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현장]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

 

천연옥 | 부산지회장

 

1. 글을 시작하며

 

맑스는 ≪자본론≫ 제1권 절대적ㆍ상대적 잉여가치(제5편 14장)를 다루는 부분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자본주의적 생산은 단지 상품의 생산인 것만은 아니며, 그것은 본질적으로 잉여가치의 생산이다. 노동자는 자신을 위해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을 위해서 생산한다. 따라서 무릇 그가 생산한다고 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치 않다. 그는 잉여가치를 생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직 자본가를 위하여 잉여가치를 생산하는 노동자, 즉 자본의 자기증식에 이바지하는 노동자만이 생산적이다. 물질적 생산의 영역 밖에서 예를 들어도 좋다면, 교사는, 아동들의 두뇌를 가공할 뿐 아니라, 기업가의 치부를 위하여 지치도록 일할 때에만 생산적 노동자다. 기업가가 그의 자본을, 쏘시지 공장 대신에, 교육 공장에 투하했다고 해도 그 관계는 조금도 변하지 않는 것이다. (칼 맑스, ≪자본론≫ 1-3, 채만수 역, 노사과연, pp. 833-834.)

 

이 글은 ‘신라대학교’라는 교육 공장에서 집단 해고되어 두 달 이상 투쟁 중인 청소노동자들의 이야기이다. 여러 매체를 통해서 이미 많이 알려진 만큼 조금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 보고자 노력했다.

 

 

2. 신라대 투쟁의 객관적 조건

 

자본주의의 모순으로 인한 세계 경제 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터진 코로나는 경제 위기를 더욱 심화시켰다. 한국의 대학들은 출산율 저하로 이미 과잉 상태에 있은 지 오래되었다. 지난 4월 30일 교육부의 보도 자료 “2021년 4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 발표”에 의하면, 현재 한국의 대학은 총 413개교(대학 223개교, 전문대학 145개교, 대학원대학 45개교)에 이른다. 이명박 정권이 2011년에 교육과학기술부에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설치하고 부실대학 정리와 대학 구조조정을 위해 대학 구조개혁을 요구하고 나선 이후 현재 문재인 정권의 교육부에서도 그 정책을 변함없이 이어 오고 있다. 대학의 구조조정의 성과를 평가해서 지원을 차별화하는 정책으로 각 대학은 구조조정을 해야 했는데, 인원을 줄이면서도 출혈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먼저 정리하는 방법을 선택해 왔다. 그 한가운데서 신라대도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신라대학교는 학교법인 박영학원이 1954년 설립한 부산여자대숙을 모태로 하여 1964년 부산 지역의 최초 여성고등교육기관으로 부산여자초급대학, 5년 후인 1969년에 4년제 대학으로 승격, 1992년 종합대학으로 승격, 1997년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고 학교명도 신라대학교로 변경하여 연산동에서 현재의 사상으로 이전하였다. 설립자 박영택(1899-1968)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기에 사업에 성공한 사람이다. 신라대학교와 신라중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박영학원은 설립자 사망 이후 아들 박해곤(1927-2015)이 2대 이사장으로, 박해곤 사망 이후 장남인 박언표가 3대 이사장이 되고, 차남인 박태학은 신라대 6대, 7대 총장이 되었다.

 

2020년 11월에 취임한 김충석 총장은 8대 총장이다. 김충석 총장은 학령 인구의 감소와 코로나로 인한 입학 정원의 미달, 휴학생 증가 등으로 대학 재정이 어려워지자 대학 혁신을 하겠다고 취임사에 밝혔다. 그러나 그 대학 혁신이란 것이 청소용역노동자 51명의 집단 해고였다. 신라대는 학생 수가 1만 3천 명을 넘어선 때도 있었지만 점점 줄어들어 2020년에는 1만 1천여 명으로 그리고 2021년 현재 8천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학교로서는 재정 위기가 상당하고, 특별한 조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예산 편성을 보면 전체 년 예산 900억 원 가운데 학생들의 등록금이 600억 원, 국고지원금 200억 원, 지자체보조 및 기타 수입을 빼고 재단 전입금은 그동안 2억 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재정 위기를 맞은 대학을 위해 재단이 뭔가를 해야 할 시기가 아니었을까? 그런데 가장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을 집단 해고하는 것이 재정 위기를 벗어나려는 방법이라니! 그러나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이 계속되고 시간이 점차 흐름에 따라 실제 신라대가 노린 것은 다른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과잉 상태가 만들어 놓은 대학의 재정 위기는 자본주의 체제가 존재하는 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노동자ㆍ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에서 무상교육을 도입하고 그에 맞는 인력을 배치해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ㆍ민중이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교육이 전체적으로 무상교육으로 전환된다면 필수노동자인 청소노동자에 대한 차별도 없어질 것이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에 의해 대학교수나 청소노동자나 같은 임금을 받을 것이다.

 

 

3. 신라대 투쟁의 주체적 조건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은 2012년 6월에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에 가입하였는데, 민주노총 부산본부 비정규위원회 비정규실천단의 활동의 결과였다. 당시 부산 지역의 청소용역노동자들의 조직화는 대학으로는 부산대, 해양대, 가톨릭대, 그리고 부산지하철 청소용역에서 진행되어 있었고, 비정규실천단은 조직화되지 않은 부산 지역의 모든 대학의 미화원 대기실을 찾아다니며 노동조합 가입을 설득했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가입을 하고 투쟁을 시작한 곳이 신라대였고, 3개월 후 9월에 동의대에서도 노조 설립이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상황이 비슷하지만 신라대도 대학의 직접 업무 지시, 용역업체의 갑질, 청소 이외의 업무 요구, 임금은 명절 떡값, 여름휴가비, 차비, 식대 한 푼 없는 딱 최저임금이었고, 경조휴가도 너무나 부족했다.

부산일반노조 신라대현장위는 노조 설립과 더불어 바로 총장실 점거농성에 돌입하여 3개월 만에 부족하지만 그럭저럭 첫해로는 만족할 만한 임ㆍ단협을 체결하였다.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의 성과는 신라대만이 아니라 부산 지역의 모든 대학 청소노동자에게 파급되었다. 비정규실천단이 다른 대학을 방문한 결과 2013년의 임금과 근로조건은 많이 개선되었는데, 실제 최저임금 미만이었던 곳에서는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최저임금만 주던 곳은 명절 떡값, 여름휴가비 등이 생겼다. 그러니 더 이상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정작 신라대는 2013년이 되자 학교는 노조와 임ㆍ단협을 체결한 기존의 용역업체와 계약을 파기하고, 신규업체를 경쟁입찰로 선정하겠다며 용역깡패집단으로 유명한 업체를 불러들이려고 했으나 노조의 투쟁으로 포기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2014년 새로 선정된 업체는 기존의 임ㆍ단협 승계를 거부하고 자신들이 내세운 현재의 조건보다 후퇴하는 근로계약서를 내밀며 서명을 요구하였으나 이에 조합원들이 집단적으로 거부하자 집단 해고했다. 그리하여 79일간의 투쟁이 시작되었고, 이사장실 앞 점거농성과 사범대 옥상의 고공농성, 단식농성으로 이어진 신라대 투쟁은 당시 야당인 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에 의해 중재되어 신라대 총장과 을지로위원회가 서명한 합의서에 의해 정리되었다. 그 내용은 용역업체가 바뀌더라도 만 65세까지 현재의 청소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투쟁 과정에서 이탈한 인원만큼 신규 채용을 했다. 그러나 투쟁 과정 속에 이탈했던 이들이 한국노총에 가입하여 고용을 요구하자 용역업체는 그들의 손을 잡아 주었고, 이후 신라대에 복수노조가 존재하게 된다. 당시 신규 채용한 인원은 민주노총에 가입하였으나 초창기엔 임금도 받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다가 다시 용역업체가 변경되면서 정상적으로 임금을 받으며 근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몇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용역회사와 그럭저럭 임ㆍ단협을 진행하면서 고용만 유지된다면 큰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2020년 11월에 취임한 총장이 2021년 1월 말에 2월 말로 기존의 용역회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더 이상 청소용역을 유지하지 않고 학교 청소를 자동화하거나, 교직원과 학생들을 통해 청소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노조는 1월 29일 기자 회견을 열고 총장의 입장 변화를 요구하면서 중식집회를 시작했으나 전혀 소용이 없었다. 이러한 특수한 상황에서 부산지방노동위는 노조에 합법적인 쟁의권을 부여했고, 2월 23일부터 전면파업과 본부건물 1층, 2층, 6층을 점거하여 24시간 농성에 돌입하여, 조합원들은 주 1회만 집에 다녀오고 있는 상태이다. 79일간 투쟁의 경험을 가진 신라대 조합원들은 너무나 모범적으로 그리고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합법파업은 단 일주일, 2월 23일에서 28일까지, 그 이후는 불법점거농성이다. 그래서 신라대는 현재 퇴거 및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한 상태이다. 그러나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은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투쟁하고 있다. 민주일반연맹 결의대회, 민주노총 부산본부 결의대회, 부산지역 청소노동자 결의대회 등이 개최되었다. 모범적인 조합원 교육을 계속하고 있으며, 출근선전전, 중식선전전, 퇴근선전전, 투쟁문화제를 열고 있으며, 지역과 전국에서 연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신라대 조합원들도 여러 투쟁 현장에 연대하여 발언과 투쟁기금을 전달하면서 많은 감동을 주고 있다.

 

 

4. 글을 마치며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청소를 시키겠다던 학교가 3월 말에는 현재 투쟁 중인 민주노총 조합원을 고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다음 날 함께 투쟁하자던 제안을 거부하고 짐 싸서 집에 가면서 그동안 청소시켜 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던 한국노총을 불러들였다. 고용하겠다던 민주노총 조합원의 숫자에서 한국노총을 포함하여 한국노총 숫자만큼 민주노총 숫자를 빼고 고용하겠다는 입장으로 변화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노총이 피켓팅을 시작하면서 부착한 대자보에 의하면 조용해지면 다시 부르겠다던 약속을 지켜라고 했다. 결국 신라대는 청소노동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민주노총을 배제하고 구조조정을 하려고 했음이 드러났다. 4월 초부터 대학은 주말을 이용하여 방역을 핑계로 외부 청소전문업체를 불러 몰래 청소를 하다가 조합원들에게 들키기도 하였고, 총학생회와 교수평의회 의장단을 동원해 성명서를 내기도 하고, 학습권을 보장하라는 현수막을 걸기도 하였다. 며칠 전에는 대학본부 앞에 경찰의 엄호를 받으며 학생들이 학습권을 보장하라는 침묵시위를 하기도 하였다. 학생회와 교수평의회 의장단을 동원한 압박, 한국노총을 동원한 노노갈등으로 일관하고 있는 대학 측에 맞서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은 지역의 여러 집회에도 열심히 연대하면서 나날이 노동자로서의 계급의식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 5월 1일 노동절집회에서도 부산일반노조 대오의 선두에서 ‘직접고용쟁취’와 ‘가자! 노동해방’이 적힌 단체티를 입고 ‘비정규직 철폐’와 ‘해고 금지’를 쓴 글자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는 노예 아니면 투사임을 온몸으로 보여 주고 있는 이들의 투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음을 믿는다.

노사과연

 

천연옥 부산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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