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정세] 21대 총선에 대한 단상―사회주의자는 어떻게 선거에 임해야 하는가

 

김해인 | 편집출판위원장

 

 

 

들어가며

 

오는 4월 15일, 국회의원 총선거가 실시된다.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선거에 대한 관심이 예년에 비해 많이 낮아져 있지만, 여야 기득권 정당들과 여러 군소 정당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지분의 획득을 위해, 사활을 걸고 선거에 임하고 있다.

소위 진보 정당들, 혹은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정당들 또한, 자신들이 주장하는 바를 공약으로 내걸고, 이번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데, 이들이 이번 선거에서 주장하고 있는 바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생각을 짧게나마 적어 보려 한다.

 

 

사회주의자의 선거 원칙

 

1. 선거 참여의 문제

사회주의자는 부르주아 선거에의 참여를 (절대적으로) 거부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가능한 한 독자적으로 선거에 참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선거 기간은, 인민들의 정치적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이다. 따라서 사회주의자는 (선거 참여와 무관하게,) 이 시기를 이용해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대중적으로 선전ㆍ선동해야 한다. 물론 선거라는 제한되고 특수한 국면에서 참여를 전제로 한 전술이, 이와 같은 선전ㆍ선동과 이를 통한 대중의 정치적 지지 획득에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참여 전술은 무조건적인 것이 아니라, 현재의 주체 역량을 포함한 내ㆍ외부적 정세 및 역량을 판단하여 결정해야 할 문제이다.

다시 말하면, 내ㆍ외부적 정세와 역량을 판단했을 때, 선거 참여가 가능하고 필요하다면, 선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선전ㆍ선동하고 대중의 정치적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 가능한 조직적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 반대의 경우라면, 참여 전술이 아닌 다양한 투쟁 전술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선전ㆍ선동하고 이를 통해 조직적ㆍ대중적인 성과를 달성하는 국면으로 선거 시기를 활용하고 돌파해야 한다.

 

2. 선전ㆍ선동의 내용 1

부르주아 지배 체제하에서 사회주의자가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선거에 참여할 때 가져야 할 제1의 원칙은, 선거를 통해 부르주아 민주주의, 부르주아 의회 제도의 본질을 폭로하는 것이어야 한다.

부르주아 민주주의는 형식적 민주주의이며, 그것의 본질은 노동자ㆍ인민 대중을 억압하는 부르주아 독재이다. 부르주아 의회 역시, 부르주아 독재의 기구일 뿐이며, 부르주아 선거라는 것 또한 독재의 본질을 가리기 위한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

몇 명에 한 명일지는 모르겠지만, 인격적으로 착한 자본가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획득하는 이윤의 본질이 노동자로부터 착취한 부불노동으로 생산된 가치(잉여가치)이며, 무정부적 생산에 따른 무한 경쟁에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노동자를 더욱더 착취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자본주의 체제하에서의 그의 본질이다. 그가 인격적으로든 뭐로든 착한 자본가, 혹은 착한 자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본주의 체제에서 그는 자본의 인격적 화신으로서, 구조적ㆍ본질적으로 노동자를 착취하는 (혹은 더욱더 착취하는) 자본가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자본가 앞에 수많은 부정적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지언정, 착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는 없는 것이다.

부르주아 의회 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인격적으로든 뭐로든 착한 의원, 착한 정치인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르주아 의회는 부르주아 독재의 기구이며, 형식적 절차를 통해 그 본질을 은폐ㆍ호도하고 있을 뿐이다. 부르주아 민주주의하에서 선거라는 것은, 노동자ㆍ인민 대중이 몇 년에 한 번씩 자신들을 정치적으로 지배하는 자들을 선출하는 형식적 절차일 뿐이다. 따라서 부르주아 민주주의하에서 의원의 역할은, 그 자신의 의도야 어떻든 상관없이, 그것의 본질을 폭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부르주아 독재를 유지ㆍ강화하는 데 복무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소위 진보 정당들 역시, 부르주아 민주주의, 부르주아 의회 제도의 본질을 폭로하지 않는 한에서는 (그리고 실제로도 폭로하고 있지 않다) 노동자ㆍ인민 대중을 기만하는 부르주아 민주주의, 의회 제도의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부르주아 민주주의, 부르주아 의회 제도의 본질, 그것의 한계와 기만성을 폭로한다고 해서, 사회주의자가 그것 자체를, 그것의 유용성을 깡그리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부르주아 민주주의와 의회 제도는 봉건 왕정에 맞선 부르주아 투쟁의 역사적 산물이다. 그리고 노동자계급과 근로 인민 대중은 투쟁을 통해, 참정권 등의 부르주아적 자유와 권리를 확대시켜 왔고, 이것을 발판으로 정치적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

부르주아 민주주의, 즉 부르주아 독재는 다양한 형태를 띨 수 있다. 보다 민주적인 방식(보통ㆍ평등ㆍ직접ㆍ비밀 선거 등)으로 선출되는 의회 제도를 채택할 수도 있고, 그것을 극히 제한하는 방식으로 의회를 구성할 수도 있으며, (대개는 임시적인 조치로서) 어떤 형태의 의회도 없이 무단 통치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수도 있다. 물론 어떤 형태로 운영되든, 그것의 본질이 부르주아 독재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고, 당시의 정치ㆍ경제적 상황과 계급 역관계에 따라 그것의 형태가 결정되는 것이다. 부르주아적 자유와 권리의 정도도 마찬가지이다.

부르주아 민주주의 체제에서, 노동자ㆍ인민 대중의 투쟁을 통한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확대는, 노동자계급이 정치적ㆍ조직적으로 성장하는 데 발판이 되었고, 이후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축소ㆍ제한하려는 부르주아 계급과 그것을 확대ㆍ강화하려는 노동자ㆍ인민 대중 간의 투쟁이 계속되어 왔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부르주아 계급은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극단적으로 축소ㆍ제한하는 파쑈 체제의 형태를 취하기도 했고, 정반대로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집권 등으로 의회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부르주아적 자유와 권리가 상당히 확대된 형태를 취하기도 했다(물론 앞서 지적한 대로 그 어떤 형태도 부르주아 독재라는 본질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며, 사민당이 부르주아적 자유와 권리를 확대한 경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축소시킨 경우도 있다. 즉, 부르주아지에게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은 사적 소유의 보존이며, 그것을 위해서라면 저들은 약간의 손해가 있을 수도 있지만, 우측의 파씨즘부터 좌측의 사회민주주의까지 다 용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현대 부르주아 체제에서 부르주아 민주주의는, 그것의 본질과 한계ㆍ기만성에도 불구하고, (즉, 불완전한 것이긴 하지만,) 사상ㆍ언론ㆍ출판ㆍ집회ㆍ결사의 자유 등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대중적으로 선전ㆍ선동하고 대중을 조직할 수 있는, 다시 말해 노동자계급이 정치적ㆍ조직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공기와 같은 것이 되었다. 즉, 부르주아 민주주의는 노동자계급이 정치적ㆍ조직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이용해야 하는 중요한 무기가 된 것이다.

한국 사회는, 서구 부르주아 사회에 비해,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확대가 필요하다. 특히, 국가보안법을 통한 사상적ㆍ정치적ㆍ조직적 자유와 권리의 탄압은, 한국 노동자계급이 정치적ㆍ조직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최우선적 과제이다.

사회주의자가 부르주아 민주주의, 부르주아적 자유와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것은 그것에 안주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것을 획득해 나가는 과정에서 노동자ㆍ인민 대중을 정치적ㆍ조직적으로 성장시키며, 이를 통해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넘어서 노동자계급의 민주주의, 즉 노동자계급의 권력으로 가기 위함이다. 따라서 우리는 노동자계급의 정치적ㆍ조직적 성장을 위해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최대한 활용하고, 그것의 확대를 위한 투쟁을 전개해야 함과 동시에,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본질, 그 한계와 기만성을 끊임없이 폭로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 국면에서 그것을 폭로하지 않고 선거에 임하는 것은, 부르주아 민주주의(부르주아 독재)의 본질을 은폐ㆍ호도하는 데 동참하는 것이며, 따라서 선거 투쟁(?)에 열심이면 열심일수록 자신들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노동자ㆍ인민 대중의 정치적 성장을 가로막는 데 적극적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3. 선전ㆍ선동의 내용 2

이렇게 제1의 원칙이 전제된 다음, 자본주의 사회의 본질과 근본 모순을 폭로해 내고, 이러한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필연적인 대안으로서 사회주의를 선전ㆍ선동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최대 강령적 선전ㆍ선동을 중심으로, 선거 국면에서 공약으로 표현될 수 있는 당면의 과제인 최소 강령이 결합되어 제시되어야 한다.

그와는 반대로, 최대 강령을 종이 위의 강령으로만 승인하고, 먼 미래의 것으로 치부해 버리며, 최대 강령과 최소 강령을 분리시키는 것이, 제2 인터내셔날 이후 수많은 개량주의 정당들이 보여 왔던 행태이다.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인 한국 사회에서는, 미 제국주의에 대한 한국 자본가계급의 자발적ㆍ적극적 예속 동맹을 기초로 하는 신식민지 체제의 본질과 모순1)을, 자본가계급의 사적 소유와 노동자로부터의 잉여노동 착취에 기반한 자본주의 체제의 본질과 모순을, 여기에 더해 자본의 집적ㆍ집중을 통한 독점의 강화와 자본주의의 전반적 위기에 대응해 국가가 (재)생산 과정에 전면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의 본질과 모순2)을 대중적으로 폭로해 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에 기반해, 그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필연적인 대안인 사회주의를 대중적으로 선전ㆍ선동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의 사회주의는, 그 상이 무엇인지 모호한 것이 아니라, 명확한 모습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즉, 지금의 모순은 생산수단을 사회화(노동자계급이 국가 권력을 쟁취하는 하에서의 국유화)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밖에 없으며,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계급을 중심으로 하는 근로 인민 대중이 부르주아 국가를 분쇄하고, 새로운 형태를 국가를 건설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주장해야 한다.

즉, 우리가 주장하는 사회주의 사회는 생산수단의 사회화(국유화)를 기초로 한 노동자계급의 독재 국가이다(여기서 노동자계급의 독재는, 당시의 상황과 조건을 고려하여, 노동자계급의 헤게모니가 관철되는 하에서 여러 형태를 띨 수 있을 것이다. 쏘련에서 프롤레타리아 독재는, 노동자계급이 중심이 되는 노농 동맹의 쏘비에트적 형태를 띠었다). 그리고 그 사회는, 자본주의를 복고하려는 내ㆍ외의 적들에 단호히 맞서 싸우고, 계급의 적들에게는 최대한의 억압을 근로 인민에게는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보장하며, 자연과 인간의 유기적 관계의 복원에 기초해, 근로 인민 대중의 경제적ㆍ문화적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더 이상 억압할 대상이 없는 사회, 즉 계급도 없고, 국가 자체도 소멸되는 공산주의 사회를 지향한다. 다시 말해, 사회주의가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사회는, 풍요로운 물질적 분천을 기초로,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 사회, 각인의 발전이 만인의 발전의 전제가 되는 해방된 인간들의 자유롭고 평등한 공동체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러한 사회주의/공산주의 사회의 건설을 위한 첫걸음은, 노동자계급의 권력 장악과 이를 통한 생산수단의 사회화(국유화)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해 두며, 자본주의 체제를 분쇄하는 것으로부터 저들의 복고 시도를 막아내고 높은 단계의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기까지, 간고한 계급 투쟁이 요구된다는 것 또한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이것이 모호한 모습이 아니라 나름대로 명확한 상으로 제시될 수 있는 사회주의의 대략적인 내용이다. 사회주의자는 선거 국면에서 이러한 자신들의 정치적 지향을 분명하게 주장해야 한다. 또한 현 체제의 극복 없이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들이 수많은 문제들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대중적으로 선전ㆍ선동해야 하며, 최소 강령적 요구의 성취 역시 최대 강령을 목표로 하는 투쟁이 전개될 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렇게 최대 강령과 최소 강령을 결합시키지 않고, 최소 강령에 해당하는 공약을 중심으로 선거 활동을 전개하는 것은, 대중의 혁명성을 거세시키고, 대중들의 의식과 투쟁을 체제 내화하는 데 복무하는 것이다.

 

 

정의당, 민중당, 노동당의 공약과 선거 활동

 

1. 정의당

정의당의 공약과 선거 활동은 별도로 검토하지 않겠다. 그들은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 자신들은 이미 혁명성을 버렸고, 현 체제 내에서의 개량을 추구하는 정당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저들이 통합진보당 내에서 종북 논란을 일으켰고, 통합진보당에 대한 탄압이 시작되었을 때 그것에 앞장서서 동조했던 자들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내란음모는 이 땅에서 결코 용인할 수 없는 또 다른 국기문란 사건이다. 진실에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실체가 밝혀지도록 철저하고 엄중하게 수사되어야 한다. … 제기되고 있는 혐의는 헌법의 기본정신을 부정하였다는 것인데, 국민들은 헌법 밖의 진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심상정 당시 정의당 원내 대표, 2013년 9월 1일 원내 대표단회의 발언, 강조는 인용자.)

 

이석기 의원 관련 최근 일련의 사태는 참으로 충격적이고 개탄스럽다. 평화는 평화의 가치와 평화로운 행위로 지켜진다. 전쟁은 그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진보를 자처하는 공당의 관계자들이 북의 핵무기를 인정하고 전쟁수단을 강구한 발상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진보는 낡은 이념적 편향과 폐쇄적인 써클주의와 인연이 없으며, 이념적 유희의 대상이 아니다. 더욱이 진보는 전쟁과 폭력, 핵무기 등 군사주의를 단호히 거부한다. 진보는 다수 시민들이 살맛나는 세상으로 정의롭게, 생명이 생명답게 아름답게 변화시켜 가는 보편적이며 열린 상식이다. 내란음모 혐의의 물증이 된 이들의 회합내용을 담은 녹취록이 사실이라면 이석기 의원은 공직자로서, 정치인으로서 지켜야 할 대한민국 헌법과 그 가치를 부정했으며, 국민의 보편적인 상식에 대한 도전으로 국민을 경악케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전쟁과 게릴라전 등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시대착오적이고 소아병적 발상, 또한 왜곡된 대북관 등은 국민의 대의기구이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 지녀야 할 자질과 가치관의 심각한 결격사유라 하지 않을 수 없다. … 내란음모죄 성립 여부의 사법적 판단 이전에 국민의 손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과 국민의 세금과 정치참여로 활동하는 통합진보당은 마땅히 이번 사태에 대해 정치적인 책임을 무겁게 자각해야 한다. … 이번 사태에 대해 통합진보당은 정치적 책임을 지고, 이석기 의원과 관계자들이 체포동의안과 공정한 수사에 응하도록 먼저 나서야 한다. (김제남 당시 정의당 원내 대변인, 2013년 9월 2일 논평, 강조는 인용자.)

 

공개된 녹취록에 대해 사실이라면 그것은 헌법에 근거하고 헌법에 의해 그 활동을 보장받는 국회의원과 정당으로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며 억울하더라도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고 수사에 임하라고 요구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자진 출두할 생각이 없다고도 이야기 했습니다. … 그러나 다시 강조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석기 의원 등의 행위가 불체포특권으로 보호받을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 내내 그분들은 국민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석기 의원의 강연을 특권으로 보호받게 한다는 것은 국민의 충격과 분노를 무시하고 거스르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똑같이 헌법을 토대로 존립하고 활동하는 정당으로서 이를 분명히 하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천호선 당시 정의당 대표, 2013년 9월 4일 당원들에게 보낸 메시지, 강조는 인용자.)

 

2. 민중당

민중당은 강령에 명시적으로 사회주의를 주장하고 있지는 않으나,3) 한국 운동 사회에서 가장 큰 세력을 차지하고 있는 정파의 정당이고, 주요 당원들은 스스로를 혁명가, 사회주의자라고 말하고 있으므로, 21대 총선에서 민중당이 내걸고 있는 공약과 활동 내용을 검토해 보려고 한다.

민중당은 먼저 총론적으로는, “‘국민무시 국회청산! 국민의 명령대로 국민의 국회 건설이라는 슬로건으로 국회의원 특권폐지 국민발안 운동을 전개하고 있고, “‘차별없고 빈틈없는 노동존중사회를 만들겠습니다라는 제하의 10대 노동 공약, 투기꾼 잡고, 집 걱정 없는 사회로! 투기꾼에게 빼앗긴 주거권을 되찾겠습니다라는 구호의 8대 주거 공약, 교육 불평등 타파! 대학 서열화 해체!의 4대 교육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비례대표 후보들의 공약에서는, 농민 문제, 청년 문제, 평화 문제, 미 제국주의 문제, 국가보안법 철폐 등의 공약이 눈에 띈다.

그러나 민중당의 공약과 선거 활동에서, 우리가 앞에서 주장한 사회주의자의 선거 원칙에 입각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즉, 민중당은 부르주아 선거를 부르주아적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민중당이 선거 투쟁을 부르주아적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전개하려 했다면, 이석기 의원 무죄 석방과 통합진보당 해산 무효를 전면에 내걸고 부르주아 의회 제도 자체를 폭로하며, 미 제국주의와 신식민지 문제를 전면화하고, 국가보안법 철폐, 국정원 해체 등을 최우선적 과제로 제시해야 했다. 이러한 내용의 선거 투쟁이라면, 노동자ㆍ인민 대중의 정치의식을 성장시키는 데 유의미한 선거 투쟁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석기 의원의 석방은, 비례대표 4번 이상규 전 의원의 공약 중에 8년째 옥살이, 이석기 의원 석방!으로 제시되고 있을 뿐이며, 비례대표 5번 윤희숙은 국가보안법 폐지 및 피해자 구제와 함께 국정원 해체가 아닌, 국정원 개혁-수사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또한 최대 강령적 내용과의 아무런 매개도 없이 부르주아 선거에 나서면서, 국민의 국회 건설이니 민중의 직접정치니 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은, 부르주아 의회의 본질을 심각하게 호도하고, 노동자ㆍ인민 대중의 정치적 성장을 오히려 가로막는 행위이다.

나아가 민중당과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주장하고 있는 이번 선거는 한일전이라는 구호는, 반미래통합당 전선에서 나온 구호로서, 현 정세의 전략ㆍ전술적 방침을 반미래통합당으로 규정함으로써, 수구 적폐 척결! 미래통합당 해체라는 구호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민주당에 대한 전선을 허물어뜨리고, 미래통합당에 맞서 그들과의 연대도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이 민중당을 대놓고 거부하며 다른 비례연합정당을 자신들의 위성정당으로 선택했고, 내부적인 절차와 반발 등으로 최종적으로 무산되기는 했으나, 민중당의 중앙선대본은 비례연합정당에의 참여를 결정한 바 있다.

이번 선거는 한일전이라는 구호는 대중의 정치의식을 성장시키기보다는, 그들의 정서에 영합해 정치적ㆍ의식적 성장을 지체시키는 구호이다.4) 이러한 구호가 공공연하게 외쳐지고, 민중당의 중앙선대본이 비례연합정당에의 참여를 결정했던 것에서, 민중당이 어떤 방식으로 선거에 임하고 있는가가 여실히 드러난다. 그들은, 부르주아 민주주의, 부르주아 의회 제도의 본질을 폭로하고, 현 체제의 본질과 모순을 선전ㆍ선동하며, 일하는 사람이 주인인 새로운 미래 사회의 전망을 제시하면서, 노동자ㆍ인민 대중의 정치적ㆍ조직적ㆍ의식적 성장을 도모하는 것 대신에, 국회의원 몇 명의 당선이 목표인 부르주아적 방식으로 선거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이러한 의회주의에 경도된 방식은, 이전의 선거들에서, 뿐만 아니라 의회 활동에서도 이미 드러난 바 있다. 그런데 사실 민중당이 이렇게 활동하는 것의 기저에는, 한국 사회에 대한 그들의 인식과 거기에서 기인하는 그들의 변혁 전략이 있다. 즉, 신식민지 체제의 본질에 대한 잘못된 이해, 그리고 민족 모순과 계급 모순에 대한 통일적 사고의 결여로부터, 앞서 비판한 모든 내용들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민중당 동지들께서는, 이 점을 다시 한 번 깊이 성찰해 보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려 본다.5)

 

3. 노동당

노동당은 강령에서, 신자유주의 위기의 시대를 넘어 사회주의 대전환을 달성할 때까지 모든 개인의 자유롭고 평등한 발전을 통해 자유로운 모든 개인의 평등한 연대가 이루어질 때까지 우리 당의 발걸음은 계속될 것이며, 사회적 위기의 치열한 중심에서 생태주의, 여성주의, 평화주의, 소수자 운동과 결합된 사회주의를 현실 속의 이념으로 구현할 것이고, 20세기 사회주의의 두 얼굴인 소비에트 사회주의와 사회민주주의의 오류와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길을 찾고자 했던 전 세계 좌파정당들의 실험 속에서 교훈을 얻고 사회적 생태적 전환의 새로운 길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 밝히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일군의 당원들이 탈당하여 기본소득당을 창당한 것과 대조적으로, 사회주의 정당을 대대적으로 표방하며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고, 이번 총선에서도 사회주의를 전면에 내걸고 선거에 임하겠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있다.

약간의 뉘앙스 차이는 있지만, 민중당과 노동당 모두 비정규직 철폐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그런데, 민중당 또한 전면에 내걸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비례대표 후보들의 공약으로, 미 제국주의의 문제, 평화 문제, 국가보안법 철폐, 국정원 개혁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반면에, 노동당은 전체 핵심 공약에서도, 비례대표 후보들의 공약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비례 후보의 공약으로, 전면비례대표제, 선거완전공영제 등 선거 제도 개혁에 관한 내용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아래는 이번 총선에 제출된 한국사회 체제전환을 위한 노동당 15대 핵심공약이다.

 

■ 5대 공공무상정책

□ 의료인 양성 국가책임제 및 무상의료 실현

□ 국가공공무상주택 1,000만호 공급

□ 국공립대학 평준화 및 무상교육 실현

□ 버스ㆍ지하철ㆍ철도 등 대중교통 완전공영화 및 무상교통 실현

□ 통신기간산업 공영화 및 무상통신 실현

 

■ 5대 불평등 세습 근절

□ 파견업 전면 금지 및 특수고용직과 기간제법 폐지

□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 형법 제297조, 강간죄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로 개정

□ 군 동성애 처벌조항 삭제 및 동성혼 법제화

□ 만 35세 이하 출마자 및 장애인 출마자 선거비용완전공영제

 

■ 5대 사회 대전환

□ 평등ㆍ평화ㆍ생태 사회주의 헌법 제정

□ 주30시간 노동시간 단축과 문화사회법 제정

□ 지금즉시 탈핵 및 2050 탄소제로를 위한 사업정지특별조치법 제정

□ 지분으로 매년 2%씩 납부하는 토지보유세 신설

□ 노동ㆍ성평등ㆍ차별금지 교육 정규교과목화

 

민중당과 마찬가지로, 노동당 역시 부르주아 선거에 참여하면서도, 부르주아 의회 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은 찾아볼 수 없다. 반대로, 전면비례대표제, 선거완전공영제 도입 등 선거 제도 개혁에 대해 주장하는데, 이러한 주장은, 부르주아 민주주의, 부르주아 의회ㆍ선거 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제기될 때만, 최대 강령의 달성을 목표로 할 때만, 유의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럴 때만 이것이 노동자ㆍ인민 대중의 정치적ㆍ의식적ㆍ조직적 성장과 함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에 기반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제도의 도입이 소위 진보 정당들의 국회 입성에 도움은 되겠지만, 그때의 진보 정당들 역시 부르주아 의회 제도의 또 다른 장식품에 지나지 않을 것이며, 그들이 어떤 좋은 말로 자신을 변호하더라도, 그것은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본질을 은폐하는 데 동조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노동자ㆍ인민 대중을 기만하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즉, 민중당과 마찬가지로 노동당 역시, 사회주의자가 선거에 참여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을 잊고 있다.

그리고 노동당은 사회주의를 전면에 내걸고 선거에 임하겠다고 했지만, 그들의 활동과 공약에서 사회주의에 대한 선전ㆍ선동은 찾아볼 수 없다.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모순과 그 모순의 해결을 위한 유일하고도 필연적인 대안으로서 사회주의가 제시되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한국 사회의 주요한 모순으로서 민족 모순은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다.

위에서 인용한 것처럼, 최대 강령에 대한 선전ㆍ선동 없이, 15대 핵심공약이 제시되고 있는데, 사회주의를 전면에 내걸고 선거에 임하겠다는 말이 무색하게, 그것에서 사회주의적 내용은 찾아볼 수 없으며, 혹시나 있다 해도 최대 강령과 무매개적으로 제시되어 있을 뿐이다.

먼저, 5대 공공무상정책이 사회주의적 내용으로 제시된 것인가? 무상 의료, 무상 교육, 무상 주택, 무상 교통, 무상 통신은 노동자ㆍ인민 대중에게 큰 혜택이 있는 좋은 정책임은 분명하지만, 그것 자체가 사회주의 정책인 것은 아니다. 그중 무상 의료나 무상 교육의 경우, 유럽의 복지 국가들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정책, 즉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도 이미 실시되고 있는 복지 정책이다.

물론 노동당이 무상 의료, 무상 교육을 넘어, 무상 주택, 무상 교통, 무상 통신까지 급진적으로 제기하는 방향은 좋다. 그런데 이러한 과제들은, 다시 말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최소 강령적 과제들은, 최대 강령을 목표로 한 투쟁을 통해서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했어야 했다. 즉, 이러한 과제들은 노동자계급의 권력 장악과 모든 생산수단의 국유화를 목표로 한 투쟁과 결합되어 제기되어야 할 과제인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보더라도, 유럽의 복지 제도들은 노동자ㆍ인민 대중들이 투쟁을 통해 쟁취한 것이며, 그들이 복지 체제에 안주하며 혁명적 전망을 잃어버리고 결국 투쟁력이 약해졌을 때,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것처럼 그러한 복지 제도들은 후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6)

다음으로, 평등ㆍ평화ㆍ생태 사회주의 헌법 제정을 보자. 이것이 노동당이 사회주의를 전면에 내걸고 선거에 임하겠다는 핵심 공약인가? 그런데 이 사회주의 헌법이 어떤 내용인지는 모르겠으나, 헌법은 사회 체제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체제를 반영하는 것이다. 즉, 자본주의 체제가 사회주의 헌법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본주의가 용인 가능한 사회주의, 즉 사회민주주의라면 모를까. 물론 이 또한 그냥 제정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ㆍ인민 대중의 체제 전환적 수준의 투쟁을 통해서만, 그래서 지배계급이 일정하게 양보할 수밖에 없는 사회 씨스템이 만들어지고 난 이후에야, 그것을 반영하는 사회민주주의적 헌법도 가능한 것이고(물론 이 역시도 여타의 자본주의 헌법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기만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겠지만 말이다).

따라서 형식적으로도, 평등ㆍ평화ㆍ생태 사회주의 헌법 제정은 다른 수준의 공약들과 병렬적으로 배치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사회주의 체제로 변혁될 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르주아 의회 제도의 본질, 그 한계와 기만성에 대한 폭로도 없이, 우리 사회의 주요 모순과 그 해결에 대한 구체적인 제시도 없이, 이렇게 사회주의 헌법이 공약으로 제시되면, 사회주의를 전면에 내걸고 선거에 임하는 것인가? 다시 말하면, 노동자계급이 권력을 장악하고, 그 힘으로 생산수단의 사회화(국유화)를 달성한 이후에라야, 사회주의 헌법의 제정이 가능한데, 이러한 매개, 즉 이것의 전제와 이것을 어떻게 쟁취할지에 대한 것은 전혀 없이, 평등ㆍ평화ㆍ생태 사회주의 헌법 제정이 다른 최소 강령적 공약들과 함께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당이 자신들의 말처럼, 사회주의 정당으로서 사회주의를 전면에 내걸고 선거 투쟁을 전개하고자 한다면, 자신들의 강령처럼 사회주의 대전환을 전면에 내걸고, 의회 제도의 본질을 폭로하며, 동시에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모순과 그 모순의 해결을 위한 필연적인 대안으로서 사회주의를 선전ㆍ선동해야 했다. 그리고 그러한 전제하에서 최소 강령적 공약들이 제시되어야 했다. 결국 핵심은 의회 선거에 참여하지만, 의회를 통해서 지금의 모순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자본주의 체제의 폐지는 노동자ㆍ인민 대중의 간고한 투쟁(물론 여기에 명확한 사회주의적 전망을 가진 정당의 의회 내의 투쟁도 포함될 수 있다)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분명하게 제시되어야 했고, 그 속에서 사회주의 사회에 대한 정치적 전망이 선전ㆍ선동되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전개되고 있는 활동들은 전혀 그렇지 못하며, 공약 또한 전혀 그렇지 않다. 따라서 지금 전개되고 있는 활동과 제시된 공약들은, 부르주아 체제 내에서는 일정하게 진보적인 공약일 수는 있어도, 사회주의를 전면에 내건다는 목표 달성에는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의 근본적인 이유는, 노동당 동지들이 부르주아 국가, 부르주아 민주주의, 부르주아 의회ㆍ선거 제도의 본질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지 못한 것에, 즉 맑스주의 국가론이 부재한 것에 있지 않을까 한다. 맑스주의 국가론에 입각하고 있었다면, 평등ㆍ평화ㆍ생태 사회주의 헌법 제정을 15대 핵심공약으로 제출할 수 있었을까?

이와 연동해서, 노동당 동지들이 사회주의 정당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자신들의 사회주의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그 사회주의에 이르는 경로는 어떠한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깊이 고민해 보시길 부탁드려 본다.7)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 문제에 대해 상호 간 활발한 토론이 진행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나가며

 

1. 김종인 씨가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되었다. 정말이지 화려하기(?) 그지없는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그는 1980년 신군부의 국보위에 참여했으며, 81년부터 88년까지 민정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을 지냈고, 노태우 정권에서는 보건사회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92년부터 94년까지(노태우ㆍ김영삼 정권)는 민자당 국회의원으로, 2004년부터 08년까지는 새천년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11년부터 12년까지는 한나라당ㆍ새누리당에, 16년부터는 더불어민주당에, 17년부터는 국민의당에 몸을 담았다가, 2020년 현재, 미래통합당으로 다시 옮겨 갔다.

김종인 씨의 종횡무진한 이력은 미래통합당과 민주당이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는 정당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물론 그의 이적 이외에도 수많은 소위 철새들의 이적이, 그리고 집권 시 그들이 보여 준 수많은 정책 행보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도 반미래통합당으로 전선을 형성하고, 수구 적폐 척결이니 한일전이니 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판단과 전술은, 비단 선거 국면에서뿐만 아니라, 수많은 국면에서 등장했고/하고 있으며, (앞서 말한 것처럼 이러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세력이 자신들의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다.

그런데 선거는 뚜껑을 열어 보기 전까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만, 현재의 상황에 큰 변수가 없다면, 지난 총선/대선/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민주당의 승리가 예상되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저들이 주장하는 한일전은 승리한 것이며, 수구 적폐척결되는 것인가?

저들이 말하고 있는 수구 보수 세력은 무시할 수 없는 전통적인 기반이 있기 때문에 축소는 될 수 있을지언정, 쉽게 척결되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민주당 세력은 예전의 노무현 정권 시기 정도의 허약한 기반이 아니라, 이제는 나름대로 흔들리지 않는 상당한 기반을 갖추었고, 향후에도 미래통합당 세력과 대등하게 정권을 주고받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많은 민주당 정권을 겪고도 아직도 저들이 미래통합당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미래통합당이 적폐이면, 민주당은 신적폐가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계급의 독자적인 정치적ㆍ조직적 성장을 위해서는, 미래통합당의 독점자본의 우파로서의 실체도 폭로해야 하지만, 민주당을 지지하는 대중들에게 독점자본의 좌파로서의 민주당의 실체를 폭로하는 것 역시,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다.

 

2. 국가 기구를 접수해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제2 인터내셔날의 사회민주주의 정당들로부터 시작되어 현재까지도, 전 세계 수많은 진보 정당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인식이다. 맑스주의 국가론에 대한 이러한 무지가 혹은 그것에 대한 폐기가, 대중들의 혁명성을 거세시키고, 대중들에게 부르주아 국가에 대한 환상을 조장하며, 그들을 체제 내화시켜 왔다.

부르주아 국가는 타도되어야 하고, 노동자계급의 국가로 대체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사회주의자가 부르주아 의회 선거에 나서는 것은, 또 부르주아 의회에 진출하려는 것은, 그것을 노동자ㆍ인민 대중의 정치적ㆍ조직적 성장을 위한 정치 폭로의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이며, 의회 내에서의 투쟁도 최대 강령의 달성을 위한 투쟁에 종속되는 위치에서의 전술로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당선 자체를 목표로 원칙도 없이 선거에 참여하는 것, 혹은 정해 놓은 원칙을 저버리면서까지 당선에 목을 매는 것은, 부르주아 선거에 임하는 사회주의자의 자세가 아니다. 사회주의자는 선거에 나서면서도 당선 자체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부르주아 선거와 의회 제도의 기만성을 폭로해 내야 하는 것이다.

1976년 6월 일본 도꾜에서 전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무하마드 알리와 안또니오 이노끼 간의 세기의 대결이 펼쳐졌다. 하지만 세기의 대결이라는 기대는 경기가 끝난 뒤 세기의 졸전이라는 야유로 바뀌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은 제대로 붙어 보지도 않고, 이노끼는 링에 누어서, 알리는 이노끼 주위를 맴돌며 경기를 끝냈기 때문이다.

그 대결은 말 그대로, 싱거운 무승부로 끝났다. 하지만 그들이 정면으로 붙었다면, 둘 중 하나는 크게 패배했을 것임에 틀림이 없다. 이노끼가 일어서서 싸웠다면 이노끼는 알리의 펀치에 다운되었을 것이고, 알리가 누워 있는 이노끼에게 더 다가서서 싸웠다면 알리는 이노끼의 레슬링 기술에 당했을 것이다.

이 싱거운 무승부 대결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싸움은 자신의 고유의 방식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남이 유리한 방식으로 싸우는 것은, 섶을 지고 불구덩이로 들어가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소위 진보 정당들은 어떠한가? 자신의 방식으로 선거에 임하고 있는가, 아니면 부르주아의 방식대로 선거에 임하고 있는가?

부르주아 선거는 기본적으로 당연히 저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저들에게는 돈, 권력, 언론, 제도 등등의 힘이 있다. 부르주아 선거는 기본적으로 금권 선거이다.8) 한국에서는 작은 지역구의 선거를 치르려고 해도, 보통 억대의 돈이 든다고 한다.9) 거기에 언론과 제도 환경은 더 말할 필요도 없고, 무엇보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사상적ㆍ조직적 자유와 권리를 가로막고 있는 국가보안법이 존재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부르주아와 같은 방식으로 선거에 임해서 승리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또 그런 방식으로 당선이 되었다고 해도, 그 당과 그 의원이 부르주아 의회의 장식품 이상으로 국회에서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성장을 위해 무엇을 하겠는가? 사회주의자는 선거에서 당선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당선되지 못하더라도 노동자ㆍ인민 대중이 정치적으로 한 걸음 성장하는 데 복무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선거 투쟁에 임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저들과 같은 방식이 아니라, 우리의 방식으로 선거에 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며, 사회주의자의 선거 원칙에 대해 대략적으로 생각하는 바를 정리해 보았다.

 

3. 끝으로, 선거 개혁을 이야기하며, 정당법 개정, 전면비례대표제, 선거완전공영제 도입 등만 이야기하지 말고, 더 근본적인 국가보안법의 철폐를 전면에 내걸었으면 한다. 물론 정당 설립 요건 개정과 득표율 3% 조항 폐지, 전면비례대표제, 선거완전공영제 도입 등등은, 사회주의자의 국회 입성에게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글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했기에 다시 재론하지 않겠지만, 그 다시 말할 필요 없는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 있어야 선거도 의회도 유의미한 것이다.

그런데 그 원칙을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있는 것이 바로, 혁명적인 사상과 개인ㆍ조직을 탄압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이다. 이 때문에 선거 시기는 국가보안법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더욱 직접적으로 폭로할 수 있는 시기이며, 따라서 한국에서 사회주의자는 (일상적인 시기에서뿐만 아니라,) 선거 시기에는 더욱더 국가보안법 철폐를 최우선적인 과제로 내걸고 투쟁을 전개해야 하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의 본질을 폭로하고, 그것의 폐지를 위한 투쟁을 전개하는 것 자체가, 노동자계급의 정치적ㆍ조직적ㆍ사상적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며, 이러한 투쟁 과정 자체가 훌륭한 선거 투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동시에 국가보안법에 맞서지 않고 의회 진출을 도모하는 것은, 당연히 사회주의자의 선거 투쟁일 수 없는 것이다.

 

아무런 정치적 성과도 없이, 수억 수십억을 허공에 날려버린 수많은 선거 투쟁(?)들을 떠올리며, 이 글이 사회주의자는 어떻게 선거에 임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노사과연

 

 


 

1) 신식민지 체제의 본질과 모순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하라. 채만수, ““현 시기 민족 문제”의 본질과 통일 운동, 그 주체와 투쟁 대상에 대하여”, ≪정세와 노동≫ 제156호(2019년 11월). <http://lodong.org/wp/archives/12094>

 

2)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의 본질과 모순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하라. 채만수, “제10강 독점자본주의”, “제11강 국가독점자본주의”, ≪노동자 교양경제학≫(제6판), 노사과연, 2013.

 

3) “민중당은 자주와 평등, 통일의 기치 아래 민족자주시대, 민중주권시대, 항구적 평화시대를 개척하는 민중의 직접정치정당이다. … 민중당은 진보정당 운동의 역사와 정신을 계승하고 성찰하면서 촛불혁명정신으로 모든 민중의 단결을 실현하여 진보집권으로 나아간다. 민중당은 일하는 사람이 주인이 되는 자주국가를 건설하고, 모든 분야에서 평등사회를 실현하며, 민족이 하나가 되는 통일세상을 실현한다. …” (민중당 강령 중에서.)

 

4) 한일 문제에 대한 필자의 입장은 다음을 참조하라. 김해인, “노동자 국제주의를 위하여”, ≪정세와 노동≫ 제153호(2019년 7/8월). <http://lodong.org/wp/archives/10647>

 

5) 다시 한 번 다음의 글을 일독하시고, 성찰해 보시길 권해 드린다. 채만수, ““현 시기 민족 문제”의 본질과 통일 운동, 그 주체와 투쟁 대상에 대하여”, ≪정세와 노동≫ 제156호(2019년 11월). <http://lodong.org/wp/archives/12094>

 

6) 노동자계급이 혁명적 전망을 상실한 상태에서, 기존에 달성한 개량적 성과(예를 들면, 복지 제도)들이 어떻게 형해화되는지, 지금의 유럽이 잘 보여 주고 있다. 교육, 연금 등 많은 부분에서 후퇴가 있었음을 알고 있었으나, 여기에 더해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에 대응하고 있는 유럽의 모습에서, 공공 의료에 대한 투자 또한 상당히 부실했음을 알 수 있다. 즉, 겉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축소되었지만 그래도 여러 복지 제도들이 유지는 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 내부에서는 이미 상당한 문제가 누적되어 왔음이, 이번 사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7) 최근 노동당이 소위 ‘좌파’의 최대 정당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자임해 나서고 있음을, 한편에서는 사회변혁노동자당이 2022년 대선까지의 조직적ㆍ정치적 방침으로 “사회주의 대중화”, “사회주의 대중 정당 건설”을 채택하고 실천 활동에 나서고 있음을, 그리고 양당이 다양한 공동 실천을 모색하고 있음을 알고 있기에, 소위 ‘좌파 통합’의 흐름 속에서, 노동당의 사회주의가 어떤 상인지, 그리고 그 경로가 어떠한지, 그와 연동해 선거는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가 ‘좌파’들 간에는, 일정하게 비중 있는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필자가 노동당의 선거 활동과 공약을 비판하는 것도, ‘사회주의를 주장하는’ 노동당 동지들이, 사회주의에 대해, 사회주의에 이르는 경로에 대해, 그와 연동된 부르주아 선거에 대해, 다시금 깊이 있게 고민해 보시라는 의미에서 작성한 것으로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8) 일부 유럽 국가의 전면비례대표제, 선거완전공영제를 들어서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그 나라들 역시 정당의 운영과 선거에 추가적인 금력이 작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9) 오창석, “현금으로 1억8000만원 지출…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오마이뉴스≫, 2020. 2. 8.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09265>

 

김해인 편집출판위원장

2개의 댓글

  • 민중당 당원으로서 말하자면, 민중당은 상당히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정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른쪽으로는 자유주의자가 존재하고, 왼쪽으로는 스탈린, 마오쩌둥의 이론에 기초한 공산주의자가 있습니다. 물론 두 부류는 이 당에서 극소수입니다.

    언론에서는 이미 구분해봤자 의미도 없는 NL이니 PD니 하면서, 이 당을 NL 정당이라고 하지만, 과거 80년대식의 NL 이론에 머물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제가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민중당의 입장은 마르크스주의, 기타 사회주의, 제3세계 포퓰리즘, 반제국주의의 입장이 뒤섞여져 있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원 대다수가 역사가 진보한다는 것을 믿는다는 점에서 마르크스주의 영향도 있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마르크스주의 국가관이나 레닌주의의 의회제도 관점(『국가와 혁명』) 같은 것은 이 당에 사실상 존재하지 않거나 있어도 소수입니다. 동시에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를 수정주의 정책의 말로라고 보는 입장이 꽤 많은 편이며, 북을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에서 지지하기보다는 민족 공조의 입장에서 지지하는 점이 더 강한 것 같습니다.

    글에서 느끼셨겠지만 민중당의 입장은 하나의 일관성이 존재하는 사상으로 등치될 수 있는 게 아니라 각개 다양한 계층의 ‘사회주의적’ 입장과 빈민에 기초한 포퓰리즘 입장이 섞여있는 것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 바르 그 뒤섞인 입장을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쉽게도 민중민주당이 지역구 1명을 제외하고 비례대표를 출마하지 않아 아쉬운 점이 컸는데 여전하게도 사상, 주의는 발전하지 못했거나 존재해도 노동당처럼 맥거핀이면서 동시에 유해한 부분까지 한 당에 동거하는 모습은 시급하게 해소해야 하는 지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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