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정세] 극우주의의 기원

 

정국은(鄭國恩) | 회원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 (8월 15일, 광화문 광장)

 

최근 전광훈을 필두로 한 보수 기독교 세력의 준동으로 인해 코로나19가 다시 한 번 크게 확산하면서 세간의 분노를 사고 있다. 사람들은 그들이 대체 왜 이러는지, 그들은 누구인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극우파의 난동은 계속해서 있어 왔다. 얼마 전 있었던 박상학의 삐라 살포극 역시 평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염원을 뭉개버린 극우적 난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매해 퀴어축제에 맞추어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는 목사들도 이번 코로나 난동을 주도한 기독교 세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극우적 종자들이다. 일베, 어버이연합,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 등 수많은 극우 세력들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폭발적으로 증가하였으며, 이들은 매번 수많은 사건 사고로 다수의 온건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보수 세력들이 사회 전면에 등장하면서 한국 사회의 보수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사회의 극우 보수화는 단순히 한국에만 국한되어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줄여서 재특회)의 백색 테러와 혐오 선동으로 특히 재일 조선인들이 고통을 받고 있으며, 폴란드에서는 극우 세력과 보수 가톨릭 세력이 연합하여 이른바 마술로 사회를 혼란스럽게 한다며 해리포터 시리즈를 불태우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최근 미국에서는 경찰의 흑인 살해를 규탄하는 시위대를 향해 백인 극우주의자들이 총기를 난사하면서 흑인 2명이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많은 사람들이 다치는 참혹한 일도 있었다.

이렇게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극우들의 백색 테러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왜 2000년대에 들어 이러한 극우화 현상이 전 지구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17년 촛불 투쟁과 박근혜의 퇴진은 자본주의의 민낯을 잠시나마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당시에 있었던 여러 청문회와 폭로를 통해 삼성을 비롯한 독점자본이 일베, 어버이연합 등의 수많은 극우 세력을 물질적으로 지원하고 키워왔음이 드러났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목숨을 건 단식 투쟁 앞에 치킨과 피자를 펼쳐놓고 벌어진 극우 세력의 폐륜적인 폭식 투쟁이 삼성에 의해 조직되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한국의 사례가 직접적으로 보여 주는 것처럼 해외 여러 나라들에서도 극우 세력이 독점자본의 이해관계를 폭력적이고 노골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런데 극우 세력이 단지 독점자본의 물질적 지원에 의해서만 움직인다고 단순화할 수는 없다. 극우 세력이 행동을 이어나가고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행동 교범이 되는 독점자본의 이데올로기가 끊임없이 공급되어야 한다. 독점자본이 극우 세력과 이데올로기적으로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그들 사이의 물질적 밀월 관계를 파악하는 것보다 훨씬 쉬운 일이다. 독점자본이 대중 매체를 통해 확산시키는 편파적이고 자극적인 정보들은 극우 세력이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가며 세력을 확장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다.

극우 세력은 독점자본으로부터 물심양면의 지원을 받으면서 2000년대 이후 급속도로 성장하였다. 극우 세력이 특정 시점 이후로 급격히 성장하게 된 이유는 독점자본에게 닥친 모종의 변화와 연관이 있다.

1990년대 초 사회주의 진영의 붕괴는 독점자본에게 엄청난 기대를 안겨주었다. 몰락한 사회주의 국가들은 독점자본에게는 새로운 시장이고 기회였다. 프란시스 후쿠야마가 그의 책 ≪역사의 종말≫에서 자유주의가 승리하였다고 선언한 것은 세계 독점자본의 환희에 찬 표현이었다. 그러나 기쁨에 젖는 것도 잠시, 독점자본은 이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1997년 동아시아 금융 위기, 2000년대 닷컴버블의 붕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등 계속되는 공황은 새로운 세기에 대한 기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모순의 반복되는 폭발은 자본주의의 영원불변성에 대한 사람들의 신심을 흔들기 시작했다. 노동, 인권, 환경 등에 대한 대중의 의식 수준은 높아져갔고 이따금 사라졌다고 생각한 맑스의 이름이 유수의 학자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독점자본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극우파 행동대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탄생하게 되었다. 이처럼 극우 세력은 독점자본이 극심한 위기에 처했을 때 등장했다.

극우 세력의 준동은 비단 2000년대에만 한정된 일이 아니다. 과거 1차 세계 대전 직후 극심한 경제 공황에 시달리던 독일과 이딸리아, 일본에서 히틀러의 나찌당, 무쏠리니의 파씨스트당, 쇼와의 군국주의가 태동하였던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들은 자국 독점자본의 구원 투수로서, 자국의 진보적 대중 운동을 폭력적으로 말살하였다. 1945년 해방 직후 한국에서는 이승만 도당과 미국에 의해 다양한 정치 깡패, 무장 테러 집단이 조직되었으며 이들에 의해 자주적 통일 국가를 염원하였던 수많은 사람들이 살해당했다.

일정한 생산관계는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일정한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낸다. 독점자본이 극심한 모순에 직면했을 때, 독점자본은 자신들의 독점적 지배를 공고히 하기 위한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내고, 이 이데올로기의 행동대로서 극우 세력을 만들어낸다. 극우 세력은 독점자본이 사회를 지배하기 위해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지배 도구 중 하나이다. 일베나 태극기 부대 개개인이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떠나 그들은 이 사회에서 실제로 그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일베의 청년 회원들은 국정원으로부터 절대 시계를 받기 위해 진보적 언론들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신고하고 있으며, 다양한 혐오 범죄를 통해 한국에서 인권에 대한 논의를 10년 전으로 후퇴시켰다(김대중, 이회창 후보의 대선 토론 중 여성과 퀴어를 다룬 부분을 보라).

그런데 극우 세력의 준동은 다른 한편으로는 독점자본이 이렇게 추하고, 저질스러운 행위들을 조직해야 할 만큼 극심한 모순에 처해 있음을 스스로 보여 주는 것이다. 2008년 이후 자본주의 경제의 장기 침체와 양적 규모를 키워가고 있는 노동자ㆍ민중의 운동에 대항하기 위해 독점자본은 극우 세력을 이용해야만 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에도 너무 저질이어서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던 전광훈 같은 자를 등판시킬 정도로 현재 독점자본의 모순은 최악인 것이다.

2019년 말 미국 셰일 산업의 붕괴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현재 독점자본의 모순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 가고 있다. 증대되는 사회적 모순은 필연적으로 극우 세력의 더욱 모험적이고 퇴행적인 난동을 촉발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보적 세력에게는 이들의 준동에 맞설 대비가 필요하다.

사회적 모순은 한편으로는 극우 세력을 탄생시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전망과 운동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한국의 진보적 운동 세력들이 자본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전망으로 단결하고, 독점자본에 대항하는 전 사회적 투쟁을 조직할 때 극우 세력은 더 이상 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다. 꼬르닐로프의 반동에 맞서 영웅적 붉은 군대가 그랬던 것처럼, 이 흡혈귀 같은 자들의 가슴에 이제는 말뚝을 박아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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