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정세] 이반자들에 대한 적대적인 국가폭력―서울 동부구치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를 보며

 

이병진 | 편집위원

 

 

감옥은 국가폭력의 속살을 그대로 보여 주는 특수 시설이다. 국민들의 법감정에서 볼 때, 감옥은 사회에 해악을 끼친 범죄자들을 가두는 곳이다. 그래서 재소자들이 인권을 유린당하여도 어쩔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오늘날 자본주의 모순이 심화되면서 범죄의 성격과 내용이 사회 구조적 원인과 맞물려 있다는 점을 생각하고, 왜 범죄가 일어나는가를 생각한다면 국가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그런데도 국가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고 그 스스로 중립적인 체한다. 그리고 국가의 구조적 폭력에 대해서는 전혀 책임지지 않고 심판자로서 피해자의 입장으로 가해자를 폭력적으로 징벌한다. 개별적 범죄자에 대한 증오심과 적개심이 대중들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소비되면서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기인한 범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면책된다. 오히려 국가는 가해자를 폭력적으로 응징함으로써 국가정의(國家正義)의 실현으로 미화된다. 그리고 그런 국가폭력은 정당화된다.

우리는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조선을 식민 지배하면서 세운 서대문 형무소를 역사관으로 만들고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국가폭력과 만행에 대해서 치를 떨며 분노한다. 그런데 일제 강점기의 형무소가 오늘날 교정 시설과 그것을 유지하고 운영하는 데 뿌리였고(김정해ㆍ최유성ㆍ홍진이ㆍ남현이, 2004, p. 29.), 그때나 지금이나 재소자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성이 그대로라는 현실을 직면할 때 우리는 국가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아비규환이 된 서울 동부구치소

 

서울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사건은 2020년 11월 27일 출정 교도관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동부구치소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재소자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지도 않았고 신속한 예방적 방역조치도 취하지 않으면서 재소자들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이되었다. 더 이상 재소자들의 감염 사실을 숨길 수 없게 된 법무부는 2020년 12월 15일에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14명의 재소자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언론에 공개하였다(이민석 기자, “국민 동선을 추적하면서…구치소 사태 19일 쉬쉬한 정부”, ≪조선일보≫, 2020. 12. 31.). 이후 법무부는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21일이 지난 12월 17일 동부구치소 수감자 전원에 대한 1차 전수검사를 실시하였다. 이때 184명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면서 동부구치소는 음성으로 판정받은 밀접접촉자들을 강당에 모아 놓고 4시간 동안 방치했다. 밀접접촉자는 바이러스 잠복기 상태여서 검사 결과 음성이 나오더라도 확진자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밀접접촉자들을 강당에 집단적으로 모아 놓은 사실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집단적으로 감염시키는 위험한 일이었다(김윤주ㆍ옥기원 기자, “동부구치소, 밀접 접촉자 180여 명 강당에 4시간 대기시켰다”, ≪한겨레≫, 2020. 12. 30.). 이런 가운데 같은 날 그 시각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던 전직 대통령 이명박 씨를 서울대 병원에 입원시켰다(배지현ㆍ박윤경 기자, “검찰, 이명박 형집행정지 불허…열흘째 서울대병원에”, ≪한겨레≫, 2020. 12. 31.). 이런 이중적인 재소자들의 처우에 대해서 한 수용자의 아내는 “잘못된 행동에 대한 벌을 받으러 갔을 뿐 코로나19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아도 되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호소한다(같은 기사.). 실제로 코로나19에 무방비로 노출된 60대 재소자가 12월 27일 사망하였다. 사망자가 발생하자 그제서야 법무부는 확진자가 나온 지 34일 만인 12월 31일에 공식 입장을 발표하였다. 서울 동부구치소는 12월 31일 기준 확진자 수가 968명이며 예산 문제로 전 직원과 수용자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기 어려웠지만 이날부터 1인당 일주일에 3장씩 KF94마스크를 지급하기로 하였다고 하였다. 그렇지만 서울 동부구치소의 감염세는 꺾이지 않았는데 2021년 1월 7일 또 다른 70대 수용자가 사망하였고 그날 기준 동부구치소 관련 확진자 수는 1174명(동부구치소 직원 및 가족 포함)으로 늘었다. 재소자들이 사망하고 동부구치소 재소자들이 동요하자 동부구치소는 재소자들의 서신을 검열하고 가족에게 편지도 못 쓰게 하였고 그런 사실을 창밖으로 알리며 “살려주세요”라는 재소자들을 처벌하려고 하였다(김윤주 기자, “동부구치소, 창밖 “살려주세요” 수용자 징계검토…시설물훼손 조사”, ≪한겨레≫, 2020. 12. 31.).

 

 

방역실패와 과밀수용 논란

 

서울 동부구치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는 교도소라는 특수 시설에서 과밀수용이 빚어낸 어쩔 수 없는 방역실패 사례라고 교정 당국자들은 치부한다.

 

구치소 내에서 확진자와 접촉한 밀접접촉자를 먼저 분리 수용하다 보니 1명, 3명, 5명 정원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다.] … 비확진자와 확진자의 경우 한 방에 8명 정도까지 과밀 수용돼 있다. … 감염 확산과 인권 문제 등이 우려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최훈진 기자, “확진자 8명 한 방에…동부구치소 첫 사망”, ≪서울신문≫, 2020. 12. 29.)

 

서울 동부구치소장은 법무부의 승인하에 양성판정자 8명을 함께 특별 격리동에 격리시켰다. 더 놀라운 사실은 법무부의 말장난이었다. 법무부 장관이 12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무부가 재소자 전수검사를 요청했으나 방역 당국이 거부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였는데 이 말은 거짓말이었다. 법무부가 서울시와 송파구에 수용자 전수검사를 요청했는데 서울시와 송파구가 이에 호응하지 않아서 법무부가 전수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구무서 기자, “방대본ㆍ법무부, 동부구치소 합동조사단 구성…전수조사 입장 차 규명”, ≪뉴시스≫, 2021. 1. 9.). 그런데 교도소는 국가 1급 보안 시설이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장이 교정 행정에 관여할 수도 없고 그런 결정권도 없다. 서울시와 송파구가 수용자들의 전수검사에 미온적인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런 교정 행정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도 아니다. 그런데도 법무부는 지방자치단체의 비협조를 마치 방역 당국이 전수조사를 거부하였다고 책임을 미루고 방역 당국이 그 상황을 지켜보자고 해서 재소자들의 전수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이런 법무부의 행위는 사실상 재소자들을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에 그냥 방치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재소자인데도 전직 대통령인 이명박 씨는 신속하게 서울대학교 병원으로 이송하고 일반 재소자들은 확진자가 나왔음에도 전수조사는커녕 확진자들을 한 장소에 묶어서 특별 격리하였다는 사실을 통해서 우리는 국가권력의 성격과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게 된다.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에서 쇠창살을 뚫고 창문 밖으로 살려달라고 외치는 재소자는 한 가정의 아버지이고 남편이고 언젠가 이 사회로 다시 돌아올 시민이다. 국가권력이 범죄자라고 낙인찍은 사람은 아무렇게나 방치되어도 괜찮고 코로나19에 감염되어서 죽어도 그것은 과밀수용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똑같은 상황에서 죄를 지어 장기실형을 선고받은 전직 대통령은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봐 신속하게 감옥 밖으로 피신시킨 일은 정당한가? 우리는 그런 국가가 휘두르는 편파적인 폭력을 보면서 돈이 없거나 권력을 쥐지 못한 가운데 범죄자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폭력 앞에서 순응해야 살 수 있다는 교훈을 배운다. 그런 교훈은 전직 최고 권력자도 예외는 아니다.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주었던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 보며 살아라’였습니다. (노무현, “2002년 대선출마 수락연설” 중에서.)

 

돈과 권력이 없는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순간 감염병으로 오염된 아비규환 속으로 내동댕이쳐질 수 있다는 공포심이 과연 감옥 안 수인들만의 것일까? 누구든지 언제든지 국가폭력 앞에서 범죄자로 낙인찍힐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안전하고 자유로울까?

 

 

자본주의 시장 체제의 효율성과 그것을 방해하는 것에 대한 적대적인 폭력

 

서울 동부구치소의 집단감염 사건은 단순히 교도소의 과밀수용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서울 동부구치소 감염 사건을 보면서 사회 이반자들에 대한 국가형법권이 어떻게 차별적으로 남용되고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보았다. 지배자들에게는 관대하고 피지배자들에는 냉혹한 국가폭력의 성격을 이해하게 된다.

이명박 박근혜 체제에서 지배 세력은 자본가들의 이익을 철저히 옹호하면서 법치 질서 확립이라는 명목으로 철권통치를 휘둘렀다. 그러면서 국가폭력 기구들을 큰 폭으로 확대 재생산하였다. 예를 들면, 탄핵된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는 ‘범죄로부터 예방’이라는 구실로 경찰공무원을 대폭 늘렸다. 2015년 한 해에만 1만42명의 공무원을 충원하였는데 그 가운데 3천866명(그해 전체 충원 공무원의 34%)이 경찰공무원이었다(하채림 기자, “박근혜 정부 3년간 공무원 3만 명↑…MB정부 5년의 2배”, ≪연합뉴스≫, 2016. 2. 25.). 경찰공무원이 증가되면 국가의 형벌권이 강화될 테고 당연히 구속되고 수감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그에 비례해서 교도소의 수용 시설과 운용 인력과 예산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장 체제의 효율성을 따지는 이들은 그것을 비효율적인 비용으로 보고 교정 관련 시설과 예산을 동결시켰다. 그런 조건에서 신축되는 교도소들은 예산과 공간의 효율성만을 따져 고밀도 고층식 아파트 수용소로 만들었다. 그와 같은 국가 통치 체제의 철학으로 교도소는 이반자들에 대해서 적대적인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국가폭력의 총체적인 결과물이 서울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사건을 만들었다.

더 큰 문제는 과밀수용된 교도소에서는 재소자 사이에 사소한 말다툼이 끊이지 않으며 교도소 안은 언제나 팽팽한 긴장감과 갈등이 일어난다. 그런 환경 속에서 재소자들은 공격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그런 재소자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교정 당국은 더욱 강력한 폭력으로 재소자들을 제압하고 억누르게 된다. 문제는 그런 폭력적 갈등 상황에 재소자들이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폭력이 재소자들에게 내면화된다. 그런 폭력이 내면화된 재소자들이 다시 사회 밖으로 나오면서 감옥 안 국가폭력이 확대 재생산된다. 온갖 폭력적 스트레스를 받은 재소자들은 “건전한 사회 복귀”는커녕 자신도 모르게 반사회적 성향을 보이면서 내면화된 폭력을 표출하면서 범죄와 재범의 악순환으로 빠져든다.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폭력에 노출되면 그것을 그대로 안고 살 수는 없다. 자기 안에 있는 폭력성과 불안정성을 밖으로 표출하여 해소하든지 아니면 자기 스스로 자해와 자학으로 스스로를 파괴하여 분노와 폭력을 해소해야만 한다. 그런데 감옥 안에서 거대한 국가폭력으로 억눌렸던 재소자들이 사회 밖으로 나오면서 그 긴장과 억눌림의 균형이 깨지면서 억눌려졌던 감정이 이완되면서 재소자들에게 내재되었던 폭력성은 표출된다. 전과자를 대하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증오 그리고 멸시는 그런 잠재된 폭력성을 터뜨리는 방아쇠가 된다. 한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국가폭력에 노출되었던 그들의 폭력은 더욱 대담해지고 범죄는 잔인해진다.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재범이 늘어나고 범죄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반사회적 범죄는 더욱 흉악해져서 양형 기준이 늘어나고 더 긴 형량을 받는 수용자들이 많아지면서 교도소의 과밀 현상은 그 끝이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시장의 효율성을 방해하는 이반자들에게 가해지는 적대적인 국가폭력의 악순환이 계속된다.

우리는 이런 국가폭력의 악순환을 바라보면서 서울 동부구치소의 과밀수용 문제를 다시 볼 수밖에 없다. 또한 그런 국가의 폭력이 권력과 재산을 가지고 있는 자와 가지고 있지 못한 자 사이에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교도소의 현실을 보면서 그런 일들이 과연 교도소 담장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 생각하게 만든다. 밀도 높은 국가폭력이 강제된 감옥 안 담장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벌어지는 “범털”, “깃털”, “새털”, “법무부자식(법자)” 간의 갈등과 투쟁이 과연 담장 너머 우리의 세계와는 별개의 이야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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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연구 보고서

김정해ㆍ최유성ㆍ홍진이ㆍ남현이, ≪한국과 선진국의 교정조직 구성 및 운영의 차이점에 관한 연구≫(형사정책연구원 연구총서 04-03), 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04.

 

■ 언론 보도

하채림 기자, “박근혜 정부 3년간 공무원 3만 명↑…MB정부 5년의 2배”, ≪연합뉴스≫, 2016. 2. 25.

최훈진 기자, “확진자 8명 한 방에…동부구치소 첫 사망”, ≪서울신문≫, 2020. 12. 29.

김윤주ㆍ옥기원 기자, “동부구치소, 밀접 접촉자 180여 명 강당에 4시간 대기시켰다”, ≪한겨레≫, 2020. 12. 30.

배지현ㆍ박윤경 기자, “검찰, 이명박 형집행정지 불허…열흘째 서울대병원에”, ≪한겨레≫, 2020. 12. 31.

김윤주 기자, “동부구치소, 창밖 “살려주세요” 수용자 징계검토…시설물훼손 조사”, ≪한겨레≫, 2020. 12. 31.

이민석 기자, “국민 동선을 추적하면서…구치소 사태 19일 쉬쉬한 정부”, ≪조선일보≫, 2020. 12. 31.

구무서 기자, “방대본ㆍ법무부, 동부구치소 합동조사단 구성…전수조사 입장 차 규명”, ≪뉴시스≫, 2021.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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