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현장] 부산지하철 청소용역 노동자들, 자회사 꼼수를 거부하고 직접고용 쟁취 투쟁에 나서다

 

천연옥 | 부산지회장

 

* 이 글은,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이 발행하는 ≪전선≫ 제117호에 실린 글입니다.

 

저 깊은 지하철에 청소하는 노동자들

사랑하는 우리 동지 직고용을 쟁취하자

지하철 청소용역 정규직화한다면서

자회사가 웬 말이냐 직고용이 정답이다

지하철 청소한다 무시하지 마

우리 모두 단결해서 투쟁해야지

임금만 인상하면 끝이 아니야

비정규직 철폐하는 길로 가야지

노동자는 하나이니까

 

저 넓은 지하철에 청소하는 노동자들

직고용을 쟁취해서 인간답게 살고 싶어

지하철 청소한다 무시하지 마

겉으로만 정규직화 자회사잖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자회사잖아

겉으로만 생색내는 자회사잖아

우리는 반대합니다

저 넓은 지하철에 청소하는 노동자들

직고용을 쟁취해서 인간답게 살고 싶어

인간답게 살고 싶어

 

이 노래는 남진의 “님과 함께”에 붙인 개사곡으로, 매일 아침 부산시청 후문에서 진행되는 부산지하철노조 서비스지부 출근선전전에 틀어 놓은 소형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다. 이 개사곡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직후 인천공항을 방문하여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선언하면서 공공부문의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식에 대하여 자회사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흐름에 경계하면서 만들어졌다. 인천공항, 서울지하철 청소용역, SK브로드밴드, 다산콜센터 등 굵직굵직한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사업장에서 별다른 투쟁도 시도해 보지 않고(물론 내부적인 사정은 정확히 알 수는 없고, 부산이라는 변방에서 보기에 그렇다는 뜻) 자회사로 정리되어 가는 것이 너무나 이해하기 힘들었고, 부산지하철 청소 노동자들도 어떤 입장을 가지고 싸워야 할지 결정해야 했다.

필자가 민주노총 부산본부 비정규위원장(2012년-2017년)이었을 때, 당시 비정규위원회를 통해 함께 활동한 부산지하철노조 서비스지부장과 서비스지부 간부들과 함께 위 노래를 개사하면서 틈만 나면 이 노래를 불러 조합원들과 함께 직접고용 투쟁을 해 나가자고 의기투합했던 때가 2017년 하반기였다(이 개사곡은 차별철폐 대행진, 비정규 노동자대회 등에서 율동과 함께 공연되어 많은 박수를 받기도 하였다). 2018년에 노ㆍ사ㆍ전문가 협의기구가 구성되었으나 부산교통공사 사장의 공백, 부산지하철노조의 집행부 교체 등으로 2018년은 별다른 투쟁을 만들지 못했고, 2019년 1월부터 노ㆍ사ㆍ전문가 협의기구가 가동되면서 부산교통공사는 자회사 방침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부산교통공사 앞과 부산시청 후문에서 매일 아침 출근선전전을 시작하고 틈틈이 집회를 개최하면서 직접고용을 요구했다.

 

출근선전전 (2020년 3월 6일, 부산시청)

 

부산지하철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현재 가입되어 있는 조직은 부산지하철노동조합 서비스지부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렇게 조직된 것은 아니다. 2003년 1월 15일부터 여성연맹 부산지역 조직부장을 현장에 투입하고 전국(서울, 대구, 인천)의 지하철청소노동조합 조직의 성과를 선전하면서 위로부터 조직화를 시도했다. 부산지하철노조의 전ㆍ현직 간부를 만나서 비정규직 조직화의 의미와 지하철 청소용역 조직화에 정규직 활동가들의 역할을 요구했다. 2003년 2월 2일과 3일 설 연휴를 이용하여 여성연맹 간부들이 관리장, 분임장 등 관리자들의 휴가를 틈타 현장을 돌면서 17명의 노조 가입에 성공하였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부산지하철노조, 여성연맹이 함께 결정하여 소수의 인원으로 부산지하철청소용역노동조합 설립 신청을 하였다. 당시 복수노조가 허용되기 전이라 사 측이 유령노조를 만들면 민주노조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급하게 노조를 띄워 놓고 조직과 투쟁을 병행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2003년 설립 당시에는 85년 개통 때부터 수의 계약으로 매년 반복 갱신해 오던 1호선(34개 역, 2개의 기지창, 종점 전동차 부분 청소, 교통공사 건물 청소) 업체 평화용사촌(대한민국상이군경회 특별지회)과 99년 개통 때부터 수의 계약으로 매년 반복 갱신해 오던 2호선(39개 역, 1개의 기지창, 종점 전동차 부분 청소) 업체 대한민국상이군경회라는 두 개의 업체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2005년 3호선 개통, 2011년 4호선 개통, 2호선 연장 양산선, 1호선 연장 다대선으로, 1호선 40개 역, 2호선 43개 역, 3호선 17개 역, 4호선 14개 역으로 역사는 늘어났지만 인원은 2003년도와 거의 비슷하게 1,000여 명을 유지하고 있으니, 실제로 인력 감축과 노동강도 심화가 심각하게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용역업체는 1, 2호선 업체 쪼개기와 3, 4호선 여러 업체 계약으로 현재 11개 용역회사가 있는데, 평화용사촌, 상이군경회, 장애인기업협회, 고엽제전우회, 경우회, 노인생활지원재단, 장애인총연합회, 애국단체원 등 이름만 들어도 알 것 같은 관변 단체들이다. 이들 보수 관변 단체들의 병영식 노무관리는 1개 역에 분임장, 여러 개 역에 관리장, 서너 관리장을 관리하는 반장, 그 위에 용역감독이 있어, 평직원은 그야말로 노예와 같은 상태에서 노조 가입을 맘대로 할 수도 없고, 노동조합이 없었을 때는 일하다 다치면 산재 처리가 아니라 짐 싸서 집에 가야 하고, 단체협약이 체결되기 전에는 경조휴가도 없어 가족의 초상이나 자녀 결혼에도 쉬지 못하는 등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노동조합에 대한 태도는 최저임금마저도 최저임금 위반으로 노동청에 진정서를 접수해야 주는 것으로 1차 임ㆍ단협을 체결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노조는 1, 2호선의 임금 격차를 표로 만들어 소식지를 제작, 배포하는 과정에 업체가 경쟁적으로 임금을 인상하게 하는 등 노조의 성과를 알림으로써 조금씩 조금씩 조직 확대를 이루어 1차 임ㆍ단협 체결 시에 100여 명의 조합원이 있었다. 2004년 1호선 단협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연맹 중앙과 갈등이 생겼고, 결국 여성연맹 위원장에게 교섭권을 위임하지 않고 독자교섭을 시도하여 2004년 6월 1호선과 단협을 체결하고, 이후 모든 임ㆍ단협은 독자교섭으로 진행하였다. 월 1회 이상의 소식지 배포, 민주노총 투쟁 일정과 결합, 조합원 교육을 시도하면서 꾸준히 조직을 안정시켜 나갔다. 2006년 5월 여성연맹을 탈퇴하고 공공연맹에 가입하여 조직 명칭을 부산공공서비스노동조합으로 변경하였고, 2006년 11월 공공연맹의 산별 전환 지침에 따라 산별 전환하여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부산공공서비스지부가 되었다. 2009년 공공노조를 탈퇴하고, 부산지하철노조에 가입하는 형식을 통해 부산지하철노조 서비스지부가 되었다. 현재 조합원 550명 정도로 전체적으로는 과반 조직화에도 성공했다.

 

2019년 1년 내내 집회와 선전전을 중심으로 자회사 반대 직접고용 쟁취를 요구했으나 12차례의 노ㆍ사ㆍ전문가 협의기구에도 불구하고 부산교통공사는 앵무새처럼 자회사만 외치고 있다. 12월 5일 부산지하철노조는 시청역사 내에 농성장을 차리고 아침 7시 30분부터 밤 9시 30분까지 농성을 하고 있으며, 매일 아침 시청 후문과 역사와 시청을 잇는 통로 앞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다. 2020년이 되어 부산지하철노조가 여러 형태의 언론 사업을 통해 부산 지역의 여론이 청소 노동자들의 투쟁을 다루고 있으나, 오히려 부산교통공사는 ‘자회사추진단’이란 것을 꾸리는 등 한심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그들이 자회사를 주장하는 이유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과 직접고용하면 정년을 60세로 적용해서 현재 일하는 사람들의 과반수가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조에서 여러 차례 기자 회견, 집회, 노ㆍ사ㆍ전문가 협의기구에서의 발언을 통해 밝혔듯이 자회사를 만드는 비용, 유지하는 비용, 자회사의 이윤, 자회사를 설립함으로써 국가에 내어야 하는 부가가치세 등을 계산하면 직접고용이 훨씬 더 예산을 절감할 수 있으며, 정년 문제는 다른 지역 다른 사업장에서 직접고용 전환된 사례를 보면 청소 업무의 경우 최소한 정년 65세는 보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까운 예로 부산시청 건물 청소 노동자의 경우도 역시 직접고용으로 전환되었으며, 정년도 65세 이상까지 보장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국립대인 부경대의 경우 용역으로 근무할 때 정년이 63세이었으나, 직접고용되면서 65세까지 보장하는 것으로 바뀌기도 하였다. 최근에 가열찬 투쟁을 통하여 직접고용으로 전환된 대학병원 청소 노동자들도 정년이 60세로 고정된 곳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가 자회사를 끝까지 고집하는 것은 자회사를 통한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의 퇴직 간부들의 일자리 만들기라는 이유 말고 다른 이유가 더 이상 있을 수 없다.

 

2020년이 되자 2019년 11월부터 새로운 집행부의 임기가 시작된 부산지하철노조는 어느 때보다 더 헌신적으로 직접고용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 집회가 서비스지부 결의대회였다면 2020년 집회는 지하철노조 확대간부 결의대회라는 이름을 걸고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2월 20일에는 민주노총 부산본부, 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본부,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이 공동 주최한 기자 회견에서, 부산 지역 최대 공기업 부산교통공사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에 문재인 정권과 같은 정당 출신인 부산시장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음을 비판하고, 오거돈 부산시장이 직접 답해야 한다며 면담을 요청했다. 부산지하철노조의 상급단체인 공공운수노조는 3월 6일 영남권 결의대회를 열어 투쟁하는 지하철 청소 노동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려고 하고 있다[코로나 확산으로 이날 예정된 집회는 개최되지 못했다].

 

 

현재 부산지하철 청소 노동자들은 1년 넘게 시청 후문에서 출근선전전과 2달 넘게 시청역 농성장을 사수하고 있다. 이에 1월 6일 부산시 인권위원회는 직접고용 촉구 의견서를 제출하였으며, 2월 4일에는 부산시 노동권익위원회가 자문 의결서를 통해 부산지하철 청소 노동자의 직접고용을 위해 부산시가 책무를 다할 것을 주문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직접고용된 청소 노동자들이 단체교섭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할 것이 두렵고, 퇴직 간부들의 일자리도 만들어야 하기에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는 자회사만을 고집하고 있다. 그러나 2년 넘게 싸워 온 늙은 여성 노동자들이지만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현장에는 자회사든 직접고용이든 나갈 날만 기다리는 용역회사들의 횡포가 날로 심해지고, 노조가 직접고용을 요구할수록 자회사가 늦어져서 용역회사만 배 불린다며 노동조합을 음해하는 세력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오늘도 자랑스럽게 투쟁을 이어 가고 있다.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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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옥 부산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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