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정세] 현 시기 제기되는 몇 가지 문제들에 대하여

 

김해인 | 편집출판위원장

 

 

* 여러 사정으로 굉장히 짧은 시간(불과 몇 시간!)에 쓴 글이기 때문에, 논리적 정합성 및 자기완결성이 부족한 글입니다. 다만, 독자들께서는, 필자가 주장하는 바의 의도를 중심으로 읽어주시길 부탁드릴 따름입니다.

 

 

민주노총의 혁신에 대하여

 

1. 현 시기 민주노총이 가진 문제의 핵심은, 노동자계급 해방의 정신이 희미해지고, 그 자리에 개량주의, 기회주의, 경제주의, 조합주의, 관료주의가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경과하며, 90년 1월 출범한 전노협은, 창립 선언문과 강령에서 명시적으로 노동 해방을 말하고 있지는 않았으나(그래서 사노맹으로부터 이념적 방향성을 상실하고 경제적 조합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광범한 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실현을 위한 투쟁으로 대중적인 노동조합운동을 전개함으로써 우리의 조직과 의식을 발전시키는 기초 위에서, 노동자의 처지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경제사회구조의 개혁과 조국의 민주화, 자주화, 평화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제 민주세력과 굳게 연대하여 투쟁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에둘러 표현하였다. 그리고 구구절절 말하지 않더라도, 그 당시에는 노동 해방, 평등 세상이라는 사상과 구호가, 민주노조 운동의 저변을 관통하고 있었다.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해방 직후인 45년 11월 창립한 전평 역시, 창립 선언문과 강령에서 명시적으로 노동자계급의 해방을 말하고 있지는 않았으나, 이와 같은 조직 활동은 각 공장 내의 노동자와 당면한 경제적 이익을 위하여 끊임없는 투쟁을 전개시켜 그 투쟁 과정을 통하여 더 높은 정치 투쟁에까지 앙양시킴으로써만 가능할 것이다며 이를 에둘러 표현하였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의 혁명적 노동 운동을 계승한 전평은, 당시의 전 세계적인 공산주의 노동 운동과 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수차례의 총파업 및 시위 등을 통해 노동자계급 해방의 정신을 실천하였다.

미 제국주의의 탄압과 우익 세력의 파괴 공작으로 전평이 와해된 이후, 이승만 도당, 박정희 도당에 의해 거의 절멸되다시피 한 한국의 노동 운동은, 70년 전태일 열사의 분신이 계기가 되어 다시금 깨어나게 되었고, 80년대 학생 운동과 결합하며 차츰 성장하다가, 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폭발하게 된다. 그런데 80년대 그리고 90년대 초까지도, 노조 결성, 노조 민주화 투쟁을 위해 분투했던 활동가들은 노동자들과 함께, ≪무엇을 할 것인가?≫ 등 레닌의 저작들 및 노동조합 활동론, 조직론, 노동자의 철학, 경제학 등을 학습하며, 당면 운동의 과제를 앞에 두고 치열하게 토론하였다. 당연히 이 시기 노동 운동의 근저에도, 노동 해방의 사상이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시기 쏘련과 동구 사회주의권의 몰락으로, 많은 활동가들이 운동의 전망을 상실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개량주의, 기회주의, 경제주의, 조합주의가 더욱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민주노총의 창립 과정에서 노동 운동 단체들이 배제되면서, 95년 11월 창립한 민주노총 내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성장했고, 총연맹 차원에서는 그러한 경향이 대표적으로, 김영삼 정권의 노개위, 김대중 정권의 노사정 위원회, 노무현 정권의 노사정 대표자회의, 문재인 정권의 경사노위에서의 사회적 합의를 추진하는 사회적 합의주의 세력으로 지속적으로 등장했으며, 각 산별ㆍ연맹 및 단위 노조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로, 개량주의, 기회주의, 경제주의, 조합주의 경향이 팽배하게 되었다.

 

2. 개량주의, 기회주의자들은 계급 간의 적대와 투쟁 대신에, 계급 간의 화해와 합의주의의 떠들어 대며, 계급을 약화시키고 내부를 분열시키고 있다. 경제주의자, 조합주의자들은 정치 투쟁은 노동조합의 역할이 아니며, 노동조합은 임금, 노동 조건 투쟁만 하면 된다면서, 노동자계급의 성장을 지체시키고 방해하고 있다. 이렇게 개량주의, 기회주의, 경제주의, 조합주의는 노동자계급의 이해가 아닌, 자본가계급의 이해에 복무하고 있는 사상이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먼저 조합적 단결 없이 노동자는 언제나 자본가의 힘에 굴복할 수밖에 없고, 투쟁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끊임없이 노동 조건을 악화시키려는 자본가들의 공격을 저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조건이 허락하는 일시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노동자들의 조직된 힘과 투쟁이 없다면, 자본가들은 가능한 한 노동 조건을 낮추려고 할 것이고, 또 그렇게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현재의 계급 힘 관계가 지금의 노동 조건을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매일매일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있고, 또 전 세계적 차원에서도 간접적으로 늘 보고 듣고 있는, 너무나도 분명한 사실인 것이다.

그리고 노동조합이 투쟁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투쟁을 통해서 조직을 힘 있게 유지하며, 그 투쟁 속에서 (그리고 투쟁과 함께 진행되는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조합원들의 의식을 향상시키고, (즉 자신의 현실적 처지를 과학적으로 인식하고, 노동자계급의 세계사적 역할을 인식할 수 있게 해서,) 필연적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는 계급 간 대격돌을 준비하는 것이, 노동조합에게 주어진 임무이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노동조합은 현실을 위해, 즉 지금의 노동 조건을 방어하고 그것을 향상시키기 위해 투쟁함과 동시에, 미래를 위한, 다시 말하면, 지금의 임금 노예제를 철폐하기 위한 투쟁으로 한 걸음씩 전진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노동자들의 투쟁이 현실적, 당면적인 이해에만 머물러 있다면, 그 투쟁은, 시지프스의 형벌처럼, 끝없이 굴러떨어지는 돌을 끊임없이 나르는 것과 같을 것이다.

맑스는 1867년 제1 인터내셔날의 기관지에 실린 임시 총회 대의원들을 위한 개별 문제들에 대한 지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자본과의 국지적이 즉각적인 투쟁에만 지나치게 열중해 왔기 때문에 노동조합들은 임금 노예제 자체에 대항하는 행동에서의 자신들의 힘을 아직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조합들은 일반적인 사회적 및 정치적 운동으로부터 너무나 멀리 떨어진 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노동조합들은 자신들의 위대한 역사적 사명의 의의에 대해 어느 정도 눈을 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노동조합들은 이제 완전한 해방이라는 폭 넓은 이해관계에 있는 노동자계급의 조직화의 중심으로서 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강조는 원문대로.)

 

코민테른 제3차 대회에서 결의된 코민테른과 프로핀테른에 관한 테제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지배계급이 근로 대중에게 주입하는 데 성공한 부르주아 사상에는 노동조합에 관한 중립성의 사상, 비정치주의 사상 및 무당파성의 사상이 있다.

… 공산주의자의 임무는 … 조합을 혁명화해서 조합 내 개량주의 정신과 변절자인 개량주의적 지도자를 추방하고 조합을 혁명적 프롤레타리아의 진정한 거점으로 바꿔놓을 때에라야 정말로 구원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설명하는 것이다.

 

지금의 총연맹과 산별ㆍ연맹, 각급 단위 노조들에서는, 맑스가 말하고 있는, 그리고 코민테른이 결의하고 있는 이러한 사상이 희석되어 버렸고, 따라서 개량주의, 기회주의, 경제주의, 조합주의가 그 자리를 대신하며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계급의 해방이라는 자신의 목표와 이를 위한 필수적인 과정인 조합원들의 계급 의식의 성장이라는 과제를 방기한 채 진행되는 조직, 기획, 정책, 교육, 선전 등의 사업은, 당연히 타성에 젖은 실무적이고 관행적인 방식으로 흐를 수밖에 없고, 따라서 거기에서 실리주의적, 관료주의적 경향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3. 그러므로 민주노총의 혁신은, 노동 해방, 즉 노동자계급 해방의 기치를 다시금 높이 들고, 내부의 개량주의, 기회주의, 경제주의, 조합주의 세력과 투쟁하며, 그들을 일소해 내는 데 있다. 자본과의 항상적 전쟁 상태에 있는 노동자들이, 내부에 적을 두고 어떻게 자본에 맞서 승리할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현재와 같은 전례 없는 대공황의 시기에, 자본과 정권의 탄압과 공격에 맞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내부의 이들 세력을 척결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자본과 정권의 직ㆍ간접적 지지를 받고 있는 이들의 세력도 만만치 않기에,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시대에도 지배계급의 사상은 그 사회의 지배적인 사상이었는데, 그것은 저들이 물질적 생산 수단뿐만 아니라, 정신적 생산 수단까지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지금도 언론, 교육 등 다양한 수단들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사상을 피지배계급에게 주입하고 있는 저들이 바로 개량주의, 기회주의, 경제주의, 조합주의 세력의 뒷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 세력에 맞서기 위해, 위ㆍ아래로부터의, 내ㆍ외부에서의 전방위적인 투쟁을 벌여야 한다. 현실적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 대해서도 가장 앞장서서 투쟁하며 조합원들의 신뢰를 획득함과 동시에, 조합원들에게 끊임없이 저들의 본질과 행태를 폭로해서, 저들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조합원들을 전취해야 한다. 그렇게 저들을 무력화시키고, 각급의 집행권을 장악하고(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민주노총 직선 3기 임원 선거는 각별한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하겠다), 노동자계급 해방의 사상에 기초해 조합원들의 계급 의식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모범을 창출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위로부터, 즉 총연맹 및 산별ㆍ연맹ㆍ지역본부의 상급에서 활동하는 동지들부터, 모든 방식을 총동원해, 개량주의, 기회주의, 경제주의, 조합주의 세력의 본질과 행태를 끊임없이 폭로하며, 노동자계급 해방의 사상에 기초해, 조합원들의 계급 의식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모범을 창출해야 한다. 그리고 (아래에서 두세 번 더 등장할 것이지만,) 여기서는 노동 운동 단체들이 직접적으로 사업의 기획과 집행을 함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또한 중요하다. 예를 들면, 실질적으로 전 계급적, 전국적 사업을 통일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전국적 전선체의 건설과 같은 것이 제시될 수 있겠는데, 자세한 것은 뒤에서 이야기하겠다. 그런데 이것은 개량주의, 기회주의, 경제주의, 조합주의 세력에 맞선 투쟁뿐만 아니라, 내부의 관료주의 경향을 제어하는 데에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현장으로부터, 즉 단위 노조에서 활동하는 동지들 역시도 위와 같은 끊임없는 폭로와 나로부터의 모범의 창출이 요구된다. 더불어 어떤 작은 투쟁도 그 속에는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이 있음을 되새기고, 모든 투쟁에서 당면의 목표에 헌신함과 동시에, 그 투쟁 속에서 끊임없이 체제의 모순을 폭로하며, 투쟁을 조합원들의 계급 의식을 성장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현장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ㆍ정치적인 문제에 대한 폭로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하며, 현장에서부터 다시금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학습의 기풍을 불러일으켜, 의식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활동가 개인이 또 현장 조직들이 다시금 노동 해방의 기치를 세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외부에서도 끊임없는 폭로를 전개함과 동시에, 노동자계급의 의식을 성장시킬 수는 작업들을 쉼 없이 진행해야 한다. 줄탁동시(啐啄同時)! 안팎에서 쉬지 않고 쪼아 대야 한다!

 

4. (모두에서 이야기했듯 매우 촉박한 시간에 작성하고 있는 글이라, 빠진 것이 많으나,) 이상의 내용은 대략적으로 노동조합에서의 정치 활동에 포괄되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경제 투쟁, 당은 정치 투쟁이라는 소위 양날개론은, 노동조합에서의 개량주의, 기회주의, 경제주의, 조합주의의 만연과 정당의 개량주의, 기회주의, 의회주의로의 전락으로 귀착되었다. 조합원들이 선거 때 동원되는, 표 찍어 주는 사람으로밖에 되지 못하는 것이 어떻게 노동자 정치인가! (이 글의 주제상, 정당에 대한 이야기를 세세하게 풀어놓지는 못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이분법적 형식주의적 사고를 철저하게 비판하고, 노동자계급의 해방이라는 사상을 움켜쥐고, 조직화ㆍ의식화의 중심으로서 노동조합을 사고해야 하고, 그 속에서의 정치적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물고기는 물에서 놀아야 한다. 물을 떠나면 죽는다! 즉, 활동가는 대중 속에서, 대중과 함께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그 대중들은, 1차적으로 바로 노동조합에 속해 있으며, 아직 조직되지 않은 사람들도, 우리는 조합으로 조직해야 하는 것이다.

 

 

조직 통합, 당 건설 등의 문제에 대하여

 

5. 현 시기 한쪽에서는 노선의 변화와 혁신 대중적 진보 정당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또 다른 쪽에서는 몇몇 정파, 조직들의 통합과 사회주의 대중 정당 건설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 어디에서는 사회주의 대오의 추진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

그런데 시간 관계상 간명하게 이야기하면, 현재 한국 운동의 어느 정파, 조직도, 일정한 수준 이상의 전국적ㆍ계급적 단결을 담보하는 통일적 지도 노선을 가진 당을 건설할 능력이 없으며, 그것을 어떤 말로 포장하든, 그것은 또 하나의 정파 정당 수준, 더 심하게는 써클적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과거 이러한 정도의 수준은 넘어선 당으로는, 민주노동당이 있었다. 권영길 후보의 국민승리21에서 이어진 민주노동당은 정파적으로 보면, 처음에는 PD계열을 중심으로 울산연합 등 일부 NL계열이 참가하고 있었으나, 2001년 ≪3년의 계획, 10년의 전망―조국통일의 대사변기를 맞는 전국연합의 정치 조직방침에 대한 해설서(일명, 9월 테제)≫ 이후 인천연합 등이 대거 입당하면서, NL계열이 다수가 되었다. 즉, 조직적으로 보면, PD계열의 정파들과 NL계열의 정파들이 상당수 연합한 모양새이고,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를 받고 있었다는 점에서, 일정한 수준 이상의 전국적ㆍ계급적 단결을 담보하고 있지만, 이것은 조직 형식적인 것이고, 노동자계급당의 통일적 지도력은 사상(과학적ㆍ혁명적 사상)에서 나오는 것인데, 민주노동당은 강령에서는 민중이 주인되는 진보정치를 실현하며,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 모든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평등과 해방의 새 세상으로 전진해 나갈 것, 노동해방, 인간해방의 사회주의적 가치를 계승한다고 선언하고 있지만, 점차 개량주의, 의회주의로 경도되었고, 이후에는 사회주의적 가치 등의 부분을 삭제하기까지 했다. 또한 조직 운영에서도 의회 대표단(국회의원)에 대한 당의 통제가 점차 약화되는 방향으로 규약 등이 개정되었다. 한마디로 말해, 민주노동당은 전국적ㆍ계급적 단결을 담보하는 통일적 지도 노선을 가진 당으로 되지 못했고, 내부 정파 간의 대립ㆍ분열, 의회주의 등의 문제로 실패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후 민주노동당을 계승하는 통합진보당의 경우는, 과거 노무현 정권에 참여한 국민참여당까지 끌어들이는 등, 노골적인 개량주의, 의회주의 정당으로 변질되었다.

또 다른 쪽에서는, 즉 자칭 좌파 계열, 민주노총 내부의 정파 구분에서는 현장파라고 불리는 그룹의 상당수 조직과 개인들이 추진했던 변혁적 현장실천과 노동자 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전국 활동가 모임(변혁모임)도 있었다. 변혁모임의 경우, 실제 현장파의 선진 노동자들이 그 중심에 있었고, 상당수 좌파 계열의 조직, 개인들을 포괄했다는 점에서 일정한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현장의 선진 노동자들이 직접적으로 당 건설을 추진했다는 것을 제외하다면, 거의 무의미한(?) 대선 투쟁(?)을 전개하는 등, 원칙도 방향도 잃어버린 채, 노동자의 힘의 다수(일부는 탈퇴)와 일부 써클, 개인들을 규합한 사회변혁노동자당으로 전락해 버렸다.

정리하면, 현재 수준에서는 그 어떤 정파도 조직도, 과거 민주노동당을 넘어설 정도도 안 되며, 실질적 수준의 전국적ㆍ계급적 단결을 담보하는 통일적 지도 노선을 가진 당을 건설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이 1국 1당의 통일을 원칙으로 했던 코민테른 시절도 아니고, 각 정파의 당들이 경쟁하며, 사상적 권위와 조직적 지도를 대중적으로 인정받으면 그 당은 더 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어떻게 주장하든 각자 알아서들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이고, 결과는 대중과 역사가 판단할 수밖에 없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갈 길 가세요!라고 말할 수밖에.)

 

6. 이 문제에 대한 필자의 의견은, 방금 말한 대로, 조직 통합과 당 건설 문제는 당연히 각자 알아서들 하시고, 더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현재의 생산력과 생산 수단의 사적 소유에 기초한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의 모순은, 만연한 실업과 빈곤 등등으로, 그리고 전례 없는 규모의 대공황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자본과 정권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이고, 노동자ㆍ인민 대중의 신음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이러한 시기, 저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우리의 삶을 지켜내기 위해서, 전국적ㆍ계급적 단결이 요구되고 있다. 그런데 각자도생하고 있는 정파, 써클들의 힘으로, 이 파고를 넘어갈 수 있을 것인가? 당연히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다들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필자의 생각은, 제 세력들이 모두들 자신들의 실력을 깔끔하게 인정하고, 거의 대부분의 조직들이 직ㆍ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맺을 수밖에 없는, 한국 노동조합의 내셔날센터인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결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2장에서 말하고 있는 문제는 다시 1장의 문제, 즉 민주노총의 혁신과도 연결되는 것이다. 즉, 이 문제는 민주노총을 혁신하는 투쟁과 매우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는 문제이다.)

그러면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다시 정당을 건설하자는 것이냐? 그런데 이 또한 이미 여러 당들이 경쟁하고 있는 상황과 기존의 정파적 갈등의 문제 등등으로 당연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다. 그래서 필자가 제안하는 것은,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실질적인 전국적 전선체(중앙ㆍ지역ㆍ부문ㆍ의제를 아우르는)의 건설이다. 물론 이 또한 기존의 전국연합, 민중연대, 민중공동행동 등에서 노정된 문제들을 볼 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지금의 엄중한 정세를 뚫고 나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것이 아닐까 한다. 지금 전국에서는 수많은 투쟁들이 벌어지고 있고, 앞으로 벌어질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대응 방식은 현장 투쟁의 경우, 그 현장을 중심으로 그 현장이 속한 산별ㆍ연맹ㆍ지역본부의 담당자를 정하고, 사업ㆍ투쟁을 진행하고, 연대 단위들이 결합하고 있는 수준이다. 특정 사안에 있어서도, 거의 민주노총이 총연맹에서든 관련 산별ㆍ연맹이든에서 담당자를 정하고, 민중공동행동이 되었든, 혹은 거의 대부분은 새로운 공동대책위를 만들어, 거기에 연대 단위들이 결합하고 있는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사안 사안마다 공대위가 생기고, 공대위에 참여하는 단체와 사람들은 상당수 같은 사람들이지만, 모든 것이 분산되어 있고,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지 못하다.

(촉박한 시간으로, 구체적인 사례나 더 심도 깊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이만 줄어야겠다. 기회가 된다면 이것의 구체적인 상은 차후에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민주노총의 혁신과 더불어, 민주노총의 주도로 제 단위가 자신의 역량을 상당히 투여해서, 실질적으로 사업ㆍ투쟁을 함께 기획하고 집행해 나가는 전선체가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자본과 정권의 공세에 맞선 투쟁의 구심으로서 기능할 뿐 아니라, 그 내부에서 계급적 통일의 기운을 높여가며 우리 운동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 일정하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노사과연

 

김해인 편집출판위원장

1개의 댓글

  • 현 시기에 더 말 할 나위 없을 만큼 당 건설은 필수불가결하지만 동시에 역량은 멀어진 반어 내지는 모순! 이를 깨기 위해 무얼 해야 할까요? 도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연상하는 상황입니다.
    다만 소/수단처럼 일정정도 이상 극복한 사례 즉 지난 12월 변혁, 혁명 사례로 존재하는데 이 곳을 참조할 수단조차 마땅치 않은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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