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현장: 소성리 소식] 우리에겐, 국가는 없다

 

은영지 | 회원

 

 

이게 얼마 만입니까? 정말 보고 싶었습니다. 미치도록 보고 싶었습니다. 오늘, 4년 전 참상을 우리 모두 똑바로 기억하고 다시 한 번 더 다짐을 되뇌여야 할 엄중한 시간이 왔습니다.

 

4월 24일 토요일 저녁 7시, 코로나19 역병 때문에 중단되었다가 1년 2개월여 만에 밝히는 촛불 집회여서인지 사드철회 성주주민대책위 이종희 위원장님의 발언도, 참석한 주민들과 평화시민들의 가슴도 절절하고 벅차올랐다. 주민들뿐만 아니라 멀리서 달려온 지킴이들은 오후 내내 진밭교를 서성이며 사드가 몰고 온 지난 5년간의 아픈 시간들을 회고했다.

 

2017년 4월 26일은 소성리에 사드가 강제 배치된 치욕적인 날이었다. 이미 2016년 박근혜 정권이 성주에 사드 배치를 선언하고 제3부지로 소성리가 입길에 오르면서 주민들은 불안으로 밤잠을 설쳐야 했다. 임시사드가 완전 배치로 운용될 경우 현실화될 전쟁의 공포로 평화로운 일상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 버린 주민들은 햇수로 5년째 사드 철거 투쟁을 해 오고 있다.

 

24일 토요일 저녁 주민들과 전국에서 모여든 평화시민들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방어’라는 기만 술책으로 미국이 주민들을 짓밟고 사드를 박아 넣은 그날을 되새기며 치를 떨었다. 자칫 불쏘시개로 산화될 뻔한 나무파레트에 사드 철거와 평화를 염원하는 글귀를 새겨 넣는 참여 마당도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위원장의 발언은 계속되었다.

 

정말 신록이 푸르기만 한, 우리가 앉아 있는 달마산 초입인 이곳 진밭교는 이렇게 시위하고 규탄하기엔 너무나 아까운 풍광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저 산꼭대기에 있는 산신령께서 4년 전부터 우리들한테 요구를 했습니다. 이 무서운 군사 무기를 치워 달라고 말입니다. 저는 그 명을 받들어 모시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반드시 저 지랄 같은 미국놈들을 들어내고, 가슴팍에 대못을 박아서 우리 민족을 아프게 하고 이 땅을 침탈한 대가를 묻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우리 동지들과 이 자리에서 하고자 합니다. 사드는 북한의 핵은 고사하고 우리의 평화를 위협하고 한반도와 소성리를 신냉전의 전쟁놀이터로 전락하고 마는, 미국을 위한, 미국에 의한, 미국의 전쟁 무기요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아둔하고 걱정스런 결정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고래 싸움에 이 우둔한 (박근혜, 문재인) 정권이 스스로 헤집고 들어가는 모양새를 갖추고 말았지요. 사드는 그냥 단순한 군사 무기가 아닐진대 국민의 생명과 이 땅을 지켜야 할 국가가 미국의 나팔수가 되어서 국민을 기만하고 이 땅을 내주고야 말았습니다. 사드는 지난 촛불 정권 때 청산되어야 할 4대 적폐 중의 하나였지만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고 그 어떤 메시지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일제 때 매국노들과 똑같이 우리의 꼴통 쓰레기언론들이 사드를 놓고 얘기를 합니다. ‘동맹이 주는 선물을 외면한다’고. 정말 역겹습니다. ‘땅 뺏고 돈 뺏고 주민들의 의사를 짓밟는 것이 동맹이냐?’고 묻고 싶습니다. 존 케리라는 놈이 일본이 핵쓰레기를 태평양에 쏟아 내는 걸, 미국은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코로나 방역에 대해서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니 저거 나라 애들(시민들) 한 번 더 맞아야 한다고 하면서 거절했어요. 이게 미국입니다.

 

동지들!! 사드를 정말 우리 손으로 뽑고 미군을 쫓아내야 진짜 이 나라가 자주와 평화를 위한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소성리가 그 마중물이 되어서 비록 힘들지만 세계 전쟁사에 가장 오래 남게 될 우리 민들레 전사들(어머니 합창단)을 앞장세우고 위원장인 제가 심부름꾼이 되어 사드 뽑고 평화가 오는 그날까지 열심히 투쟁하겠다고 밝히면서 평화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평화!!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 박태정 공동위원장님은 살아생전에 사드 못 빼면 아들, 손주에게 대를 이어 사드 반대 운동을 하게 하겠다는 약속을 4년 전에 한 바 있다. 열심히 투쟁하다가 위원장님 죽기 전에 못 빼면 유언을 남기고 죽겠다고 발언하셔서 듣는 이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참 기가 막힙니다. 동맹 좋아하고 자빠졌네. 순 날강도 새끼들~!! 이 땅에 자기 나라 방위를 위해서 오만 가지 무기 다 갖다 놓고 오염 다 시키고 돈까지 착취하는 놈들이 그게 인간입니까? 쓰레기보다 못한 종자들이죠. 미국놈들은 머지않아 폭삭 망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지요? (중략)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우리 마을에 3년 전부터 지금까지 암환자가 8명 나왔어요.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3명이 나왔고요. 미 국방부 교본에도 ‘3.6km 안에는 사람이 살아서는 안 된다’고 나와 있어요. 기가 막힌 상황이 현실이 된 거 같아 서글픕니다.

 

박 위원장님이 사는 노곡리는 사드 기지가 바로 보이는 지척이라 주민들의 건강과 농사 피해가 우려되는 곳이다. 얼마 전 농사와 사드 투쟁하는 바쁜 중에도 주민 건강과 농사 피해 실태 조사를 직접 하신 바 있다.

 

사드저지 전국행동을 이끌고 있는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하 평통사)을 대표하여 대전평통사 유영재 상임운영위원이 발언했는데,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정부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마친 지 오래됐지만 지금까지 비밀에 붙이고 있다고 한다. 해서 국방부에 물어보니 답변이 가관이었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공개하려고 공개본을 만들었더니 미국이 동의하지 않아서 비공개로 묶어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게 말입니까? 막걸리입니까? 미국이 공개하지 말라고 하면 공개하지 않고, 돈 왕창 내라고 하면 왕창 갖다 바치고, 남북 교류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않는, 이게 촛불 들어서 등장한 정부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까? 주권 국가 맞습니까? 쪽팔리지 않습니까?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공개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래야 제대로 된 건지 아닌지 거짓인지 진실인지 밝힐 수 있지 않을까요? 사드 갖다 놓으면서 한미 당국이 뭐라 말했습니까? 어디만 본다고 했나요? ‘북한만 본다’고 했잖아요. 근데 성능 개량해서 어디를 보려고 합니까?

 

지킴이들 모두 사드에 관한 한 도사 다 됐다. “중국이요”라고 합창을 했다. 이처럼 미국의 음흉한 속셈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미 본토와 하와이, 괌, 주일미군 기지, 주한미군 기지를 방어하고 세계 패권을 거머쥐겠다는 예정된 시나리오와 시커먼 음모에 감옥 간 박근혜와 문재인 정권이 놀아났고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사드 기지 건설을 위해 롯데 골프장을 빼앗은 것도, 달마산에 사드 갖다 놓은 것도, 환경영향평가 없이 사드 운용하려는 것도 모두 편법이고 기만적인 행위라고 유 위원은 성토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2018년에 방위비 분담금으로 사드 기지 공사 설비비 6천만 원을 지불했고, 2021년에는 580억 원을 지불하겠다고, 미 국방부 예산에 명시되어 있다. 유 위원의 마무리 발언도 에너지 넘쳤다.

 

국민을 속이고 평화를 파괴하는 무기를 불법적으로 갖다 놨기 때문에 우리가 이 자리에 앉아 5년째 싸우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불법의 감시자’이고 ‘평화의 파수꾼’이고 ‘이 시대의 불침번’ 아닙니까? 불법을 감시하지 않으면 불법이 난무합니다. 평화의 파수꾼이 되지 않으면 평화는 파괴되고 맙니다. 불침번을 제대로 서지 않으면 새 시대의 아침은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드가 빠질 때까지 싸우는 겁니다. 그렇죠? 그런데 마침 저들이 4년 전 이 길로 사드 장비를 들여보냈던 것을 기념이라도 하려는 듯이 29, 30일쯤 사드 공사 장비를 들이려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지난 4년 동안 싸웠던 것처럼 앞으로도 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비록 끌려 나오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싸워서 우리 국민들에게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주민들이 여기서 싸우는 한 평화활동가들이 있는 평통사는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소성리 사드 투쟁엔 영웅들이 많다. 원불교 교무님들과 교도들도 지난 2017년 3월 11일 이곳 진밭교 아스팔트 위에서 철야 농성 기도를 한 이후 지금까지 1500일째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사드 반대 투쟁을 하고 계신다. 또 한 사람 감동을 주는 분이 있다. 지난 4년간 사드 철회 투쟁 상황을 꼼꼼하게 기록으로 남기며 현장을 지키고 계시는 김천에 사는 구자숙 선생님.

 

그가 무대 위에 올라가 4년의 투쟁 발자취를 소환하는 시간을 가져서 듣는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샘은, 바보라고 놀림받았던 온달을 평강 공주가 다른 귀족 청년들을 제치고 선택하여 사회적 편견과 인식을 깬 감동을 주제로 한 ‘어리석은 사람의 우직함이 세상을 바꾼다’는 신영복 선생님의 글을 화두로 말문을 열었다.

 

그 우둔한 사람이 우리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집회를 못하고 있을 때 지난 4년의 기록을 훑어봤습니다. 제3부지 얘기가 나오고 난 다음에 김천 단체장과 시 의원이 하는 간담회 녹화 기록도 봤습니다. ‘사드를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김천 사람들이 해를 입으면 안 된다’고 시장이 말하더라고요. ‘5km까지는 위험하다는데 그건 괴담 수준이다. 100m 정도는 위험하다고 하더라’ 했고, 시민 쪽에선 ‘너무 늦었다 다른 지역에선 발표 나오자마자 하던데 우리는 내일이라도 당장 집회해야 한다’라고 했고, 또 한 시민은 ‘이미 언론 보도엔 롯데 골프장으로 정한 듯이 보도하더라’고 했어요.

 

그때 우리는 참 몰랐구나 생각했어요. 그래도 우리가 믿었던 것은 우리 ‘힘’이고 할 수 있는 것이 촛불 들고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촛불 들고 앉아서 외쳤고, 롯데와 국방부가 사드 기지 맞교환하고, 발사대 2기 들어오고, 나머지 4기 들어오고, 공사 차량 들어오고, 이런 끝없는 패배 속에서도 우리는 촛불을 지키는 사람이니 이런 우직함이 우리가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한길이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면 계란만 깨진다고 하지요? 그래도 바위에 깨진 계란의 흔적은 남지 않습니까? 저는 우리가 어리석고 우직하지만 이 자리에 앉아서 촛불 들고 온몸으로 경찰에게 저항하는 것은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일이고 나 자신과 자손들에게도 떳떳해질 수 있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부족하여 투쟁의 전망을 읽는 건 못 하지만 촛불 집회가 있을 때 앉아 있는 거, ‘소성리가 위험하니 달려오시오’ 하면 달려가서 끌려 나오는 거, 이 모든 것을 최선을 다해 기록하는 것이 저의 일이라고 봅니다.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예순이 넘은 분이지만 늘 소녀 같고 수줍어하는 선생님의 말에서 향기가 묻어나왔다.

 

마지막 발언자는 임순분 부녀회장님이었다. 소성리 사드 투쟁에서 임 부녀회장을 빼놓곤 얘기하기 힘들 정도로 투쟁의 중심에 서 계신 든든한 분이다.

 

4년 전 사드가 들어오기 이전의 소성리는 너무나 조용하고 아름답고 평화스런 곳이었습니다. 그때 소성리는 국가로부터 철저하게 유린당하고 처참하게 찢겨져 나간 날이었습니다. 제 마음속에 국가는 이미 지워졌습니다. 사드는 반입되었고 주민들은 절망했습니다. 울부짖었고 눈물 흘리면서 몸부림도 쳐 봤지만 이미 들어간 사드는 어찌할 길 없다고 절망하고 있을 때 소성리 이장님이 기자 회견을 하면서 ‘우리는 원 없이 싸웠다. 불가항력이었다. 그러나 지금부터 시작이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분노와 결의에 가득 찬 눈빛으로 말씀하셨지요. ‘개뿔 사드가 들어갔는데 무슨 지금부터 시작이야?’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럴 때 여러분들이 저희들 손을 잡아 주었습니다. 포기하지 말라고 함께할 것이라고. 여러분들 덕분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고 소성리를 지켜 낼 수 있었고 이 진밭교를 막아설 수 있었습니다.

 

자그마한 체구 어디에서 그런 당찬 열정과 투쟁 의지가 뿜어져 나오는지 뵐 때마다 놀라곤 한다. 4년 전 ≪소성리≫라는 다큐 영화의 주인공으로 처음 그를 뵀을 때 연신 눈물 흘리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들이닥친 무시무시한 사드가 얼마나 놀랍고 두렵고 기가 막혔으면 저리 우실까 덩달아 아무 말도 못 하고 손만 맞잡은 기억이 난다. 집회 때마다 맨 앞줄엔 여든이 넘으신 할머니들이 계신다. 1주일에 3일을 진밭교 초소로 올라오셔서 지킴이 활동을 하시는 고령의 투쟁가이신 분들.

 

이분들이 1주일에 3일을 아스팔트 농사를 짓고 있다 이 말씀입니다. 이분들이 뭐가 아쉬워서… 자식들에게 쑥떡을 해 주고 싶어도 지킴이 하시느라 오후 늦게야 쑥을 뜯어서 밤 12시까지 다듬어서 다음 날 해 보낸답니다. 할 일 없어서 올라오시는 게 아니에요. 소성리를, 이 한반도를, 평화로운 땅으로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당신들 몸이 고되고 힘들어도 그렇게 하고 계시는 겁니다.

 

코로나 때문에 오셔도 반갑게 맞이할 수 없습니다. 소성리 회관에서 식사도 대접할 수 없고 해 드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사드 공사 자재 반입되는 거 기필코 막아 내야 합니다. 소성리 주민들만의 힘으로 안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힘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입니다. 함께해 주십시오.

 

부녀회장님의 간곡한 당부에 뭉클한 동지애를 느낀 우리들은 힘찬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도경임 어머니, 도금연 어머니, 여상돌 어머니, 유옥자 어머니, 백광순 어머니, 고춘자 어머니, 이옥남 어머니, 정조자 어머니, 문영희 어머니, 김태환 어머니, 박규란 언니, 그리고 임순분 언니의 이름 하나하나를 김종희 사회자가 존경의 표시로 호명할 때는 그 어떤 꽃노래보다 진한 울림을 주었다.

 

미제에 아부하느라 대통령도 내팽개친 서러운 이 땅 아닌가. 비록 일흔, 여든이 된 어르신이지만 자주와 평화를 위해 고된 아스팔트 농사를 짓고 계신 이분들이 있기에 우리에겐 포기란 없다. 밤이 깊어 가면서 집회는 끝났지만 일렁이는 촛불은 꺼질 줄 몰랐고 ‘어두운 시대의 불침번’을 자처하는 주민과 지킴이들은 아무도 진밭교를 뜰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들 내친김에 사드를 확 뽑아내고 잠자리에 들고 싶다는 간절한 눈빛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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