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현장] 소성리 사드 철거 투쟁 상황

 

고희림 | 편집위원

 

나는 불법사드 반대 투쟁 전선인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 있다. 아니 산다. 처음엔, 주민들의 분노의 집회에 시를 낭송하러 갔다가 잠시 시나 읽고 올 일은 아니어서 조금씩 조금씩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다가 내 나름대로의 생각을 만들어 작정하고 결합하고 있다. 김천 혁신도시와 구미 공단의 노동자들과 연결되어 있는 성주라는 보수적인 경북의 대중들과 만나 투쟁에 결합하는 것은 전선이 크게 열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벌써 5년 차 집회와 투쟁, 3년째 아예 주민으로 주소를 옮겨 와 살고 있다. 주로 ‘불법사드 철거’ 집회 참여, 새벽과 오후의 임시기지 앞 투쟁 일과를 중심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당위성을 현장과 현실에 맞게 발언을 하며 연대 활동을 벗어나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필요한 양만큼의 식사와 노동한 양만큼의 지출을 함으로써 도시 생활에서의 무분별과 방만한 견물생심인 자본의 거대한 유혹을 거절하고 있다. 나머지는 나의 것이 아니고 나는 필요가 없으므로 어쩌면 이 정도의 소비 생활이 우리가 원하는 어떤 나라의 평균치가 아닐까 감히 가늠해 보기도 한다.

소성리 사드 철거 투쟁은 현재 상황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상황실 구성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라는 단체에서 파견한 활동가와 사드 기지를 성지로 삼고 있는 원불교 파견 교무와 주민대책위를 대변하는 활동가 세 명이 있다. 그리고 전체 투쟁을 이끌며 정세 분석을 공유하는 단위로 성주 주민대책위와 김천 주민대책위, 평통사, 대구경북 대책위와 전국 평화회의 등이 주 연대 단위이다.

연대 단위와 활동가 주민들의 입장 차이는 분명히 구분할 필요는 있다. 이를테면 주민들의 반 정도는 마당 집회에 나오지 않거나 입장을 보류하고 있으며, 이미 골프장 반대 투쟁을 통해서 투쟁 실패에 따른 협상의 경험을 지니고 있었으며, 성주 전체의 군민들은 으레 철도 경유 혹은 지원금과 도로 확장 등의 사례를 기대하는 심리가 내면적으로 공공연하게 들끓는 상황도 아주 종종 점점 더 목격하게 된다. 그러면서 아직도 투쟁이 진행되고 있느냐는 뜬구름 같은 질문을 하는 주민들도 다수에 속한다.

 

저 들리지도 않을 미국을 향해 분노의 일갈을 해 댄다고 미 제국주의가 꼼짝하지도 않을 것이고, ‘박근혜 사드 나쁜 사드! 문제인 사드 착한 사드!’라며 촛불을 들고 자가격리의 코로나 극한 상황에서도 현 정부를 바라보고 기대하는 정도의 차이가 다양하게 존재하기도 한다.

각각의 정체성들이 분명한 단체들의 이곳에서의 각 역할들은 분리되고 한정되어 있으므로, 나는 어떤 의무감이나 책임까지 느끼며 더욱 이곳의 투쟁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새벽마다 외치는 일반적인 구호가 있다. ‘북핵 핑계 대지 마라! 군사주권 되찾자! 종전선언 하자! 평화협정 맺자! 전쟁무기 필요 없다! 평화롭게 살란다! 제발 좀 사드 빼라! 미군 빼라! 군대 빼라! 경찰 빼라! 미국사드 사기다! 방위비 분담금 줄 수 없다! 우리끼리 통일하자! 자주국방 하자! 북 중 러와의 대결구도를 만들지 마라! 미국의 패권을 위해 한반도를 전쟁기지로 만들지 마라!’ 등등은 다양한 시각 차이를 느끼게 하는 구호들이다.

분명한 것은 사드 요격 미사일이든 아니면 사드 발사대든 예고했든 기습적이든 계속적인 장비 반입은 문재인 정권이 임시 공여라고 하는 소성리 달마산에 사드를 정식, 추가 배치하기로 전격적으로 작정하고 나선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미ㆍ중 대결이 격화되고 시진핑 주석 방한을 앞둔 상황에서 미제가 한국 등 동맹국에 대해 미국과 중국 중 한쪽을 선택하라는 엄포에 미제 편에 서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둔 것은, 미국이나 중국 등 강대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남북 관계를 주도적으로 풀어 새 시대를 열어 내라는 정도의, 선거권을 가진 시민들의 요구였다. 물론 민주당 자유주의 정권이 할 수 있는 일들은 한계가 있음을 익히 짐작하고도 남았지만, 문재인 정권 3년이 흐른 지금, 도대체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종합적인 의견이다. 문재인 정권은 특히 최근, 지난 3년간 반복해 왔던 것과 같이 소성리를 희생양으로 던져 주고 미제의 비위를 맞추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하여 간혹, 새벽이나 오후 약식 집회에서 “‘문제인 정권’ 물러나라, 아무것도 차라리 하지 마라, 다음 정부라도 기대할 것은 없다. 우리 평화 인민들이 힘 모아 사드 빼고 미군 철수시키자”는 등등의 절망적인(?) 구호를 나는 외치기도 한다.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그동안 사드 장비 추가 배치를 강행함으로써 한국의 미국 MD로의 편입을 가속화하고 한미일 MD 구축과 3각 군사동맹을 구축하는 길로 걸어가는 문재인 정권의 정체를 긴가민가하면서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 그리하여 주민과 활동가들은 사드 기지 완성을 위한 기지 공사를 장병들을 위한 환경 개선이라 둘러댄 것도 모자라, 사드 장비 추가 반입을 공사 장비 반입이라 속이는 문재인, 미 제국 앞잡이 정권을 규탄하며, 육로 통행금지, 7월 들어서부터는 매일 24시간 진입로를 막고 있다. 물론 정권의 하수인들은 반드시 넣어야 할 장비가 생기면 끊임없이 경찰 동원을 요청, 주민과 지킴이들을 짓밟는 고문에 가까운 폭력을 반복적으로 그리고 끊임없이 저지르고 있다.

 

현 사드 부지에 대한 임시 공여 문제로 주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8월 21일 재판은 다시 연기되었지만(?) 사드 부지 공여는 법적 근거 없이 맞바꿔치기로 임시 공여되었으며, 1, 2차로 쪼개어 진행되는 사드 부지 공여는 아직 완료되지 않는 것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사드는 임시 배치에 불과하고 환경영향평가를 거친 후 정식 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입버릇처럼 선언했지만, 계획의 적정성과 입지 타당성을 평가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조차는 벌써 잊은 지 오래다. 그럼에도 또다시 공사 장비를 반입하여 사드 부지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법이 금지한 사전 공사를 강행하려고 하고 있으니, 부지 공여도 완료되지 않았고 환경영향평가도 끝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공사를 진행한다는 기만을 밥 먹듯이 하고 있는지 이제 놀랍지도 않는 일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지 공사비를 비롯한 사드 운영비는 미국이 부담한다고 했으나, 이미 미국이 2018년 사드 부지 설계비에 방위비 분담금을 투입하고, 2021년 탄약고 공사에도 버젓이 방위비 분담금을 투입(평통사 자료 인용)하겠다는데도 정부는 단 한 번도 이에 대해 응답이 없을뿐더러 소성리 주민들은 무응답의 공포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특히 5월 29일 기습 작전은 사드 기지가 있는 한 ‘오늘의 지옥 같은 시간은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것!’ ‘미제의 요구가 있을 때, 정부는 언제든지 경찰을 동원해 소성리를 봉쇄하고 주민들을 끌어내며 마을을 전쟁터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소성리에서 인권과 자유를 억압한 자는 누구이며 평범한 일상을 지키던 사람들은 누구였는지, 사드 기지가 있는 한 언제든지 정부에 의해 민중의 삶과 인권을 유린당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사드 기지 완성을 결단코 막아 내야 한다는 목표 의식이 더욱 뚜렷해졌지만, 불법적 사드 공사를 막고, 또 다른 추가 배치를 저지하는 한편, 소성리 사드를 철거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민중은 어디에 있는가? 민중의 힘을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 누가 이 골짜기로 달려와서 미제의 하수인들과 싸워 준단 말인가?

 

 

자국의 국민을 서슴없이 제국의 희생양으로 던지는 정권은 괴뢰다. 미국을 위해서는 코로나19 위기조차 무시하고 국민을 짓밟는 정권을 인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오지도 기대할 수도 없는 다음 정권을 막연히 기다리는 주민들의 기대 심리도 소성리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성리 대책위를 비롯한 사드 철거 투쟁 제 단위들은 우선, 인권 유린 폭력경찰(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정부 정책을 기만하는 4천여 명과 주위에 포진된 만 명 가까운 경찰)을 진두지휘한 성주 경찰서장의 사죄와 사퇴를 요구하는 성주 경찰서 앞의 집회를 해 왔으며, 경찰서장은 어제로 전보 발령을 받았다. 기지 앞의 육로 통행을 원천 봉쇄하는 이유도 또한 여기에 있는 것이다.

 

6월 22일 새벽 1시 08분, 수천 명의 경찰 병력을 동원하여 주민들을 짓밟은 지 24일 만에 문재인 정부는 또다시 소성리를 도둑같이 점령한 후, 지난 5월 29일 소성리 사드 부지에 반입된 바 있는 전자 장비(Electronics Equipment Unit, 이하 EEU)를 반출하였다고 한다.

 

새벽녘 시끄러운 소리에 콘테이너에서 자고 있던 활동가가 문을 열고 나오니 문 앞을 수십 명의 경찰들이 막아서고 있었고, 문을 나선 주민을 경찰들은 갑자기 강제로 고착하기 시작하였고, 이에 잠을 깨고 나온 소수의 주민들이 강력히 항의하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경찰들은 항의하는 주민들을 장비가 나갈 때까지 가둬 두었고, 시내로 나가려는 차량 또한 막아선 채, 미군 차량 반출 작전 중이니 돌아가라는 말만 반복하였다.

 

주로 평통사, 평화연구소에서 상세히 밝힌 정보를 보면, 사드 성능 개량은 주한미군 긴급작전요구(JEON)를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EEU는 사드 레이더의 통신 센타로 기능하고, C2BMC(Command, Control, Battle Management and Communications)와 교신을 담당하는 사드 레이더의 두뇌에 해당되며, 사드 성능 개량 1단계 ‘사드 원격 발사’와 2단계 ‘사드 레이더를 이용한 패트리어트 MSE미사일 원거리 발사’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장비로 추정된다고 한다. 주한미군 긴급작전요구(JEON)를 실현하기 위한 사드 장비 성능 개량은 사드의 이동, 추가 배치는 물론 임시 배치 상태에 있는 소성리 사드를 정식 배치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에 우리는 신형 EEU 등 사드 장비의 반입과 반출 그 어떤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국방부는 지난 5월 29일과 같이 주민들을 또다시 기만하고 이 장비를 도둑처럼 반출한 것이다.

 

국방부는 또다시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비밀 군사 작전을 한 것에 대해 코로나19 핑계를 대었지만, 주민들이 잠들었을 때 낯선 사람 수백 명이 마을 앞을 감시하고 마을을 봉쇄ㆍ점령했었다는 사실 자체가 소름 끼치는 일이며, 새벽에 내 이웃이 내가 잠든 사이 홀로 수십 명의 경찰 병력에 갇힌 채, 유유히 나가는 미군 장비를 보며 얼마나 무섭고, 화가 났을지 생각하면 너무도 원통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사드 배치에 있어 절차적 투명성을 지켜 가겠다고 강조’했지만 2017년 ‘사드 추가 배치’를 비롯하여 사드 배치 과정에 있어 주요 진행 사항마다 수천 명의 경찰이 동원되어 소성리를 유린하였다. 심지어 지난 5월 29일엔 국방장관을 비롯한 고위 인사들이 보안 서약까지 한 채 국민들을 대상으로 비밀 군사 작전을 단행하였다. 그런데 이제 주민들이 잠든 틈을 타 마을을 도둑처럼 점령하고 장비를 빼내 가는 파렴치함마저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정책을 자신의 제1 과제인 것처럼 말해 왔지만, 그가 말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했던 첫 번째 행동은 수천 명의 경찰을 동원하여 국민을 짓밟고 ‘사드 추가 배치’를 통해 미국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었다. 즉 지난 1월 4일 채만수 소장이 소성리 특강에서 말했던 것처럼, 민중들의 저항을 외세를 끌어들여 짓밟고 권력을 차지하는 전력의 역사를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했다.

 

북이 약속과 신의를 저버린 문재인 정부에 대해 항의하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이 엄중한 시국에도, 정부는 미국의 비위를 맞추어 사드 배치를 완성하기 위해 소성리를 도둑 점령했다. 사드 철거 대책위와 활동가들은 자유주의 정권의 파렴치의 끝을 보여 준 현 정권과는 더 이상 상종할 수 없다고 선언하며, 앞으로 사드 배치의 어떠한 사안에 있어서도 절대 협의는 없을 것임을 천명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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