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현장] ‘민주노총 2020 사업 계획’에 대하여

 

박문석 | 연구위원

 

 

 

지난 2월 7일 진행되었던 민주노총 2020 사업 계획 설명회에 다녀온 뒤, 이에 대한 의견을 보다 상세하게 제시해 보고자 했지만, 이어지는 여러 일정들 때문에 제출된 사업 계획을 상세하게 분석할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이 글은, 설명회에서 들었던 문제의식을 짧게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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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먼저,

– 문재인 집권 3년 차가 아니라, 세계 대공황 13년 차에 직면하여 노동 운동의 방향을 고민했으면 한다.

– 세계 자본주의의 전반적 위기로부터 반영되는 자본의 공세를 이해했으면 한다.

– 체제 변혁기로서의 공황기 노동 운동의 방향 설정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 총자본의 위기 전가를 위한 공세는 정확히 노동자계급을 겨냥하여 두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고용/임금/노동기본권에 대한 전격적인 생존권 탄압 공세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72년(1925년 제정된 일제의 치안유지법까지 포함하면 95년)이나 지속되는 국가보안법에 의한 노동자계급에 대한 정치적 탄압 공세이다.

 

1. 공세의 내용으로서 노동자계급에 대한 생존권 탄압은, 고용(비정규직, 정리해고)에 대해, 임금(최저임금, 직무급제 등)에 대해, 노조 무력화(노동기본권 탄압, 노동 개악과 광주형 일자리 등)에 대해 더욱 강화되고 있다.

– 생산력 발전에 의한 생산의 자동화는 자본주의적 생산에서의 실업(불안정 노동)의 문제를 야기한다. 고용 안정 투쟁이 비정규직 철폐 투쟁으로 협소화되어서는 안 되며, 이미 생산력 발전은 전면적인 자동화 단계에 와 있으니, 노동시간 단축을 전면에 내걸고 투쟁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고용 안정 투쟁은 비정규직 철폐에서 노동시간 단축으로, 그리고 고용(착취) 없는 사회를 위한 투쟁으로 문제의식을 확장해 가며 노동 대중에게 선전하고 투쟁을 조직해 가야 하는 상황이다.

– 최저임금 투쟁으로 협소화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임금 투쟁이다. 먼저 임금의 과학성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노동력 재생산비로서 임금은 표준생계비로 표현된다.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종속된 나머지 민주노총의 임금 정책은 과학으로서의 표준생계비를 포기한 듯한 모양새다. 임금의 원가인 표준생계비를 전면에 내세우고 조합원 교육을 통한 임금의 원가 쟁취 투쟁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런데 결국 표준생계비 또한 착취 체제를 인정하는 제도 내적 요구일 뿐이니, 보다 근본적으로는 착취의 폐지를 위한 사회 혁명 투쟁으로의 복무를 올바른 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

– 노조 할 권리 쟁취 투쟁은 노동 개악 저지 및 노동기본권의 쟁취로 공세적이어야 한다. 노동 개악 공세는 진행 중이며, 이미 총자본의 공격은 광주형 일자리를 시발로 해서 주요 도시마다 ○○형 일자리를 경쟁적으로 띄우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형 일자리도 어제(2월 6일) 대통령까지 참가하여 협약식을 거창하게 치렀다. 종합적인 노동계급에 대한 공세가 이러한 ○○형 일자리를 통해서 공공연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 할 권리의 쟁취로만 협소화해서는 안 될 일이다.

 

2.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전망(노동 해방/사회주의)을 바로 세우는 첫걸음으로서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에 집중해야 한다. 노동자계급을 자본의 정치적 노예로 묶어 두기 위한 파쑈 악법이자 체제 유지법으로서의 국가보안법 폐지는 공황기 노동자계급이 쟁취해야 할 우선적인 내용이다. 정치사상의 자유, 조직 결사, 집회 투쟁의 자유가 없이는 계급적 정치의식의 발전과 노동자계급의 정치 부대를 건설할 수 없다.

– 공황기 체제 위기에 직면한 제국주의 자본의 전쟁 책동과 국지전의 도발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럴 때 반전 평화의 기운을 높이는 것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사항이다. 한(조선)반도 긴장을 격화시키고, 더군다나 문재인 정권 들어서도 국가보안법에 의한 탄압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파쑈적 탄압이 의도하는 바는, 체제 위기 국면에 노동자계급의 체제를 위협하는 혁명적 투쟁으로의 발전을 싹수부터 잘라 버리기 위해 선제적으로 치고 들어오는 것이다. 한(조선)반도 평화를 위해서라도 노동자계급의 독자적인 정치적 역량을 키우고,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사상적 조직적 발전을 위해서라도 국가보안법 투쟁에 노동계급의 조직적이고도 전면적인 참여는 지금 시기에 가장 필요한 것이다. 사업 계획만 결의해 놓고 실천은 몇몇 지역의 통일위 수준에서 알아서 하라는 태도는 잘못된 것이다. 골간 조직 체계 속에서 비중 있는 정치 사업으로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을 배치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투쟁 전술로서, 4월 총선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는 미흡하다. 총선은 부르주아 계급의 잔치판이며, 피지배계급이 누구를 지배계급으로 선택할 것인가를 정하는 의식일 뿐이다. 그리고 4월 총선은 순식간에 휙~! 하고 지나가는 것이다. 저들의 전략을 보다 근본적으로 분석하고 그것에 대한 대책을 세우며 보다 멀리 보고 주체 역량에 기반한 구체적인 투쟁 계획이 설정되어야 한다. 총선 이후 총자본의 공세는 더욱 노골적일 것이다. 총선을 전후하여 구체적인 투쟁 계획을 가지고 돌파해야 한다. 총선에 노동자계급의 투쟁과 정치적 행보가 종속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총선을 압도하는 투쟁이 조직되어야 한다.

– 총선에 즈음하여 정치적 관심은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이 시기 조합원들의 계급적 정치의식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 또한 필요하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전망에 대해, 부르주아 선거판과 노동자계급의 정치 세력화에 대해, 노동자계급의 독자적인 정치 조직화에 대해 학습, 교육, 토론 등이 활발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 재벌 개혁 투쟁은 노동자계급의 투쟁 목표가 될 수 없다. 독점자본의 한국적 형태가 재벌 지배 구조이고, 재벌 개혁은 독점자본의 합리화 요구이며, 보다 세련되고 철저하게 노동자계급을 착취해 달라는 요구일 뿐이다. 재벌의 이윤을 환수하자는 것은 착취 체제 내에서는 불가능한 요구이다. 국가독점자본주의 사회의 권력은 곧 독점자본(재벌)의 권력이다. 그러하기에 재벌 해체와 재벌 이윤의 환수라는 목표는 국가 권력의, 곧 체제의 변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소부르주아 정치 슬로건이 민주노총의 주요 투쟁 슬로건으로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혹시라도 재벌 철폐 대행진을 사업 계획으로 논의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4. 전노협 30주년을 강조한다면, 그보다 양적으로 훨씬 늘어난 민주노총의 질적 강화가 필요하다. 전노협은 적은 조직 규모로도 총자본을 위협하는 계급적 투쟁을 전개하였다. 형식보다는 내용이 먼저다. 전노협은 노동 해방이라는 사회 변혁의 기치를 분명히 하고 자본의 전면적 탄압에 우회하지 않고 맞서서 격렬한 투쟁을 하였다. 이제 민주노총은 양적 발전의 질적 전환을 꾀해야 할 때이다. 그러기 위해서 노동 해방, 사회 변혁의 기치를 다시 들어야 한다. 투쟁 또한 전노협 시절의 투쟁 전술을 배워야 한다. 전노협 정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배우고 계승하고 실천해야 한다. 또한 전노협 이전에 전평도 있었다. 전평과 전노협으로 이어지는 노동자계급의 해방을 향한 투쟁 정신을 올바로 계승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계급 의식의 발전과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전망을 획득하며 그에 걸맞는 실천 투쟁을 벌여 나가는 길. 그러자면 먼저 이데올로기 투쟁에서 자본에 밀려서는 안 된다. 노동자계급의 과학적 이론을 학습하며 올바른 전망을 세우고 현실의 투쟁을 전망에 복무하는 방향으로 굳건하게 실천해 나가는 것. 공황기이자 자본주의 체제 변혁기 노동 운동이 취해야 할 태도이며, 민주노총이 시급히 회복해야 할 내용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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