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정세] 재난 기본소득과 기본소득, 그리고 기본소득의 한계

 

천연옥 | 부산지회장

 

 

* 이 글은 지난 9월 5일 대구 새벗도서관에서 진행한 <길 위의 인문학> 강연 내용을 수정ㆍ보완한 것입니다.

 

 

1. 글을 시작하며

 

지난 5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위기가 심화되자 한국 정부는 14조 원을 들여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했다. 경기도 이재명 지사와 경남 김경수 지사의 요청에서 출발해서 4ㆍ15 총선이라는 정치적 배경을 만나 처음에는 전 국민의 50% 지급에서 70% 지급으로, 나중에는 100% 지급으로 변화하면서 재난 기본소득이 되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하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홍준표 등이 좌파 법안이라고 무조건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고, 급기야 8월 13일 미래통합당 정강정책개정특위에서 발표한 10대 정책 발표 1호에 기본소득이 담겨 있었다. 물론 그 내용을 보면 실제 기본소득과는 거리가 먼 선별적 복지 정책으로 이름만 한국형 기본소득이었고, 내용은 기존의 복지 제도를 통폐합하는 것이었다. 기초생활수급제, 기초연금, 근로장려금, 자녀장려금 등 현금지원복지를 통폐합해서 중위 소득 50% 이하 국민들에게 소득 부족액만큼 채워 주겠다는 안이다. 즉 1인 가구 기준 중위 소득 50%인 약 88만 원보다 부족한 소득을 번다면 부족분만큼 지원하는 식인데, 50만 원 소득을 버는 사람에게 38만 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이자 기본소득당 상임대표인 신지혜는 소득과 자산을 심사하는 것은 기본소득이 아니라고 비판하고 있다.

어쨌든 재난 기본소득이 지급되고 정치판에서는 기본소득이 널리 회자되면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논쟁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기본소득에 대해, 정확히 말하면 기본소득의 한계에 대해 정리가 필요하게 되었다.

 

 

2. 기본소득의 개념과 역사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기본소득을 공유부(common wealth)에 대한 정기적 현금배당으로 정의한다. 여기서 공유부란 누가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를 따질 수 없고, 어떤 특정인의 성과로 귀속시킬 수 없는 수익이다(금민, 기본소득의 정의). 토지와 같은 자연적 공유자산, 지식과 같은 역사적 공유자산, 빅데이터와 같은 인공적 공유자산으로부터의 수익이, 기본소득이 모두에게 돌려줄 모두의 몫이기 때문에, 무조건성, 보편성, 개별성이라는 특성을 기본소득 개념 자체에 내재하고 있다.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는 여기에 정기성과 현금배당성을 추가하고 있다. 충분성은 기본소득의 지급 수준과 관련되는데,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는 충분성이 정책 목표일수는 있지만, 기본소득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로 보고 있지는 않다. 재난지원금은 정기성이 없어서 기본소득으로 보기 힘들다(백승호, 기본소득 논쟁의 쟁점과 과제).

1983년 가을 벨기에 루뱅 가톨릭 대학의 젊은 연구자들인 필립 반 빠레이스, 폴-마리 블랑게, 필립 드페인 등이 가입한 샤를 푸리에 그룹은 기본소득론을 연구하였고, 이들의 주도로 1986년 기본소득유럽네트워크를 결성하게 되었다. 이 조직은 2004년 10차 대회 총회에서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로 전환하였다. 한국에서는 2009년 사회당에서 기본소득위원회를 설치하였고, 그해에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결성되었다. 2010년 1월에 기본소득 서울선언기본소득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 7월에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에 17번째로 가맹하였다. 2016년은 서울에서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총회가 개최되기도 하였다. 2019년 노동당을 탈당한 이들은 기본소득당을 창당하고, 2020년 4ㆍ15 총선에 더불어시민당에 비례로 참여하여 한 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고, 이후 여성의당, 녹색당, 기본소득당은 기본소득 연석회의를 구성하고 있다.

 

 

3. 기본소득론의 쟁점과 한계

 

기본소득론자들은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로 인한 불안정 노동의 증가, 4차 산업 혁명과 경제 위기로 인한 실업의 증대, 사회양극화, 기존의 복지 정책의 사각지대의 존재, 생태 위기 등을 해결하기 위해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표적 논자인 금민은 기본소득은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에게 공통적인 사회경제적 조건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주권을 실질화하고 민주공화국의 기초를 수립할 수 있도록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우선 기본소득이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지급된다면 최소한의 삶을 재량껏 누릴 수 있는 물질적 조건이 마련되는 셈이다. 그러면 당연히 소비가 어느 정도 늘어 경제가 좀 더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재원을 무엇으로 마련하느냐에 따라 (소득세, 자본 이득세 같은 경우) 소득 재분배 효과가 나올 수 있다. (안효상, 기본소득이란?,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홈페이지.)

 

1) 신자유주의를 어떻게 볼 것인가?

1980년대 후반, 신자유주의가 본격화되면서 출발한 기본소득론은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신자유주의에서 우선 찾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선택 가능한 여러 대안들이나 정책 패키지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주 몰역사적이고, 관념적인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1970년대 이후 필연적으로 재격화된 자본주의 체제의 전반적 위기에 대한 독점자본의 대응이며, 자본주의 체제의 전반적 위기가 재격화된 시기의 국가독점자본주의이다. 즉 신자유주의는 국가독점자본주의의 후기 형태이다. (채만수, ≪노동자교양경제학≫.)

 

신자유주의는 현재의 자본주의이다. 신자유주의에 의한 불안정 노동의 증가, 사회양극화의 심화, 기존 복지 정책의 축소를 기본소득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신자유주의가 아닌 자본주의가 가능하다는 사상, 자본주의 발전으로 인한 신자유주의를 신자유주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몰역사적인 사상이다. 신자유주의의 극복은 기본소득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의 극복, 노동자계급에 의한 자본가계급에 대한 계급 투쟁, 노동자계급의 정치권력의 장악과 노동자 국가의 수립이다.

 

2) 4차 산업 혁명을 어떻게 볼 것인가?

4차 산업 혁명은 현대의 과학기술의 발전에 의한 고도로 발달한 생산력이다. 그러나 자본주의라는 생산관계는 이 발달한 생산력과 모순된다. 생산력의 발전이 노동 시간을 단축시키고 노동 해방으로 나아가는 물적 토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실업의 증대와 취업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강제하는 조건이 되는 것이다. 기본소득이 이러한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을 해결할 수 없다.

 

자본에 의해서 가속도적으로 추동되고 있는 과학기술 혁명은 다름 아니라 만인의 자유와 발전이 보장되는 새로운 사회를 위한 물질적 기초를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 성과는 결코 생산 수단의 사적 소유에 기초한 자본주의적 생산과 조응할 수 없고, 따라서 그 필연적 귀결은 생산 수단의 사적 소유에 기초한 계급 사회의 종언일 수밖에 없다. (채만수, 같은 책.)

 

맑스는 ≪자본론≫에서 산업 혁명으로 인한 기계제 대공업이 노동 시간의 단축이 아니라 장시간 노동과 숙련 남성 노동의 축출에 의한 여성과 아동 노동으로 대체되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기계 장치는 그 자체로서 고찰하면 노동 시간을 단축하는 반면에, 그것이 자본주의적으로 사용되면 노동일을 연장하고, 그 자체는 노동을 경감하는 반면에, 자본주의적으로 사용되면 노동의 강도를 증대시키며, 그 자체로는 자연력에 대한 인간의 승리이지만, 자본주의적으로 사용되면 자연력에 의해서 인간을 억압하고, 그 자체로서는 생산자의 부를 증대시키지만, 자본주의적으로 사용되면 그를 빈민화하는 … (맑스, ≪자본론≫ 제1권 3분책, 채만수 역, p. 726.)

 

당시의 기계제의 도입으로 인한 생산력의 증대나 현재의 4차 산업 혁명으로 인한 생산력의 증대는 본질에 있어서 동일하다. 그 자체로는 노동 시간을 단축하고 노동을 경감하고 생산자를 부유하게 하지만, 자본주의적 사용은 장시간 노동과 노동 강도의 강화와 실업의 증대를 가져온다. 이 문제를 기본소득으로 해결할 수 없다. 오로지 자본주의적 사용을 중단하는 것에 의해서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3) 복지 국가를 어떻게 볼 것인가?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동구권에서 쏘련의 지원을 받은 반파쑈 인민전선의 주체들이 혁명을 일으켜서 사회주의 세계 체제가 성립된다. 이에 대응하여 불온해진 노동자계급을 자본주의 체제 내로 포섭하려는 자본의 대응이 복지 국가이며 사회 보장 제도이다. 쏘련의 붕괴와 사회주의 세계 체제의 해체는 복지 예산의 축소와 공기업의 사유화, 노동 시장의 유연화를 핵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체제의 거침없는 질주를 가능하게 했다. 결국 복지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그 시대의 계급 투쟁의 수준이다. 노동자계급의 힘이 강할 때 총자본으로서 국가는 복지에 더 많은 예산을 책정하는 양보를 할 수밖에 없으며, 노동자계급의 힘이 약할 때 총자본으로서의 국가는 복지를 축소하는 것이다. 기본소득론자들은 계급 투쟁의 관점이 없다. 정치적으로 증세하고 기본소득을 보장하면 복지 국가가 된다고 본다. 어떻게 지배계급의 증세 반대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현실적 방법론이 없다. 또한 지배계급의 증세 반대를 막아낼 힘이 노동자계급에게 있다면 왜 기본소득을 나누어 주는 데 그치겠는가? 그 힘으로 독점자본을 몰수하고 무상 교육, 무상 의료, 무상 주택 등의 사회주의적 조치들을 취하면 되지 않겠는가?

 

4)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는 사회가 화해할 수 없는 적대적 계급으로 분열되었을 때 발생한 지배계급의 착취와 억압의 도구이다. 계급 적대가 존재하는데 기본소득으로 국민주권을 실질화하고 민주공화국의 기초를 수립한다는 것은 기본소득론의 국가관이 기본적으로 부르주아적인 국가관에 근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무리 적대적인 계급이 존재하더라도 인민의 의지나 계약, 그 주권에 기초한 국가라는 관념에 근거한 국가관은 자본주의 사회가 부르주아 민주주의이면서 동시에 부르주아 독재라는 사실을 은폐하고, 총자본으로서의 국가의 기능을 무시하고 있다. 자본주의 생산 방식을 유지하면서 기본소득이라는 분배를 통해 민주공화국을 실질화할 수 있다는 사상은 결국은 계급 적대를 은폐하고 계급 투쟁을 부정하는 반동적인 사상이다. 이들은 실제로 이딸리아 자율주의자 네그리를 언급하기도 한다.

맑스-레닌주의적인 공산당 중심의 계급 투쟁 노선을 부정하는 신좌파적 흐름을 창출한 유럽 68혁명의 한 지류로 이딸리아에서 자율주의가 나타났다. 자율주의는 자본주의에서 무계급 사회로 이행기에 프롤레타리아 독재라는 국가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무정부주의지만 맑스 당시의 무정부주의와 다른 점은 푸꼬, 들뢰즈 등의 철학적 개념을 차용하면서 계급 투쟁 개념을 부정한다는 것이다. 과거 새로운 사회의 주체였던 산업 프롤레타리아는 탈근대 사회가 되면서 정보, 지식 등의 산업에서 노동하는 사람들인 비물질적인 산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다중이 새로운 사회의 주체로서 즉각적으로 코뮤니즘을 건설할 수 있기 때문에 이행기에 프롤레타리아 독재라는 국가는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계급 없는 투쟁, 계급 투쟁을 떠난 저항이라는 신좌파적 논리가 무정부적으로 변형된 것이 바로 자율주의이다. 네그리는 ≪제국≫에서 세계화 혹은 지구화라는 조건에서 일반적인 권력론을 세운다면서 기존의 제국주의 개념을 부정한다. 제국주의는 근대적 주권 국가의 팽창인데 세계화, 지구화된 지금 근대 국가의 주권이 전 지구적 권력인 제국으로 이전되었기 때문에 제국주의 개념은 더 이상 적합성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제국주의에서 제국으로의 이행에서 미국의 예외적 역할을 강조한다. 미국은 자신의 국민적 이익이 아니라 전 인류의 이익의 이름으로 군사력을 행사하고 세계 질서를 좌우한다. 네그리에 의하면 1991년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침략도 인류의 이익 때문이다!

 

5) 기본소득론자들은 노동을 어떻게 왜곡하는가?

 

○ 경제 모델의 구상과 관련해서 우선 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시장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한다. … 시장 자체는 사회의 다양성을 도모하고 개인들의 개별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이며, 따라서 자본주의가 시장을 장악하지 못하게 하는 게 필요한 일이 된다. 이때 기본소득은 특히 노동력의 탈상품화를 뒷받침함으로써 이런 기능을 하게 될 것…. (안효상, 기본소득이란?.)

 

○ 우리는 모든 형태의 일(work)이 동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도록 노동(labour)으로부터 일을 구출하여 이를 다시 세워야 한다. (가이 스탠딩.)

 

○ 가치화되는 활동만을 노동으로 정의하는 이론적 명제를 돌파해야 한다면서 노동가치론의 이론적 배치에서 벗어나는 것, 혹은 좀 더 근본적으로 노동의 인간학이라는 인식론적 배치에서 벗어나는 것이 자본주의 외부를 창안하고 창출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진경.)

 

○ 사회적 필요노동이라는 개념을 통해 기존의 패러다임 변화, 기본소득의 실현이 노동자의 협상력을 높여 계급 역관계의 변화를 불러오고 노동 자체를 포함한 노동 사회 전반의 혁신을 앞당길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 차문석(2001)은 소련, 중국, 북한 등 20세기 사회주의를 산업주의와 생산성 중심주의에 굴복한 체제라고 비판적으로 평가, 노동신화의 동원과 관철이 이러한 산업주의와 생산성 중심주의의 지배를 불러왔다고 주장. 이러한 노동신화노동전체주의를 전복할 새로운 노동패러다임 창출의 필요성을 역설. (최광은,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기본소득론자에게 노동은 이미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노동력이 상품화되어 진행되는 노동과 동일한 개념이다. 그래서 노동과 일을 구분하고 가치가 되는 활동만을 노동으로 정의하는 이론적 명제를 돌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맑스나 엥엘스에게 노동은 그렇게 협소한 의미가 아니었다. 엥엘스는 원숭이의 인간화에서 노동이 한 역할에서 노동이 모든 부의 원천일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이라고 하면서 노동은 모든 인간 생활의 첫째 기본 조건이며 인간 자체를 창조해 왔음을 주장한다. 인간의 형성과 관련하여 노동의 결정적 역할을 파악하고, 노동에 의해 도구를 제작하고 의식적으로 조작함으로써 오랜 역사적 과정 속에서 인간이 원숭이와 유사한 조상으로부터 그 조상과 질적으로 다른 사회적 존재로 발전했음을 입증했다. 그럼으로써 자연에서 사회로의 이행이라는 중요한 이론적 문제를 해명하였다.

맑스는 ≪자본론≫에서 노동은 우선 인간과 자연 사이의 과정, 즉 인간이 자기 자신의 행위에 의해서 자신과 자연 사이의 물질대사를 매개하고, 규제하며, 통제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우리가 그것을 그 단순하고 추상적인 계기들로 서술해 온 노동 과정은 사용가치들을 생산하기 위한 합목적적인 활동이고, 인간의 욕구들을 위한 자연물의 획득이며, 인간과 자연 사이의 물질대사의 일반적인 조건이고, 인간 생활의 영원한 자연적 조건이다. 따라서 인간 생활의 어떠한 형태로부터도 독립적이고, 오히려 인간 생활의 모든 사회적 형태에 똑같이 공통적이다. 자본주의에서 노동 과정은 생산 수단을 소유한 자본가계급의 잉여가치(이윤)를 증식시키는 과정이며, 생산물은 노동자의 것이 아니라 자본가의 것이 된다고 하였다.

맑스는 모든 사회구성체에 공통적인 노동 과정과 자본주의적인 노동 과정 즉 가치 증식 과정을 분리해서 서술하였으며, 노동 해방은 노동 일반으로부터 탈주가 아니라 자본주의적 노동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임을 주장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기본소득론자들은 비물질노동이나 노동패러다임의 변화니 하는 말들을 늘어놓지만 실제로 노동자계급의 해방 사상으로서 맑스, 엥엘스가 해명한 노동의 개념을 왜곡하고 노동 해방의 의미를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6) 노동과 소득의 연계를 부정하는 기본소득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을 통해 소득을 창출하지 않으면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은 착취를 의미한다. 노동과 연계되지 않는 기본소득을 준다면 아무도 노동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필요한 것을 모두 사회가 주고, 공산주의적 인간은 노동 자체가 자신을 실현하는 생활상의 기본 욕구이고, 사회적으로 각자의 노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노동을 한다. 자본주의에서 노동과 연계되지 않는 기본소득을 준다면 아무도 노동을 하지 않고, 자본주의 재생산은 무너진다. 이러한 기본소득 주장은 공상과 몽상의 발로이다. 근본적으로 자본주의 내에서 발전하기 힘든 주장이고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불필요한 주장이다. 기본소득에 대한 요구가 높아져서 줘야한다면 쥐꼬리만큼, 노동력 재생산비의 일부를 충당할 정도로만 가능할 것이다. (김성구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은 자본가의 가치 증식을 위한 것으로 본질적으로 착취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계급은 생산 수단을 소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력을 판매해서 임금을 받고 그 임금으로 생활 수단을 구매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노동자계급이 노동력 판매 조건을 둘러싼 투쟁만이 아니라 임노동 제도 자체를 철폐하는 투쟁으로 나아가는 것이 노동 해방을 위한 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임노동이 아니라면, 노동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자연과 인간의 물질대사로서 그 자체가 생활 욕구가 된다. 더욱이 4차 산업 혁명으로 발달한 생산력은 획기적으로 노동 강도를 경감하고 노동 시간을 단축하여 완전 고용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노동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노동하지 않아도 사회가 모든 것을 다 보장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또 공산주의적 인간은 기꺼이 자신의 능력껏 공동체를 위해서 노동할 것이다.

 

7)  맑스의 “고타강령 초안 비판”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기본소득론의 주창자이자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의 주요 이론가인 반 빠레이스는 기본소득은 자본주의가 굳이 사회주의 단계를 거칠 필요 없이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 코뮤니즘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기초가 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맑스의 고타강령 초안 비판의 주요 부분을 살펴보자.

 

각 개별적 노동자가 노동한 사회적 총생산물에서 소모된 생산 수단의 보전을 위한 배상분, 생산의 확대를 위한 추가 부분, 사고, 자연 재해로 인한 장애 등등에 대비한 예비 기금 혹은 보험 기금이 공제되어야 하고, 그 다음에 소비 수단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그것이 개인에게 분할되기 전에 생산에 직접 속하지 않는 일반 관리 비용, 학교나 위생 설비 등등과 같은, 수요를 공동으로 만족시키는 것, 노동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기금 등이 공제되어야 한다.

생산 수단을 공유 재산으로 하는 것에 기초를 둔 조합적 사회 내부에서는 생산자들이 자신의 생산물들을 교환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여기서는 생산물에 사용된 노동이 이 생산물의 가치로, 즉 그 생산물이 보유하고 있는 어떤 물적 특성으로 나타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자본주의 사회와는 반대로 개인적 노동이 더 이상 우회로를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총노동의 구성 부분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여기서 관계하고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의 기초 위에서 발전한 공산주의 사회가 아니라 거꾸로 바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겨난 공산주의 사회이며, 그러므로 그 모태인 낡은 사회의 모반이 모든 면에서, 즉 경제적, 윤리적, 정신적으로 들러붙어 있는 공산주의 사회이다. 이에 걸맞게 개별 생산자는 자신이 사회에 주는 것을 공제 후에 정확히 되돌려 받는다. 그가 사회에 주었던 것은 자신의 개인적 노동량이다. 그러나 개인의 노동량은 평등하지 않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 평등한 권리는 부르주아적 한계를 지닌 불평등한 권리이다. 이와 같은 폐단은 오랜 산고 끝에 자본주의 사회로부터 방금 생겨난 공산주의 사회의 첫 번째 단계에서는 불가피한 것이다. 공산주의 사회의 더 높은 단계에서, 즉 개인이 분업에 복종하는 예속적 상태가 사라지고 이와 함께 정신노동과 육체노동 사이의 대립도 사라진 후에, 노동이 생활을 위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일차적인 생활 욕구가 된 후에 개인적인 전면적인 발전과 더불어 생산력도 성장하고 조합적 부의 모든 분천이 흘러넘치고 난 후에, 그때 비로소 부르주아적 권리의 편협한 한계가 완전히 극복되고, 사회는 자신의 깃발에 다음과 같이 쓸 수 있게 된다. 각자는 능력에 따라, 각자에게는 필요에 따라! (맑스, 고타강령 초안 비판.)

 

먼저 개별 노동자가 총생산물에서 공제하는 것들은 살펴보면 자본주의 사회의 복지의 내용이 모두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자본주의 사회의 사각지대는 기본소득이 아니라 이러한 전 사회적 공제에 의해서 해결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코로나19 같은 재난 상황에서 사회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기본소득론자들은 자본주의에서 갓 태어난 부르주아적 한계를 가진 공산주의 사회의 첫 번째 단계를 거치지 않고, 즉 능력에 따라 일하고 기여에 따라 분배되는 사회를 거치지 않고 기본소득에 의해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되는 공산주의의 높은 단계로 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노동에 연계되지 않는 소득인 기본소득을 통해서 말이다.

맑스는 고타강령 초안 비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른바 분배를 가지고 야단법석을 떨고 거기에 중점을 두는 것은 도대체 잘못된 것이다. 소비 수단의 그때그때의 분배는 생산 조건 자체의 분배의 귀결일 뿐이다. 그런데 생산 조건의 분배는 생산 방식 자체의 특성이다. 분배를 생산 방식과 독립된 것으로 간주하고 그렇게 다루는 것은 잘못이다.

자본주의 사회와 공산주의 사회 사이에는 전자에서 후자로의 혁명적 전환의 시기가 놓여 있다. 또한 이 시기에 상응하는 정치적 이행기가 있으니, 이때의 국가는 프롤레타리아트의 혁명적 독재 이외에 다른 것일 수가 없다. (맑스, 같은 글.)

 

기본소득론은 분배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사상이다. 즉 자본주의라는 생산 방식을 그대로 두고 기본소득이라는 분배를 통해 공산주의의 높은 단계로 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샤를 푸리에 그룹에서 출발한 공상적 사회주의의 현대판이다. 기본소득론은 인류가 공상에서 과학으로 발전시킨 사상 이론의 수준을 다시 공상으로 되돌리고 있다.

 

 

4. 글을 마치며

 

온통 언론을 장식하는 핫뉴스의 제목에 기본소득이 있다. 경기도는 9월 10일과 11일 비대면 온라인으로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를 개최하고, 9월 10일 48개 지방 자치 단체들과 기본소득지방정부협의회를 구성하여, 이재명의 대권 행보를 기본소득론으로 진행하는 데 우군을 획득했다고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또 경기도는 청년 수당에 이어 농민 기본소득을 추진하다가 도의회에 의해 보류되었다는 기사가 요란하다. 기본소득당 신지혜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출마 선언을 했다는 기사도 뜬다. 2차 재난지원금이 선별적 지급으로 정리되었다는 것도 논란이 많다. 기본소득론의 가장 큰 폐해는 썩어 빠진, 곧 쓰러질 나무를 뿌리 뽑으려는 시도를 차단하고 가지 끝에 달린 이파리 모양이나 색깔을 가지고 야단법석을 떠는 꼴이다. 자본주의라는 인류의 역사에서 곧 사라져야 할 사회구성체를 갈아엎고 풍요로운 평등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노동자계급의 투쟁이 쟁점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라는 생산 방식을 그대로 두고 기본소득이라는 노동과 연계되지 않는 분배가 쟁점으로 되고 있다. 모든 언론을 장악한 지배 이데올로기는 자본주의를 이대로 그냥 가거나 조금 고쳐서 가거나 하면서 주거니 받거니 요란하다. 자본주의를 갈아엎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려는 우리는, 기본소득론이 가지는 비과학성과 반동성을 제대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노사과연

 

 

[참고 자료]

최광은,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21세기 지구를 뒤흔들 희망프로젝트≫, 박종철출판사.

안효상ㆍ백승호ㆍ김수연ㆍ오준호ㆍ신지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릴레이 기고”, ≪프레시안≫.

금민, “기본소득의 정의”,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연속기획토론회.

안효상, “기본소득이란?”,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홈페이지.

박석삼, “기본소득을 둘러싼 쟁점과 비판”, ≪노동사회과학≫ 제3호, 노사과연.

채만수, ≪노동자교양경제학≫, 노사과연.

칼 맑스, ≪자본론≫ 제1권 2분책ㆍ3분책, 채만수 역, 노사과연.

프리드리히 엥겔스, “원숭이의 인간화에서 노동이 한 역할”,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 선집≫ 제5권, 박종철출판사.

칼 맑스, “고타강령 초안 비판”,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 선집≫ 제4권, 박종철출판사.

비센테 나바로, “기본소득이 소득불평등과 빈곤 감축을 위한 좋은 수단이 아닌 이유”, 구준모 역, ≪사회운동≫, 2019년 10월.

경제무식자들, “[김성구 교수와 대담] 기본소득 참 받고 싶은데요”, ≪워커스≫ 제14호, 참세상.

문영찬, ≪세계관과 변증법적 유물론≫,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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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옥 부산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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