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현장] 자본주의 지배하에서 관변화된 투쟁이 나가야 할 방향―세월호참사 진상규명 투쟁을 사례로

 

 

임소형(회원)ㆍ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민들*

 

 

* 이 글은 304목요포럼 및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일군의 시민들과의 지속적인 토론과 논의를 바탕으로 써졌음을 밝힌다. 지난 7년간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투쟁 현장을 떠나지 않고 끊임없이 연구 활동과 투쟁 활동을 벌여 온 시민 활동가님들께 고마움을 전한다.

 

 

1. 서론: 지도부의 타협과 굴종으로 살아 있는 과거사가 되어 가고 있는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투쟁

 

태극기전광훈으로 집약되는 오늘날 한국의 보수적 집회와 이른바 깨시민들의 주도에 의한 개량주의적 사회 운동을 동시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가 취해야 할 전략은 무엇인가?

전 세계 각지의 투쟁가들과 지식인들이, 조합주의로 퇴조하고 있는 투쟁들을 지적해 왔으나, 진보적임을 자청하는 투쟁 단체들과 지식인들의 비판은 계급적 투쟁이나 과학적 사상운동으로 발돋움하지 못했으며, 제도권 내의 엘리트들과 자본가들의 이득에 복무하고 재생산하기에 바쁜 투쟁 혹은 지적 활동을 이어왔다. 이와 같은 상황은, (≪정세와 노동≫ 독자들에게는 이미 익숙하고 아마도 지겹기까지 한 이야기겠지만,) 쏘련 붕괴 이후 수많은 노동자 혁명 운동이 개선/개량 운동, 개혁 운동, 체제 내 타협으로 환원된 세계적 흐름과 무관할 수 없을 것이며, 68과 신사회 운동 이후 오늘날까지 점멸(點滅)하고 있는 맑스주의 사상의 부재는 이러한 상황을 가속시키고 있다.

 

이 글에서는 2014년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투쟁을 사례로 하여, 자본주의하에서 타협된 투쟁의 지도부가 가지는 문제점들과 노동자계급과의 통일 전선을 형성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고찰한다. 사실 한국의 사회 운동, 노동 운동의 이러한 소부르주아적 흐름 또한 비단 세월호참사 투쟁에서만 나타난 경향이 아니며, 오히려 십수 년 전부터 재현, 변용되어 왔다. 그러나 국가적 사태가 발발하여 자본가계급을 수세로 몰아넣기 좋은 기회였음에도 불구하고, 투쟁 세력들은 매번 혁명적 전망과 독자성으로 발화하지 못하고 자본가 정치 세력에게 흡수되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사이비 지식인들에 의해 혁명이라고까지 칭송받는 박근혜 퇴진 투쟁만 해도, 당시 민주당의 계급적 본질을 찌르지 못한 시민 사회는, 노동자 민중만이 지닐 수 있는 변혁성, 당파성, 전투성을 상실한 채 문빠, 조빠, 이(재명)빠 등의 수정주의 노선에 흡수되고 말았다. 따라서, 세월호참사 투쟁 집행부가 어떻게 진상규명을 살아 있는 과거사로 만들고 있는지에 대한 기록은, 문재인 정부하에서 제대로 된 규탄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 못한 작금의 수많은 투쟁 현장 및 계급들에게 뼈아픈 교훈으로 새겨질 것이다.

 

또한, 이 글은 세월호참사 투쟁의 현주소를 보다 많은 동지들에게 알리고 남은 공소 시효 6개월 안에 조금이라도 연대를 호소하는 저술 투쟁의 일환이다. 국가적 경악이었던 세월호참사가 발생한 지 7년이 지났고 문재인 정권 들어 밝혀진 진실도 처벌된 책임자도 없는 것에 비하여,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투쟁에 대한 시민들과 동지들의 관심은 점점 사그라져 가고 있다. 지난 7년간 매년 노사과연 회원들이 ≪정세와 노동≫에 세월호 투쟁에 대한 글을 기고하기도 하였으나,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의 최근의 정세를 분석한 글은 없었다.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이 산으로 가고 있는 이유를 보다 더 많은 동지들에게 알림과 동시에, 문재인 정권 들어 4년간 소득 없었던 진상규명 투쟁 앞에 이제는 과학적 세계관에 근거한 투쟁의 전망이 제시되어야 한다.

 

 

2. 진상규명 현주소 #1: 진상규명에 침묵하고 있는 문재인

 

문재인 정권이 이른바 촛불 시위 이후 거창하게 시작되었지만, 촛불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대통령 문재인(이하 존칭 생략)이 내건 노동 공약, 경제 공약, 대북 공약 등 모든 약속들은 표를 얻기 위한 수단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문재인은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참사 발생 때부터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까지는 단식1), 세월호 공약, 보수당 비판 등으로 진상규명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보인 반면([사진 1] 참조), 대통령 취임 후 4년간은 놀라우리만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진 1] 이제는 조롱도 냉소도 많이 받아, 온 나라의 계급ㆍ계층이 다 알고 있을, 문재인의 후보 시절 행보들을 알 수 있는 세월호참사 메시지들. 우측 메시지의 고맙다가 압권이다. (출처: 문재인 페이스북)

 

2018년 3월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를 신속처리안건 제도(일명 패스트 트랙)로 출범시켰고 문재인 정부는 이를 패스트 트랙으로 처리한 제1호 법안이라며 대단한 성과인 듯 선전했지만,2) 사실 이는 진상규명이 되고 있다는 착시용이며 진상규명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세월호참사의 특수한 성격과 수사 대상들은 절대 여타의 사회적 사고로 규정지어져서는 안 되며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동일선상에 놓일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해경만 해도 해경 본청의 해양경찰청장, 경비안전국장 등 7명을 비롯하여 서해청, 목포서, 각급 상황실 등 33명이 넘는 책임자를 수사해야 하고, 박근혜 청와대 당시의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 국가정보원, 국군기무사령부, 해군, 공군, 경찰, 국방부, 법무부,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 감사원, 해양심판원, 중앙119, 당시 부실 수사로 내사 종결한 검찰 등 30여 개의 국가 기관과 수백 명의 관련자들을 수사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 문재인 및 세월호 변호사로 활동하다 그 덕에 국회의원이 된 박주민 등 자칭 진보적 지배층은 사참위에게 수사권ㆍ기소권을 부여하지 않은 채 고작 9명의 위원들과 조사관들에게 연간 약 200억에 달하는 국민 세금을 쥐어 주며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기관들을 조사하라고 하였다. 그나마 그 9명이 세월호참사와 가습기참사를 동시에 맡아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세월호참사 담당 조사위원은 4-5명이다. 이러한 제한적인 인원과 권한으로 손발 잘린 기구인 사참위를 전면에 세워 놓고, 대통령 문재인은 해경 부활과 징계 없는 위상 강화를 비롯해, 상기 나열한 각종 관련자들—예컨대 당시 검찰 부실 수사 및 내사 종결 책임자였던 이성윤 등—에 대한 연이은 승진 인사 등의 행보를 통해, 진상규명에 의지가 없음을 공공연히 드러내 왔다.

 

뿐만 아니라, 국정원의 세월호 실소유주 여부 및 운영과 관리에의 개입, 세월호 참사 당일 국정원 상황 보고 경로, 제주 해군기지로 가는 철근 이송에 대한 국정원의 보고 및 관여 의혹, 국정원의 세월호 관련 보수 단체들에 대한 지원 정황, 세월호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데 국정원이 관여했다는 정황 등 세월호 침몰 사건에 국정원이 관여했다는 정황은 너무나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의 적폐청산위원회의 일환이었던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및 적폐청산 TF가 세월호 관련 자체 조사 이후 세월호와 국정원의 연관성에 대한 전면 부정으로 일축한 것은 문재인이 국정원에 대한 수사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심지어 문재인 청와대 하의 위기관리센터에서 세월호라고 적힌 상자 두 개가 불법으로 파쇄되었고(2017년 7월 17일), 해양수산부 현장수습본부는 미수습자로 추정되는 유골을 발견하고도 이 사실을 은폐하였으나(2017년 11월 22일), 문재인은 이들에 대한 수사를 지시하지 않았고 이 사건들을 주도한 자들 중 처벌받은 이는 단 한 명도 없다.3)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을 원하는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2019년 24만 명 국민청원과 2020년 또 한 번 22만 국민청원을 성사시키며 사참위의 조사가 아닌 수사력을 지닌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 설치를 통한 전면적인 재수사를 요구했으나, 두 번 모두 대변인을 통한 형식적 답변, 즉 현재의 조사 기구가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그 선에서 노력할 것이라는 답변만 내놓았다.4) 명색이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작자가 발표랍시고 하는 답변이 앞뒤가 맞지 않고 논리성이 심각하게 결여되었다는 점에서 문장별로 지탄받을 일이나, 이 답변들에서 우리가 가장 주목해 할 핵심은 사참위가 조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수사를 실시하지 않겠다는 점이다(2020년의 경우 2019년 후반부에 발족된 검찰 특별수사단도 이 답변에 추가되었다. 즉 답변을 요약하자면 사참위와 검찰을 믿고 기다려라였다).5)

 

이렇듯 각종 은폐와 변명으로 얼룩져 가는 동안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의 현재 상황은 해경 123정장 김경일, 침몰 원인은 고박 불량과 과적이라는 박근혜의 진상규명 결과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으며,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밝힐 공소 시효인 2021년 4월 15일은 이제 개월 수로 6개월, 일수로는 20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 이미 공소 시효가 3년짜리, 5년짜리인 범죄들은 제대로 된 수사 없이 관련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상황이며, 공소 시효 7년짜리 범죄들인 직권남용죄(형법 제123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형법 제137조), 공무집행방해(형법 제136조), 공용서류 등의 무효, 공용물의 파괴(형법 제141조), 위증(형법 제152조), 증거인멸 등과 친족 간의 특혜(형법 제155조), 허위공문서작성죄(형법 제227조), 업무상과실치사상죄(형법 제268조) 등에 대한 수사가 2021년 4월 이후로는 불가능하게 된다. 대한민국 현행법상 공소 시효의 적용이 배제되는 범죄는 헌정질서 파괴 범죄, 집단살해죄, 중한 성폭력 범죄, 살인 범죄 네 가지인데, 세월호참사의 경우 공소 시효를 중지시키거나 연장시키려면 세월호참사가 살인임을 증명하거나, 아니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6) 즉, 글을 쓰는 현재의 시점으로부터 앞으로 6개월이 지나면 세월호참사는 과거사가 되고 책임자들을 처벌할 길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최근 일부 민주당 인사들이 사참위법 개정을 통해서 전술된 7년 공소 시효 중 두 개를 3년 연장하는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후술하겠지만, 이는 진상규명을 위한 개정이 전혀 아닌, 올해 12월이면 조사 기간이 끝나는 사참위의 조사 기간 연장을 위한 전략적 아이디어이다. 개정안 자체에도 무수히 많은 문제가 있지만 공소 시효와 관련된 문제점들만을 우선적으로 기술하자면, 설사 공소 시효를 연장하거나 무효화한다고 해도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공공 기관이 업무와 관련하여 생산 및 접수한 기록물에 대해서는 관리와 보존 기간이 지나면 해당 기록물을 폐기된다. 이미 보존 연한 3년, 5년인 문서들은 속수무책으로 폐기되었고, 보존 연한 7년짜리인 문서들도 세월호참사가 발생한 지 만 7년이 지나는 2021년 4월 15일 이후로는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이미 2017년 문재인 취임 직후 세월호 문서들이 불법으로 파기되었는데 다른 국가 기관들은 오죽하랴? 청와대 보존 문서가 아닌 국정원, 군, 기무사의 보존 문서는 하루빨리 압수 수색하여 증거로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 요약하면, 공소 시효를 연장한다면 설사 과거사가 된 세월호의 진상을 규명할 방법은 있을지언정(나는 이 공소 시효 연장에 의한 진상규명의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본다), 공소권도 없고 증거 자료도 없으므로 범죄를 저질러 놓고 아무 문제없이 살고 은퇴하여 노후를 누리는 책임자들을 수사, 기소, 처벌할 길은 없게 된다. 즉, 공소 시효의 연장은 304명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도 문제없이 살고 있는 관련자들에 대한 완벽한 면죄부이다.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허울뿐인 공소 시효 연장 개정안이 아닌, (1) 시시각각 폐기되고 있는 증거의 자발적 제출이 아닌 강제 압수와, (2) 대통령 문재인에 의한 관련자들의 강제 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두 번째 문항에 대해 부연하자면, 진상규명을 가능케 하는 것은 사참위, 검찰특수단, 국회의 법 개정이 아닌 대통령 문재인의 의지와 결단이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하는 방법은 남은 6개월 안에 대통령 문재인이 가진 법적 권한으로 수사를 지시하고 보고받는 방법뿐이다. 문재인이 약속을 했으므로 진상규명에 착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진상규명을 공약으로 내걸지 않았더라도 국가수반으로서 임해야 하는 일이다.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에는 전술한 국정원, 군, 기무사,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 대통령의 권한과 지시 없이는 수사가 불가능한 기관이 많으며, 세월호참사의 원인, 구조 방기와 관련된 수십 개의 정부 부처들을 수사하기 위해서는 검찰의 특별수사단이나 특별검사가 아닌 대통령의 의지와 책임이 필요하다. 이제껏 수많은 대통령 직속의 기구나 위원회가 있어 왔으며, 대통령 직속의 기구를 설치하여 대통령이 수사를 지시하고 보고받는 데에는 새로운 입법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 또한 과거의 범정부합동수사단, 군검경합동수사단 등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대통령이 진상규명을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고 진상규명을 위한 조직 구성에 착수하고 수사를 지시하고 보고받는 일은, 3권 분립의 원칙에 어긋나거나 대통령 1인에게 과도한 권력을 쥐어 주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 직속의 특별수사단을 설치하는 것은, 수많은 국가 기관들이 연루된 세월호참사의 진상을 밝히는 유일한 방법일 뿐이다.

 

그런데, 시시각각 줄어들고 있는 공소 시효 앞에서 문재인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거세어야 할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의 지도부들은, 정권 교체 이후 지난 4년간 문재인을 향한 규탄을 보이지 않았다. 아래에서는 사단법인인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이하 416가협)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이하 416연대) 지도부의 진상규명 회피 전략들을 분석한다. 나아가, 세월호참사 투쟁이 소부르주아적 운동에 함몰되지 않고 제대로 된 진상규명 투쟁을 밑받침으로 하여 동시대를 겪어 내고 있는 자본주의하 여러 투쟁들에게 전략적 전망을 제시하는 투쟁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제언을 하려 한다.

 

 

3. 진상규명 현주소 #2: 문재인에 대한 규탄 없는 투쟁 집행부

 

1) 反보수당, 對검찰, 對국회가 아닌, 反문재인 투쟁이어야 한다

세월호참사와 관련된 진상규명 투쟁 단체들은 국내외를 아우르며 수십 개에 달하지만, 언론과 각계각층의 사람들에게 가장 영향력이 있고 대표라고 인식되는 단체는 (1) 단원고 유가족들을 주축으로 하는 416가협과 (2) 시민 단체와 인권 단체 인사들로 구성된 세월호참사국민대책위를 전신으로 하는 416연대 두 곳이다.

 

현재 진상규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혹은 국민의힘이 아닌 문재인이다. 그러나 최근까지 416가협과 416연대 지도부는 문재인을 향한 투쟁을 촉발시키기보다는 보수당 해체, 입법 활동, 검찰 특수단의 수사 촉구 등 진상규명을 우회해 가는 활동들에만 주력해 왔다. 물론, 이는 수천 명에 이르는 유가족들—304명 희생자들의 어머니, 아버지, 형제자매, 친척들— 그리고 생존자들의 의지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 대의민주주의가 아무리 그럴싸한 포장을 해도 직접민주주의로 탈바꿈할 수 없듯, 세월호참사 투쟁 집행부의 이러한 문제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관변화된 투쟁 지도부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하나의 단면이다.

 

416가협과 416연대의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활동 목록의 제목들만 죽 훑어보아도 쉽게 알 수 있듯이,7) 2019년 하반기까지 이들 집행부는 반보수 노선을 고수하면서, 매주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 문화제를 진행하며, 황교안, 나경원 등 보수 인사들의 처벌, 자유한국당 해체, 적폐 세력 심판 등을 주장해 왔고, 과거 단식 투쟁 중이던 유가족 앞에서 폭식 투쟁을 하던 일베와 보수 단체를 고발하는 등의 행보만을 보여 왔다(심지어 일베에 대한 고소ㆍ고발은 진상규명 활동과 무관하다).8) 검찰특수단이 발족하기 직전인 2019년 10월까지는 세월호참사 전면재조사와 재수사를 촉구하는 국민대회, 국민선언, 국민서명, 국민고발인 모집 등의 활동도 벌였지만, 이는 문재인이 아닌 검찰을 향한 것이었고, 조국 사태가 한창이었던 때는 조국 수호 무리들의 앞자리에 앉아 검찰 개혁과 적폐 청산을 외쳤다. 2019년 11월 검찰의 두 번째 특별수사단이 가동된 이후로는 한동안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었으며, 2020년 3월, 4ㆍ15 총선을 앞두고는 세월호참사 6주기×총선 슬로건 및 이름 공모전,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21대 국회가 반드시 처리해야 할 5대 정책 과제, 21대 총선 약속응답지, 진실을 밝히는 투표세월호 아이들을 기억하는 4.16의 약속, 더 많은 아이들을 지켜내는 4.16의 투표 피켓팅 인증샷 등을 통해 투표를 권하는 활동을 하였다. 총선과 발맞추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뿐만이 아니라 세월호참사 집행부 개개인의 페이스북 등의 활동을 통해 선거를 잘해야 진상규명이 된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 지지 등의 행보를 보였다.

 

4ㆍ15 총선에서 진보계열 당들이 압승한 이후, 법과 제도의 개선을 통해 진상규명을 하겠다는 세월호참사 투쟁 지도부의 의지는 사참위에 대한 수사권 부여, 사참위 조사 인원 확충, 기간 연장, 사회적재난참사의 상설국가조사기구 설치,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등을 골자로 하는 초당적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특별위원회(이하 초당적 진상규명 특위)와 초당정 협력기구를 요구하는 데에서 더욱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요구들의 마지막 문구에는 2014년 1기 특조위 출범 때부터 논란과 의혹을 불러일으켰던, 그리고 한국 현행법과 현재 정서상 가능하지 않은, 피해자가 참여하는 수사, 조사 방안이 자리 잡고 있다.

 

선거 전의 이러한 캠페인 혹은 운동들은 현란한 문구들로만 그친 것이 아니라, 선거 이후 본격적 입법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몇 가지 예시를 들자면, 목포신항만에서 진행되었고 세월호 선내를 함께 참관하였던 가족협의회 및 세월호 활동가들 25명과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30명의 간담회(2020년 5월 18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국회의원 회관에서 진행했던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활동에 대한 진단과 방향 모색 토론회(2020년 6월 4일), 국회의원 178명 약속운동(2020년 7월 17일) 등 적극적 입법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심지어 416가협 집행위원장 유경근이 민주당 박주민의 주선하에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은 채 비밀리에 미래통합당 대표 주호영을 만나기까지 했다.9)

 

물론,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촛불 문화제나 기자 회견 등, 두 번째 특수단 출범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는 검찰에 대한 수사 촉구도 있었다. 그러나, 검찰청 앞에서의 피해자 참여를 보장하고 사참위와 공조하라는 피켓팅, 국회에게로의 초당적 진상규명 특위를 구성하라는 내용의 피켓팅 등의 구호와 활동 어디에도 문재인을 향한 규탄이나 요구 사항은 없다. 청와대라는 글자가 들어간 몇 안 되는 문구들도 국회는 정부의 진상규명 약속 이행을 촉구, 감시, 지원하라 등 청와대에 직접 요구하는 것이 아니거나, 대통령이 책임지고 피해자가 참여하는 수사ㆍ조사 방안 즉시 마련하라 등 청와대가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뚜렷하게 제시하고 있지 않다.

 

또한, 정신분열적 문구만 난무하는 와중에 그 어디에도 문재인에 대한 실질적인 투쟁 활동은 없었다. 청와대 앞에서 피켓팅을 진행했지만 피켓에 적힌 내용들 역시 문재인이 아닌 국회, 검찰에 대한 내용, 혹은 상기한 문재인은 보장하라 등의 애매한 문구들이었으며, 그마저도 416가협 집행부는 지속하지 않고 416가협에 속한 소수의 유가족과 시민 활동가들이 주축이 되어 이어 나갔다. 유경근(416가협 집행위원장)은 올해 3월부터 문재인이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글들을 개인 SNS에 쓰고 있지만, 그러한 글들의 끝에는 결국 초당적 기구 설치 검찰특수단은 무엇 무엇을 하라 등의 해쉬태그들을 달고 이러한 글이 실질적 투쟁으로 이어지지 않는 등, 위아래/선후/앞뒤가 맞지 않는 분열적 행보로 오히려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투쟁을 파괴시키고 있다.

 

이러한 416가협과 416연대 지도부의 문재인에 대한 침묵과 국회에 대한 입법 요구로 인해, 민주당 당선인들은 5월부터 지금까지 사참위 특위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의 행보들 중, 이 글에서는 특별법 개정과 박근혜 7시간 기록물 공개라는 두 가지를 예시를 들어 416가협의 요구 사항과 이의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사진 2] 참조).

  

[사진 2] 416가협 지도부의 활발한 입법 활동을 암시하는 국회 결의 촉구 토론회 웹자보. 416가협 집행부의 모든 토론회, 캠페인, 그리고 피켓 문구의 방향은 국회를 향해 있다. (출처: 416가협 홈페이지)

 

(1) 특별법 개정

2020년 9월 1일 이탄희 등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세월호참사 공소 시효 중 일부를 7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도록 하는 사회적 참사의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사진 2]의 좌측에 있는, 이에 대한 토론회 웹자보를 참조하라). 이 개정안은 공소 시효를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지만, 결국 이는 허수아비 기관인 사참위의 조사 기간만 연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결과적으로 세월호참사 책임자 처벌을 불가능하게끔 만드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굉장히 많은 이유를 들 수 있지만, 이 글에서는 최대한 간략하게 몇 가지 이유만 제시하도록 한다.

 

첫째로, 사참위는 수사권, 기소권이 없이 조사권만 지닌 기구로서, 지난 2년간 이미 연간 수백억에 달하는 세금을 사용하고도 제대로 된 진상규명 결과물 하나 내놓지 못한 기구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사참위는 3년간의 시간과 혈세를 더 쓴다고 하여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성격의 기구가 아니다. 설사 사참위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쥐어 준다 하여도 대통령 직속의 기관인 국정원, 군, 기무사 등의 국가 기관의 압수 수색, 지금과 같이 기관들이 자발적으로 제출하는 자료만 받아들이는 수준이 아닌 강제적 증거 확보, 관련자들의 강제 소환, 청문회 강제 출석 등의 강제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지시가 필수적이다. ≪정세와 노동≫ 독자라면 검찰은 이러한 강제력을 실행할 권한도 부족하고 의지도 없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이해하고 있으리라 생각되어, 왜 검찰이 아닌 대통령이여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한다.

 

그리고, 앞 장에서 전술한 대로, 설사 공소 시효를 3년 연장한다 하여도 보존 연한 5년, 7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시시각각 폐기되고 있는 정부 문서들을 확보할 수 없고, 증거가 없으면 진상규명은 가능할지 몰라도 책임자 처벌은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공소 시효 연장은 책임자 처벌과 관련이 없다. 아니,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공소 시효 연장을 위한 주장과 활동으로 남은 6개월을 허비하는 것은 책임자들이 처벌받지 않고 잘 살 수 있는 완벽한 면죄부를 주게 되는 결과를 낳는, 즉 책임자 처벌에 큰 해가 되는 활동이다. 이미 너무나도 많은 정부 문서가 폐기되었고, 남은 공소 시효 안에 국정원, 군, 기무사 등 관련 기관들에 대한 압수 수색을 통해 그나마 남은 증거라도 강제로 확보하는 일만이 책임자 처벌에 겨우 한 발 다가서는 길이다.

 

또한, 상기한 여러 7년 기한의 공소 시효들 중, 이 발의안에는 사실상 처벌이 힘든 직권남용과 업무상과실치사상죄 두 가지에 대해서만 시효를 연장하겠다고 제안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대통령 문재인의 지시로 압수 수색을 하고 증거를 확보하여 관련자들을 처벌할 시간이 있는데 법 개정으로 남은 시효를 흘려보냄과 동시에, 처벌할 수 있는 범죄에 대해서는 시효 연장이 없고 사실상 처벌이 불가능한 단 두 가지의 범죄에 대해서만 시효를 연장하겠다는 것은,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시간을 질질 끌어 세월호참사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겠다는 의지의 발현이다.

 

마지막으로, 주지했듯이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은 수사 권한 없는 사참위나 수사 의지 없는 검찰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 남은 공소 시효 내에 직접 수사를 지시하고 책임져야만 밝혀질 수 있는 성질의 사건이다. 그런데 공소 시효를 3년 연장하는 동안 대통령 문재인은 임기를 끝내게 되고,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과업은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게 된다. 현 정권에서도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다음 정권에서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2) 박근혜 7시간 기록물 공개

공소 시효 연장 법안과 더불어,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가장 최근인2020년 9월 중순 416가협과 416연대는 국회토론회([사진 2] 참조), 화요행동,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3대 입법 촉구 행동세월호 진상규명 응답하라 국회 캠페인 장려 등으로 박근혜 7시간 기록물에 대한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7시간 기록물 공개 또한 너무나도 많은 면에서 비판의 지점들이 있으나, 지면상 아래에서 최대한 간략하게만 언급하도록 하겠다.

 

첫째, 7시간 기록물 공개는 남은 공소 시효 6개월 안에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볼 수 없다. 박근혜 7시간은 박근혜가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내용이지,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 누가 사태를 지휘했는지에 대한 증거 확보가 아니다. 또한, 미궁 속에 있는 것은 박근혜 7시간 하나가 아니며, 관련 기관들에 의해 파기되기 전에 확보하여야 할 증거 자료는 그것뿐만이 아니라 무수히 많다. 왜 416가협은 국정원과 청해진해운이 정기적으로 만나 왔던 것, 세월호에 제주 해군기지로 가는 철근이 있었던 것, 몇십 개 기관 관련자들과 상황실들의 교신 기록, 통화 내용, 녹취록, 공개되지 않거나 공개가 거부된 내부 보고서, 그리고 세월호 레이더 기록, KNTDS, 공군MCRC, TOD영상, 각 군 사령부와 지휘통제실, SSU, UDT, 공군 제6탐색구조비행전대에 대한 자료 등에 대한 자료 확보를 우선시하지 않는 것인가?10) 즉, 7시간 기록물 공개로 인해 박근혜가 그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밝힐 수는 있지만, 그것이 당시 구조안함 표적구조 탈출방송금지 등의 책임자를 가려내는 작업이 아니다.

 

둘째, 캠페인 등을 통해 지금 요구하고 있는 형태는 7시간에 대한 공개일 뿐 7시간에 대한 수사가 아니다. 즉, 누구에게 언제까지 공개하라는 명확한 타겟도 없고, 공개 후 이것을 누가 수사하라는 것인지도 나와 있지 않다. 기록물 공개는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에 도움이 될지 모를지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자료에 관한 것일 뿐, 아무리 중요한 자료를 공개의 형식을 통해 받는다 하여도, 그 자료를 가지고 진상규명을 하지 않고/못하고 있는 기관들이 현재의 검찰과 사참위라는 점이 지금 세월호 투쟁의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2017년 5월 더민주 대선 후보 시절, 문재인은 너도나도 문재인을 찍어서 압도적으로 정권 교체를 하면 민심의 힘으로 대통령이 국회에 (열람을) 요구하겠다고 분명히 공약하였다.11) 따라서, 박근혜 7시간 기록물이 공소 시효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지금 이 시점에 굳이 확보해야 할 자료라고 판단이 되어도, 이것에 대한 요청은 지금과 같은 국민의힘에게 동의를 호소하는 방식이 아닌, 세월호를 팔아 대통령이 되어 놓고도 공약을 지키지 않고 있는 대통령 문재인에게 투쟁하여야 할 성질의 것이다.

 

세월호 관련 자료는 국가기록원이건 국정원이건 자발적으로 제출하고 공개되어지는 자료로 밝혀질 수 없음이 지난 7년간 무수히 증명되어 왔다. 정히 박근혜 7시간 기록물이 중요하다면, 이것은 416가협과 416연대의 지도부가 나서서 추진할 일이 아니라 지금 진상규명 백서를 쓰는 심정으로 일하고 있다는 검찰 특별수사단이 할 일이다. 진상규명 집행부가 해야 할 일은 남은 공소 시효 6개월 안에 어떻게든 진상규명하라고 외치는 것, 그리고 그것은 검찰이나 사참위가 아닌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과 지시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것, 이 두 가지뿐이다.

 

왜 416가협과 416연대 지도부가 이렇게도 사참위에 목숨을 걸고 있는지 유추하며, 본 절을 마친다. 사실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점 등의 사참법과 사참위의 문제는 박근혜 시절 특조위(일명 1기 특조위)의 문제점이 그대로 답습된 것이며, 사참위는 그럴듯한 수사로 박근혜 특조위보다 권한이 많아진 것 같은 착시를 줄 뿐, 실질적 인력과 권한은 오히려 축소된 기구이다.12) 이에 따라 사참위가 거론되던 2017년 패스트 트랙 당시부터 박근혜 특조위와 문재인의 사참위가 같아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또한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제안한 진상규명 기구는 사참위가 아닌 대통령 직속의 조사위원회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는 절차와 시간을 기다릴 필요 없이 대통령 권한으로 세월호 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주겠다는 문재인의 제안을 거부하고 수사권과 기소권 없는 사참위를 요구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진상규명의 최전선에 있는 416가협 집행부이다. 문재인과 416가협의 청와대 면담이 있었던 2017년 8월 16일 전후의 언론 보도들을 선상에 놓고 보면, 정부가 어떤 것을 먼저 제안했고 416가협과의 면담 이후에 이 제안이 어떻게 수정되었는지 잘 알 수 있다.13) 416가협 집행부는 그들이 조사 과정에 참여할 수 없는 대통령 직속의 진상규명 방법보다는, 본인들 참석을 약속받았지만 강제 수사의 권한이 없어 결국 진상규명엔 백해무익한 사참위를 선택한 것이다.

 

2) 反자본주의 투쟁이기 이전에, 反문재인 투쟁이어야 한다

세월호참사는, 보수당이 프레임하는 해상교통사고가 아니다. 하지만, 세월호참사를 이른바 진보 진영이 워딩하고 있는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때문에, 혹은 그것의 확장된 개념인 신자유주의적 통치성 재난자본주의 생명정치로 프레이밍하는 것도 옳지 않다. 많은 지식인들이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투쟁이 반자본주의적 투쟁이라고 성격을 규정지었지만, 세월호가 침수된 위치, 경로, 참사 원인 등 모든 것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본주의 고박 불량 과적 기업의 윤리와 책임 등의 요인들에만 초점 둔다면, 이는 곧 분명한 책임자가 없는 우리 모두의 아픔이 되고, 박근혜 정부뿐만 아니라 현재 진상규명을 하고 있지 않는 문재인에게까지 면죄부를 주는 일이다. 세월호참사의 성격이 자본주의의 탓으로만 환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여러 노사과연 회원들께서도 ≪정세와 노동≫을 통해 잘 지적해 주신 바 있다. 그중, 2014년 여름까지의 토론과 글을 모아 단행본으로 펴낸 ≪세월호 참사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침몰의 원인ㆍ학살, 그리고 투쟁ㆍ한 걸음 더 앞으로≫는 세월호참사의 성격 규정에 관한 몇 되지 않는 제대로 된 분석들을 내놓고 있으며, 참사 7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이 책에 나온 비판의 지점들이 개선되거나 고쳐지지 않은 모습으로 인해 더더욱 읽는 이의 마음이 숙연해지도록 만드는 책이다.

 

물론, 세월호참사 투쟁을 반자본주의 투쟁으로, 노동자계급과의 통일 전선으로 결집시켜야 하는 것은 투쟁의 과제이다. 하지만, 세월호참사 투쟁 집행부가 지배층과 타협하고 진상규명이 하나도 진척되지 않은 지금 시점에, 반자본주의 구호는 제대로 외칠 준비가 되어 있지도 않다. 참사의 위치, 참사의 원인, 참사의 과정이 명백히 밝혀지고, 그에 따른 책임자가 가려지고 처벌받고 나면, 그때서야 세월호참사가 자본주의하의 폐해인지에 대한 참사의 성격 규정도 명확하게 내릴 수 있을 것이며, 투쟁 집행부가 노동자계급과의 통일 전선을 취해야만 이러한 구호들도 생명력을 얻을 것이다.

 

세월호참사를 어떻게 규정짓는지의 문제, 그리고 왜 어떻게 진보적 지식인들이 세월호참사에 대해 보이는 인식이 결국 보수 언론과 보수 지배층의 그것으로 귀결되는지에 대해서는 다수의 동지들이 토론회, ≪정세와 노동≫, 온라인 활동 등을 통해 제시해 온 바 있다. 여러 명문들 중에서도, 이 글에서는 세월호참사를 대하는 좌파 지식인들과 투쟁 지도부(당시의 국민대책회의)의 문제점을 변증법과 한국의 미국에 대한 (신)식민지적 종속성에 대한 몰이해에 대한 탁월한 분석으로 끌어올리는 채만수 소장의 글을 간략하게 인용하고, 그에 대한 내 생각을 덧붙이며 본 절을 마친다.

 

(…) 정부와 극우언론은 시간이 지날수록 참사의 책임을 청해진해운과 선장ㆍ선원들에게 돌린다. 그리고 정부의 책임은 초기대응의 미숙, 즉 무능 때문에 구제하지 못한 것에 한정한다. 그리고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쪽은, 그리고 사회진보연대 등 좌파를 자임하는 단체들은 저들 정부와 극우언론이 초기에 고육지책으로 떠들어댔던 것들, 즉 규제완화니, 비정규직 확대니, 관피아니 등등을 참사의 근본적 원인으로 고지(固持)하고 있다. 국민대책회의도, 자칭 좌파들도 극우정부ㆍ극우언론과 사실상 동일한 주장, 동일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극우정부ㆍ극우언론의 고육지계의 주장을 좌익적 언사로 시끄럽게 확대재생산하고 있을 뿐이다. (…중략…) 어찌하여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해 모였다고 했으나, 근본적 원인 운운하면서, 저들 정부와 극우언론과 같은 얘기를 하면서, 허위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에 열을 올렸을 뿐, 그야말로 참사ㆍ학살의 진상 그 자체를 규명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략…) 당장의 정국처럼 세월호 학살의 구체적 원인ㆍ진상을 규명해야 하는 상황ㆍ조건에서는 그 특수하고 구체적인 원인ㆍ진상을 밝히는 투쟁을 우선적으로 배치하고 이른바 근본적 원인을 규탄ㆍ저지하는 투쟁을 거기에 종속시키고 조화시켜야 한다. (채만수, 세월호 학살에 대한 두 태도―그 차이의 기원과 기능, ≪정세와 노동≫ 제103호(2014년 7/8월), pp. 8-20.) (강조는 인용자.)

 

위의 글을 읽으면서 첫 번째로 드는 놀라움(그리고 탄식)은, 2014년과 2020년의 진상규명 상황이 소름 끼치도록 유사하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내가 첨언하고 싶은 것은, 이 글에는 사이비 지식인화를 자청하는 416가협 지도부에 대한 언급이 누락되어 있다는 점이다. 2014년의 이 글에서는 세월호참사에 대한 상이한 두 태도를 보이는 주체들을 좌파를 자임하는 지식인들 및 단체들과 당시의 국민대책회의에 국한하였다. 아마도 2014년에는 416가협이나 유가족들의 행보가 뚜렷하지 않거나 혹은 이들이 지닌 제왕적 지위로 인해 비판이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참사 7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내가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상기한 근본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근본적이지 않은 프레임을 주장하고 고수해 오고 있는 것이 바로 이 프레임을 누구보다도 앞서서 폐기해야 할 유가족들, 특히 416가협의 집행부라는 점이다.

 

2014년 참사 발생 당시 규제완화, 안전사회건설을 내세운 것이 누가 먼저인지는 나도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국민대책위, 민변을 포함하여 지식인들이 만든 수사에 유가족들이 전도된 것인지, 아니면 유가족들이 이런 프레임을 고수하니 지식인들이 숟가락을 얹은 건지, 아니면 둘 간의 상보적 관계에 의해 공생할 길을 찾았는지는 더욱 세밀한 고찰이 필요하다. 다만 내가 알고 있는 부분은, 신자유주의, 안전사회건설 등의 구호/캠페인/활동들은 참사 초기부터 진상규명 투쟁의 모든 곳을 재빠르게 잠식해 갔으며,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참사 원인이 자본주의임을 설파하며 생명의 중요성이나 안전사회건설을 그 누구보다도 여실히 설파하고 있는 것이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지도부라는 점이다. 416가협과 416연대는 참사 7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박근혜 정부의 조작과 은폐로 얼룩진 세월호참사 내인설을 부정하고 있지 않으며, 그 연유는 참사와 관련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기 위해서이다. 지도부 스스로는 세월호참사는 구조실패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지도부가 보이는 행보를 보면 재난, 안전, 생명에 초점을 맞춘, 즉 해상교통사고 구조실패 수사들을 여과 없이 용인하는 모양새이다.

 

단적인 예로, 유경근을 대표로 하는 416가협은 화재, 홍수, 감염병 등 한국 곳곳의 재난과 참사 현장 등을 방문하거나 지원을 보내고 있다. 대구지하철참사, 이천화재참사, 태안해병대캠프참사 등 참사 현장 연대 방문, 취약 주민 지원, 피해자가 참여하는 진상규명/재난구호 방안 주장 등의 행동은 있었지만, 노동 현장 방문이나 노동자계급과의 통일 전선, 혹은 문재인 정부하의 폭압과 폭정에 시달리고 있는 투쟁 현장들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지도부의 행보가 노동자계급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인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심각한 점은 이는 지도부 스스로 세월호참사를 안전사고로 규정짓는 행위라는 점이다. 대구지하철참사 추모식부터 코로나 현장까지 아우르면서, 한편으로는 재난에 대한 애도와 더불어 이러한 대형 참사와 재난이 다시는 한국에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이비 지식인의 워딩을 재생산하고 있다. 416가협 지도부뿐만 아니라, 진상규명을 위해 세워진 단체인 416연대도, 그리고 현재 사참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국회의원들도 세월호참사를 안전사고로, 구조실패로 보고 있다는 점이 현재 진상규명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이다.14) 참사 100여 일이 지난 시점에 이미 채만수 소장의 발췌한 글에서 알 수 있듯, 그리고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투쟁에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일수록, 책임자들을 명명백백히 처벌하고 진상을 밝히는 투쟁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세월호참사만의 특수성과 구체성에 대한 전략이 진상규명의 기본이 되어야만이 비로소 노동자 민중과의 연대를 꾀하거나 조직하는 일이 가능할 것이다.

 

3) 운동(運動)이 아닌 투쟁이어야 한다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지도부의 세 번째 문제는 기억, 추모, 슬픔을 위한 문화제, 그리고 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 캠페인 등의 활동들을 앞세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함께 진행되어야 할 실질적인 투쟁을 꺼리고 그 어떤 당파성도 두려워한다는 점이다. 물론, 모든 투쟁이 전투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저항과 축제의 융합, 놀이 같은 저항은 68혁명 이후 동원력과 연대를 상승시키는 중요한 투쟁 전략으로 자리 잡아 왔으며, 때로는 이러한 문화적 혹은 덜 전투적인 연대의 공간(space of engagement) 형성이 의제 확장을 이끌어 일시적으로나마 제도 정치와 자본주의 지배층의 장벽을 허무는 데 기여하기도 하였다. 그간 있어 왔던 다년간의 촛불 주체들에서 알 수 있듯, 광화문 광장은 고통과 비장함의 공간이기보다는 유연하고 재기발랄하며 소통이 있는 공간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우리는 사회과학적 사상이나 철학을 가지지 못한 사회 운동이 어떻게 자본주의 지배계급 아래로 흡수되거나 전용되는지 또한 숱하게 목격하고 있다. 광화문 광장에 천만 백만 촛불들이 모인다 해도, 미국 영토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흑인의 삶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고 외친다 해도, 노동 운동뿐만 아니라 여성, 성소수자, 환경 문제 등 투쟁의 주체와 의제가 다양화된다고 해도, 이 모든 것이 계급적 세계관과 의식을 결여한 채 문자 그대로 일시적인 타오름만 보여 준다면 이들 신사회 운동들을 변혁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 또한, 한국 사회에서 시민 단체와 시민운동이 소부르주아 운동의 역할을 하고 있거나 소부르주아적 의식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음은 비판의 대상이나, 공소 시효가 6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투쟁의 지도부들마저도 이러한 행보를 보이는 것에서는 애석하다 못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세월호참사 유가족들도 연극, 목공예, 또한 각종 추모기억이 들어간 행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활동들은 참사를 잊지 않게 하고 주의를 환기시키는 역할 이상도 이하도 아닐 뿐, 실질적인 진상규명 활동은 아니다. 진상규명 투쟁은 좋든 싫든 투쟁의 주체들이 지배층 혹은 부르주아적 아류들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당파성을 보여야 하며, 이런 사상이 물리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박근혜 정권 때의 진상규명 집행부는 진도대교 행진, 청운동 집회, 다수의 장소들에서의 삭발, 단식, 농성, 도보행진 등으로 지배층과 공권력에 대한 거부를 몸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 들어서의 416가협과 416연대는, 대부분의 시간을 진상규명을 하지 않는 대통령 문재인에 대한 분노와 규탄보다는 (전술한 입법과 제도 개선 활동에 더불어)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일에 더욱 방점을 두었다([사진 3] 참조). 과거 여타 투쟁 현장에서는 문화제가 집시법을 피하기 위한 명칭일 뿐 실상은 단순한 문화제가 아니었던 반면, 2019년까지 매주 토요일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 세월호참사 촛불 문화제는 시위나 항쟁이 아닌 자한당 해체 성토대회를 일컫는 용어였다.

[사진 3] 2020년 들어 416가협이 주최하거나 협력하는 문화적 성격의 웹자보들. 재난사회를 넘어서자, 생명과 안전이 중요하다 등의 계몽적이고 선한 메시지만을 담고 있다. (출처: 416가협 홈페이지)

 

세월호참사 관련 단체들 중 416가협과 416연대 다음으로 큰 규모인 416재단은, 그 설립 배경부터가 추모식, 기억식, 문화제, 토론회 등을 주 사업으로 한다. 나는 416재단의 그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려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추모와 기억을 도맡아 하는 역할도 해야 하니 말이다. 그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단체가 세월호참사에서의 제주 VTS 관제 행위, 1기 특조위 설립 및 조사 방해, 투명하지 못했던 세월호 인양 과정,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에 대한 이간질 등에 대해 수사받아야 할 해양수산부 등의 정부 지원금을 받아서 운영된다는 점은, 지배층과 거래화된 투쟁의 단적인 예를 보여 준다.

 

세월호참사 투쟁 지도부의 당파성에 대한 거부는, 공소 시효공소 시효라고 언급하지 않는 세월호참사 집행부의 기이한 행보와 맞물린다. 사실,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일부 집행부는 오랜 기간 공소 시효에 대한 언급을 삼가 왔다. 2020년 상반기까지는, 세월호참사 공소 시효와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전면재수사를 언급한 적이 없다. 최근부터는 공소 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지만, 공소 시효는 공소 시효라고 부르지 않고 7주기까지 진상규명이라는 이해되지 않는 구호로 대신하고 있다. 이는 끝나가고 있는 공소 시효를 3년 더 연장하고, 사참위의 조사 기간을 연장하며, 더불어 수사권 기소권이 없는 사참위에게 권한을 부여하기 위한 캠페인 수단일 뿐이다. 남은 공소 시효 안에 진상규명을 하자는 투쟁이 아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가장 최근인 2020년 9월 18일에 있었던 유경근 416가협 집행위원장의 말을 빌려 보면, 416가협이 공소 시효를 전면에 내걸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공소 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얼른 진상규명을 촉구해야 한다는 활동을 하는 건 좋지만, 그게 좀 지나치면 공소 시효 지나면 할 수 없고 해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요. 공소 시효가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에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2021년 세월호 참사 7주기까지는 진상규명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공소 시효와 겹치기도 하지만 정부에게 이때까지는 약속을 지키라고 시한을 정해 놓은 거라고 보면 됩니다. 다시 말하면 문재인 정부에게 우리가 허락해 준 시간인 셈이죠.

처벌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밝혀야 할 진실들은 굉장히 폭이 넓습니다. 304명 한 사람 한 사람의 진실이 밝혀지는 것, 그것이 궁극적으로 우리 유가족들이 바라는 것이기도 하죠. 내년 4월이 지났다고 해서 세월호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어요.15) (유경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내용 중, 2020.)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리고 지면 관계상 발췌를 했지만, 발췌한 내용이 아닌 인터뷰 원문을 여러 번 들여다봐도, 왜 공소 시효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인지, 공소 시효가 지나서 어떻게 책임자 처벌을 하겠다는 건지, 세월호참사 투쟁은 안중에도 없는 문재인에게 우리가 무슨 시간을 어떻게 허락해 주었으며, 여기서의 우리는 누구인지, 공소 시효가 만료된 이후엔 어떻게 어떤 투쟁을 벌일 것인지, 책임자 처벌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읽고서도 이해가 안 되는 의문투성이의 글이다. 무엇보다, 집행위원장 자리에 있는 인물 스스로의 입에서 책임자 처벌을 버리고 가겠다고 공언한 점이 가장 놀랍다. 더욱 중요한 것은, 첨부한 링크를 따라 인터뷰 전문을 보면, 인터뷰의 앞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구한다인데 후반부 절반 이상의 내용의 모든 것은 국회에 요구하는 내용이고, 사참위 기간 연장의 필요성에 대한 호소라는 점이다.

 

세월호참사의 성격에 대해 학살로 규정짓는 것도, 세월호참사를 교통사고, 안전사고로 프레임하는 과거 보수 지배층 하에서는 진보적인 행위의 일환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2020년 현재는, 세월호참사가 실제 학살인지의 여부를 떠나서, 학살이라는 단어는 국가적 살인죄에는 공소 시효가 해당되지 않으므로 학살인 세월호참사에 붙은 시효는 무효화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뒷받침하는 용도로, 즉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이 용어마저도 사참위 기간 연장과 수사권 부여의 근거로 이용되고 있다. 물론 이런 워딩은 가협과 연대발이다. 이러한 각고의 방식으로 세월호참사 투쟁 지도부는 진상규명을 투쟁이 아닌 운동으로 만들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있는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남은 시간 6개월 안에 어떻게든 알아내야 할, 몸싸움이라도 고수해야 할 첨예한 투쟁이 아닌, 타협과 제도 내 안착과 문화적인 것들로 점철된 장기적 사업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투쟁의 지도부가 스스로 책임자 처벌을 포기하고 진상규명을 사업처럼 삼아 장기적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와 더불어, 노동자계급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운동, 그리고 법과 제도의 개량과 개선을 통한 운동은, 결국엔 지배계급의 질서에 복무하는 결과만을 낳을 뿐이다.

 

 

4. 결론: 살아 있는 투쟁으로 만드는 유일한 길은 문재인에 대한 규탄이다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은 이미 두 번의 특조위, 두 번의 검찰 수사, 그리고 청문회, 그 외에도 선체조사위원회, 특별법 제정 등으로 수많은 유가족 찬스를 허비하며 누더기가 되어 가고 있다. 또한 남아 있는 공소 시효 6개월이 과거사가 되어 책임자 처벌이 불가능하게 된다.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 문재인 엘리트 지배층과 문빠로 일컬어지는 지배층 팬덤에 대한 타협 혹은 순응의 거부, 그리고 사참위나 검찰이 아닌 대통령 문재인에 대한 강력한 규탄으로 나아갈 때에만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투쟁의 계급적 독자성과 철학으로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0여 년 전엔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이자 소위 말하는 진보적 인권 운동가였던, 그러나 지금은 관변화된 416연대의 수장으로서 안타까운 행보를 보여 주고 있는 박래군의 2008년 촛불 당시의 주장을 발췌ㆍ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 [촛불항쟁]에서 왜 직접민주주의를 거론하고, 강조하는가. [촛불항쟁]은 대의제 민주주의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발생했고, 현재 한국의 정당들이 [촛불항쟁]을 수렴할 태세를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략…) 대의제 민주주의 시스템을 복원하고, 정당정치를 복원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부지런히 정당을 강화하고, 진보정당을 강화하는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제도정치의 영역으로 과연 [촛불항쟁]의 성과를 수렴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중략…) 그렇지 않다. (…중략…) 그들은 정부나 국회, 심지어는 자신들을 지도하려는 진보운동진영에게조차 비판을 가했다. (박래군, 촛불항쟁의 전개과정과 직접민주주의, ≪진보평론≫ 제37호(2008년 가을), p. 137.) ([ ] 표시는 인용자.)

 

이어서 그는 자본주의16)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치명적 한계를 보여 주고 있으며, 국가는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본의 집행부 역할로 전락하였으므로, 정당 정치와 입법 행위가 아닌 직접행동민주주의로 새로운 통로를 찾아야 하고 이 주체는 노동과 시민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나아가 전 지구적으로 그렇게 변모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가 [ ] 표시한 촛불항쟁 부분을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투쟁으로 바꾸어 읽어 보면, 그리고 새로운 시민, 새로운 주체, 새로운 주권자의 등장이라고 극찬한 2008년 촛불 투쟁과 수동시민과 구태의연한 대의제 안으로 다시 포섭된 현재의 세월호참사 투쟁을 나란히 놓고 보면, 많은 의문이 든다. 10년 전 직접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인권 활동가가 어찌하여 지금은 정당 정치와 입법에 매몰되어 있는지, 그때는 다른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외쳤던 그가 왜 지금은 노동자계급 민주주의의 발자국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박근혜 때 외쳤던 구호를 왜 문재인에게는 외치지 않는 것인지 말이다. 이는 자본주의하에서 살아 있는 민주주의17)라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는 슬픈 반증이자, 위선과 기만을 업으로 삼는 엘리트 지배층을 향한 강위력한 투쟁만이 진상을 규명하고 계급적 전망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의 재확인이다.

 

또한, 세월호참사는 전국의 민중과 계급이 침몰 상황을 목격한 목격자이며, 사회적 트라우마의 피해자이다. 남은 공소 시효 안에 진상규명은, 책임자 처벌을 버리겠다는 416가협 지도부를 특권시하는 협소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도부는 아니지만 세월호참사 유가족인 투쟁가들오랜 시간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에 헌신해 온 시민 활동가들노동자계급이라는 프리즘이 교차하는 곳에서부터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416가협과 416연대 집행부와 운영위원들의 철저한 반성이 필요함은 물론이고, 집행부와 일부 소수의 비밀을 지닌 단체만이 진상규명을 이끌어 가는 주체라는 특권 의식에서 탈피해, 세월호에서 살아 나온 생존자로서 혹은 세월호가 침몰해 가고 광포에 싸인 사체들이 육지로 실려 오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목격한 목격자의 일환으로서 경향 각지에서 진실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민중들을 진상규명의 주체로 인정하여야 한다. 노동자계급 또한 소부르주아적으로 변질된 세월호참사 투쟁을 냉소와 무관심으로만 대응할 것이 아니라, 부르주아 정권의 이해관계에 복무하고 있는 416가협과 416연대 집행부의 세계관과 전략들을 소리 높여 비판하면서, 동시에 이들 운동들에서 계급성과 당파성을 세우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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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재인의 단식 참여는 흔히 ‘동조 단식’이라고 언론에 알려졌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문재인은 당시 유민 아빠 김영오의 단식을 멈추고자 단식에 참여한 것이다.

 

2) 유성운, “사회적 참사법 통과, 세월호 조사 2년 더… ‘패스트 트랙’으로 첫 통과”, ≪중앙일보≫, 2017. 11. 24. <https://news.joins.com/article/22147237>

 

3) 해수부의 유골 은폐 사건의 경우, 당시의 본부장 이철조, 부본부장 김현태 두 명만 보직 해임되었을 뿐, 이후 실질적인 징계를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론과 대중에게 공개된 바가 없다. 세월호 유족들이 이들에 대해 수사 기관에 수사를 요구하였는데도 수사 기관들은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또한 당시 해수부 장관 김영춘은 범죄를 인지한 이후에도 담당자들에 대한 징계 조치가 없었고, 은폐 후 무대응으로 며칠을 흘려보내는 등, 유골 은폐에 동참하였는데도 제대로 된 수사조차 받지 않았다. (4.16 시민연구소, “세월호 참사 2000일… 문 대통령님, 무엇을 하셨습니까?”, ≪오마이뉴스≫, 2019. 10. 5.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76060&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그나마 이 사건은 유가족들의 국회 앞 밤샘 농성 등으로 인해 언론의 대대적 주목을 받았기에 이 정도 조치가 취해진 것이고, 문재인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의 세월호 박스 폐기 건은 416 투쟁 단체들로부터 어떠한 성명서나 투쟁도 진행되지 않았으며 따라서 언론의 주목도 받지 못한 채 넘어갔다. (“‘캐비닛 문건’ 발견 당일…‘세월호 문건 2박스 분량’ 폐기”, JTBC, 2019. 7. 6.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845358>)

 

4) “대통령님께서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 설치와 세월호참사 전면재수사를 지시해주시기를 청원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2019. 3. 29.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77697>; “세월호 전면재수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2020. 4. 1.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7604>

 

5) 2019년 11월 검찰에 의해 발족되어 수사 완료를 앞두고 있는 특별수사단도 문제점이 많지만, 지면 관계상 본고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민들, ≪20210415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골든타임≫, 2019.

 

7) 416가협 홈페이지의 ‘소식’란은 <http://416family.org/index.php/move/>, 416연대 홈페이지의 ‘알립니다’난은 <http://416act.net/notice>를 볼 것.

 

8) 물론 고소ㆍ고발에는 일베만 포함된 것은 아니며, 생존한 선원 강혜성에 대한 고소ㆍ고발 등 간간히 다른 진상규명 활동도 있으나, 진상규명을 해야 함에도 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 문재인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이들 중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9) “주호영, 세월호 유족 면담… 박주민이 주선”, ≪연합뉴스TV≫, 2020. 8. 1. <https://www.yonhapnewstv.co.kr/news/MYH20200801003900038> 유경근이 주호영을 만났다는 사실은 이후 유경근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언론에 의해 공개되었다. 진상규명 지도부가 왜 진상규명을 해 주지 않고 있는 대통령이 아닌 보수당 대표를 만나야 하는지, 왜 그 만남은 언론이 공개하기 전까지는 비밀이었는지에 대한 비판은 지면 관계상 생략한다.

 

10) ≪문재인 대통령님의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의 의무와 책임을 즉각 이행해주실 것을 청원합니다≫, 2019.

 

11) 이광호, “문재인 “집권시 세월호 7시간 기록 국회에 열람 요청””, ≪이투데이≫, 2017. 5. 4. <https://www.etoday.co.kr/news/view/1487709>

 

12) 이에 대한 논의까지 하면 지면이 너무 길어지므로 박근혜 특조위와 문재인 사참위를 비교하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13) 다음의 세 문건을 참조하라: 서복현, “정부 차원 ‘세월호 조사위’ 신설 유력…신속한 조사 가능”, JTBC, 2017. 5. 13.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467925>; 문형구, “정부 차원의 세월호 조사위원회 없던 일로”, ≪미디어오늘≫, 2017. 8. 14.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8395>; 김은수, “문재인 대통령 만난 세월호 유가족, 무슨 말 했나?”, ≪헤럴드경제≫, 2017. 8. 16. <http://biz.heraldcorp.com/culture/view.php?ud=201708161636374768552_1>

 

14) 예컨대, “일하는 국회 3탄―세월호 편”, ≪박주민TV≫, 2020을 보라. 유튜브 주소는 <https://youtu.be/u32BTTUYTuU>.

 

15) 박은미, “‘우린 할 만큼 했다, 됐죠?’ 이 말에 세월호 6년 무너진다”, ≪오마이뉴스≫, 2020. 9. 18.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76419&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16) 원문은 신자유주의라고 써져 있으나, 나는 자본주의라고 쓰기로 한다.

 

17) 프란시스 무어 라페, ≪살아 있는 민주주의≫, 우석영 역, 이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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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댓글

  • 와.. 글잘읽었습니다.
    지금 세월호 상황과 걸어온길 가야할길.
    정말 철저히. 더이상 타협없이 가야겠습니다

  • 글에서 ‘나만 옳다는 것’ 을 읽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주장은 다수에게 젖어들기 어려웠고. 앞으로도 그럴 거 같습니다.

    • 그리 보이는 단어만 보고 전체적인 문장이나 글을 읽지 못하신것 같네요
      한 목소리를 내야 하며 함께 하자는 것인데..
      지금까지의 이면을 보이는 그대로 전달한것이라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의지를 볼 수 없는 현실과 그토록 외치던 진상규명 책임자처벌을 위한 성역없는 수사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인데…

  • 공감하는 부분 1) 416가족협의회 포함 416단체가 문재인 정부 관변단체화 하여 제대로 된 진상규명 활동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 2) 그러면서 벌이는 정신착란적이고도 일반화된 진상규명 구호와 문구들로 진상규명 운동 자체가 매몰된 상황들에 대한 지적

    아쉬운 부분

    1) 세월호 사건이 어떤 사건인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없습니다.

    2) 반문재인 정권을 선명히 한 투쟁, 반자본주의 투쟁이라는 성격으로 세월호 사건을 보는 것은 박근혜 정권에서 정권 교체를 위한 투쟁으로 이 사건 진상규명 이용한 민주당 정권의 전략과 결국은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3) 어떤 사건인지에 대한 정확한 정립. 특히 사고원인이 외부충돌 사고였다는 조사결과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에서 도출되었고 이 부분을 문재인 정부는 물론 416단체 집행부가 쉬쉬하거나 그 선조위서 진실 덮었던 이들을 오히려 대표로 내세워 은폐하는 상황임에 대하여 정확히 지적을 해야 합니다.

    문제되는 인물들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을 밝혀야 하는지를 짚지 못하는 이상 결국 세월호 사건을 모호하게 하고 가는 문재인 정부나 관변단체가 된 416단체 집행부와, 비록 이 글이 비판을 하는 대상이라 해도, 유사한 논의에서 맴돌고 있을 뿐이라 봅니다.

    4) 세월호 사건이 어떤 사건인지, 그리고 문정부와 투쟁의 대상이 아닌 진실 규명하기 위한 우리의 목소리 내기가 중요하다는 부분들에 대한 지적이 없는 부분은 많이 아쉽습니다. 결국은 구체적인 방향을 정해 구체적인 사실관계 정립하고 재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실천들을 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에 대한 제대로 된 대안이나 방향정립은 없는게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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