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정세] 20대 대선에 대하여

 

신재길 | 교육위원장

 

* 이 글은,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노동전선)에서 발행하는 ≪현장과 광장≫ 제4호(2021. 5.)에 게재된 글입니다.

 

 

이제 새로운 변혁의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신자유주의 자본주의는 2008년 금융 위기와 2020년 코로나발 대공황으로 그 생명을 다해 가고 있다. 자본주의는 작은 정부에서 큰 정부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는 위기에 봉착했다. 천문학적 화폐를 찍어 위기를 봉합했지만 이는 새로운 더 큰 위기를 잉태하는 길일 뿐이다. 코로나발 대공황은 진행 중이다. 공황이 자본주의에서 수행하는 기능이 이번에는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0년 공황은 코로나로 촉발되었지만 모순되게도 코로나 때문에 공황의 기능, 즉 자본주의의 무정부적 생산을 교정하는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지금은 공황에서 회복되고 새로운 경제 주기가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이전 경제 주기가 연장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야구로 비유하면 9회 말이 끝난 것이 아니라 10회, 11회로 연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공황의 또 다른 특징은 국가의 전면 등장이다. 위기 때마다 국가가 나서서 자본을 되살려 내곤 했지만 이번에는 구조적 측면이 강하다. 즉 공황기의 일시적인 국가 개입이 아니라 노골적이고 지속적으로 자본을 대변하는 역할을 국가가 수행할 것이다. 이제 경제는 시장 중심에서 국가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렇듯 국가의 역할이 커지면서 국가 권력을 둘러싼 계급 투쟁은 격화될 수밖에 없다. 그 단적인 예가 바이든과 트럼프의 대결에서 나타났다. 전례 없는 격렬성과 선거 불복 사태 등은 계급 투쟁의 고양된 양상이다. 한국도 내년 3월이면 20대 대선이 있다. 대통령은 국가 권력의 가장 중요한 자리로 대통령 선거는 계급 대립이 극대화하는 권력 투쟁의 공간이다.

 

대통령은 국가 행정 수반이다. 국가란 무엇인가? 자본가계급의 계급 지배 도구이다. 물론 국가의 기능 중에 공공적 기능이 없지 않다. 치안, 교육 등이 대표적 공공적 기능이다. 그러나 계급 사회에서 이런 국가의 공공 기능은 계급 지배의 외피에 불과하다.

 

국가가 지배계급의 지배 도구라면 대통령은 지배계급의 대표가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배계급은 자본가이다. 대통령이란 자본가계급의 대표이다. 이런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에 노동자계급이 참여하는 것은 자신을 착취할 대표를 자신의 손으로 선출하는 것이다. 그래서 선거 참여를 전면 부정하는 입장이 나올 수 있다. 원리적으로 올바른 태도인 듯하다. 물론 개인적 신념을 지키는 차원에서라면 선거 불참은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그러나 노동자 운동을 하는 활동가라면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활동가는 노동자 민중을 의식화 조직화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다. 대통령 선거는 국가 권력을 중심으로 계급 투쟁이 벌어지는 첨예한 투쟁의 장이다. 활동가가 이런 공간을 벗어나 일상 투쟁에 머물러 있다면 경제주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원래 보이콧 전술은 노동자 민중과 자본가계급의 세력이 대등하고 혁명이 임박할 때 쓰는 전술이다. 자본가계급의 권력 구조 개편에 노동자계급이 참여함으로써 자본가계급 지배의 강화로 이어질 때, 그리하여 노동자가 권력 쟁취의 시기를 놓칠 위험이 있을 때 쓰는 전술이다. 그런데 이런 임박한 혁명적 정세가 아닌 때 보이콧 전술을 쓴다는 것은 혁명을 손쉽게 생각하는 안일함의 발로이다. 원칙적 선명성 뒤에 숨어 간고하고 지리한 대중 정치 투쟁을 방기하는 것이다. 이들의 사고 기저에는 혁명이란 어떤 결정적 시기가 오면 한 방에 이룰 수 있다는 순진한 사고가 놓여 있다. 그러나 그런 시기는 수많은 정치 투쟁의 축적 없이는 결코 오지 않는다.

 

작금의 한국 노동 운동의 상황은 노동자가 대선에 적극 참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소위 진보 정당들은 뿔뿔이 갈라져 있고, 노동자 내부도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나뉘어 있다. 노동자의 힘은 오직 쪽수뿐이다. 쪽수는 단결될 때에만 그 힘이 발휘된다. 한국 노동자는 정치적으로 내부적으로 분열되어 있다. 힘이 약화된 상태이다. 당면 임무가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주체 형성, 즉 계급으로서의 노동자계급의 형성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모든 노동자 투쟁은 이런 노동자의 단결, 즉 정치적 주체의 형성에 모아져야 한다. 이는 대선 투쟁에서는 더욱 강조되는 과제가 된다. 노동자가 일상 투쟁에서는 이해관계나 정파에 따라 내부적으로 대립하고 반목할 수 있다. 그러나 대선은 직접적으로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이 대립하는 권력 구조의 문제를 중심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그간의 노동자 내부의 반목 대립을 극복하고 하나의 노동자계급으로 행동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실현 가능성을 무시한다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명실상부한 노동자 대선 후보를 내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민주노총이 대선 준비팀을 꾸리고 한국노총에 공동 대응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 외에 국민 참여단을 별도로 구성한다. 각 정당에는 노동자 대통령 후보 경선에 경선 후보로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조합원과 국민 참여단의 총투표로 참여한 후보들 가운데 노동자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런 절차를 밟는다면 명실상부한 노동자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은 단지 대선 후보를 선출한다는 형식적 의미만이 아니라, 노동자는 민주노총 조합원이건 한국노총 조합원이건 아니면 비조합원이건 모두 노동자라는 계급 의식을 형성하는 것에 주목적이 있다. 사상, 정견, 종교, 경제 수준 등의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노동자는 같은 노동자라는 의식이 형성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대선 후보 선출 방식을 추동할 동력이 한국 노동 운동에는 없다. 그렇다면 차선은 각 정당과 정파들이 모여 단일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각 정파들이 모두 모여, 대선 노동자 후보 선출협의회를 만들고 이들이 노동자 후보 경선 참여단을 모집하고 이들의 투표와 여론 조사를 배합하여 노동자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도 정파 간 이해관계의 대립과 반목으로 성사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번 대선에서 노동자 진영의 대응은 비판적 지지나 정파별 독자 후보 전술이 될 것이다. 일단 비판적 지지는 노동자 정당이 자본가 정파들보다 힘이 약하나 자본가 정파 간 대립이 격화되고 세력이 비등할 때 노동자 정당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면 유효한 전술이 된다. 이때 특정 자본가 정파에 비판적 지지를 하고 그 대가로 노동자 정당의 세력이 독자적으로 획득 가능한 개량보다 더 많은 양보를 자본가들로부터 끌어낼 수 있다. 또는 비판적 지지를 대가로 특정 사안 예를 들면 노동법 개정 혹은 입각 등을 얻어 내는 전술이다. 하지만 이 전술은 한국 노동 운동의 역사로 볼 때 유용한 전술이 되지 못했다. 비판적 지지 세력이 자본가 정파에 흡수되어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무마하는 자본가의 방파제 역할을 하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결국 정파 독자 후보 전술만이 남는다. 이는 차선이 아니라 차악이다. 노동자들은 비판적 지지와 정파 후보들 간 각축을 보고 의식 있는 이들은 선거 투쟁 자체에 회의적이 되고, 일반 대중들은 자본가 후보에 투표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최소한 정파 연합 후보라도 내와야 한다. 그런 조그마한 단결의 모습이라도 노동자에게 보여야 한다.

이제 선거 투쟁의 내용적 의미를 보자. 대통령 선거 투쟁은 집권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의회주의에 기초한 선거제는 그 자체 폐기해야 할 대상이지 획득하여 활용할 대상이 아니다. 이를 먼저 분명히 해야 한다. 원칙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노동자 세력은 자본가의 국가 권력 자체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가 국가 권력 재편 과정의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다. 혹시나 입각하거나 하더라도 이는 자본가 국가 권력의 약점을 공격하기 위한 투쟁의 공간이어야지 자본가 국가 권력의 집행 행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선거 공간을 활용한다는 것은 선전 공간을 확보한다는 것이 첫째이다. 노동자의 정치적 요구는 평상시에 언론에서 완전히 소외되고 언급된다 하더라도 왜곡되어 편향적인 자본의 관점에서 다루어진다. 언론 어디에도 노동자의 직접적 요구나 목소리는 없다. 그것이 생존권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사안일 때는 극단적 공격의 대상이 된다. 선거 공간은 이런 언론의 편향이 일정 정도 극복 가능한 공간이다. 노동자 후보가 직접 언론에 나설 수 있고, 자신의 요구를 주장할 수 있다. 그리고 대중에게도 직접 노동자의 정치 비전을 제시하고 설명할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런 공간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 선거 투쟁의 첫 번째 의미이다.

 

두 번째 의미는 노동자의 정치적 조직화에 있다. 선거는 자본가 국가 권력의 재편기이다. 따라서 자본의 탄압이 느슨해질 수 있다. 이런 공간을 활용하여 투쟁을 강화할 수 있다. 투쟁이 선거와 결합한다면 파급력이 배가될 수 있다. 그리고 경제 투쟁이 직접적으로 정치 투쟁과 결합할 수 있는 공간도 확보된다. 경제적 요구를 정책과 공약화하여 후보가 주장하고 선전할 수 있으며 노동자들이 선거 투쟁에 나설 수 있다. 이는 선거 투쟁이 노동자의 정치적 조직화로 연결되는 고리가 된다. 경제 투쟁만으로는 노동자 정치의식의 고양과 정치적 조직화는 어렵다. 선거 투쟁은 노동자의 경제 투쟁을 정치 투쟁으로 발전시키고 정치적으로 조직화하는 데 주요한 투쟁 공간이 된다. 즉 선거 투쟁의 두 번째 의미는 노동자의 정치 세력화, 즉 정치적 조직화의 기회가 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선거 투쟁에서 노동자들이 선전하고 조직할 내용이 중요하다. 반자본주의를 선전한다든지, 국유화를 선전해야 한다든지 등등의 내용을 내거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또는 최대 강령과 최소 강령을 나누고 최소 강령 중 최대 강령과 연결되는 부분에 집중하여 선전하자는 주장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힘의 역량 관계상 실현 가능한 요구에 집중하여 쟁취하자는 실리적 견해도 있을 수 있다. 여기서 이런 내용들을 일일이 다룰 수는 없다.

 

어떤 입장이라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두 가지만 지적하자. 하나는 사상의 자유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권력 구조 개편에 관한 것이다. 반자본주의는 내용 없는 공허한 구호가 되기 쉽고 사회주의 내용은 현실성 없는 공상적 구호가 되고 만다. 이는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반민주적 국가보안법이 있는 한 실지적 내용에 자기 검열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정치 세력화되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사상을 완전히 선전 선동할 수 있는 완전한 사상의 자유가 전제가 되어야 한다. 아직 한국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가보안법 완전 철폐를 노동자 후보가 전면에 내세워야 하는 이유이다.

 

두 번째는 완전한 민주주의의 실현이다. 한국의 의회주의 민주주의는 선거 때만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노예가 되는 제도이다. 이는 현 대의제의 자유 위임제에 기인한다. 선거 공약은 빌 공 자 공약일 경우가 대부분이며, 우연히 훌륭한 후보가 나와 공약을 실현한다고 해도 그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기속 위임제에 기초한 대의제를 주장하고 그 올바름을 선전해야 한다. 기속 위임제란 후보가 선거권자의 요구만을 실행하는 것이고 그 실행에 대해 책임지는 대의제이다. 이를 소홀히 할 경우 언제든지 소환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보장된 대의제로 진정한 대의적 민주 제도이다. 이는 곧 현 의회제 민주주의를 비판하는 것이다. 권력 구조 자체에 대한 비판이다.

 

선거 투쟁의 선전 내용은 이 두 가지가 중심이어야 한다. 이 두 가지의 실현이 노동자가 정치 세력화되고 집권까지 나아가는 가능한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노사과연

 

신재길 교육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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