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현장] 다치지 말고 쫄지 말고 끝까지―소성리 사드철거 투쟁 기록

 

은영지 | 회원

 

 

지난 11월 11일은 성주 소성리 주민들뿐만 아니라 이 땅의 평화와 자주를 열망하는 이들에겐 뜻깊고 감동적인 하루였다. 코로나19 역병 때문에 9개월이나 중단됐던 소성리 수요집회가 다시 열린 날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평화 시민들의 절절한 메아리와 웃음꽃이 마을과 달마산 골골에 흘러넘쳤으며 집회 후 소성리 할매들이 준비하신 따뜻한 어묵탕과 떡으로 정을 나눌 땐 해방구의 기쁨을 맛보았다. 9개월 만에 열리는 집회에 대한 설렘 때문에 전날 밤잠을 설쳤다는 소성리 사드철거 성주주민대책위 박수규 대변인이 사회를 보면서 했던 발언이 모두의 마음을 울렸다.

“미국의 새 대통령 바이든은 ‘동맹존중’을 얘기했고 이 땅의 정치인들은 ‘동맹강화’로 화답했지만 우리는 생각이 다릅니다. 이 동맹이 어떤 동맹입니까? 우리에게는 ‘굴종’이고 한반도에 평화가 아니라 ‘전쟁을 부추기는 동맹’ 아닌가요? 동맹존중에 대해 동맹강화로 대답할 게 아니라 ‘남북평화를 위해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겠다’ 이렇게 얘기해야 제대로 된 대통령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나무들이 무성한 잎들을 떨어뜨리고 맨몸으로 겨울을 나는 결기와 같이 우리도 달마산의 철조망을 걷어내고 미제 사드 몰아내고 미군 쫓아내는 그날까지 멈추지 말고 끝까지 투쟁하자”라고 호소했고 우리 역시 굳건하고 결기 어린 화답을 했다.

 

김찬수 대경대책위원장이 “여러분이 오시기 전에 사드를 뽑아냈으면 이렇게 안 봐도 되는데…”라고 오랜만에 떠는 너스레도 정겹기 그지없었다. 그의 단호한 발언은 계속되었다.

“코로나19로 우리가 자가격리하고 있는 동안 전쟁광 미군과 국방부는 기지 안에서 야금야금 공사를 진행하고 우리 몰래 사부작사부작 성능개량이라는 이름으로 업그레이드한 사드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영구적으로 이 땅에 뿌리박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있었습니다. 절대 타국을 위해 사용하지 않겠다는 자들이 사드 레이더를 전방 모드로 변경해 훈련하고 실험해서 중국을 겨냥한 동북아시아 미사일 방어망을 완성해 가겠다는 의도를 드러냈지요. 추가배치 안 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개량된 사드 무기 장비를 추가로 갖다 놨고 한미일 군사동맹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미사일 방어망을 확대하는 저들의 속셈을 우리 정부가 모를 리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말에 찍소리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하면서 한미 동맹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이 정부에 대해 연민을 넘어 부정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성토했다.

 

문재인 정권의 반민중적이고 기만적인 행태는 ‘임시사드 배치’라고 국민을 속여 놓고 ‘정식배치’ 절차를 밟는 행태에서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코로나19 역병이 세상에 떠돌고 있을 때 소성리 주민들은 집회도 중단하고 자가격리하면서 정부의 조처에 협조했으나 올해만 해도 세 차례나 문 정부에 의해 침탈당했고 배신당했다. 지난 5월 29일에는 경찰 1만 명을 보내 군사작전을 펴듯이 주민들을 짓밟고 성능이 개량된 사드 장비를 반입시켰다. 코로나19로 국민의 손발을 묶어 놓고 문재인 정부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거리낌 없이 자행하고 있었다.

 

소성리는 햇수로 다섯 번째 사드 반대 투쟁을 하는 힘겨운 겨울을 맞고 있다. 부지 공여, 부지 쪼개기, 사드 반입, 발사대 추가반입, 공사 장비 반입, 성능개량 장비 반입 등을 구실로 하여 주민들은 모두 12번의 침탈을 당했고 매번 지옥 같은 고통을 겪어야 했다. 엄연히 주권을 가진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자가 외세인 미제의 전쟁광과 군산복합업체에 무릎 꿇어 살점 같은 제 나라 민중과 그 민중의 생명의 터전인 땅덩이를 전쟁받이로 갖다 바치는 일은 정상은 아니었다. 식민지 백성이고 식민지 매판 정권이라는 반증을 스스로 비굴하게 드러낸 셈이다.

 

10월 22일도 문재인 정부의 국방부가 경찰 800명을 보내 주민을 짓밟고 임시사드 기지에 공사 장비를 들여보내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주민들은 아침부터 가을걷이도 버려둔 채 진밭교로 모여들었으며 참으로 길고 외롭고 절망스러운 하루를 겪었다. 성능을 개량한 사드 장비를 교체한 지난 5월 29일과 공사 차량, 쓰레기 차량, 미심쩍은 차량 등을 들여온 8월 4일에 이어 올해로 벌써 세 번째였다. 10월 14일에 워싱턴에서 열린 굴욕적인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사드 기지의 안정적 주둔을 위한 장기적 계획’이라는 미국의 지시 한 마디에 열흘도 안 되어 기지공사를 하겠다고 소성리에 쳐들어와 사드의 정식, 장기 배치를 위한 의도를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다.

 

이번에도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각오로 주민들과 연대자들이 사다리 네 개를 격자 모양으로 배치하여 밧줄로 묶고 그 안에 한 사람씩 들어갔다. 각 사다리의 네모난 공간은 마른 사람 엉덩이 하나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은 곳이지만 그래도 모두 기꺼이 들어가 앉아 불법기지로 올라가는 길을 가로막았다. “다치지 말고 쫄지 말고 끝까지 싸웁시다”라는 집회 사회자의 구호에 참여자 모두 비장한 표정을 지었고 눈시울을 적시는 주민도 있었다. 얼마 후 대규모 경찰들이 침입하였고 그 뒤를 이어 공사 차량이 줄지어 밀고 들어왔다. 시커먼 차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었으나 영구배치를 위한 장비라는 의혹이 들 정도로 꽁꽁 밀폐돼 있었다. 경찰은 길목을 막고 앉아 있는 우리에게 ‘코로나 방역 위험이 있으니 즉각 해산하라’라고 수도 없이 방송질을 해댔다. 자기들 출입을 저지하는 것은 공무집행 방해이니 물러나라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사드를 반대하고, 미 제국주의를 반대하고,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열망하는 주민들에게 상을 주어 칭찬은 못할망정 불법이라니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질 노릇이었다.

 

 

앞장서서 사드철거 투쟁의 모범을 보이는 임순분 소성리 부녀회장이 얼마 전 건조물 침입죄 및 공무집행 방해치상죄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받은 일이 있다. 지난해 달마산에 나물을 캐러 올라갔다가 미군이 쳐놓은 철조망에 화가 난 임 회장이 철조망 안에 들어가 “왜 주민들 다니는 길을 막느냐”고 항의했다가 ‘건조물 침입죄’를 뒤집어썼다. 그리고 올해 5월 29일 사드 장비 반입 때 경찰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분노의 표시로 아이스팩을 던지며 항의했다고 ‘공무집행 방해치상죄’를 판결받았다. 평화롭게 잘 사는 동네에 무시무시한 사드 가져다 놓고 항의하는 순박한 사람들을 ‘전과자’ 만드는 비루하기 짝이 없는 이명박근혜 판박이 문재인 정권이었다. 그가 즐겨 쓰던 ‘사람이 먼저다’라는 상투어가 실제론 ‘미국이 먼저다’였던 것이다.

 

그날 정오쯤 지나자 작전개시 명령이 떨어졌는지 경찰들이 시위하는 우리를 포위하더니 거칠게 다루었고 짐짝 취급을 했다. 숫제 경찰이 아니라 폭도였다. 안전장치 없이 절단기로 사다리를 잘라내 평화 시민을 끌어내거나 얼굴에 담요를 씌우는 등의 폭력을 행사하여 부상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취재 나온 언론사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면 예의 바른 척하다가 카메라가 사라지면 다시 팔을 잡아끌고 비틀고 손을 뒤로 꺾는 건 예사였다. 사다리 안에서 끝까지 버티고 있는 건장한 한 연대자의 얼굴을 경찰 여럿이 달려들어 꺾고 짓누르는 고문을 가해 그의 팔 전체가 피멍이 들고 심한 타박상을 입었다. 지난번 장비 들여올 때도 손가락이 골절된 ‘대구 평통사’의 정수경 공동대표는 경찰들이 거칠게 끌어내는 바람에 실신을 하는 응급상황이 발생했다.

 

어느 한 연대자 역시 여 경찰 네 명이 팔다리를 잡고 손가락을 비틀어 끌려 나올 수밖에 없었다. 기자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어머~ 괜찮으세요?” “우리가 잘 모실게요”라며 태도가 급변하는 모습에 황당해서 “이 거짓말쟁이 위선자 사기꾼들아” 하며 악담을 퍼부어대곤 했다. “때리지 마세요. 꼬집지 마세요”라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경찰들의 수준급 할리우드 액션이 너무나 익숙한 풍경인지 주민들은 그르려니 했다.

 

미군과 국방부는 중국을 겨냥한 사드 레이더를 전진배치 모드로 전환, 운용하고 있고 이날 들어온 장비는 미국을 방어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그렇게 되면 미국 본토로 날아가는 중국의 미사일을 이곳 사드 기지에서 먼저 발견하고, 요격하기 때문에 저들은 이 소성리에 있는 주한미군 사드를 성능 업그레이드를 해야 했다. 그러면 그다음 시나리오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중국은 주한미군 사드를 먼저 공격할 것이므로 이곳 성주와 소성리가 가장 먼저 전쟁의 희생양이 될 것이다. 불법과 폭력으로 소성리에 사드를 들여놓고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미국 본토를 지키기 위해 성능개량하고 계속 장비를 보완한다는 건 반민중적이고 매국적인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한미일 삼각 MD와 동맹을 구축하려는 의도가 있는 사드 배치 절대 안 된다고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이며 사드 배치철회 투쟁은 ‘평화를 지키는 투쟁’이고 ‘생명을 지키는 투쟁’이고 ‘주권을 지키는 투쟁’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미 본토와 미국 시민들 지켜주려고 소성리 주민과 평화 시민들을 짓밟고 있는 문재인 정권을 보며 갑오 농민전쟁이 일어났을 때 저항하는 피붙이 같은 제 나라 백성을 쳐부수려고 청나라에 군대를 요청한 봉건 수구 압제자 고종과 명성황후가 떠올랐다. 청이 군대를 파견하자 일본군도 청군을 핑계 대고 들어와서 동학 농민군을 살육하고 초토화하였고, 이어 조선 땅에서 일어난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 일제 식민지 지배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었던 불행한 우리 역사. 대통령 문재인이 하는 짓이 고종이 저지른 어리석음과 대비되는 건 지나친 논리 비약일까?

 

이날 경찰들은 저항하는 주민들을 짓밟고 결국 공사 장비를 통과시켰다. 이번에도 엄청난 물리력과 공무 집행법을 들이대며 밀고 들어온 저들에게 밀렸지만 그래도 물러설 우리가 아니었다. 평화롭게 잘 사는 남의 나라에 쳐들어와 땅 뺐고 사드 배치한 강도 중의 강도 미국에 맞서 사드 뺄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므로 결국 승리는 우리 것이 될 거라는 걸 모두가 확신했다. 전태일 열사 분신 50주기를 맞이하여 전태일 열사에게 훈장 주는 쇼를 하면서도 노동계급 억압하고 노동법 개악에 정신 팔린 재벌 지킴이 신자유주의 문재인 정권의 행태를 엿 같다고 비판한 조선동 소성리 평화 지킴이의 구호가 정답이었다.

 

“문 정권이 미 제국 자본 앞에 딸랑거리는 행태 또한 엿 같습니다. 우리는 이대로 그냥 침묵할 수 없기에 아침마다 여기에 나와 평화를 외치는 것입니다.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 준수를 그렇게 외쳤던 것처럼 우리 또한 평화를 외칠 것입니다. 전쟁장사 무기장사 살인장사 미 자본제국은 이 땅을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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