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현장] 플랫폼 노동이란 무엇인가?

 

장인기 | 편집위원

 

 

1. 들어가며

 

몇 년 전부터 새로운 방식으로 서비스가 제공되는 직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타다’ 드라이버, ‘배달의민족’ 라이더ㆍ커넥터, ‘카카오’ 대리, ‘쿠팡’ 플렉스, ‘대리주부’ 가사도우미 등등이 그것들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IT기술이 접목된 이른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 수요자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플랫폼 노동자라 불린다. 자본의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플랫폼 노동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그러한 서비스를 매개하는 디지털 플랫폼(주로 스마트폰 앱)은 잘 드러나 있는 편이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자가 플랫폼 기업과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계약을 맺는지, 업무는 어떤 방식으로 배정되는지, 업무 수행에 대해 통제를 받는지, 혹은 통제를 받는다면 어떤 식으로 받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자영업자인지 노동법 적용을 받는 노동자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플랫폼 노동의 유형이 점점 많아지고 그 규모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면서[1]“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는 광의의 플랫폼 종사자는 약 179만 명(취업자의 7.4%), 일의 배정 등에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 Continue reading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플랫폼 노동의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제한 없는 노동 시간, 폭염ㆍ혹한ㆍ폭설 등 열악한 환경에서의 업무 수행, 사회 보험 등 제도적 안전 보호 장치의 부재, 낮은 보수, 비정상적 서비스 제공에 대한 위험 부담 등이 그것이다. 대체로 그러한 문제점들은 플랫폼 노동자들이 법률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한 대응이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급자 측면에서는 라이더 유니온 등 노동자 조직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플랫폼 기업 측면에서도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익과 관련한 협약을 체결[2]2020년 10월 6일,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대표 김범준), ‘요기요’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를 비롯한 배달 플랫폼 기업과 민주노총 … Continue reading하고 있으며, 최근 정부에서도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권익 보호, 사회 안전망 확충,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등을 내용으로 하는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다만, 이러한 대응들은 대체로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이 열악하니 어떻게 보호할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하다. 특히 정부는 과거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에 대해 시도했던 것처럼, 플랫폼 노동자들을 기존의 노동법 테두리 안에서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입법(플랫폼 종사자 보호 입법)을 통해 보호 조치를 취하려고 한다.

 

플랫폼 노동자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를 고민하기 전에 플랫폼 노동이 무엇이며, 플랫폼 노동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이해가 된 후에야 플랫폼 노동이 갖는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하에서는 플랫폼 노동의 개념과 특징, 그리고 그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2. 플랫폼 노동의 개념

 

플랫폼 노동이란 노동의 내용적 측면의 개념이 아니라 노동이 중개되는 방식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일정한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주로 서비스의 공급자)과 노동의 결과물을 향유하는 사람(주로 서비스의 수요자)이 만나게 되는 방식을 플랫폼 노동이라 한다. 그리고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은 대개 서비스 공급자와 서비스 수요자를 중개하는 대가로 이익을 취한다. 물론 플랫폼의 역할에 따라 플랫폼 기업이 취하는 이익은 단순한 중개 수수료가 아닐 수 있다.

 

서비스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만나는 플랫폼도 그 성격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플랫폼이 단순히 서비스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만나는 ‘디지털 공간’으로서의 역할만 하는 경우다. ‘알바몬’이나 ‘알바천국’과 같은 앱이 대표적이다. 이와 같은 유형은 과거 벼룩시장과 같은 구인ㆍ구직 정보를 소개하는 일자리 알선이 온라인으로 옮겨 온 것에 불과하다. 두 번째는 플랫폼이 서비스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매칭시키는 역할을 넘어서 서비스 제공 절차와 방법, 그리고 보수 등에 대한 일정한 통제를 하는 경우다. 첫 번째와 두 번째를 모두 포함한 것을 광의의 플랫폼이라 하고, 두 번째를 협의의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통상 언론에서 언급되고 이슈가 되는 플랫폼 노동은 협의의 플랫폼을 매개로 한 노동을 의미한다. 이하에서 플랫폼 노동은 협의의 플랫폼을 매개로 한 노동을 의미한다.

 

플랫폼 노동도 다양한 방식으로 유형화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방식이 웹 기반(web-based)형과 지역 기반(location-based)형으로 구분하는 것이다.[3]관계부처 합동, 앞의 글, p. 2. 웹 기반형(web-based)은 번역, 디자인, 온라인 상담, 데이터 입력 등 서비스 제공이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유형이며, 지역 기반형(location-based)은 대리운전, 배달, 가사 등 서비스 제공이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유형이다. 한국 사회에서 주로 이슈화가 되고 있는 것은 플랫폼 기업이 실시간으로 노동 과정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하는 대리운전, 배달 등 지역 기반형 플랫폼 노동이다.

 

 

3. 플랫폼 노동의 특징

 

플랫폼 노동은 사업장이라는 물리적 공간과 지속적인 종속성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인 노동과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플랫폼 노동은 일이 매우 작은 업무 단위로 잘게 쪼개져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노동이라면 대체로 일은 여러 개의 과업로 구성되어 있거나, 혹은 동일한 과업이 반복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일정한 시간 단위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예를 들어 음식 배달의 경우 기존에는 음식점에 고용된 배달원이 고용된 기간 동안 여러 건의 배달을 수행하는 그의 일이다. 그런데 플랫폼 노동으로서의 음식 배달은 플랫폼으로 접수되는 각각의 배달이 각각 하나의 일로서 서로 다른 배달원에게 할당된다. 둘째는 플랫폼이라는 특성에 기인하는 특징인데, ‘거의 실시간으로’ 노동력을 제공하고자 하는 서비스 공급자가 시간제한 없이 거의 무제한 대기 중(앱 접속 중)이라는 것이다. 기존에는 기업이 실시간으로 노동력을 제공받으려면 노동자를 고용해야만 했다. 셋째, 노동력을 제공하는 자는 분명하지만 이들을 사용하는 자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노동 과정에서는 업무를 지시하는 사람이 사용자다. 그런데 플랫폼 노동자는 플랫폼에 접속하여 서비스 수요자와 매칭이 되고, 알고리즘에 의한 플랫폼의 통제를 일정 부분 받기는 하지만, 플랫폼 노동자에게 업무 지시를 하는 사람은 없다. 마치 플랫폼은 그저 깔려져 있는 판일 뿐이라는 느낌을 준다. 넷째는 셋째와 같은 이유로 플랫폼 기업은 대체로 플랫폼 노동자들은 자영업자로 보고 노동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플랫폼 노동은 기존의 전통적인 노동과는 다른 특징들이 있다. 다만 이러한 특징들이 플랫폼 노동이 기존의 노동과 달리 취급되어야 할 본질적인 차이인가? 아니면 달리 취급되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인가?

 

 

4. 플랫폼 노동의 본질

 

플랫폼 노동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플랫폼 노동이 확산되는 배경이 무엇인가를 살펴봐야 한다. 산업 혁명 후 초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이 잉여가치 착취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동자들에 대한 극한의 노동을 강요했다. 그러한 과도한 노동력 착취로 인해 자본주의가 유지되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인 노동력 재생산이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자 국가는 ‘공장법’으로 대표되는 노동법을 제정함으로써 노동자들에 대한 일정한 보호 조치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러한 보호 조치는 개별 자본가의 입장에서는 잉여가치 착취를 극대화하는 데 있어서 걸림돌(노동 시간 제한, 최저임금 등)이며, 비용(안전 보호 조치 비용, 사회 보험료 등)일 뿐이다. 개별 자본가에게는 노동력의 재생산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단 다른 개별 자본가와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개별 자본가는 끊임없이 노동법을 적용받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왔고, 그럼으로써 사용자의 법률상 책임을 회피해 왔던 것이다. 플랫폼 노동도 개별 자본가들의 법률적 책임 회피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보아야 한다.

 

플랫폼 기업은 노동을 단지 ‘중개할 뿐’이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IT기술을 활용하여 테일러리즘을 연상케 하듯 플랫폼 노동자들의 이동 경로를 지정하고, 노동 과정을 모니터링한다. 그리고 수락률, 취소율, 평점 관리 등의 방식으로 플랫폼 노동자들을 평가하고, 그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업무의 배정도 차별화하며 심지어 플랫폼에서 퇴출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보수도 플랫폼 노동자와 서비스 수요자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기업이 그들의 정책 또는 특정한 알고리즘에 따라 결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플랫폼 기업이 서비스 수요자로부터 받는 이용료보다 플랫폼 노동자가 받는 보수가 큰 경우도 있다. 한 마디로 플랫폼 노동자에게는 콜을 수락할지에 대한 선택의 자유만 있을 뿐 콜을 수락하는 순간 플랫폼 기업이 플랫폼 노동자를 통제하게 된다. 플랫폼 노동자 이전에도 학습지교사, 보험설계사, 레미콘기사, 골프장캐디 등 법률상 노동자성이 문제된 직업군들(이른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 있었지만, 플랫폼 노동자들은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혁신!’ 덕분에 인간이 아닌 디지털 알고리즘에 의해 그들보다 더 구체적인 통제를 받고 있다.

 

플랫폼 노동은 ‘혁신’이라는 거창한 말로 포장된, 실상은 노동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즉 플랫폼 노동은 노자 관계가 전제된 임노동과 다른 특별한 노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은 디지털 플랫폼 뒤에 숨어 있는 자본가(사용자)이며, 플랫폼 노동자는 플랫폼을 통해 자본가의 통제를 받는 임노동자일 뿐이다.

 

플랫폼 노동이 일반적인 임노동이라면 플랫폼 노동자는 법률상 노동자에 해당할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플랫폼 노동자가 법률상 노동자가 아니라는 전제하에서 플랫폼 노동자 문제에 접근하는 듯하다. 지난해 12월에 정부에서 발표한 “사람 중심의 플랫폼 경제를 위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이라는 문건을 살펴보자. 우선 제목에 ‘노동자’가 아닌 ‘종사자’라는 명칭을 쓰고 있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방안의 기본 방향으로 “플랫폼 종사자가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경우 노동관계법 적용이 우선임을 명확화”[4]같은 글, p. 7.한다는 의미 없는 내용을 쓰면서, 별도의 플랫폼 종사자(‘노동자’ 혹은 ‘근로자’가 아닌 ‘종사자’라는 명칭을 쓰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보호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러한 입법은 플랫폼 노동자를 기존 노동법상 노동자 범위로 포섭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종사자’로 별도로 범주화함으로써 오히려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노동계에서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되었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 입법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유다.

 

 

5. 나가며

 

플랫폼 노동의 개념과 특징, 그리고 플랫폼 노동이 노동법의 적용을 받는 기존의 임노동과 다른 특별한 노동이 아니라는 점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국가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을 합법노조로 인정[5]“‘요기요’ 등 배달 앱(응용프로그램) 배달대행기사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처음으로 설립됐다. 노조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18일 ‘라이더유니온’ … Continue reading해 주거나 단체교섭권을 인정[6]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대리운전노조가 카카오모빌리티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 신청 사건에 대해 지난달 노조의 손을 … Continue reading해 주는 등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조법상 노동자성은 일부 인정해 주면서도 자본가들에게 대부분의 노동법상 책임이 전제되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은 부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존 노동법하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은 노동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 노동법상 노동자로 인정된다면 플랫폼 노동의 특성을 반영하여 기존의 노동법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 이어서 기고하고자 한다.

노사과연

 

 

References

1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는 광의의 플랫폼 종사자는 약 179만 명(취업자의 7.4%), 일의 배정 등에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는 협의의 플랫폼 종사자는 약 22만 명(취업자의 0.9%)” (관계부처 합동, “사람 중심의 플랫폼 경제를 위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 2020. 12., p. 3.)
2 2020년 10월 6일,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대표 김범준), ‘요기요’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를 비롯한 배달 플랫폼 기업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라이더유니온 등이 참여하여 ‘플랫폼 경제 발전과 플랫폼 노동 종사자 권익 보장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3 관계부처 합동, 앞의 글, p. 2.
4 같은 글, p. 7.
5 “‘요기요’ 등 배달 앱(응용프로그램) 배달대행기사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처음으로 설립됐다. 노조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18일 ‘라이더유니온’ 서울 조합원들에게 노조 설립 신고필증을 교부했다. 이에 따라 서울 지역 배달대행기사들로 이뤄진 ‘서울 라이더유니온’은 단체교섭권 등 노동조합법에 있는 노조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노조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나 고용부의 권한을 위임받은 지방자치단체 등에 신고해 인가받아야 한다. 이들은 지난달 15일 서울시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냈다.” (배태웅 기자, “배달대행기산 노조 첫 설립…서울시 ‘라이더유니온’ 허가”, ≪한국경제≫, 2019. 11. 18.)
6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대리운전노조가 카카오모빌리티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 신청 사건에 대해 지난달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경기지노위는 △카카오가 대리기사의 계약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점 △대리기사가 노무의 대가로 대리운전비를 지급받는 점 등을 고려해 카카오모빌리티가 대리운전노동자의 노조법상 사용자라고 판정했다.” (정소희 기자, ““노조와 교섭하라” 지노위 결정에도 카카오모빌리티 버티기?”, ≪매일노동뉴스≫, 2020.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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