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자료] 미국 대통령 선거와 노동자계급

 

문영찬 | 연구위원장

 

* 이 글은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이 발행하는 ≪현장과 광장≫ 제3호(2020년 11월)에 실린 글입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트럼프의 패배로 귀결되고 있다. 아직 소송전 등이 남아 있으나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은 희미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미국 대선의 결과에 대해 세계 각국은 미국의 일방주의가 감소할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미국과 동맹의 강화를 화두에 올리고 있다. 과연 트럼프의 패배와 바이든의 승리가 세계 질서에 새로운 변동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

 

 

1. 미국의 대통령 선거와 미국의 민주주의

 

바이든은 승리 선언에서 미국의 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하였다. 여기에는 일말의 진실이 담겨 있다. 왜냐하면 미국 민중이 트럼프의 반동적 정책을 거부하였다는 것이 선거에서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사실 트럼프는 ‘법과 질서’라는 반동적 당파의 구호를 내세우며 미국에서 민주주의를 질식시켜 왔다.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에 대해 시위 참가자들을 폭도라고 규정하며 ‘법과 질서’를 강조했다. 또 미국 경찰이 흑인을 무릎으로 목 졸라 살해하는 장면은 미국에서 민주주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전 세계에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미국의 열악한 보건 의료 실태를 폭로하면서 미국 민중들의 사회적 참상을 드러내었다. 이러한 트럼프의 반동적 정책에 대해 미국 민중들은 1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우편 투표, 사전 투표에 참가하여 트럼프를 심판하려는 의지를 보여 주었고, 그로 인하여 선거에서 트럼프가 패배하였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의 패배는 미국 민중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바이든은 자신의 승리 선언 연설에서 미국의 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민주주의는 회복된 것인가? 트럼프의 패배와 바이든의 승리는 같은 말인가? 사실 4년 전에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것은 미국의 주류 정치인 자유주의 정치에 대한 미국 민중들의 반발이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했다. 겉으로는 자유와 평등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철저히 가진 자와 없는 자로 분열되어 독점자본, 금융자본의 지배를 강화하는 정치에 대해 미국 민중들은 염증을 느꼈던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계급을 분열시켜 자본의 착취와 수탈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인종주의가 구조적 장치로서 작동해 왔고, 이러한 구조에 대해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책임이 있으며, 특히 민주당은 말로는 인종주의 철폐를 내세우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인종주의를 통해 노동자계급을 분열시키는 미국의 정치 체제의 충실한 한 축이었다.

따라서 바이든이 민주주의의 승리를 선언하였지만 트럼프의 패배와 민주당의 승리가 같은 말은 아니다. 트럼프의 패배에는 트럼프에 대한 미국 민중의 심판이라는 민주주의적 요소가 담겨 있다. 그렇지만 민주당의 승리는 자유주의 정치의 승리이다. 즉, 바이든의 민주주의 승리 선언은 형식적 의미 이상을 담고 있지 못하다. 사실 바이든이 승리한다고 해서 미국에서 인종 차별이 사라질 수 있는가? 미국 민중의 열악한 보건 의료 상황이 근본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가? 자유와 평등이 단지 하나의 구호가 아니라 미국의 사회적 현실에서 관철될 수 있는가? 나아가 민주당의 승리로 미국의 노동자계급은 미국의 자본가계급로부터 해방될 전망을 가질 수 있는가?

미국의 노동자계급은 민주당의 승리가 노동자와 민중의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는 것을 머지않아 깨달아 갈 것이다. 부르주아 정치를 통해서는, 자유주의 정치를 통해서는 노동자계급의 민주주의가 담보될 수 없고, 오직 노동자와 민중 스스로의 정치, 사회주의 정치를 통해서만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는 트럼프의 극우 정치는 심판했지만 미국의 노동자계급이 심각할 정도로 분열되어 있다는 것을 드러내었다. 미국 노동자계급의 분열은, 한편으로 지배계급의 인종주의 정책으로 인한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절반 가까이 되는 유권자가 트럼프를 지지했다는 것을 볼 때, 미국 노동자와 민중의 상당수가 제국주의 이데올로기, 반동적 이데올로기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을 드러내었다. 이는 제국주의가 노동자계급의 상층부를 매수하고 오염시킨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 노동자계급은 노동자계급 내부의 제국주의 이데올로기와 맞서 싸우면서, 다른 한편으로 노동자계급의 국제주의를 실현하여 인종과 출신 국가에 따른 차이를 극복하면서 노동자계급 전체의 단결을 꾀해나가야 할 것이다.

 

 

2. 미국의 세계 전략의 변화 가능성

 

부르주아 언론들은 미국 대통령 선거의 결과 마치 세계 질서가 커다란 변화를 맞이할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소위 미국 대통령은 세계의 대통령이라는 제국주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라는 제국주의 국가는 자신들의 독점자본, 금융자본의 계급적 이해에 충실하며 그것이 때로는 팽창 정책으로, 때로는 고립주의로 다르게 나타날 뿐이다.

트럼프는 세계적 차원에서 미국의 일방주의를 밀어붙였는데, 이는 미국의 패권이, 헤게모니가 약화되어 가고 있다는 위기감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바이든이 당선되었다고 해서 미국의 패권과 헤게모니의 약화 추세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자신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방식에서 일정하게 차이가 나타날 것이다.

바이든은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을 강화하려 한다. 이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강화로 나타날 것이고 미국과 유럽 대(對) 러시아의 대결을 부추길 것이다. 바이든은 미국의 최대의 적은 러시아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런데 NATO는 비단 러시아에 대해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NATO는 미국과 유럽 자체에서 제국주의 질서와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장치의 하나이다. 그리하여 미국과 유럽에서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혁명을 저지하는 반동의 보루로서 역할하며 약소민족에 대해 언제든지 침략할 수 있는 진지로서 역할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바이든의 자유주의 정치는 세계 제국주의 질서의 강화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현재 중국과 세계 패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트럼프가 거칠게 중국에 대해 무역에서 관세 장벽을 쌓고 중국의 첨단기술 기업인 화웨이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등의 조치를 한 것은 미국의 위기감의 발로였다. 또 미국은 아시아 태평양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일본, 호주, 인도를 동맹으로 끌어들여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블록을 만들려 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대해 크게 반발하며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장기전으로 이끌어가려 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포위하는 이 동맹에 한국까지 끌어들이려 하는데, 한국은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로 인해 그 동맹에 가담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적 차원에서 힘 관계를 보면 중국과 러시아가 동맹 관계로 나아가면 미국이 중국을 고립시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 대해 해외 시장만이 아니라 중국 내부의 국내 시장을 중시하는 쌍순환 전략을 공식적으로 채택하여 미국에 대한 대응 태세를 갖추고 있다.

미국 독점자본, 금융자본의 좌익인 민주당의 바이든은 트럼프와 같이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미국의 승리를 도모할 것이다. 다만 트럼프의 일방주의적 행태와 달리 나름의 전략적 접근을 하려 할 것이지만, 그 전략은 미국의 제국주의 정치의 하나의 변종일 수밖에 없다. 즉, 바이든은 상호 협력과 호혜라는 민주주의적 방식이 아니라 미국 금융자본의 이익 관철, 헤게모니의 확보를 위해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차원에서 다양하고 총체적인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전략이 미국 헤게모니의 쇠퇴라는 역사적 경향을 역전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며, 바이든 하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분열과 대립의 경향은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과 미국의 대립의 심화는 세계적 차원에서 제국주의 질서의 균열을 의미하는 것이 될 것이다.

 

 

3. 미국 대통령 선거와 한반도 정세

 

트럼프는 이북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통해 소위 비핵화를 일거에 실현하려 했다. 그러나 자본가 출신인 트럼프는 이북에 대해 양보를 전혀 하지 않고 몇 마디 말로써 이북으로부터 이익만을 얻으려 했다. 그리하여 이북은 현재 각종 제재로 인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더구나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까지 겹쳐 있는 상황이지만, 스스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사회주의 건설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바이든은 이북을 불량배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리고 트럼프가 정상회담을 통해 이북을 정치적으로 승인하는 모양을 취했지만 비핵화에서 진전된 것이 없다고 혹평을 했다. 이른바 외교 전문가라고 불리는 바이든이 한반도에 대해 어떠한 정책을 내놓을지 지금 알 수는 없지만 한반도 정책에서도 전략적 접근, 정확한 계산에 따른 접근을 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의 대(對)한반도 전략은, 한편으로 이북의 핵을 대상으로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미국과 중국과의 대결과 대립에 연동될 가능성 또한 크다. 그리고 바이든이 사회주의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북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여 한반도 상황이 급격히 진전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한국의 노동자계급은 한편으로 미국에 의한 전쟁 위협을 반대하고 다른 한편으로 한반도 평화의 진전을 위해 미국의 이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요구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북에 대한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어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제 세력들의 실질적인 대화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4. 결론: 세계사적 반동기의 극복 가능성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는 그 자체로 세계 질서를 변동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계 질서의 변동 가능성을 일정하게 강화하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중에서 일차적으로 미국과 유럽의 관계,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트럼프의 패배가 세계사적 반동의 흐름을 일정하게 제어할 가능성이다. 즉, 쏘련 해체 뒤 나타났던 세계사적 반동기라는 관점에서 미국의 대선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민중은 트럼프의 ‘법과 질서’, 인종주의 정책을 거부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미국 부르주아지, 그리고 세계의 부르주아지는 미국이 정상화된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미국의 노동자계급과 민중 세력의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다. 이것은 세계사적 반동이 현실로서 극복된 것은 아니지만(왜냐하면 미국의 민주당 또한 세계사적 반동의 주역이기 때문에), 세계사적 반동이 극복될 가능성이 자라고 있다는 것의 징표이다. 그리고 세계사적 반동이 현실로서 극복되는 것은 전 세계의 노동자계급과 민중이 민주주의 투쟁을 강화하고 단결을 강화하면서 세계적 차원에서 사회주의 운동이 재생되고 혁명 운동이 발전되고, 끝내 21세기를 새롭게 여는 사회주의 혁명이 세계 제국주의 질서의 약한 고리에서 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대선은, 한편으로 중국과 미국의 대립의 격화로 인한 세계 제국주의 질서의 균열, 그리고 2007년과 2020년 두 차례 발발하고 있는 세계 대공황이 세계 자본주의를 약화시키는 것 등 객관적 정세가 노동자계급에게 유리하게 변화하고, 다른 한편으로 노동자계급이 쏘련 해체라는 세계사적 격변의 이데올로기적, 정치적 영향을 극복하고 20세기 사회주의의 교훈을 정확히 체득하여, 사상에 기초한 과학적 노선을 수립하는 길로 나아간다면, 쏘련 해체 뒤의 세계사적 반동기가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다.

노사과연

 

문영찬 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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