3.

채만수 소장

4개의 댓글

  • “노동자 계급이 혁명적으로 진출하지 않으면 제1차 대전이나 제2차 대전은 비교가 않될
    대파국,인류의 사실상의 절멸”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요?

    “제1,2차 세계대전에 비교가 않되는 대파국 인류의 절멸”은
    구체적으로 무었인지요?

  • 소감: 그간 채소장의 비꼬기가 없어서 읽는 데 맘이 편했다 …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트로츠키주의와 척을 지는 것보단 자본에 대항하는 게 더 시급하지 않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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