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회원마당: 책 소개(5)] ≪국가에 관해서―레닌과 쓰딸린의 관점(Lenin and Stalin on the state)≫

 

김병기 | 회원

 

* 원문은 다음의 인터넷 주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ichaelharrison.org.uk/wp-content/uploads/2020/08/Lenin-and-Stalin-on-The-State.pdf

 

 

 

이 작은 책(총 48쪽, 1942년)에는 세 편의 글이 있다―레닌의 글 두 편과 쓰딸린의 글 한 편.

첫 번째 글은 “국가(The State)”라는 제목으로 쓰베르들로프 대학의 학생들에게 한 레닌의 강연(1919년)이다. 국가 발생의 개요를 설명하면서, 국가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가 있었다는 것과 사회가 착취ㆍ피착취계급으로 나누어질 때, 국가가 발생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강조한다.

두 번째 글 “계급 사회와 국가(Class Society and the State)”는 레닌의 저서 ≪국가와 혁명(The State and Revolution)≫(1917년)의 제1장이다. 국가는 화해할 수 없는 적대적인 계급 대립의 산물이고,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을 억압하는 폭력 기구임을 주장하면서, 부르주아와 소부르주아의 ‘계급 화해론’ 입장을 논박한다. 또한, 부르주아 국가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 폐지되지만, 프롤레타리아 국가는 폐지되지 않고 소멸된다, 즉 서서히 사라진다고 주장하면서, 모든 국가는 한순간에 폐지된다는 무정부주의의 입장을 반박한다.

세 번째 글 쓰딸린의 “국가의 소멸(The Withering Away of the State)”은 착취계급이 사라지고, 또는 사라진,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사회에서 국가가 존재해야 하는 역사적인 조건을 국제주의 관점에서 실천적으로 규명한다. 쏘비에트 공화국이 사회주의ㆍ공산주의로 변화ㆍ발전하면서 국가의 기능도 축소ㆍ쇠퇴되겠지만, 자본주의 국가의 포위가 계속되는 한, 그리고 공격의 위험이 존재하는 한, 쏘비에트 공화국은 국가로서 계속 존재할 것이다.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사회주의 국가는 소멸될 것이다.

주지하듯, 국가에 대한 상반된 두 가지 입장이 있다. ‘계급 적대’와 ‘계급 화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전자는 프롤레타리아의 혁명적인 맑스-레닌주의다. 후자는 부르주아의 개량주의적인 수정주의다. 전자는 레닌의 볼쉐비끼, 후자는 멘쉐비끼와 사회주의자 혁명가 그룹(SR)이다. 전자는 1917년 10월 혁명 세력이고, 후자는 방해ㆍ저지 세력이다. 전자는 다수가 소수를 지배하는 프롤레타리아 독재, 후자는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부르주아 독재의 입장이다. 10월 사회주의 혁명이 임박할 때, 레닌이 ≪국가와 혁명≫을 집필했던 이유다.

‘국가는 계급 화해의 산물이다’라는 부르주아와 소부르주아 입장은 정권이 바뀌면 국가의 본질적인 성격도 바뀐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투표로 정권이 바뀌면 ‘새 희망’을 갖는다. 그렇지만 그런 희망은 헛된 희망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를 예로 들어 보자. 군사 독재 정권에 이어 등장한 부르주아 정치인 김영삼ㆍ김대중ㆍ노무현ㆍ문재인 정권과의 ‘노ㆍ사ㆍ정 합의’를 통해서 적대적인 노ㆍ사 문제를 해결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결과는 그들의 희망과 달리 노동 운동 탄압과 노동법 개악이었다. 그런데도 그것을 반복해서 시도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은 군사 독재 정권의 대한민국도, 부르주아 자유주의 정권의 대한민국도 모두 똑같이 노동계급을 지배ㆍ착취하는 부르주아 독재가 실현되는 대한민국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을 억압하는 도구로서의 국가의 본질적인 성격은 바뀌지 않는다. 레닌이 ≪국가와 혁명≫에서 인용한 엥엘스의 관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토지와 생산 수단의 사적 소유를 인정하는 현대의 모든 나라는 자본가 국가이다. 그 국가는 노동자와 농민을 지배하기 위해 자본가에 의해 사용되는 기구이다. 보통 선거권, 제헌 의회와 국회는 본질적으로 어느 문제도 바꾸지 못하는 약속 어음에 불과하다.

아래는 위 세 편의 글을 요약한 것이다.

 

 

레닌의 강연―“국가”

 

1.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의 본질적인 성격은 무엇인가? 국가는 어떻게 발생했나? 국가에 대한 공산당의 근본적인 입장은 무엇인가? 지배계급인 부르주아의 이익과 밀접하게 관련된 이런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고 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자본가를 변호하는 학자와 문필가들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그런 질문들을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체제를 정당화하고, 노동자 착취를 정당화하고, 특권층의 이익을 정당화하는 술책이다.

 

2. 종교적인 입장이 있다. 종교인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국가는 신성하고 초자연적인 것으로 여긴다. 국가의 권위가 외부 세계로부터, 즉 어떤 신적인 또는 초자연적인 것으로부터 나온다고 믿는다. 지주와 자본가, 즉 착취계급의 이익에 봉사하는 입장이다. 부르주아 학자들의 사고와 관습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종교를 혐오한다는 멘쉐비끼와 사회주의자 혁명가 그룹(SR)도 이런 입장을 설교했다.

 

3. 어떻게 국가의 본질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가? 국가의 발생과 발전을 과학적인 입장에서, 즉 역사적 관점과 맥락에서 고찰해야만 한다. 엥엘스의 ≪가족, 사적 소유, 국가의 기원≫을 추천한다. 풍부한 역사적ㆍ정치적 자료에 근거해서 국가의 기원에 관한 역사적인 개요를 기술하고 있다: 국가가 언제나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국가가 없었던 시대도 있었다. 사회가 계급으로 분열될 때, 착취하는 사람과 착취당하는 사람이 나타날 때, 국가는 생겨난다.

 

4. 원시 시대에는 국가가 존재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을 지배하는 ‘특별한 사람ㆍ계층’도 존재하지 않았다. 억압하는 강제 장치나 폭력 기관도 없었다. 이유는 뭘까? 너무 낮은 생산력으로 인해 한 사람의 노동력으로 다른 사람을 먹여 살리는 ‘잉여 생산물’을 생산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가 있을 수 없는 역사적 조건이었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생존을 위해 동등하게 노동을 해야만 했었다. 원시 공산주의 씨족 사회는 여성ㆍ남성 장로들의 권위ㆍ존경ㆍ관습에 기반해서 운영되었다.

 

5. 원시 시대 다음에 노예제ㆍ봉건제ㆍ자본주의 사회가 차례로 등장했다. 착취계급과 피착취계급, 즉 지배하는 계급과 지배당하는 계급이 나타났다. 노예제에서 노예주는 노예를 지배ㆍ착취했다. 봉건제에서 지주는 농노를 지배ㆍ착취했다. 자본주의에서 자본가는 임금 노동자를 지배ㆍ착취한다. 지배계급은 피지배계급을 억압하고 굴복ㆍ복종시키기 위해 강제 장치와 폭력 기관―경찰ㆍ군인ㆍ감옥ㆍ무기 등―이 필요했다. 국가가 생겨난 이유였다.

 

6. 착취계급과 피착취계급이 없을 때,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착취계급과 피착취계급이 존재할 때, 국가는 존재한다. 인류 사회가 노예제ㆍ봉건제ㆍ자본주의 사회로 변화ㆍ발전하듯이, 국가의 강제 장치나 억압 기관들도 변화ㆍ발전해 왔다. 그렇지만, 어느 시대나 그런 폭력적인 기관들을 장악하고 사용하는 지배계급은 늘 존재한다. 부인할 수 없는 이런 역사적 사실은, 국가는 어느 한 계급이 다른 계급에 대한 지배를 유지ㆍ지속하기 위한 도구ㆍ기제임을 명확하게 입증한다.

 

7. 봉건제에 맞선 자본주의 옹호자의 중심 표어는 자유(Liberty)였다. 그들에게 봉건제의 폐지는 자유를 의미했다. 부르주아 설교자ㆍ학자는 자본주의 사회는 재산을 소유할 수 있는 자유와 보통 선거권 실시를 근거로 대면서, 자본주의 국가는 일반 대중의 의지(Popular Will)의 실현으로 간주한다. 더 이상 ‘계급 국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럼 이런 질문을 해 보자. 자본주의 국가는 일반 대중의 의지의 실현인가? 아니면 자본가가 노동자와 농민을 지배하는 기구인가?

 

8. 올바른 대답은 엥엘스의 ≪가족, 사적 소유, 국가의 기원≫에 있다: 토지와 생산 수단의 사적 소유를 인정하는 현대의 모든 나라는 자본가 국가이다. 그 국가는 노동자와 농민을 지배하기 위해 자본가에 의해 사용되는 기구이다. 보통 선거권, 제헌 의회와 국회는 본질적으로 어느 문제도 바꾸지 못하는 약속 어음에 불과하다. 이런 엥엘스의 주장에 의하면, 자본주의 국가가 계급 국가가 아니고, 모든 국민들의 이익을 옹호한다는 주장은 ‘부르주아의 거짓말’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자본의 힘과 증권 거래소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것, 선거와 국회는 단지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것이 진실이다.

 

9. 국가가 ‘보편적인 평등’을 의미한다는 낡은 사고를 버려야 한다. 부르주아의 기만이고 사기다. 착취가 존재하는 한 평등은 있을 수 없다. 자본가와 노동자, 지주와 농민이 평등할 수 없다. 프롤레타리아는 자본가로부터 그 폭력적인 기구들을 빼앗아, 착취를 없애야 한다.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착취가 존재하지 않을 때, 토지와 공장의 사유자가 없을 때, 그 폭력 기구는 쓰레기 더미에 버려진다. 그때는 국가도 없고, 착취도 없다. 이것이 공산주의자의 입장이다.

 

 

“계급 사회와 국가”(≪국가와 혁명≫ 제1장)

 

1. 부르주아와 기회주의자는 언제나 맑스주의를 수정하려고 한다. 자본가의 마음에 들도록 맑스주의로부터 혁명적인 사상을 왜곡하고 제거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사회주의자는 국가의 성격에 관한 맑스주의 입장을 올바르게 복원해야 한다: 국가는 화해할 수 없는 적대적인 계급 대립의 산물이다. 계급 적대가 화해될 수 없을 때, 국가는 생겨난다. 즉 국가의 존재 자체가 계급 적대의 화해될 수 없음을 입증한다.

 

2. 화해할 수 없는 계급 대립과 투쟁의 산물이 국가라는 맑스주의 입장을, 부르주아와 소부르주아 이론가는 계급 화해의 산물이 국가라고 수정한다. 적대적인 계급의 화해가 가능하면, 국가는 생겨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맑스주의 입장을, 국가는 계급을 화해시킨다고 수정한다. 국가는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을 억압하기 위한 기구이고, 이런 억압의 합법화와 영구화를 위해 법과 명령을 집행한다는 맑스주의의 입장을, 법과 명령의 집행은 계급의 화해를 의미할 뿐 피지배계급의 억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수정한다.

 

3. 1917년 러시아 혁명 시기에 멘쉐비끼와 사회주의자 혁명가 그룹(SR)은 국가는 계급을 화해시킨다는 소부르주아의 속물적인 ‘계급 화해론’을 주장했다. 사회주의자가 아니라 사회주의 용어를 사용하는 소부르주아 민주주의자임을 스스로 드러냈다.

 

4. 자유로운 인민 국가(Free People’s State)는 독일 사민당의 대중적인 구호다. 간단히 말해, 이 표어는 기회주의다.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미화하고, 국가에 대한 사회주의자의 비판을 무시한다. 부르주아 민주주의 공화국에서도 임금 노예제로 살아가는 것이 인민들의 숙명이다. 또한 모든 공화국은 피지배계급을 억압하는 폭압적인 기제들을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로운 인민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5. 국가는 폐지(Abolition)되는 것이 아니라 소멸(Wither away)된다는 것이 맑스주의의 입장이다. 자세히 말하면, 부르주아 국가는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 폐지된다. 그러나, 프롤레타리아 국가는 폐지되는 것이 아니라 소멸된다. 서서히 사라진다. 즉 부르주아 국가는 폐지되고, 프롤레타리아 국가는 소멸된다. 이런 관점은, 모든 국가는 한순간에 폐지된다는 무정부주의 입장을 논박한다.

 

6. 기회주의는 ‘국가는 소멸된다’라는 명제를 근거로 ‘점진적인 변화’만을 강조하고 ‘역동적인 혁명’을 부정한다. 독일 사민당은 국가는 소멸한다는 명제와 폭력 혁명을 교묘히 결합시켜 변증법을 절충주의(Eclecticism)로 대체한다. 이렇게 사회 발전의 혁명적인 성격을 거세하면서 맑스주의를 수정한다. 그러나, 맑스주의는 부르주아 국가를 폐지하기 위해 폭력 혁명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국가의 소멸”

 

1. 쏘비에트 공화국에서 착취계급은 사라졌다. 사회주의가 건설되었고, 공산주의로 나아가고 있다. 맑스주의는 공산주의가 되면 국가는 필요 없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쏘비에트 공화국을 소멸시키는 노력을 하지 않는가? 이제 쏘비에트 공화국을 고대 박물관으로 보내야 될 때가 아닌가?

 

2.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뭘까?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국가에 관한 맑스ㆍ엥엘스의 명제를 역사적 조건 속에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쏘비에트 공화국을 포위하고, 위협하는 국제적 상황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외국 침략으로부터 사회주의 조국을 방어하는 쏘비에트 공화국의 중요한 역할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다.

 

3. 사회의 계급 분열로 국가가 생겨났다. 소수인 착취계급의 이익을 위해 다수인 피착취계급을 구속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10월 혁명 이후로, 중요한 두 국면을 경과했다. 첫 번째 국면―10월 혁명부터 착취계급의 폐지―의 중심 과제는, 자본주의적 요소를 폐지하기 위해, 타도된 착취계급의 저항과 반란을 진압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두 가지를 실천했다. 첫째, 다수 노동계급의 이익을 위해 소수 착취계급을 억압했다. 혁명 전의 러시아 정부는 소수 착취계급의 이익을 위해 다수 노동계급을 억압했다. 둘째, 외국 침략으로부터 노동계급의 이익을 방어했다. 혁명 전의 러시아 정부는 부자와 특권층의 이익을 방어했다.

 

4. 두 번째 국면―자본주의적 요소 제거부터 사회주의 경제 승리와 신헌법 채택―의 중심 과제는, 사회주의 경제 완성과 잔존하는 자본주의적 요소 제거였다. 따라서 쏘비에트 공화국의 역할도 달라졌다. 착취계급이 사라졌기 때문에 폭력적 억압은 사라졌다. 그렇지만, 외국의 공격으로부터 국가를 방어하는 붉은 군대는 유지된다. 적대국이 침투시킨 스파이 활동을 탐지하고, 응징하는 사법ㆍ정보기관도 유지된다. 사회주의 문화와 교육 활동의 확장을 위해 문화ㆍ교육 기관도 유지된다. 그러나 이제 국가의 역할은 변화되었다. 따라서, 쏘비에트 군사ㆍ정보ㆍ사법 기관의 예리한 날은 국내 인민이 아니라 외부의 적을 겨냥하고 있다.

 

5. 공산주의로 나아가는 지금, 우리 사회주의 국가는 공산주의 시기에도 존재할 것인가? 대답은 이렇다. 자본주의 국가의 포위가 지속되고, 외국의 공격 위험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 국가는 존재할 것이다.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우리 사회주의 국가는 소멸되거나, 아니면 국가의 역할이 축소ㆍ쇠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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