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현장: 소성리 소식] 민족 모순 현장에 선 소성리 할매들

 

은영지 | 회원

 

 

 

5인 이상 모이지 말고 거리두기 하라고 해서 보고 싶은 자식과 토끼 같은 손주도 못 보고 외롭게 지내고 있는데 경찰들이 모여 주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너거들이 사람이야?

 

불법 사드 기지 공사한다고 밀고 들어온 공사 차량을 저지하는 주민들을 제압하고 짓밟아 온 경찰들에게 80대 중반을 넘긴 백광순 할매가 호통을 치셨다.

 

차라리 경찰들 시키지 말고 당신들 군인들이 직접 밀고 들어와 우리 주민들 다 밟아 버려~

 

임순분 부녀회장님이 홧김에 군인 장교에게 쏟아 낸 이 말 한마디에 우리의 가슴은 또 얼마나 쓰리고 아파 왔는지……

 

미제와 문재인 정부가 폭력적으로 밀고 들어와 박아 놓은 전쟁 무기 사드를 머리맡에 두고 살아온 성주 소성리 주민들의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다. 북핵을 핑계 대고 있지만 실제론 중국을 겨냥한 사드 배치라는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에 발끈한 중국이 소성리 사드 기지에 맨 먼저 미사일 공격을 할 거라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터라 주민들은 두려움과 불안으로 일상이 파괴된 지 오래되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가 강행한 거리두기 조처에 협조하여 공식 집회도 중단하고 고립된 상태로 외롭게 투쟁한 지도 1년이 넘었다. 따지고 보면 코로나19보다 더 무섭고 징글징글한 전쟁 무기 사드가 아닌가. 대한민국 국민을 대신해 연로하신 소성리 주민들은 사드 철거와 반미 평화 운동을 하고 있고 이 나라 대통령이라는 자는 미제 하수인 노릇 하느라 똥오줌을 못 가리는 이율배반적이고 모순된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사드가 기습적으로 강제 반입된 2017년 4월 26일 이후 지금까지 열다섯 번이나 군인과 경찰을 보내 소성리를 짓밟고 인권 유린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 적을 때는 600-800명, 많을 때는 1만 명이 넘는 경찰들이 쳐들어와 사드와 공사 장비를 밀어 넣었다.

 

2021년을 맞이한 주민과 지킴이들은 달마산 불법 사드 기지에서 “올해는 반드시 사드와 주한미군 몰아내고 한미동맹 끝장내자. 올해는, 올해는…”이라는 구호를 지칠 줄 모르고 외치고 있다.

 

칼바람이 휘몰아치던 지난 1월 22일, 주민들은 다시 한번 굴욕을 당했다. 문재인 정부가 사드 기지 공사를 한다고 주민과 연대자들을 짓밟고 20여 대의 공사 차량을 통과시킨 치욕적인 그날을 어찌 잊겠는가? 5인 이상 모이지 말라고 윽박지르고, 설 명절에 고향에도 가지 말라고 명령하고 어길 경우 벌금 300만 원이라고 협박해 놓고 이른 아침 소성리에 야광 제복을 입은 경찰 600명이 떼 지어 몰려왔다. 그것도 오전 9시쯤 올 거라고 통보를 해 놓고 약속을 어긴 경찰들이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꼭두새벽에 들이닥친 후 주민들의 진밭교 출입을 막아섰다.

 

그들에게 주민과 지킴이들은 함부로 취급받아도 되는 ‘짐짝’이고 ‘짐승’이었다. 코로나 전염병이라는 우려 상황에도 경찰들은 서로 팔짱을 끼고 밀착시켜 공사 차량을 저지하는 주민과 지킴이들 한 명 한 명을 집단으로 달려들어 뜯어내고 들어내곤 했다. 그 과정에 지킴이들 팔다리를 꺾고 비틀고 짓밟는, 이른바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많은 이들이 다쳤다. 특히 격자 안에 들어가 저항하는 주민과 지킴이들을 경찰 지휘자가 “격자를 통째로 들어 올려서 끌어내”라고 명령했고 경찰들이 격자를 무리하게 들어 올려 흔들어 대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 와중에 격자 위에 매달려 있던 평통사의 가녀린 20대 활동가가 2미터 아래로 떨어져 허리 부상을 당했다. 고열까지 나는 그 부상자를 성주 읍내 병원이 받아 주지 않아 멀리 대구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했다.

 

저들의 폭력에 울분이 가시지 않은 채 다음 날 진밭교 불법 사드 기지에 모여든 지킴이들은 전날 당한 굴욕 때문인지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 분노와 눈물이 터져 나올 듯 격앙되어 있었다. 평생 욕 한 번 안 하고 살아온 주민과 지킴이들이지만 이날만큼은 미군과 국방부를 향해 각자 3분씩 욕설을 내뱉기로 결의하고 철조망 앞에 섰다. 사드 배치 후 수시로 침탈당하고 기만당한 주민들이 맞설 무기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총칼’도 들 수 없고, ‘화염병’도 없고, ‘죽창’도 있을 리 없고, 법과 공권력은 정권과 미 제국 자본 편이 아닌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욕밖에 없었지만 내뱉은 말이라곤 ‘개새끼’와 ‘개자식’이 전부였다. 개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죄 없는 개를 들먹이며 욕을 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딱 깨놓고 말하면, 개만도 못한 우리 인간들이고 저 미제 침략자와 국방부 아닌가? 욕의 미학이랄까? 욕에 대해서 연구하고 욕을 하며 살지 못한 걸 이때처럼 후회해 본 적이 없었다.

 

김영재 소성리 상황실 팀장의 발언은 욕 한마디 없었지만 침략자들에 대한 조롱이 담겨 있어 속이 후련했다.

 

주민들 때문에 경찰들이 몰려오고 길을 막았기 때문에 진압했다고 경찰들이 얘기합니다. 주민들이 사드 배치하라고 한 적 없습니다. 주민들이 공사하라고 한 적 없습니다. 주민들이 경찰들 몰려오라고 한 적 없습니다. 제멋대로 그렇게 일을 쳐 놓고 주민들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몰염치하고 파렴치한 미군, 국방부, 경찰 반드시 책임져야 합니다. 니들이 몰려왔으니까 우리가 길을 막았지, 우리가 길을 막으니까 니들이 몰려왔냐? 공사를 하니까 주민들이 길을 막으려고 자리에 앉았지, 주민들이 자리에 앉으니까 니들이 공사를 하는 거냐? 이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폭력적으로 공사 장비를 들여보낸 날 밤늦게까지 소성리 어머니들은 군인 숙소 앞에서 연좌 농성을 했고, 국방부 내시 노릇 하는 이 아무개라는 정보과 형사와 김 대령이라는 국방부 하수인이 와서 어머니들에게 무릎 꿇고 사과를 했다고 한다. 고희림 시인이 그 부분에 대한 전말을 전했다.

 

어제 어머니들이 군인 숙소 앞에서 국방부의 기만행위에 대해 항의 시위를 하셨어요. 김 대령이 무릎 꿇고 사죄하기 전까지 농성을 안 풀겠다고 하고 정보과 형사가 쫄랑쫄랑 다니며 어머니들에게 ‘성주경찰서를 해체시키겠다 합니다. 어머니들 좀 봐주이소’ 이 지랄을 떨더라고요. 지금 저 군인 숙소 안에선 자기들끼리 시나리오를 짜고 있겠지요. 형사들은 과자 부스러기와 치킨, 콜라 사 들고 와서 살려 주이소 하고 있고 10시 45분 자기들 귀가 시간이 되니 김 대령이 나와 자기들은 죄가 없다고 하며 ‘미군들이 이 길을 자기들 마음대로 다닐 수 있게 해 달라고 압력을 넣는데 제가 무슨 힘이 있습니까? 국방부도 힘이 없어요. 매일 압력을 당하고 있는 우리 사정을 봐 달라’고 하며 ‘저는 죄가 없습니다. 어머니들 다 아시잖아요. 어제 일은 상황실장에게 다 통보했다’ 하면서 소성리 상황실장을 물고 늘어지는 발언을 하더라고요.

 

고희림 시인의 발언은 계속되었다.

 

어머니들 화가 풀리지 않았고 지들은 퇴근을 해야 하니 마지못해 무릎 꿇으면서도 ‘자기들은 잘못이 없다. 매일 저쪽(미군쪽)에 가면 닦달을 받는다’ 변명으로 일관했어요. 미군은 사드 기지 완성이라는 자기들 그림 그려 놓고 소성리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압력을 넣고, 국방부는 국방부대로 정부와 긴밀한 유기적 관계를 통해서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떤 압력에도 주저앉지 않고 이 거대한 사드 반대 투쟁을 통해서 종전 선언, 평화 협정을 요구하면서 민중의 뜻이 관철되는 자주적인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끝까지 투쟁합시다.

 

우리나라가 미제 식민지라는 슬픈 현실을 다시 확인하고 전율이 일었던 발언이었다. 6년째 이어지고 있는 사드 투쟁을 하면서 저 국방부와 경찰들은 어머니들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영혼 없는 임기응변식 사과만을 하고 있고 얼마 있다가 또다시 사드 기지 공사를 강행하는 굴욕과 반동이 반복되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일제 강점기의 피눈물 나는 침탈에서 해방되자마자 미 제국주의로부터 군사 지배를 당해야 했던 민족 억압의 역사도 다시 떠올랐다. 해방 후 일어난 최초의 대규모 민중 항쟁인 10월 항쟁을 시작으로 들불처럼 번져 간 제주 4ㆍ3 항쟁, 여순 항쟁도 아프게 회상되었다. 미제 꼭두각시 정부를 세우려는 공작에 여념이 없던 미 제국주의와 미군정은 친일 경찰 앞세워 무수한 민중들을 죽이는 만행을 저지르기에 이르렀다. 70여 년이 지난 지금 2021년에도 똑같은 일이 이 땅에서 저질러지고 있다. 한국의 경찰과 군인, 공무원들은 미제의 조종을 받으며 제 나라 시민들을 학대하고 모욕하고 생존권을 위협하고 자존심을 깎아내리는 어이없는 행태들을 날마다 벌이고 있다. 나라를 두 토막 낸 것도 모자라 군사 주권을 빼앗아 간 미제의 착취로 식민지 백성의 고통이 하루도 멈출 날이 없는, ‘민족 모순’을 날것으로 경험하는 소성리 주민들이었다.

 

매번 경찰들이 개떼처럼 몰려와 소성리를 봉쇄하고 있지만 변함없이 보이는 풍경이 있다. 임순분 부녀회장을 포함한 할매들이 맨 앞자리에서 연좌 농성을 하며 지킴이들을 지켜 주고 있고 그 뒷자리에 지킴이와 연대자들이 앉아 경찰과 공사 차량을 저지하며 사드 반대와 반미 구호를 외치고 평화를 주제로 한 노래를 합창하곤 한다. 눈물 나는 동지애이고 투쟁 현장이다.

 

지난번 기지 공사 저지 투쟁 때 대구평통사 김찬수 공동대표가 한 발언이 주민들의 가열찬 싸움을 오롯이 보여 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방부와 경찰들이 우릴 봉쇄하고 짓밟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병력을 포진시켜 선제공격하여 제압하려고 하지만 우리에겐 막히는 곳이 ‘전선’이고 앉아 있는 곳이 ‘투쟁 현장’입니다. 이종희 대책위 위원장님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하셨지요? 저는 그 뒷 조항인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함께 세 번 외칩시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모두들 힘차게 세 번 외친다.) 오늘도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다치지 말고 온몸으로 투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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