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편집자의 글] 노동절과 게임 대회

 

김해인 | 편집출판위원장

 

 

내년 3월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올 하반기부터는 어떤 식으로든 대선에 관련한 논의들이 본격화될 것입니다. 각자(각 세력)의 입장과 정세 판단 등에 따라, 여러 주장과 전술들이 나오겠지요. <정세>에는 이와 관련한 두 편의 글―신재길 교육위원장의 “20대 대선에 대하여”와 김태균 동지의 “신재길 동지의 20대 대선에 대하여에 대해”―을 실었습니다.

<현장>에는 모두 세 편의 글을 실었습니다. 먼저 ‘소성리 소식’으로, 은영지 동지의 “우리에겐, 국가는 없다”입니다. ‘4ㆍ26 불법 사드 강제 반입 4년, 사드 철거 평화 촛불 집회’ 소식을 싣고 있습니다. 이날 집회 이후, 한미 정상 회담을 전후하여, 사드 기지에 계속적으로 물자 반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사드 배치는 안보의 엄중함과 시급성을 감안한 임시 배치”이고, “최종 배치 여부는 여러 번 약속드린 바와 같이 보다 엄격한 일반환경영향평가 후 결정될 것”, “지역 주민들의 불편과 우려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는 대통령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저들은 주민ㆍ활동가들을 짓밟고 물자를 반입하고 있고, 관련 추가 예산(요격 미사일 추가 배치, 노후 장비 교체, 훈련 지원, 소프트웨어 개발 통합 등)도 편성해 놓고 있습니다.

이어서 천연옥 부산지회장의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과 장명희 전포종합사회복지관지회 지회장의 “사회복지의 공공성과 사회복지 노동자의 노동인권을 지켜내기 위해 끝까지 연대하며 투쟁할 것입니다”를 실었습니다. 투쟁하는 동지들께 연대의 인사를 드리며, 반드시 승리하시길 바라고 또 바라봅니다.

<이론>에는 문영찬 연구위원장의 “20세기 사회주의의 역사적 성격(13)”이 이어집니다. 이번 호에는 ‘중국에서의 수정주의의 등장과 사회주의 시장 경제로의 전환’을 다루고 있습니다.

<번역>에는 세 편의 글을 실었습니다. 먼저 신재길 교육위원장의 쓰딸린 선집 번역이 이어집니다. 이번 호에는 “쏘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 헌법 초안에 대하여”를 번역ㆍ게재하였습니다. 다음으로 김의진 회원이 번역한 “프롤레타리아트 독재와 반관료주의 투쟁”을 실었습니다. 중-쏘 분쟁 이후 맑스-레닌주의를 계승하여 독자적인 호자주의 노선을 걸었던 알바니아 노동당의 ‘인민 대중에 기반한’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의 전면적인 발전’으로 표현되는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강화와 단호한 ‘반관료주의 투쟁’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어서 세계 노동절을 맞이하여, 민주노총이 한국노총과 더불어, 역사적으로 반공주의에 기반한 국제노총(ITUC)에 가입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고, 이를 비판하는 의미를 담아, 세계노총(WFTU)의 2021년 노동절 선언 “희망은 우리들의 투쟁에 있다”를 번역해 실었습니다.

<기고>에 실린 두 편의 글―“우려를 넘어 분노로”, “좌파활동가 전국결집에 대해 노동전선은 전국 좌파활동가들의 공동 투쟁을 제안해야 한다”―은, 지난 4월 17일에 진행되었던 2021년 노동전선 정기 대의원대회 ‘제1부 전국 좌파활동가 결집을 위한 토론’에 제출되었던 글인데, <기고>로 보내와 실었습니다.

<자료>에는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행동의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10만 국민동의 청원에 돌입하며”와 사드철회평화회의의 “문재인 정부의 노골적인 주민 기만과 불법 사드 배치 규탄한다!”를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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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0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컴퓨터 게임 대회가 진행되었습니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게임 대회에 앞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이 게임 대회를 한다고 하니, 많은 우려, 걱정, 치열한 논쟁도 있었습니다. 게임이 갖는 의미가 민주노총과 맞는가에 대한 논쟁, 고민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대회를 통해 조합원들이 함께 즐기고 어우러질 수 있다면 한번 시도해 보자는 마음으로 게임 대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조합원들이 참여했고, 의미 있게 게임 대회를 진행할 수 있게 되어 기쁘고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민주노총은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생각입니다. 이제 민주노총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교훈도 얻고, 과제도 얻고, 성과도 얻을 수 있어야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게임 대회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노동절에 마라톤 대회를 여는 한국노총을 비판해 왔던 민주노총이, 이제 “변화”라는 이름으로, “조합원들이 함께 즐기고 어우러질 수 있다”는 명분으로, 게임 대회를 열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적 대중문화에 대한 어떠한 비판 의식도, 노동자 문화 운동에 대한 어떠한 고민도 느껴지지 않는, 전형적인 ‘대중 추수주의’입니다. 이것은, 각종 집회, 행사에서 자본주의 대중문화를 그대로 갖다 써 온 기존의 행태들이 성장해, 드디어 노동절의 정신까지 집어삼켜 버린 것이고, ‘민주노총 우경화’의 한 단면을 보여 주고 있는 것입니다.

노동절 전야에 민주노총이 컴퓨터 게임 대회를 연다? 그것이 민주노총의 “변화”이다? 노동절의 의미를 망각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망발을 할 수 있을까요?

세계 노동절은, 피로 얼룩진! 노동자 자본가 간의 화해할 수 없는 계급 적대를 기억하는 날입니다. 그 과정에서 희생된 수많은 열사들을 추모하고, 그들의 뜻을 계승하겠다고 다짐하는 날입니다.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걸고 투쟁하는 날이고, 전 세계 노동자들이 함께 “노동자는 하나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국제주의의 정신을 다시금 상기하는 날입니다.

극심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일일이 헤아릴 수도 없이 수많은 현장들에서 노동자들이 목숨을 건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매일 같이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게임 대회를 통해 조합원들이 함께 즐기고 어우러질 수 있다면, 한번 시도해 보자는 마음”이 들 수 있습니까, 그것도 노동절 전야에 말입니다!

노동자계급은 자신의 정치권력을 공고히 한 다음, 기쁜 마음으로 노동절을 축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노동절이 축제일 수 있는 곳은, 노동자계급이 사회의 주인인 사회주의 국가에서입니다. 거기에서는 지난 시절 억압과 착취, 투쟁의 나날을 떠올리며, 노동자 인민 대중이 사회의 주인이 된 해방 세상의 의미를 다시금 상기하는 날로서 노동절을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세계 혁명의 기지로서, 국제주의적 연대의 깃발을 더 높이 올리자는 결의를 다짐하는 날이 될 것입니다.

그런 날을 학수고대하며, <표지>에 1934년 쏘련에서의 노동절 모습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2021년 한국에서 노동절 전야에 벌어진 일을 비판적 기록으로 남겨 둡니다.

 

2021년 5월 28일

 

김해인 편집출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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