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권두시] 국가는 계산적이었다 냉정하게 분류하고 머리 숫자를 중요시했다

 

고희림 | 편집위원

 

 

1.

 

봄밤을 설치며

여행을 떠난 부푼 아이들이었다

무지개와 같던 아침

꿈의 문턱을 넘어

이 세상을 다음 세상으로 옮겨 놓을듯

환상의 청룡열차를 타오르다가

급하고 거대한 권모의 바다로 툭 떨어진

필연적 악연의 시간

 

태초의 시간을 빼앗겨

돈의 사슬에 묶인채

쳇바퀴 돌던 배 구석구석

화물과 함께 짐짝처럼 가득 채워진 아이들이었다

 

바다속 근방에선

누구나 화 낼수 있다는듯

해파리떼 몰려다니고

나팔수같은 물새의 주둥이

루루루루 꽃처럼 피는데

멈춘 시간도 나뉜 공간도 없이

배는 기울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으라 하니

가만히 있은 아이들

어디로 도망치지 않고

살려달라고 문을 두드리던 아이들

별처럼 높은 목청 물을 밀며

손가락뼈가 바스러지도록 물 속을 긁었다

하염없이 기다리며

두껍고 차가운 물의 이불을 덮고 잠들거나

눈 뜨고 가라앉은 아이들 곁으로

해를 가릴 구름들이 주변에 진을 쳤다

 

이슬 맺힌 아직 흰 꽃들의

오장육부에서 불꽃이 터졌다

활 단 꽃

닻 단 꽃

눈과 입 구멍구멍 속으로

은폐를 위한 쇠사슬이 끼워져

기이하고 다 다른

모습의 그 때

 

들을 수 없는,

피할 수 있는, 피할 수 없는,

피 맺힌 소리 들려와

 

대가리 숫자가 얼마 되지 않는군

한 대가리에 이 만큼씩 지전을 세어 보아라

아직 어린 나이에 비하면 그게 적은 돈이 아니다

 

계산기를 두드리던 국가는 죽은 뱀처럼 버텼다

살이란 살이 다 녹아버리고 뼈들끼리 산산이 흩어져도

물 속에 갇힌 아이들은 절대 죽을 수 없을거란 기막힌 사실이

사람사는 세상이고

국가가 절대 모르지 않을 이치라면

유족의 나라 창궐해도

천번이나 만번이나 창궐해도

국가는

뒤돌아서서 자기 배를 채울 것이다

 

아이들이 사라진 바다

평화롭기조차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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