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정세]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논란’에 대하여

 

김해인 | 편집출판위원장

 

 

 

지난 6월 21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기존에 비정규직이었던 보안검색요원을 공사의 청원경찰로 직고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기존 60개 협력업체에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 9785명 중 2143명(공항소방대 211명, 야생동물통제 30명, 보안검색 1천902명)을 직접고용하고, 나머지 7642명(공항운영 2천423명, 공항시설 및 씨스템 3천490명, 보안경비 1천729명)은 3개 자회사를 통해 고용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발표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취업준비생들을 중심으로 이를 비난하는 글들이 인터넷 공간에 쏟아졌고, 알바 천국, 로또 취업 반대, 열심히 공부할 이유가 없다며, 부러진 펜 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재하는 이른바 부러진 펜 운동도 시작되었습니다. 또한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오1)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은, 하루 만에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야당과 보수 매체들은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문재인 정권과 집권 민주당을 공격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고, 이에 맞서 청와대와 민주당 인사들은 가짜 뉴스를 그만두라며 이에 대한 반박에 나서고 있습니다.

 

논란의 불을 당긴 인천공항 직원 오픈 채팅방의 글

 

 

부러진 펜 운동에 쓰이는 이미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그 자체로도, 공사의 노조 와해 공작 및 일방적 추진, 78%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자회사를 통해 고용하는 이른바 가짜 정규직화, 직고용되는 노동자들 역시도 이른바 중규직화 등 수많은 문제들이 있고, 조금 더 넓게 보면, 공공기관의 총액임금제(총액인건비제도)의 문제와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뿐만 아니라 수많은 공공기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재인 정권의 자회사 방식을 통한 공공기관 가짜 정규직화의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으며, 더 넓게는, 파견법ㆍ기간제법에 의한 비정규직 제도 자체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그런데 지금의 논란과 관련되어 있는 이런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분들께서 제기해 주셨던 만큼, 저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한마디 보태려고 합니다.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등으로 대표되는 청년들은, 공정한 경쟁이라는 절차 없이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는 것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뿐만 아니라, 이미 몇 년 전에도 기간제 교사, 서울교통공사 등등 여러 곳에서의 정규직 전환에서도 불거졌던 일입니다.

한국의 청소년들은, 초ㆍ중ㆍ고등학교에서의 공교육과 대개는 부모의 소득 수준에 비례하는 사교육을 통해,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입시 경쟁 속에서 자라납니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2014년 질병관리본부의 보고에 따르면, 청소년으로 성장하면서 평균 수면 시간이 8.5시간에서 5.7시간으로 급격히 줄었고, 6시간 이내 수면하는 청소년이 44%였다2)―, 어느 나라의 청소년들보다 많이 공부하면서―한국 청소년의 주당 공부 시간은 49.43시간으로 OECD 평균 청소년 주당 공부 시간인 33.92시간보다 15시간 많았다3)―, 성장기를 보냅니다. 그리고 그중 70% 이상이 그 경쟁의 결과로, 수능 점수 몇 점 차이로 서열화되어 있는 대학에 입학하게 되고, 또 같은 대학 안에서도 전공과와 입학 전형에 따라 서열을 나누게 됩니다.

그 다음 대학에서는, 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경쟁이 시작됩니다.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좋은 학점을 받아야 하고, 각종 스펙을 쌓아야 합니다. 혹은 만족스럽지 못한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은 재수(반수), 삼수나 편입 시험을 공부하게 됩니다. 대학 과정에서도 여전히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학비와 집세(고시원, 원룸)를 걱정하며 이를 마련하기 위해 공부할 시간을 쪼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차이가 생기지만, 어쨌든 이것은 이미 주어진 것이고, 이 주어진 환경에 맞춰 각자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경쟁합니다.

그런 다음, 대학 졸업과 동시에 취직하지 못한 많은 학생들은, 졸업 후에도 수년 간 취업 경쟁에 들어가게 됩니다. 만족스럽지 못한 직장을 그만둔 일부도 또다시 취업 경쟁에 뛰어듭니다. 지난 5월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 체감 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26.6%로, 전체 체감 실업률 14.9%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그만큼 현재 청년들의 취업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등으로 대표되는 청년들은, 특별한 경우들을 제외하면, 평생을 이런 경쟁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이런 그들에게 경쟁을 거치지 않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완전히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인 것입니다.

 

경쟁은 자본주의를 작동시키는 기본 메커니즘입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는 자본가가,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지 못한 노동자를 고용(노동자의 노동력을 구매)하여, 노동자의 노동으로 새롭게 생산된 가치 부분 중, 노동자의 노동력을 구매하는 데 사용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생산수단의 소유자라는 이름으로 착취하는 사회입니다. 이 나머지 부분을 잉여가치라고 하는데, 이것은 그대로 자본가의 이윤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만들었으나, 이제는 자본가의 소유가 된 상품이 시장에서 팔려야 이윤으로 실현될 수 있습니다(그리고 지주의 지대와 은행가의 이자로, 이 이윤의 일부가 이전됩니다).

최대의 이윤을 획득하기 위한 것이, 자본가가 상품을 생산하는 제1의 목표, 즉 자본주의의 지상의 목표이고,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의 상품이 시장에서 판매되어야 하며, 따라서 이를 둘러싼 자본가들의 경쟁이 자본주의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이 되는 것입니다. 즉, 더 많은 이윤을 취득하기 위해서 자본가는,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을 최대한 줄어야 하고(잉여가치의 착취율을 높여야 하고), 동시에 경쟁자들보다 더 좋은 제품을 더 싼 가격에 만들어야 합니다. 이러한 무한한 이윤 추구와 가혹한 착취, 그리고 끊임없는 경쟁―승리자와 패배자(파산자)를 만들어 내는 경쟁―으로, 오늘도 자본주의의 톱니바퀴는 돌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방금 이야기했던 것처럼, 자본주의에서는 노동력 또한 자본가에게 판매되는 하나의 상품입니다. 청년들은 자신의 노동력 상품을 자본가에게 판매하기 위해서, 즉 자본가가 자신을 좋은 가격에 구매해 주기를 기다리며, 평생을 경쟁했던, 그리고 지금도 경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지금의 한국을 헬조선이라고 부르고, 자신들을 가리켜 연애, 결혼, 출산 등등 여러 가지를 포기한 N포 세대라 합니다. 그러면서 가끔의 소비에 만족하며,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습니다. 다시 말하면, 그들은 평생을 경쟁 속에서 성장했기에, 자본주의의 경쟁 이데올로기가 뼛속까지 박혀 있어서, 많은 것들(N)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지옥(헬)에 살고 있지만 그 속에서 경쟁을 통해 각자도생! 각기 살아 나갈 방도를 찾고, 가끔은 작은 소비에서 행복을 찾으며, 그렇게 적응하며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많은 청년들이 이렇게 자본주의 체제에 체념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금수저와 대비해서, 흙수저라고 부릅니다. 그러면서 스스로도 지금의 경쟁흙수저들 간의 경쟁임을 잘 알고 있고, 어려서부터 사교육을 받으며 승승장구한, 또 커서는 학비 걱정, 돈 걱정할 일 없는 금수저들과 자신들이 경쟁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진짜 다이아몬드수저, 금수저들은 공부를 하지 않아도 부모의 자산을 물려받으면 되고, 자신들이 피 터지게 경쟁하는 서열화된 대학 입시에서도 벗어나 대개는 해외 유학을 선택합니다. 저들은 보통 저들끼리 경쟁을 하는 것이고, 이미 우리 흙수저들과는 다른 세상의 사람들, 그저 부러움의 대상 정도로 여겨집니다. 다만, 일부 금수저들, 은수저들이 자신들과 경쟁을 하게 될 때, 자신들은 부모의 재력 등에서 이미 경쟁에서 상당히 뒤쳐져 있기 때문에, 아빠 찬스다, 엄마 찬스다 등을 외침으로써, 자신들의 분노를 표출합니다. 저들이 만약 자신들과 경쟁 관계에 있다면, 이때는 다시 공정이라는 것이 중요해지고, 저들로 인해 자신의 이익이 침해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상이, 자신들과 대개는 경쟁 관계에 있지 않는 상층(위)에 대한 입장이라면, 경쟁이 뼛속까지 체화된 많은 청년들은, 자신들이 이미 경쟁에서 이겼던 하층(아래)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정반대로 생각합니다. 자본주의에서 경쟁은 수많은 부도ㆍ파산에서 볼 수 있듯, 남들을 짓밟고 그 위에 서는 것이고, 승리자가 모든 것을 가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과 같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이에 분노하는 많은 청년들의 마음속에는, 비정규직들은 내가 경쟁해서 이미 이겼던 자들인데, 그들이 다시, 나와 같은 링에 오른다고, 아니 나보다 높은 곳으로 간다고, 말도 안 돼! 하며 분노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그들의 마음을 잘 아는 지배층은, 청와대와 민주당 의원들의 입을 빌려, 그들은 너희와 같이 않아, 안심해, 그들은 중규직으로 채용되는 거야, 너희와 달라라고, 청년들을 안심시키며, 그들이 지금처럼 이 자본주의 씨스템 속에서 피 터지게 경쟁해서, 스스로를 계속 자본의 제물로 바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한편 다시 정권을 가져오기를 바라고 있는 또 다른 정치 세력들은, 청년들의 분노를 한껏 이용하고 있지만, 이들 역시도 비정규직 문제 자체에 대해서는, 자본주의 문제 자체에 대해서는 당연히 한마디도 하지 않고, 오히려 노동이 더 유연화되어야 고용이 늘 수 있다고, 청년들의 실업 문제가 해결된다고,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며 왜장치고 있지요.

 

그러면 잠시 자본주의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으로 화제를 돌려 봅시다. 사회 전체가 생산수단을 공유하고 있어서, 더 이상 자신의 노동력을 누구에게 판매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말입니다. 이러한 세상, 즉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경쟁직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사회주의에서도 경쟁은 존재합니다. 다만, 그것은 자본주의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자본주의적 경쟁이 타인을 밟고 그 위에 서는 것이라면, 사회주의적 경쟁은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사회주의적 경쟁에서는 패배자가 없습니다. 일정한 수준의 의ㆍ식ㆍ주와 자아실현을 위한 여가 및 복지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져 있다면, 그러한 위에서의 경쟁은 어떠한 패배자도 만들지 않습니다. 반대로 그때의 경쟁은 공동체 전체의 풍요와 복지의 향상을 위한 경쟁이 됩니다. 누구도 패배하지 않고, 사회 전체를 위해 서로 경쟁을 하며, 생산력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바로 사회주의적 경쟁입니다.

대표적으로 1930년대 중반 쏘련에서 전개되었던 쓰따하노프 운동의 본질이 바로 그러한 것이었습니다.

다음으로, 청년들이 자본가들에게 자신의 노동력 상품을 팔기 위해, 다시 한 번 무한 경쟁하고 있는 취업, 직업에 대해 말해 봅시다. 사회주의 사회에서 직업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게 결정됩니다. 특정 자본가에게 내 노동력을 팔아서 직업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게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 노동이고, 직업입니다. 그리고 이때 또한 중요한 것은, 자기실현의 추구와 함께, 내가 공동체에 기여하는 바가 바로 노동이고, 직업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나의 적성과 내가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에 맞게 직업이 정해지게 되는데, (전쟁 준비 혹은 전시 등등의 특수한 상황과 조건이 아니라면, 같은 말이지만 그 사회의 발전으로 가능한 수준에서,) 나의 직업은 적성과 능력에 따라 언제든 바꿀 수 있는 것이 됩니다. 즉, 내가 어떤 직장에서 일을 하는데, 영 적성에 안 맞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언제든 이직을 할 수 있는 것이죠. 다만, 내가 원하는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그를 위해서는 단축된 노동 시간(충분한 여가 시간)과 (직업ㆍ사회 교육을 포함한) 무상의 교육을 통해 그러한 능력을 쌓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살기 위해, 호구지책으로 가지는 직업, 노동과는 완전히 다른 사회주의에서의 그것입니다. 자본주의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직업(직장) 스트레스,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고, 극히 소수의 사람들만이 (대개는 경제적으로 굉장히 풍요롭거나, 혹은 정반대로 경제적 빈곤을 무릅쓰고) 자아실현을 위해 일을 하고 있다면, 사회주의에서는 완전히 상황이 다른 것이죠.

이와 관련하여, 오슬로대 박노자 교수가 예전에 쓴 칼럼 2편 중 일부를 옮겨 봅니다.

 

전체 근로자 중에서는 약 40%가 자신의 일터를 지나치게 스트레스 많다고 여기는 미국에서 탈진 증후군에 시달리면서도 해고의 위협 때문에 병가를 내는 대신 끝까지 정상 출근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라면 이는 단순한 부자유를 넘어서 일종의 현대판 노예상태에 거의 가깝다고 하겠다.

그러면 쏘련은 어땠는가? … 대다수 직종의 임금 수준들이 어차피 비슷비슷하고, 도서관 사서라든가 청소노동자, 보육원 보모 등 임금이 비교적 낮은 직종이라 해도 주택 등이 무료로 제공돼 기본적인 삶이 보장돼 있었다.

따라서 돈 걱정을 상대화해서 직업 선택을 자유로이 할 수 있고, 또 일터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훨씬 덜 받을 수 있었다. 사실 쏘련 시대의 심리학 교과서나 정신치료 매뉴얼에는 직업 스트레스라는 항목은 아예 없었다. 직업이란 본인이 좋아서 선택한 것인데, 어떻게 좋아서 선택한 일터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것은 그 당시 통용되던 상식이었다.4)

 

아버님은 … 평생, 30여 년간 하나의 설계소에서 발전소 변전기 설계해오셨는데, 그 직장은 직장 이상이었지요. 은 인생의 전부이었고, 동료는 가족 이상 가까웠습니다.

한 달이나 되는 쏘련 시절의 휴가 때에 직장을 못 가셔서 오히려 심심하시고 답답해 하셨던 모습을 많이 봤어요. 하루 빨리 동료들을 보고 을 하고픈 욕심이 컸습니다.

(중략)

제가 이제 며칠 간 장례식 등으로 정신없겠지만 … 북조선이 제발 갑자기 무너져 남한의 내부 식민지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비는 뜻입니다.

직장, 동무들 사이를 떠나서 다른 인생을 살 수 없는 제 아버지들은 거기에서 수백만 명쯤이나 사시는 걸로 압니다. 나라가 없어지고 이 분들의 공업소가 남조선 토지투기꾼들의 차지가 되면 이 분들의 죽음을 부르는 염원은 어느 정도 강하겠습니까?

스탈린주의를 어떻게 보든 간에, 평생 직업, 온정, 직장의 가족들과 같은 동무들로 돌아가는 사회에 다 적응된 사람은, 국가 혼자서만이 아니고 각자 모두가 자기 몸을 알아서 파는 작은 자본가가 돼야 하는 사회에 다시 적응을 못합니다.5)

 

직업이란 본인이 좋아서 선택한 것인데, 어떻게 좋아서 선택한 일터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것이 상식으로 통용되는 사회, “‘평생 직업, 온정, 직장의 가족들과 같은 동무들로 돌아가는 사회, 이것이 바로 20세기 쏘련의 모습, 즉 사회주의 사회의 모습입니다.

 

오늘도 헬조선에서 각자도생하고 있는 수많은 청년들에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분노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를 말해 주고 싶었습니다. 과거 그러한 세상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렸고, 오늘도 그러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싶었습니다.

 

대입이 경쟁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듯, 취업 역시 경쟁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무한 경쟁의 시작입니다. 이 무한 경쟁 속에서 밀려나면, 삼팔선(38세 퇴직), 사오정(45세가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일하면 도둑), 육이오(62세까지 일하면 오적)가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여기에 더해, 무인ㆍ자동화,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로 대표되는 소위 4차 산업 혁명의 물결 속에, 자본주의적 경쟁은 지금보다 더한 약육강식의 살육전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약육강식의 정글은, 자본주의적 경쟁 속에서 태어나서 평생을 자본주의적 경쟁 속에서 살아온 많은 청년들에게,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수의 청년들만이 이 자본주의 체제에 순응해서 각자도생하는 것이 아니라, 이 체제를 바꾸기 위해 함께 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많은 청년 동지들이, 함께 나서야 이 사회를 뿌리에서부터 바꾸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나갈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고, 수많은 어려움을 자처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모든 청년들이 당장에 투사, 혁명가가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자본주의 체제를 살아내면서도, 마음속에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가지시길 바라는 뜻으로, 그리고 하루하루 힘든 현실을 살아내면서도, 아주 작은 것이라도, 그러한 꿈을 위한 실천들을 하실 수 있길 바라며, 이 짧은 글을 적어 보았습니다.

 

끝으로, 맑스와 엥엘스가 쓴 ≪독일 이데올로기≫의 한 부분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노동이 배분되기 시작하자마자, 모든 개인들은 그들에게 강요되는, 그들이 벗어날 수 없는 특정한 배타적인 활동의 영역을 갖게 된다; 그는 한 사람의 사냥꾼이거나 한 사람의 어부, 목동, 비판적 비판가일 뿐이며, 그가 생계 수단을 잃지 않으려 한다면 그는 계속 그렇게 살아야 한다.

반면에 아무도 하나의 배타적인 활동의 영역을 갖지 않으며 모든 사람이 그가 원하는 분야에서 자신을 도야할 수 있는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사회가 전반적 생산을 규제하게 되고, 바로 이를 통하여, 내가 하고 싶은 그대로 오늘은 이 일 내일은 저 일을 하는 것, 아침에는 사냥하고 오후에는 낚시하고 저녁에는 소를 치며 저녁 식사 후에는 비판하면서도, 사냥꾼으로도 어부로도 목동으로도 비판가로도 되지 않는 일이 가능하게 된다.6)

 

이 땅의 청년들이, 자본주의적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저들이 심어 놓은 사고의 틀과 저들이 만들어 놓은 분리ㆍ분열ㆍ경쟁의 틀을 깨부수고, 파견법ㆍ기간제법의 철폐, 즉 비정규직 자체의 철폐에, 나아가 위 인용문에서 말하고 있는 바와 같이, 어떤 특정한 직업에 매여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모든 사람들이 비정규직이 되는 그런 세상을 열어나가는 길에, 함께 나섰으면 합니다.

여러분들이 하실 수 있는 실천의 폭은, 아주 작은 것, 예를 들면 사회주의 단체를 후원하는 것에서부터, 자본주의에 맞서는 적극적 실천가ㆍ혁명가가 되는 것까지 굉장히 넓습니다.

청년 동지 여러분,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갑시다!

노사과연

 

 


 

1)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9941

 

2) 김상은 기자, “우리나라 청소년, 수면 부족해 정신건강 위험하다”, ≪메디칼업저버≫, 2019. 3. 16. <http://www.m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1414>

 

3) “한국청소년, OECD 평균에 15시간 더 공부”, ≪연합뉴스≫, 2009. 8. 6. <https://www.yna.co.kr/view/AKR20090806051900017>

 

4) 박노자, “[미래를 향한 추억⑤] 한 망명객의 자유, 평등&자살―쏘련의 자유 vs 미국의 자유”, ≪레디앙≫, 2013. 1. 30. <http://www.redian.org/archive/49690>

 

5) 박노자, “아버지의 별세, 죽음을 부르는 마음”, ≪레디앙≫, 2009. 5. 1. <http://www.redian.org/archive/24388>

 

6) 맑스ㆍ엥겔스, ≪독일 이데올로기≫(≪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 선집≫ 제1권), 박종철출판사, p. 214.

 

김해인 편집출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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