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자료] 김명환 위원장은 자본의 들러리로 건배하지 말고 민주노조의 수장으로 돌아오라!!!

 

 

지난 6월 18일 ≪한겨레≫ 신문에 보도된 “두 노총 ‘정규직 임금인상분으로 비정규직ㆍ하청 지원’”이란 제목의 기사 밑에 노동부 장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경총 회장, 국무총리, 한국노총 위원장, 민주노총 위원장, 경제사회노동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함께 환하게 웃으며 건배를 하고 있는 사진이 실렸다. 이 기사는 18일 저녁에 실렸지만, 실제로 많은 조합원들이 확인한 시점은 19일 오전이었다. 첫 번째 반응은 충격과 분노였다. 먼저 그 사진은 마치 ≪춘향전≫의 이몽룡이 암행어사출두 직전에 읊은 시를 연상케 했다. 이러한 연상이 가능하게 한 요인들 중 하나는 한국노총 위원장은 그래도 조끼를 입고 있는데 반해서 민주노총 위원장은 깔끔한 양복차림이었다. 사진 설명이 없다면 도저히 민주노총 위원장이라고 생각하기 힘들었다. 이몽룡의 시를 한 번 상기해 보자.

 

금준미주(金樽美酒) 천인혈(千人血)이요

옥반가효(玉盤佳肴) 만성고(萬姓膏)라.

촉루락시(燭淚落時) 민루락(民淚落)이요

가성고처(歌聲高處) 원성고(怨聲高)라.

금잔에 담긴 향기로운 술은 일천 백성의 피요,

옥쟁반에 담긴 맛 좋은 안주는 일만 백성의 기름이라.

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노래소리 높은 곳에 백성들의 원망소리 높더라.

 

이 보도에 이어 여러 단위에서 김명환 위원장의 이러한 행보에 대한 우려와 비판을 담은 논평과 성명이 이어졌다. 물론 자본의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언론들의 찬사와 왜곡도 이어졌다.

먼저 김명환 위원장이 임금동결에 기반한 선제적 양보를 했다고 주요 언론들이 보도했고, 이 보도들에 바탕하여 비판이 쏟아지자 김명환 위원장은 임금동결을 주장한 것도 양보론을 제시한 것도 아니고, 다만 민주노총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자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쏟아지는 비판에 김명환 위원장은 6월 24일 ≪노동과 세계≫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자세히 설명하기도 하였다.

 

5월 20일부터 시작된 원포인트 노사정대화가 아무런 성과 없이 계속되다가 6월 18일 2차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있었고, 그 직전 민주노총 중앙집행위가 있었다. 중앙집행위의 결정은 아래와 같다고 한다.

 

코로나 위기 극복과 간고, 특고 비정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고용유지를 위한 민주노총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안)

  1. 2020 임금 교섭을 통해 인상분의 일부를 재원으로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조성하여 지역 업종 노동자 공동복지와 비정규직ㆍ하청 간접고용노동자, 중소 노동자 노동조건개선에 우선 사용한다. (2020. 6. 18. 중집 결정안. 1-5번까지 있는데, 언론에 보도된 부분과 관련된 3번만 인용.)

 

분명히 언론에 의해서 왜곡된 측면이 있다. 당연히 한 사회의 지배사상은 지배계급의 사상이고, 물질적 생산수단을 소유한 계급이 정신적 생산수단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언론이 노동자편에서 제대로 보도할 리가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언론의 이런 보도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왜냐하면 최저임금 결정시기가 다가오자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는 교수들의 목소리가 심심찮게 언론에 유포되어 있을 즈음, 노동운동가를 자처하는 이들이 정규직 임금양보론과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매일노동뉴스≫에 실리고 자본의 언론이 부풀려서 베껴 쓰기 바빴던 한석호의 “돌팔매를 맞더라도 목청껏 임금동결을 주장하고 싶은데”(6. 8.)와 이남신의 “코로나 위기 극복, 담대한 임금동결을 제안한다”(6. 11.)이다. 이들의 주장의 근거는 ‘연대임금론’으로 일부 대기업 정규직 노조에서 공공연하게 주장했고, 민주노총 선거 때마다 등장했던 이론이기도 하지만, 그 근원은 1820년대 영국에서 노동자계급의 임금인상투쟁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저지하기 위해 등장한 이론(임금기금설)이기도 하다. 임금의 전체 크기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일부의 노동자들이 임금을 인상시키면 다른 노동자들의 임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임금인상투쟁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저임금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나치게 고임금을 받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기존에 자본의 언론이 공격해 왔던 ‘정규직=귀족노조’라는 비판을 스스로 수용한 것이다. 김명환 위원장의 정규직 임금인상분을 비정규직을 위해 사용하자는 것도 자본의 이데올로그들이 보기에는 결국 같은 맥락으로 보이기 때문에 언론보도의 기조가 민주노총이 양보안을 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다르다고? 김명환 위원장은 주장한다. 그럼 왜 자본과 노동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기 전에 노동자 내부의 격차에 집착하는지 설명해 보라. 대기업 총수와 임원들의 천문학적인 급여에 대해서 양보하라고 요구하지도 못하면서 임금인상분을 기금으로 조성하자고 하는지 설명해 보라.

임금은 노동력의 가치, 즉 노동자들의 재생산을 위한 생활수단의 가치이고, 이것은 민주노총이 2018년까지 조사하여 발표한 표준생계비이며 생활임금이다. 그것에 의하면 현재 정규직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도 표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거나 표준생계비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잔업, 철야, 야근, 휴일근로 등 시간외노동을 통해 받는 수당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해결하기 위해서 민주노총이 해야 할 일은 정규직 임금의 양보가 아니라 비정규직 임금의 정규직 임금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저임금을 받는 이유는 자본의 무한한 이윤탐욕으로 기인한 노동유연화에 있고, 노사정대화라는 이름으로 이전의 민주노총 위원장이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를 합의해준 덕분이 아닌가?

다시 한번 정리하면 임금의 전체 크기가 정해져 있어서 정규직이 임금을 양보해야 비정규직 임금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임금이 커지면 이윤이 줄어들고, 임금이 줄어들면 이윤이 커지는 것이다. 즉 노동자들이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나 임금인상투쟁을 통해 실제 노동력의 원가인 생계비 즉 생활임금을 쟁취해야 한다. 소위 재벌들의 사내유보금의 엄청난 증가를 보면 현재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인상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즉 재벌의 이윤의 크기를 보면 정규직 임금을 양보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리고 현대판 ‘임금기금설’인 ‘연대임금론’은 ‘자본과 노동’의 대립을 ‘노동과 노동’의 대립으로 바꿔치기한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이다. 2천 5백만에 이르는 한국노동계급의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의 위원장이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분할된 한국사회에서 자본에 대항하여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을 위해 투쟁을 조직해야 하는 시점에 임금인상분 일부를 비정규직에 사용하겠다는 제안을 하는 상황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투쟁의 주체가 아니라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설정하는 것 또한 큰 문제이다. 오호통재라!

 

전국민 고용보험제를 위해 고용보험료를 인상하겠다고 한다. 전체 노동자의 임금삭감안이다. 현재 노사가 동일한 금액을 내서 유지되는 고용보험기금을 일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듯이 기업이 전체 부담하도록 하든가 아니면 기업의 부담분을 더 많이 증가하라고 요구할 생각은 왜 못하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원포인트 노사정대화의 명분의 하나인 ‘전국민 고용보험제’는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도 아니다. 실업급여의 기간을 무한정 늘일 수 없기 때문이다. 실업급여 기간이 끝난 다음엔 그냥 굶어 죽어라는 것인가?

코로나 위기를 틈타 자본은 기존의 숙원사업을 해결하려고 한다. 5월 28일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했고, 6월 23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노조법 개악안을 보면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내 파업집회 금지, 부당노동행위 처벌완화 등 노동조합 활동을 무력화시키는 내용이다. 이것에 대항해서 투쟁을 조직해야 하는 민주노총의 위원장이 해고와 휴업으로 거리에서 공장에서 투쟁하는 조합원들의 존재를 무시하고 환하게 웃으며 자본과 정권의 실세들과 건배를 하는 사진을 보는 현실이라니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민주노총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은 산하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반대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을 위해 총파업이라도 조직해서 미조직,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이 힘들 때 원청 노동조합에서 함께 투쟁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 역사적으로 자본에 이용만 당했던 노사정대화판을 걷어차고 민주노조의 수장으로 돌아와 투쟁을 조직하기 바란다.

 

2020년 6월 26일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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