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정세]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의 의미와 방향

 

김해인 | 편집출판위원장

 

* 이 글은, 지난 1월 20일, 615남측위원회 회의실에서 진행되었던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각계 워크샵’에서 발표되었던 발제문입니다.

 

 

국가보안법은 사문화되었는가?

 

최근 몇 년 동안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인원은, 아래 [표1]에서처럼, 근 20여 년 중 가장 적다. 그렇다면, 1948년 12월 1일 제정된 이래 72년이 넘도록 이 땅의 노동자 인민 대중을 탄압해 온 국가보안법은 이미 사문화된 것인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전혀 그렇지 않다. 검찰의 기소 여부와는 별개로, 여전히 적게는 100여 명, 많게는 2-300여 명의 사람들이 매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소ㆍ고발ㆍ수사되고 있으며, 2019년 한 해만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사건 접수된 인원이 305명에 달하고 있다.

 

[표1] 범죄유형별 공안사건 처리현황-국가보안법 위반사범[1]e-나라지표. <http://www.index.go.kr/potal/stts/idxMain/selectPoSttsIdxSearch.do?idx_cd=1745&clas_div=&idx_sys_cd=834&idx_clas_cd=1>

(단위: 명)

출처: 대검찰청 내부자료

※ 불기소: 혐의없음, 기소유예, 죄가안됨, 공소권없음, 각하

※ 기타: 기소중지, 참고인중지, 공소보류, 타관이송

※ 고소ㆍ고발ㆍ재심 포함

 

이처럼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소ㆍ고발ㆍ수사되고 있어서,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을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또한 저들은 기소ㆍ처벌을 통해 국가보안법이라는 칼을 언제든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맘대로 휘두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사람들을 더욱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즉, 국가보안법의 이름으로 수많은 ‘친북’, ‘종북’, ‘좌빨’, ‘빨갱이’, ‘공산주의자’, ‘간첩’을 고소ㆍ고발ㆍ수사ㆍ기소ㆍ처벌함으로써, 진보적 인사 및 단체에는 필요에 따라 직접적인 타격을 가함과 동시에, 노동자 인민 대중에게는 의식적ㆍ무의식적 두려움을 가지게 함으로써, 이들 사이를 갈라놓고, 그들 간의 연계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저들은 국가보안법의 직ㆍ간접적 위력을 통해, 노동자 인민 대중을 북맹(北盲)으로 만들고, 그들이 사회주의/공산주의 사상에 접근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한 사회를 경제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계급은, 자신들의 경제적 지배력이 관철되는 그 사회의 정신적 생산 수단을 통해 그 사회를 정신적으로도 지배하고 있는데, 이 땅에서는 국가보안법이라는 파쑈 악법 등을 통해, 그것을 더욱더 강화해 왔던 것이다. 즉, 한국 사회에서는 교육, 각종 미디어 등을 통해, 이 땅을 지배하고 있는 미제와 자본가계급의 이해에 복무하는 반북, 반공 이데올로기가 끊임없이 의식적ㆍ무의식적, 자발적으로 생산ㆍ재생산되고 있으며, 그것은 국가보안법 등 파쑈 악법을 통해 더욱 강화되어, 그러한 환경 속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노동자 인민 대중들이 반북, 반공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다.

또한 이것은, 노동자 인민 대중뿐 아니라, 소위 ‘진보적’ 지식인, 활동가, 심지어 자칭 ‘혁명가’라고 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영향력 미치고 있다. 즉, 소위 선진적 분자들의 의식적 성장까지도 지체시켜, 한편에서는 몰역사적인 청산주의를, 다른 한편에서는 몰계급적인 민족주의를 낳으며, 우리 운동의 질곡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또한 노동 운동에서는 조합주의, 경제주의 경향이 만연하게 되는 데, 일정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 운동의 분열은 모든 것이 국가보안법 때문만은 아니지만, 일정하게는 국가보안법의 산물이다. (그런데 이러한 분열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우리 운동은 성장할 수 없다!)

 

국가보안법은 노동자 인민 대중이 이 사회를 변혁하고 자기 자신을 해방시키는 혁명적 사상을 가지는 것을 탄압하며, 노동자 인민 대중의 정치적ㆍ조직적 성장을 억압하기 위한, 다시 말하면, 노동자 인민 대중에게 정치적 무권리 상태를 강제함으로써, 그들의 혁명적 진출을 가로막기 위한 법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운동의 상황은, 여전히 사상적, 정치적, 조직적 성장은 지체되고, 분열되어 있으며, 따라서 광범위한 인민 대중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이 모든 것이 국가보안법의 영향력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러한 상태를 만드는 데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등 파쑈 악법은, 따라서 사문화되기는커녕 여전히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의 의미와 방향

 

국가보안법은 언론, 출판, 사상의 자유를 탄압하며, 대중들을 향한 선전, 선동의 자유를 봉쇄하고 있다. 노동자 인민 대중의 자주적ㆍ혁명적 정치 조직의 건설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며, 결사의 자유를 탄압하고 있다. 이렇게 국가보안법은 저들에게는 한국 사회를 지키는 주요한 보루이다. 정반대로 우리에게는 우리 운동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철폐시켜야 할 대상이 된다(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 운동은 발전할 수 없고, 같은 말이지만,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바로 우리 운동의 발전 과정이 될 것이다). 따라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둘러싼 투쟁은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간 사활적인 투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쉽지 않은 투쟁이라는 것이다.

 

과거 2004년 열린우리당이 소위 ‘4대 개혁 입법’ 중 하나로 국가보안법 폐지(개정, 보완 대체 입법)를 당론으로 하며, 2004-2005년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이 정점에 달했던 적이 있었다. 추운 겨울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국회 앞 농성장에서 단식 투쟁을 하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외쳤으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고, 그 실패의 기억이 오랫동안 많은 이들의 가슴에 남아, 또 다른 여러 현안 투쟁들에 가려,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은 당위적ㆍ계기적 투쟁ㆍ선언 수준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근 몇 년 새, 국가보안법철폐긴급행동, 국가보안법철폐부산공동행동, 국가보안법7조부터폐지운동시민연대 등이 결성되고, 국가보안법 박물관 사업, 7조 위헌 심판 제청 등이 진행되며, 다시금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현 시기, 이러한 흐름들을 하나로 묶어 내고, 진보민중 진영과 시민사회 진영을 광범위하게 아우르는, 전국적 조직의 건설이 요구되고 있다. 과거 300개가 넘는 단체들이 함께했지만, 지금은 유명무실화되어 있는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수준의 조직(현재 이를 위해, (가칭)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기획단이 운영 중이다)을 재출범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가칭)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은, 대체 보완 입법 없는 국가보안법의 완전 폐지를 목표로, 조직적으로는 진보민중 진영과 시민사회 진영을 최대한 광범위하게 조직함과 동시에, 지역과 단위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을 전국화ㆍ집중화해야 한다. 특히, 당사자들의 의도와 다르게 일정한 오해를 불러오고 있는 ‘7조부터 폐지’는, 이러한 기회에, 대체 보완 입법 없는 국가보안법의 완전 폐지를 목표로 진행되는 하나의 과정임을 명확히 하고, 7조 자체의 폐지도 다시금 대체 보완 입법 없는 7조의 완전 폐지임을 명확히 할 때, 국가보안법 조항 중 가장 남용되어 온 7조부터 완전 폐지함으로써, 국가보안법에 일정한 파열구를 내고, 우리 운동을 전진시킬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의미를 온전하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의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국가보안법을 통해 저들이 관철시키고자 하는 것과 정반대로, 우리는 그것을 철폐하는 투쟁을 통해, 우리 운동의 사상적, 정치적, 조직적 성장을 도모하고, 분열을 극복하며, 광범위한 인민 대중을 획득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업 방식에 있어서도, 먼저 조직적으로 보면, 시민사회 진영을 최대한 광범위하게 조직하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진보민중 진영의 각 정파들이 우리 운동의 발전을 위한 절체적 과제인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에 함께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것이다. 오늘도 소위 ‘PD’ 경향의 단체들은 워크샵에 참가하지 않았는데, 이쪽의 단체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최대한 노력해야 하며, 운영상에서도 사업을 함께 기획, 토론하고, 책임 있게 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민주노총 등 규모 있는 대중 조직과 진보정당들은,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을 자신의 주요 과제로 삼고, (가칭)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의 사업에 적극적ㆍ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선전 사업을 주요한 과제로 설정해야 할 것이다.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을 통해, 국가보안법의 의미를 대중적으로 선전ㆍ선동함으로써,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 사회인 한국 사회의 계급 모순, 민족 모순을 지속적으로 대중적으로 폭로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노동자 인민 대중의 계급의식, 정치의식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며, 우리 운동의 사상적ㆍ정치적ㆍ조직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선전 사업은 조직 사업과 동떨어진 것이 아닌데, 정치적 의식이 제고된 대중이 없다면, 즉 사업의 주체를 광범위하게 형성하지 못한다면, (가칭)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은 여러 단체들이 이름만 걸어놓고, 몇몇 명망가들과 몇몇 단체의 활동가들로만 이루어진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전 사업에서는 온라인을 통한 각종 선전물의 제작ㆍ배포는 기본적인 것이고, (뒤에 이야기할 코로나19의 유행 상황과 연동되어 있긴 하지만,) 강사단 조직을 통한 지역ㆍ단체 강의도 선전 사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또한 지역별 순회 토론회 등은 선전 사업임과 동시에 전국적 조직을 건설하기 위한 조직화의 과정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특히 중요한 것은, 민주노총 등 대중 조직에서 골간 조직을 활용하여, 내부적으로 지속적인 선전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또한 일상적인 선전ㆍ선동 사업으로 주요 거점 1인 시위, 지역별 선전전 등 다양한 사업이 모색될 수 있을 것이다.

 

 

사업 계획(구상)

 

현재 주요 사업 계획으로 논의ㆍ제안되고 있는 것은 국민동의청원이다. 국민동의청원은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를 통하여 30일 동안 10만 명의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성립된다. 쉽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10만 청원 운동을 중심으로, 지금부터 내년 초 사업 계획의 큰 틀을 대략적으로 구상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상반기) 먼저 기존의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 흐름 및 진보민중 진영ㆍ시민사회 진영과 소통하며, (가칭)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의 출범의 준비하는 단계에서, 제 단체ㆍ조직들이 올해 주요 사업으로 국가보안법 철폐를 상정하도록 주문해야 할 것이다. 특히 민주노총 등 규모 있는 대중 조직과 진보정당들의 적극적ㆍ주도적으로 참여가 중요하다.

 

2. (상반기) 조직의 출범과 연동하여, 사업 계획 발표, 언론 릴레이 기고 등을 통해 일정하게 국가보안법 철폐의 움직임을 사회적으로 이슈화하고, 위에 언급한 선전 사업을 공세적으로 진행한다.

 

3. (중ㆍ하반기) 코로나19의 유행 상황과 주체 역량, 국회 상황 및 일정 등을 고려하여, 10만 청원 운동에 돌입하고, 규모 있는 대중 조직의 조직력, 제 조직ㆍ단체들의 역량을 모아, 10만 청원 운동을 달성한다.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청원 운동이 조기에 10만을 달성했던 것을 상기하면, 민주노총 등 대중 조직의 골간이, 그리고 진보정당들이 적극적ㆍ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4. (11월: 1차 계기점) 11월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예고되어 있고, 그때쯤이면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잦아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규모 있는 민중대회를 개최하고, 국회 포위 집회, 대규모 농성단도 가능할 것이다.

이때 이미 달성되어 있는 국가보안법 폐지 청원과 노동관련 법률(노조법 개정 등), 정치관련 법률(완전비례대표제 도입 등) 등을 묶어, 예를 들면, ‘노동자 민중 5대 개혁 법안’의 이름으로 투쟁을 전개한다.

* 3항과 4항의 시기적 연동은 고려해 보아야 한다. 예를 들면, 정해져 있는 11월 3일 민주노총 총파업 일정에 맞춰 역순으로 일정을 배치하고, 추석에 즈음한 9월 하순부터 공세적 선전을 진행하며, 청원 운동에 돌입하고(10월 하순 통과 목표), 10월 중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을 포함한 ‘노동자 민중 5대 개혁 법안’ 통과를 위한 집회, 농성 등을 전개할 수도 있겠다.

 

5. (연말-연초, 3월 대선까지) 대선 투쟁과 연동하여, ‘노동자 민중 5대 개혁 법안’ 투쟁과 노동자 인민 대중의 투쟁을 계속적으로 전개해 나간다.[2][편집자 주] 선거 투쟁과 관련된 필자의 견해는 다음을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김해인, “21대 총선에 대한 단상―사회주의자는 어떻게 선거에 임해야 … Continue reading

 

 

나가며

 

국가보안법은 우리 운동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억압적ㆍ폭력적 힘이다. 우리가 이 힘을 꺾지 못하는 한 우리 운동은 성장할 수 없다. 같은 말로, 우리는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을 통해 우리 운동을 성장시킬 수 있는 뜻이다. 우리가 국가보안법을 꺾어버리고, 영원히 매장시킬 때, 한국 사회 변혁의 온도계는 그만큼 끓는점에 가까워질 것이다.

노사과연

 

References

1 e-나라지표. <http://www.index.go.kr/potal/stts/idxMain/selectPoSttsIdxSearch.do?idx_cd=1745&clas_div=&idx_sys_cd=834&idx_clas_cd=1>
2 [편집자 주] 선거 투쟁과 관련된 필자의 견해는 다음을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김해인, “21대 총선에 대한 단상―사회주의자는 어떻게 선거에 임해야 하는가”, ≪정세와 노동≫ 제160호(2020년 3월). <http://lodong.org/wp/archives/13331>
김해인 편집출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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