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문재인 정부의 노동관계법률 개정 비판

장인기 │ 편집위원

. 들어가며

 

박근혜 탄핵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사회 실현’, ‘차별 없는 일터 만들기’를 국정 과제 중의 하나로 내세웠다. ‘노동존중 사회 실현’ 국정과제는 노동존중 사회 기본계획 수립, 2대 지침(공정인사 지침・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 및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관련 조치 폐기, ILO 핵심협약 비준, 근로자 대표제도 기능 강화, 체불근로자 생계보호 강화 및 체불사업주 제재 강화,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근로자 보호를 위한 종합대책 마련・시행 등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차별 없는 좋은 일터 만들기’ 국정과제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제도 도입 추진,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 전면 개편, 도급인의 임금지급 연대책임 및 안전보건조치 의무 강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실현과 소상공인 등 부담 완화 방안 마련, 특수고용노동자 등 보호대상 확대,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 등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박근혜 탄핵 국면과 박근혜 정부의 노동탄압 정책에 대한 반작용을 고려하더라도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은 과거 정부에 비해 상당히 진일보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정부 출범 초기 문재인 정부가 보인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2대 지침의 폐기, 최저임금의 파격적인 인상 등은 그 자체로는 신선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률을 개정하거나 개정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난 3년을 돌아보면 문재인 정부가 내세웠던 ‘노동존중 사회 실현’, ‘차별 없는 좋은 일터 만들기’가 얼마나 실현되었는지는 의문이다. 노동정책은 선언이나 캠페인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법률로써 사용자를 강제할 수 있을 때, 그리고 그 법률이 실효성을 가질 때 노동정책이 의도한 바가 실현될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글에서는 문재인 정부 하에서 개정된 노동관계법률 및 개정이 시도된 법률안을 비판적으로 검토해봄으로써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그들의 선언만큼이나 실효성 있게 추진되고 있는지, 혹은 오히려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것은 아닌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 주요 노동관계법률의 개정 및 개정안 내용 검토

 

문재인 정부 출범 3년 동안 어느 정부보다도 노동관계법률 개정이 많이 이루어졌다. 최저임금의 대폭적인 인상에 따라 이를 상쇄하기 위한 목적으로 최저임금법이 개정되었고, 1주 최대 근로시간의 한도와 관련한 해묵은 논쟁을 종결하는 내용, 연차유급휴가제도, 직장 내 괴롭힘 등과 관련한 대폭적인 근로기준법 개정이 있었다. 그리고 도급 사업 근로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보호를 확대하는 내용 등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대폭 개정되었으며, 육아휴직, 가족 돌봄 휴직 등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확대하는 내용으로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법률도 개정되었다. 그리고 지난 해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하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의 법률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되었다. 이하에서는 개정된 노동관계법률의 주요 내용 혹은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해보고자 한다.

 

  1. 최저임금법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따라 2018년 최저임금을 16.4% 인상했다. 보수 언론과 야당, 재계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 문제의 전부인 양 거센 공격을 퍼부었고, 여당 일부도 최저임금 속도 조절론을 펼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8년 5월 28일 최저임금법이 개정되었다.(2019년 1월 1일 시행) 개정 내용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기존에 포함되지 않았던 상여금 및 복리 후생적인 성질의 급여를 포함시키는 것이었다. 상여금,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으로서 월급 최저임금의 25%를 초과하는 부분과 식비, 교통비 등 현금성 복리후생비 중 월급 최저임금의 7%를 초과하는 부분은 최저임금 위반 여부 판단 시 임금에 산입하도록 변경된 것이다. 그리고 위 비율은 매년 줄어들어 2024년에는 상여금 및 현금성 복리후생비 전액이 최저임금 위반 여부 판단 시 임금에 산입된다.

2019년 최저임금이 10.9% 인상되었으나 위와 같은 최저임금법의 개정으로 인상 효과는 상당 부분 상쇄되었다. 그리고 2020년 최저임금은 고작 2.9% 인상에 그쳐, 최저임금법 개정에 따른 상쇄 효과를 고려하면 최저임금이 인하되는 수준까지 왔다. 이미 문재인이 선언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이미 지켜지지 못했지만, 언젠가 최저임금 1만원이 달성될 것이다. 그러나 최저임금법 개정 때문에 미래의 최저임금 1만원과 문재인이 애초에 선언한 최저임금 1만원은 분명히 다르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자본가들의 성토에는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답했지만,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지켜내지 못한 것, 심지어 기존의 최저임금법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개정한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이 없다.

 

  1. 근로기준법

 

(1) 52시간 근로 관련

2018년 3월 20일, 근로기준법에서 근로시간 관련 조항이 개정되었다. ‘1주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라는 당연한 내용을 신설함으로써 법정 연장근로시간 한도로 휴일근로를 포함한 12시간임을 명확하게 한 것이다. 다만, 법 개정 전에도 다수의 법원은 휴일근로도 연장근로에 포함된다고 보고 휴일근로시간까지 포함한 연장근로시간 한도는 12시간임을 밝혀왔다.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이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와 별개라고 보고 1주간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까지 가능하다고 본 것이 문제였다. 어찌되었건, 2018년 7월 1일부터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됨으로써 1주의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소정근로시간 40시간+법정 연장근로시간 12시간)으로 제한되었다.

그런데, 개정 근로기준법은 그 시행일을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달리 정하고 있다. 개정 근로기준법의 시행일은 공공기관 및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18년 7월 1일부터, 50인 이상 299인 이하 사업장은 2020년 1월 1일부터, 5인 이상 49인 이하 사업장은 2021년 7월 1일부터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시간을 단축했다고 자화자찬하지만, 개정법 미적용 사업장에서는 오히려 개정법이 주당 68시간까지 장시간 노동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299인 이하 사업장에 개정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시기에 맞춰 <50~299인 주52시간제 안착을 위한 보완대책>을 발표한다. 이 대책은 개정법이 적용되는 사업장의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대책은 1년간의 계도기간 부여,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계도기간 동안은 장시간 근로감독 대상에서 제외하며, 근로자 진정 등으로 법 위반 적발 시에도 충분한 시정기간(최대 6개월)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행정부 차원에서는 주 52시간제를 위반한 사용자에 대한 규제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를 확대하는 내용으로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을 개정하였다. 특별연장근로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법정 연장근로시간 한도를 연장할 수 있는 제도다. ‘특별한 사정’은 시행규칙에 규정되어 있는데, 기존에는 ‘자연재해,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의 수습을 위한 경우’로 한정되어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시행규칙을 개정하여 ‘인명 보호나 안전 확보를 위한 경우’, ‘시설이나 설비 고장 등 돌발 상황에 대한 긴급 조치가 필요한 경우’, ‘업무량이 폭증한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가경쟁력 강화 및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를 특별한 사정에 포함시켰다. 이를 통해 이제는 재해나 재난이 아닌 사용자의 경영상 필요에 따라 특별연장근로를 실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는 법정 근로시간은 주 52시간으로 줄였지만, 사용자들이 주 52시간을 초과하여 장시간 근로시킬 수 있는 예외적인 제도적 장치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2) 직장 내 괴롭힘 관련

2019년 1월 15일,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고,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절차 및 취업규칙에 해당 내용을 명시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근로기준법이 개정되었다.(2019년 7월 16일 시행)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어 온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법률로써 명시적으로 규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듯 보였다. 그런데, 개정법을 살펴보면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벌칙이나 사용자의 조치 의무 위반에 대한 벌칙이 규정되어 있지 않아 그 실효성이 의문이다. 개정법 시행 이후 약 3개월 만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가 1300여 건에 달할 정도로 많았지만, 벌칙 규정이 없기 때문에 고용노동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절차를 준수하여 조사를 진행하라고 권고하는 것뿐이다. 이러다 보니 법 개정 초기와 달리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노동자들도 법률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해가는 추세인 듯하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행위자 혹은 조치 의무 위반에 대한 벌칙 규정을 두거나, 그렇지 못하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사용자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을 대비해 조사 및 조치 과정에 근로자대표 또는 노동조합이 참여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ILO 제190호 협약(일의 세계에서의 폭력과 괴롭힘을 제거하기 위한 협약) 역시 “근로자대표와 사용자가 협의해 폭력과 괴롭힘에 대한 직장 정책을 채택하고 실행할 것”과 “근로자대표의 참여로 위험성을 확인하고 폭력과 괴롭힘에 대한 위험을 평가하고 예방・통제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3) 탄력적 근로시간제 관련

기존 고용노동부 행정 해석에 맞춰 노동시간을 주당 최대 68시간까지 연장해오던 자본가들은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52시간으로 제한됨에 따라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런 상황 하에서 자본가들은 합법적으로 노동시간을 64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다만 현재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단위기간이 최장 3개월이기 때문에 주당 64시간까지 일을 시킬 수 있는 기간은 1.5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 자본가들은 주 52시간을 초과하게 되는 경우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하더라도 현행 3개월 단위로는 시장수요에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단위기간 확대를 주장해왔다. 이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라 한다)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도의 단위기간을 현행 최장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합의안을 발표했다. 합의안에는 노동자의 과로방지와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 의무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임금보전 방안 신고의무도 두었다. 다만 부득이한 경우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통해 11시간 연속 휴식 의무 및 임금보전 방안 신고의무 등을 별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합의안 발표 후 여당 주도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편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개정안에는 경사노위의 합의문 내용이 그대로 담겼다.

경사노위 합의문에서도 드러나 있듯이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기본적으로 노동자로 하여금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여 노동자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제도다. 그런데 개정안대로 단위기간이 최대 6개월로 확대되면 주당 최대 64시간의 노동을 3개월 연속으로 하게 할 수 있게 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 확대는 과로사 등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더욱 확대할 것이다. 산업재해 보상보험법 상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여부 판단과 관련한 고용노동부 고시가 있다. 이 고시에 따르면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한다. 또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시간이 길수록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산재보험 업무를 관장하는 근로복지공단에서 과로사 인정여부를 판단할 때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 이처럼 국가는 12주, 약 3개월 동안 주당 60시간의 노동 혹은 4주간 주당 64시간의 노동을 산재를 유발할 수 있는 정도의 노동시간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가 스스로 산업재해와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인정한 노동시간을 뛰어넘는 주당 64시간의 노동을 3개월까지 연속으로 가능하게 하는 제도를 도입한다면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국가가 노동자의 건강이나 생명보다 자본가의 이윤 확보를 위한 노동시간의 연장을 더 중요시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현행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근무일별 노동시간을 사전에 근로자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해야 한다. 그런데 개정안에는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대해서는 사전에 노동시간을 확정하지 않고도 2주 전에 노동자에게 통보하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예측하지 못한 천재지변, 기계 고장, 업무량 급증 등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근로자대표와의 협의만 거쳐 근무일별 노동시간을 변경하여 근로자에게는 근로일 개시 전까지만 통보하면 되도록 하고 있다. 노동시간 결정은 사용자와 노동자가 합의에 의해 결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은 노동자의 의사 반영을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받는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사전 통보 및 변경 규정은 노동시간을 사용자와 노동자가 합의하여 사전에 결정하도록 규정한 근로기준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고, 더 큰 문제점은 제한적으로나마 허용되는 노동자의 삶(자본가의 통제 하에서 벗어난 퇴근 후의 시간)의 자기결정권을 자본가에게 내맡기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개정안에 따라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이 2배로 확대되면 기존 탄력적 근로시간제 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연장근로에 대한 할증임금 감소 효과도 2배로 늘어나게 된다. 자본가들 입장에서는 노동시간은 늘리고, 임금은 덜 줄 수 있게 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가진 효과가 2배가 되는 것이다. 자본가에게만 유리하고 노동자에게는 불리함만 가중시키는 단위기간 확대에 대한 비판 때문에 합의문은 임금보전방안에 대한 신고 의무와 미신고시 과태료 부과를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마저도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로 임금보전방안을 마련한 경우에는 신고 의무를 면제하도록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는 과반수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노동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로 규정되어 있다. 노동조합 조직율이 10% 수준에 머물러 있고 대기업 중심의 노조가 다수인 한국의 상황에서 근로자대표는 대부분 과반수 노동조합이 아닌 노동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행 법령에는 근로자대표의 자격 요건이나 선출 방식 등이 전혀 규정되어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소규모 기업은 물론 대규모 기업에서조차 노동자의 대표성을 가질 수 없는 사람을 형식만 갖추어 근로자대표로 정해두는 경우가 흔하다. 결국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라는 허술한 장치를 면죄부로 하여 단위 기간 확대에 따른 할증임금 감소도 사실상 허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4) 기타

2017년 11월 28일,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입사 1년 미만자가 사용한 연차휴가일수만큼 입사 1년이 된 근로자의 연차휴가일수에서 차감하는 규정이 삭제되었다. 결국 입사 1년 후 발생하는 연차유급휴가 15일 외에 입사 1년 미만자에게 최대 11일의 유급휴가가 별도로 부여되도록 법률이 개정된 것이다. 그런데 2020년 3월 31일, 입사 1년 미만자에게 부여되는 연차유급휴가 사용 기간이 입사일로부터 1년으로 제한되며, 사용촉진의 대상이 되도록 하는 내용으로 근로기준법이 개정되었다. 입사 후 만 1년을 근무한 경우 최대 26일의 유급휴가가 발생하는 기존 연차휴가제도가 불만이었던 사용자들의 입장을 반영하여 법률이 개정된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계속근로기간 1년 미만일 때 부여받은 유급휴가의 사용기간이 축소되며, 사용자가 사용촉진을 할 경우 미사용 휴가에 대한 보상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또 도급 사업에 있어서의 임금 지급 책임과 관련하여 도급이 한 차례 행해지는 경우, 도급인이 연대책임을 진다는 것을 명확히 하는 내용으로 법률이 개정되었다. 이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반영한 것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

 

  1. 산업안전보건법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김용균의 산재 사망을 계기로 2019년 1월 15일 산업안전보건법이 28년 만에 전면 개정되었다. 위험 작업의 도급으로 인한 위험의 외주화 금지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노동자 보호 확대를 취지로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의 주요 문제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도급 제한 대상 업무 관련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일명 ‘김용균법’으로 불린다. 김용균의 사망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 위험 작업의 외주화, 즉 위험 작업의 도급을 규제하고자 법률이 개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정법의 도급 금지 업무는 개정 전 산업안전보건법의 시행령에 있던 도급 금지 업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개정법에서도 여전히 김용균이 수행하던 발전소 내 도급 업무는 도급 금지 업무에 포함되지 않았고, 조선업, 철도 및 지하철, 원전의 방사선 취급 업무와 같이 도급이 일상화되어 있으며 위험성이 높아 산재가 빈발하는 업무도 도급 금지 업무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처럼 개정법은 여전히 도급 금지 업무를 너무나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어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것이다.

 

(2) 도급인의 책임 범위 관련

개정법은 도급인이 안전‧보건조치를 취해야 하는 장소적 범위를 화재‧폭발 등 22개 위험장소에서 도급인 사업장과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장소를 포함하도록 변경하였다.(산업안전보건법 제10조제2항) 도급인의 수급인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의 장소적 책임 범위가 확대되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런데, 개정법은 도급인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의 대상을 수급인의 근로자로 한정하고 있다.(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따라서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지 않은 수급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은 해당 법률 조항이 적용될 수 없다. 예컨대, 건설현장에는 수급인의 근로자뿐만 아니라, 굴삭기, 지게차, 이동식크레인 등의 건설기계 운전자도 투입되는데 이들은 대부분 수급인의 근로자가 아니라 별도의 개별 계약에 따라 노무를 제공한다. 따라서 이들은 개정법 제63조에 따른 강화된 도급인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의 대상이 될 수 없다.(제63조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함. 법인에 10억 원 이하의 벌금 병과 가능)

 

 

(3)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대상 확대 관련

개정법은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대상을 종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하였다.(산업안전보건법 제1조) 그리고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산업안전보건법 제77조)와 배달 앱 등을 통한 배달종사자(산업안전보건법 제78조)에 대한 보호규정도 마련하였다. 보호대상이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겠으나, 산업재해로부터 보호가 필요한 노동자들의 다양한 직종에 비해서는 그 대상이 너무 제한적이다. 개정법은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등을 규정하면서 그 대상이 되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범위를 9개 직종으로 제한하고 있다. 특수형태 노동자들로 분류될 수 있는 직종이 50여 개에 이르는데, 이 중 재해 위험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화물운송 노동자, 영화, 드라마 촬영현장의 예술 노동자 등 다수의 직종이 보호 대상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4) 작업 중지 명령 및 해제 절차 관련

개정법은 중대재해 발생 시 고용노동부 장관의 작업 중지 명령권을 명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해당 작업 및 동일 작업으로 인하여 산업재해가 재발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작업 중지를 명할 수 있다.(산업안전보건법 제55조제1항) 이는 사망사고 발생시 (재발할 급박한 위험 여부와 상관없이) 작업 중지를 원칙으로 한다는 기존 고용노동부 입장에서 후퇴한 것이다. 결국 개정법대로라면 사망사고가 발생했더라도 해당 작업에서 다시 산재가 재발할 급박한 위험이 없다면 해당 작업은 계속될 수 있고, 고용노동부장관은 작업 중지를 명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장관의 작업 중지 명령권이 실효성 있게 활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편 작업 중지 해제 시에는 중대재해 발생 해당 작업 근로자 의견을 청취하고, 해제심의위원회는 해제요청일 다음 날부터 4일 이내에 개최, 심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산업안전보건법 제55조제3항 및 동 시행규칙 제69조) 시행규칙에 따르면 사업주가 중지된 작업의 해제신청을 하면 현장 확인, 노동자 의견청취, 심의위원회의 개최, 심의까지 4일(심지어 토요일과 공휴일을 포함하여 4일)만에 이루어져야 한다. 작업 중지 해제 절차가 형식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등

 

2018년 11월 20일, 경사노위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가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공익위원 합의안”을 발표했다. 합의안은 입법조치로서 노동조합 가입과 활동 제한의 근거가 되어 온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을 개정하여 해고자 및 실업자의 노동조합 가입이나 활동을 제한하지 않도록 함, 노동조합 임원 자격 제한 등 노동조합의 자율적 운영을 제약하는 근거가 되어 온 노조법 제17조 개정, 공무원과 교원의 노동조합 가입과 설립, 운영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무원노조법 제6조, 교원노조법 제2조 개정, 자유로운 노동조합 설립과 가입과 상충되는 노조법 시행령 제9조제2항 삭제,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 및 근로시간면제제도 정비를 제시했다.

정부는 경사노위의 합의안을 토대로 2019년 10월 4일 노조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표하였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 및 문제점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실업자, 해고자의 기업별 노동조합 가입 허용 관련

개정안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지 아니하는 노동자(실업자, 해고자)도 기업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노동자의 단결권 측면에서 개선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실업자, 해고자 등의 사업장 내 조합 활동은 ‘사용자의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에서’만 허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의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라는 것은 사용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매우 크다. 따라서 실업자, 해고자 등이 조합원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실질적인 조합 활동은 사용자의 판단에 따른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어, 빛 좋은 개살구 꼴이 될 가능성이 크다.

 

(2) 노동조합의 대의원 및 임원의 자격 관련

개정안은 노동조합 임원 자격을 노동조합 규약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되, 기업별 노동조합의 경우 임원이나 대의원의 자격을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조합원으로 한정하도록 하고 있다. 실업자나 해고자 등은 기업별 노동조합의 임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현행 노조법에는 조합의 임원은 그 조합원 중에서 선출되어야 한다고만 규정되어 있어 실업자나 해고자가 조합의 임원으로 선출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개정법에 따르면 이제는 이들의 피선거권은 명시적으로 금지되게 되어 조합 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개정안의 제안 이유는 ‘국제노동기구의 핵심협약인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의 비준을 추진하면서 해당 협약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법률을 개정하기 위하여’라고 서술되어 있는데, 실상 개정안은 ILO 제87호(결사의 자유) 협약에도 전면적으로 배치된다. ILO 제87호(결사의 자유) 협약 제3조 제1호는 ‘노동자단체 및 사용자단체는 그들의 규약과 규칙을 작성하고, 완전히 자유롭게 대표자를 선출하며, 관리 및 활동을 조직하고, 계획을 수립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되어 있다.

 

(3) 노동조합 전임자의 노동조합 업무 수행 관련

개정안은 노동조합 업무에만 종사하는 노동자(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 금지 규정을 삭제하고, 근로시간면제한도 내에서 노동조합 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 금지 규정이 삭제되므로 획기적인 변화가 있는 듯하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근로시간면제한도를 초과한 임금 지급은 금지되며, 노사가 한도 초과에 합의하더라도 이는 무효가 되기 때문에 현행 노조법과 내용상 전혀 달라지는 것이 없다.

 

(4) 단체협약 유효기간의 상한 연장

개정안은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상한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있다.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길게 하는 것은 노동조합이 교섭권을 축소하는 것이다. 단체협약 유효기간 중에는 평화의무가 있어 단체협약의 개정을 요구하더라도 사용자가 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3년은 상한이므로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으나, 거의 대부분의 사용자는 유효기간의 상한선을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으로 요구할 것이다. 현행법상 단체협약 유효기간의 상한선이 2년인데, 거의 대부분의 단체협약은 유효기간을 2년으로 하고 있음을 상기해 보라. 참고로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단체협약 유효기간에 대해 3년간의 법령상 제한을 부과하는 것은 결사의 자유에 대한 상당한 제한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5) 쟁의행위의 형태 제한 관련

개정안은 생산 및 그 밖의 주요업무에 관련되는 시설 등에 대해서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현행법에는 이미 생산 기타 주요 업무에 관련되는 시설에 대해 점거하는 형태의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개정안은 점거를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형태’로 바꾼 것이다. 개정안은 사실상 전부 점거를 통해 생산 활동에 차질을 주는 형태는 물론이고, 생산 활동에 사실상 차질을 주지 않는 일부 점거의 형태도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생산 기타 주요업무에 관련되는 시설에서는 피케팅이나 선전전 등 소극적인 쟁의행의도 불가능하게 된다. 이는 쟁의행위라는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을 상당히 축소하는 내용이다.

 

 

. 나가며

 

문재인 정부 하에서 개정된 노동관계법률 및 개정 시도된 노동관계법률 개정안을 살펴보았다. 문재인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노동 존중’이라는 자신의 선언을 애써 지켜내려는 노력을 해 왔다. 그러한 표면적인 노력으로 자화자찬 혹은 자기합리화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일부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방향의 법률 개정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도 자본가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까지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본가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법 개정 혹은 개정 시도를 하기도 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뒤 이은 최저임금법의 후퇴, 법정 근로시간 한도의 단축과 뒤 이은 특별연장근로 등의 확대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개편 시도, 떠들썩한 홍보를 무색하게 하는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 된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 그리고 ILO 협약 비준을 위해 제출되었다는 노조법 개정안이 ILO 협약과 동떨어진 내용인 것 등이 모두 그러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사회 실현’, ‘차별 없는 일터 만들기’라는 선언은 허공에 떠도는 말에 불과하고 집권 3년이 된 지금까지 그 말을 현실화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노동 현실을 더욱 악화시키기까지 했다.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말을 (그 말의 진심 여부와 상관없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혹은 지금의 노동현실을 더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그들의 처분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부족한 내용이나마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이루어 내었듯이,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악을 저지해 내었듯이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국가를 압박하고 투쟁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투쟁하지 않는다면 ILO 협약 비준도, 협약에 걸맞는 노조법의 개정도 이루어낼 수 없을 것이다. F. 엥겔스는 ≪잉글랜드 노동계급의 처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러므로 노동자들은 이러한 동물적인 처지에서 벗어나고자, 보다 나은 인간적인 지위를 얻고자 노력해야 하는 바, 바로 노동자들의 착취를 그 본질로 하는 부르주아지의 이해 그 자체에 대항하여 투쟁하지 않고서는 이를 성취할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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