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현장] 특수고용노동자 투쟁, 임금노예의 사슬을 끊고 노동해방으로 나아가자!

 

오세중 |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지부장

 

특수고용노동자의 확산… 그것은 노동자 착취를 더욱 은폐하고 기존 노동자 투쟁의 성과로 만들어진 근로기준법 등 각종 노동자 보호법을 피해가려는 자본의 꼼수이다. 특수고용노동자의 투쟁은 더욱 교묘해지고 은폐된 착취 구조를 폭로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는 투쟁이다. 그러나 이러한 특수고용노동자의 확산은 노동자가 노동의 주인이 되는, 노동해방 세상으로 나아가는 투쟁의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객관적 인식을 기반으로 우리는 올바른 투쟁의 방향과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발전은 한편으로 노동자 투쟁의 발전을 가져왔다. 임금노예라는 본질은 변한 것이 없지만, 노동자들은 투쟁 속에서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등 노동자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많은 것들을 쟁취하였다. 그리고 자본가들은 이러한 노동자 투쟁의 결과물을 무너뜨리기 위해 때로는 직접적인 공격을 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그것을 피해가기 위한 교묘한 술수를 부리기도 한다. 특수고용노동자의 확산은 이러한 교묘한 술수의 하나인 것이다.

 

역사적으로 노예제 사회에서 봉건제 사회로,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로의 발전은 생산력 발전의 역사이며, 피지배계급의 권리를 확대하기 위한 투쟁의 역사이다. 또한 이러한 역사 발전의 과정은 피지배계급의 저항을 회피하기 위한 지배계급 착취의 은폐 과정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또한 노동자 투쟁을 회피하고자 비정규직,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이라는 형태로 노동자 투쟁의 성과물인 각종 노동자 보호법을 회피하고, 노동자들의 단결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특수고용노동자 중 보험설계사들의 노동 환경과 특수고용노동자 투쟁의 의의와 방향에 대해 살펴보자. 우리나라 보험업의 역사는 100년 가까이 되었고, 2000년에 ‘전국보험모집인노동조합’이 결성되어 수천 명이 노조에 가입하는 등의 활동이 있었지만, 합법적 노동조합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다가 2020년 12월 30일 처음으로 전국 단위의 보험설계사 노동조합이 합법적으로 인정받았다.

 

보험설계사들은 지금까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노동자라고 인식하지 않았었다. 보험회사는 설계사를 뽑을 때, ‘설계사는 자영업자이며, 일한 만큼 돈 벌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라고 홍보한다. 실제로 많은 설계사들이 자유롭게 일하고, 일한 만큼 돈을 번다. 그러나 설계사들이 보험상품을 판매한 노동의 대가인 ‘수수료’를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시스템이고, 이러한 수수료를 회사는 일방적으로 해마다 깎고 있다. 이전에는 ‘자유롭게’ 8시간을 일하고도 생활비를 벌었다면, 이제는 ‘자유롭게’ 10시간-12시간을 일해야 생활비를 버는 것이다. 회사 관리자가 시켜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자본주의적 자유이며, 임금노예의 본질인 것이다.

 

보험설계사들에게는 ‘자유롭게’ 일할 권리가 있지만, 일방적인 수수료 삭감은 설계사들에게 자발적인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자발적 착취가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것이다. 공장이라는 틀 속에서 관리자가 관리, 감독을 하면서 노동자를 착취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노동의 대가를 자본이 일방적으로 깎으면서, 노동자들이 스스로 장시간 노동을 하도록 만드는 고도의 착취 형태인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노동형태의 출현은 노동자 투쟁의 발전 속에서, 노동자들의 저항을 회피하고 착취를 은폐하기 위해 나타난 것이다. 노동자들의 저항이 없었다면 자본은 은폐된 방식이 아니라 직접적인 착취 방식을 사용했을 것이다. 보험설계사들에게 설문 조사를 해 보면 대다수는 ‘정규직’을 원하지 않는다. 출퇴근을 강요당하고, 연차를 써야만 휴가를 낼 수 있는 ‘정규직’을 원하지는 않는다. 그들 대다수는 ‘자유롭게’ 일하고, 일한 만큼 돈을 벌수 있는 시스템을 원한다. 그런데 회사는 일방적으로 수수료(임금)를 깎는 행위를 하고, 그로 인해 자발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며, 결과적으로 착취가 강화되고 자신의 자유를 침해당하게 된다. 그렇기에 설계사들의 투쟁은 일방적인 수수료 삭감 등에 대한 투쟁이며, 보다 은폐된 임금노예의 사슬을 끊는 투쟁이며, 자본가들의 관리, 감독이 아닌 자신의 의지에 따라 노동하는, 노동자가 노동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노동해방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투쟁인 것이다.

 

 

한화생명 보험설계사들이 지난 1월 21일 노동조합을 설립한 이후 몇 달 만에 2천 명이 넘는 설계사들이 노동조합으로 가입한 것은 그동안 쌓여왔던 분노 때문이다. 설계사들은 자유로운 노동을 원하는데, 회사는 지속적으로 관리, 감독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설계사들은 자신이 필요한 만큼 일해서 돈을 벌고, 남은 시간에는 자유를 원하지만, 회사의 일방적 수수료 삭감 등은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설계사들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다.

 

설계사들의 투쟁은 보험회사 발전의 주역인 설계사가 회사의 주인이 되기 위한 투쟁이며, 회사의 관리 감독을 벗어날 뿐만 아니라 임금노예의 사슬을 끊기 위한 투쟁이며, 자본가가 아닌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을 통제하는 완전한 노동자가 되기 위한 노동해방을 향한 투쟁인 것이다.

 

개별 자본의 무분별한 경쟁을 위해 끊임없이 생산하고, 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미명 아래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자본의 축적과 경쟁, 자본주의 체제를 바꾸는 것이 노동자투쟁의 궁극적인 목적일 것이다. 노동자가 건설할 사회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대표를 선출하고, 그들이 모여 노동시간, 생산량을 결정하는 사회일 것이다. 노동자들은 일하는 분야에 따라 하루 몇 시간만 일할 수도 있고, 1년 중 몇 달만 일할 수도 있으며, 자기에게 할당된 노동시간을 채우기 위해 자유롭게 일할 수도 있다. 또한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일을 찾아갈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모든 노동자가 생계 걱정을 하지 않고, 더 이상 해고, 실업이 없고 새로운 일을 배우기 위한 휴직이 있을 뿐이다.

 

최근 삼성화재에서도 보험설계사들이 2천 명이 넘게 조직되었다. 지금까지 억눌려 왔던 보험설계사들이 드디어 투쟁의 대열에 함께하고 있다. 이러한 보험설계사 투쟁, 그리고 특수고용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와 연대를 바란다. 모든 노동자의 염원인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 노동해방 세상은 정규직,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더 나아가 전 세계 노동자의 연대투쟁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노동자계급이 잃을 것이라고는 그들의 쇠사슬밖에 없으며,

그들이 얻을 것은 온 세상이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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