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권두시] 운명과의 대결

고희림 | 시인, 회원

오랫동안

혁명이 좌절되었다

역사적 유물론은 외면 받았다

우리는 더욱 좌절하는 사람,

우리의 좌절을 운명이라 여기는 자유주의와 뒤섞여

오히려 더욱 살벌한 운명적 자유를

영위했다

자연과 우주에 운명이 결박된 듯

허공에 옷걸이를 만들어

인생을 걸어둔 듯

나도 운명에 집착하기로 한 사람처럼

식민지에 사는 이유조차

운명인가 여겼다

그러나 그러나 보라

오히려 운명의 테두리 밖에 우리는 매일 발견된다

아니 운명과의 대결구도 속에서

끊임없이 싸움을 일으킨다

좌절하지 않을 만큼의 자유를 느끼며

혁명도 사랑도

운명과의 대결을 통해서만

오히려 더 선명해진다

필연으로 몰아가는 말의 등에서 뛰어내려

스러져서 우리는 우리를 일으켜 세운다

권위를 부정하며 실존하고자 하는,

옛 권위를 새 권위로 바꾸어야 하고,

만들어야 하고, 해체해야 할 시대상황에 놓여 있으므로

우리는 엄격한 생존전략을 세워야 하니까

우리의 운명과 낭만을 지배해야 하니까

스스로 운명의 감옥을 벗어나 자유를

찾아야 하니까 말이다

물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조약돌이 죄다 드러나듯

우리 마음 속 이미 형성된 싸움이 있다

운명과 대결하는

혁명의 운명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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