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기고] 목숨값―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

 

박은규 | 기아차내부고발자 박미희공대위 선전국장

 

 

흥정은 시장에서 하는 것이다.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디 있냐며 깎고 깎아주고 실랑이를 벌이는 게 사람의 목숨 가지고 할 짓인가?

 

법은 도덕만으로 질서를 지킬 수 없어서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덕 가운데 도저히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을 강제로 지키도록 하기 위해 만든 규범이다.

따라서 지키지 않으면 처벌이 따르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2021년 1월 8일 국회에서는 이상한 법을 제정했다. 사업장에서 업주가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서 노동자가 죽임을 당하면 징역과 벌금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법을 만든 것이다. 사람을 고의로 죽이면 살인죄로 처벌받는 게 당연한데 이제껏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천인공노할 일이다.

그런데 이 법 정말 용서가 안 된다.

 

“기업하지 말란 말이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두고 중소기업협회가 했던 말이다. 노동자를 계속 죽여야 중소기업이 유지된다는 주장인 것이다.

 

결국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 소위가 처벌 대상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기로 의결했다.

 

박영선이 장관으로 있는 중소기업벤처사업부가 총대 메고 나선 듯 보이지만 노동자들 입장 대변하듯 하면서 결국 누더기 법안을 만들게 한 건 박주민, 김용민, 박범계, 백혜련 등의 더불어민주당이다.

 

그나마도 기업이 돈이 아까워 안전조치를 안 해서 1년에 2400여 명이 죽어나가자 산재 피해자의 유가족들이 발 벗고 나섰다.

故 김용균 어머니 김용균 재단 이사장 김미숙 님과 故 이한빛 아버지 한빛 미디어 재단 이사장 이용관 님 그리고 故 김태규 누나 김도현 씨 일터에서 자식 잃은 부모들 동생 잃은 누나 등이 이 한겨울 길바닥에서 단식까지 하며 올려놓은 법안을, 정부가 이렇게 또 짓밟아 놓았다. 내 가족을 살리자는 게 아니었다.

가족을 지킬 수 없었던 사람들이 또 다른 죽음이 너무나 명백하니 이제 그만 죽이자는 것이었다.

얼마나 간절하면 입법청원을 하고 10만 명 서명 동의까지 얻어내고도 불안해 급기야 국회에서 노숙 단식 농성까지 했던 것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에서 먼저 제동을 걸었다.

기업들이 강력 반발하니 여러 이해관계를 반영하자고 나왔다.

박주민 의원은 50인 미만 사업장은 5년을 유예하자고 했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5년은 더 죽이자는 것이다. 사람 살리는 일에 예외를 두자는 것이다. 그것도 영세업체들 노동자들 목숨부터 좀 더 죽여야 한단다.

5년이 지나면 50인 미만 사업장들은 안전조치를 잘해서 안 죽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도 기막혀 하는데 정부안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등장해서 이대로는 중소기업들이 기업 못 해 먹는다 난리라며 5인 미만 사업장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에서 제외하자고 했다.

2020년 1월부터 9월 말까지의 산업재해 현황을 보면 산재 사망자는 1571명이고 그 가운데 23.9%인 375명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망했다.

61.5%인 966명은 50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였다.

2019년에는 2020명이

2018년에는 2142명이

2017년에는 1957명이

최근 3년간 하루 평균 6명이 출근했으나 퇴근하지 못했다.

 

계속 죽일 거면 법은 왜 만드나 했더니 법사위소위는 법의 이름을 날조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아니고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란다. 노동자를 죽이는 기업에게 책임을 물어 산업재해를 줄이자는 법 취지를 완전히 왜곡하는 이름이다.

SKY 대학 나와 사시 통과해 판검사 하고 국회의원 된 법 전문가들이 모여서 국민을 기만하는 법 이름이나 발명하고 있었다.

 

중소기업들이 왜 기업 못 하겠다고 했겠나? 대부분 대기업의 하청에 재하청일 텐데 단가를 후려치고 후려치니 결국 거의 이익이 안 나오는 사업 구조 때문이다. 그런 구조적인 문제를 법과 제도로 바꾸는 게 국회와 정부가 할 일이다. 이윤이 안 나온다고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조치를 못 하는 구조를 바꾸려면 대기업 원청이 책임지게 만들어야 한다. 대기업 눈치 보느라고 그걸 못 하고 노동자들은 그저 계속 죽어나가라니 그게 법인가?

법은 잘못을 저지르지 못하게 규제하고 잘못을 저지르면 처벌하겠다고 강제해야 한다.

이 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일하다 죽어도 괜찮다는 각서다. 그게 법인가?

국민의 목숨값을 가지고 물건값처럼 이것저것 빼라고 깎고 깎고 흥정하는 문재인 정부와 국회는 정치권력을 대리할 자격이 없다.

정부는 모름지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게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다. 그 기본을 다하고 이익을 말해라. 부족한 부분은 고쳐 나간다고? 사람 죽여 놓고 할 소리인가?

 

꼭 노동자를 죽여야만 유지되는 기업은 이제 그만 문 닫아라. 혹자는 그런 일자리라도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런 일자리라도 죽을 줄 알면서도 일을 해야만 하는 국민들이 없도록 해야 하는 게 정부가 있는 이유다. 죽음을 용납하고 일터로 가서 죽게 만들면 그건 사회적 자살일 뿐이다.

오늘도 6명이 죽어가고 있다. 당신 남편이 아내가 자식이 그 대상이어도 괜찮은가?

아, 국회의원 장관들은 그런 가족이 없으니 상관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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