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과연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되어 있는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를 책임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은 상시ㆍ지속적으로 1,060여 개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건강보험 자격, 보험료, 보험급여, 건강검진,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비롯한 4대 사회보험 징수관련 업무 등 공단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업무이다. 그러나 이 상담노동자들의 업무는 본부 고객지원실과 지역본부 상담지원부 산하 7개 고객센터에 12개의 용역회사에 하청을 주었고, 전체 인원은 전국에 1,623명에 달한다.
당연히 정규직 일자리여야 하지만 2006년 고객센터를 설립하여 민간위탁으로 운영해 왔다.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노동자가 비정규직이 되어 버렸고, 그들은 낮은 임금과 쉬운 해고라는 자본의 탐욕 앞에 희생되어 오면서 저항 또한 성장하게 되었다. 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박근혜탄핵 촛불투쟁에 참여하여 비정규직 철폐를 외쳤다. 이러한 촛불투쟁의 성과로 집권한 문재인 정권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표방하면서 모범사용자로서 역할을 선전하였다. 철도공사의 자회사 코레일 네트웍스처럼 변한 게 아무것도 없어 다시 투쟁에 나선 경우도 있고,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이 아니라 자회사로 전환되었지만, 공공부문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가 조금은 개선되고, 국민연금이나 근로복지공단의 콜센터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으로 전환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건강보험 콜센터 노동자들은 여전히 용역회사의 횡포와 인권침해, 경쟁으로 몰아가는 과도한 콜수 요구, 10년, 15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지난 8일 ‘노동건강실태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에 의하면 보이지 않는 상담사에 대한 고객의 분노와 적대감, 언어폭력 앞에 노출된 감정노동으로 인해 80% 이상의 노동자가 우울증 위험군에 속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공단은 정규직 노조가 조합원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5%(5,800여 명)가 고객센터 노동자의 직접고용을 반대하여 고객센터 노동자의 직접고용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을 근거로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요구를 노노갈등을 핑계로 회피하고 있다. 정규직 노조와 고객센터 노동자가 대화를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 논의의 당사자는 고객센터 상담사 노동자이지 공단 정규직 노동자가 아니다. 그리고 공단이 언제부터 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에 이렇게 귀를 기울였던가? 정당한 노조의 목소리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요구를 거부하기 위해 정규직 노조를 활용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 표방했던 모범사용자의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건강보험 고객센터 상담사노동자들은 직접고용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은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무노동 무임금을 감수하고 총파업에 나서고 있는 상담노동자들의 피맺힌 분노와 간절함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즉각 직접고용하라!! 문제의 본질을 노노갈등으로 호도하지 말라!!
2021년 2월 15일
노동사회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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