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정세] 글로벌 불균형과 2020년 세계경제 전망

 

신재길 | 교육위원장

 

 

 

1. 2008년 금융공황은 극복되었는가?

 

2008년 금융공황은 미 연준을 비롯한 각국의 중앙은행이 공조하여 일단 금융시스템의 붕괴는 피했다. 그러나 구조적 문제의 해결은 그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08년 공황은 자본주의에서 나타나는 주기적 경기순환의 차원을 넘어선다. 2008년 공황은 신자유주의의 구조적 모순을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표출하였다. 2008년 공황의 원인에 대한 여러 논의들이 있었다. 금융기관들의 도덕적 해이에서부터 국가의 규제완화, 금융파생상품 등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원인들이고 구조적인 원인은 대체로 글로벌 불균형에서 찾아지고 있다.

글로벌 불균형이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국제무역에서 한쪽은 수입만 하고 한쪽은 수출만 할 수는 없는데 이런 현상이 장기간 지속된 것이다. 이것이 금융공황의 구조적 원인이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글로벌 불균형은 약화되긴 하였지만 그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런 와중에 새로운 공황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2. 글로벌 불균형의 원인

 

그렇다면 글로벌 불균형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글로벌 불균형의 근본 원인은 달러가 기축통화라는 데 있다. 달러는 일국화폐이면서 동시에 세계화폐의 기능을 하고 있다. 여기에 모순이 있다. 달러가 세계화폐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계에 달러를 공급해야 한다. 달러를 세계에 공급하려면 미국은 경상적자를 감내해야만 한다. 즉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는 한 글로벌 불균형은 필연적이다.

일국화폐이면서 동시에 세계화폐일 수 있는 것은 금이나 은 등의 금속화폐뿐이다. 그러나 달러는 금과의 한 가닥 연결마저도 71년 불태환을 선언하며 포기했다.1) 달러를 무제한적으로 세계에 살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장기간의 경상적자를 달러를 찍어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글로벌 불균형이 구조화되고 전 지구화된다. 그러나 이는 달러가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 미국이 경상적자를 장기화할수록 미 달러의 의제가치는 떨어질 것이다. 그러면 그동안 적자를 보전해 온 해외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화 자산을 매각하거나 향후 달러화 자산에 대한 투자를 감소시킬 것이다. 이는 미국이 대규모 자본유출을 겪거나 경상적자 보전이 어려워지는 상황에 처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결국엔 달러 패권에 종말이 오고 만다.

 

글로벌 불균형을 조정할 수는 없을까? 중국이 환율제도를 유연하게 하고, 동시에 미국이 재정건전화에 성공하고, 소득불평등의 해소와 저축률 상승을 이끌어내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처방은 글로벌 불균형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표피적인 처방일 뿐이며 이런 처방은 금융화를 특징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질서를 유지하는 한 실현될 수 없다. 자본주의에서 금융의 발달은 자본주의적 상품 생산 및 유통의 발달과 보조를 같이하며 발달하여 왔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진행된 세계 금융화로 인해 자산(금융)시장이 상품시장으로부터 분리되어 상대적 독자성을 획득하고 상품시장을 지배하게 되었다. 자산(금융)시장은 의제(가공)자본시장을 말한다.

 

의제자본이란 실제적인 가치가 아니면서도 그 소유자가 이익배당금이나 이자의 형태로 소득을 얻는 자본, 즉 주식, 채권, 부동산의 담보부증권 등의 유가증권을 말한다. 의제자본이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현실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실제적인 자본이 아니면서도 이익배당금, 이자의 형식으로 잉여가치를 얻는 것은 유가증권의 형태로 존재하면서 일정한 가격으로 매매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예컨대 자본금 100만 원의 주식회사를 설립한다고 할 때, 1만 주의 주식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면 주식 한 장의 액면가격은 100원이 된다. 만약 회사의 이윤율이 10%라고 한다면 이 주식 한 주를 소유한 자는 10원의 이익배당금을 얻을 권리를 갖는다. 그런데 주식은 액면가격에 따라 매매되는 것이 아니다. 회사의 이윤율과 사회의 평균이자율에 의해 규정되는 주식가격에 따라 매매된다. 가령 회사의 평균이윤율이 10%이고 사회의 평균이자율이 2%라고 한다면 액면 100원의 주식은 500원에 매매된다. 즉 이 주식은 자본화되어 500원의 가격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되는 것은 주식 소유자가 10원의 이자를 얻으려면 평균이자율이 2%인 조건에서 은행에 500원을 예금해야 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100만 원의 주식은 가상적인 400만 원이 증가해 마치 500만 원의 자본인 것처럼 나타나 의제자본이 된다.

의제자본의 크기는 이윤의 크기와 이자율에 의존하며 실제자본의 크기와는 직접관계가 없다. 의제자본과 실제자본과의 차액을 창업자이득이라 한다. 의제자본은 실제자본의 증가보다 훨씬 빨리 늘어난다. 이는 이자율이 하락함에 따라, 주식, 채권 등의 유가증권 가격이 올라가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의제자본은 자본주의의 기생성과 부패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며 자본물신성의 최고 단계에서 나타난다.

 

이런 의제자본주의의 특성을 극단적으로 발전시킨 것이 신자유주의이다. 의제자본주의로서의 특성은 단지 금융시장의 고도화에 따른 상대적 독자성에만 근거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자본주의의 화폐가 실제가치가 없이 의제가치를 표현한다는 점에도 그 근거가 있다. 달러화는 미국 국채를 담보로 발행된다. 즉 국채본위 화폐이다. 국채는 채권인 유가증권이며, 채권은 의제자본을 구성하는 주식, 채권, 담보부증권 중 하나이다. 현대자본주의는 이런 의제자본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적 금융화는 의제자본주의라 할 수 있겠다.

 

 

3. 의제자본주의의 특징

 

의제자본주의, 즉 의제(신용)화폐 체제의 특징은 시중에 풀린 돈보다 갚아야 할 부채가 몇 배로 많다는 점이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의제화폐 체제하에서는 당연한 현상이다. 의제화폐 체제에서 부채를 발생시키지 않고서는 통화량(유동성)을 증가시킬 수 없지만 통화량 증가를 수반하지 않고서도 부채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통화량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부채의 증가가 필수다. 즉 국채를 담보로 통화를 발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예금은행을 통한 대출이 아닌 수단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빚은 늘어나지만 통화량은 늘어나지 않는다. 이런 경우의 예는 회사채 발행 등이 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통화량 증가 속도보다 부채의 증가 속도가 빨라, 풀린 시중의 돈보다 갚아야 할 부채가 더 많게 된다.

이는 부채 축소에 봉착할 때 이 체제가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안기는 것이다. 어느 한 부분에서 부채가 축소되기 시작하면 연쇄반응을 일으켜 전체로 확대된다. 부채 축소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보다 큰 부채를 만들어 내는 수밖에 없다. 폰지 사기(Ponzi scheme)와 같은 체제가 신자유주의 금융시스템이다. 시간의 문제일 뿐 이런 의제화폐에 기초한 시스템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왜냐하면 가치 생산 속도보다 부채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다음 [도표1]을 보면 직관적으로 이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도표1] 통화량과 비교한 부채

 

M1(협의통화): 현금에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예금을 더한 것.

M2(광의통화): M1에 정기예적금, 시장형 금융상품, 실적배당형 금융상품, 금융채 등을 더한 것.

 

부채의 급격한 팽창은 금본위제가 무너지고 의제화폐 체제로 들어선 1972년 이후 본격화되었고 이후 금융의 발전과 함께 더욱 가속화되었다. 그 결과 자본주의 위기는 부채위기로 나타났다. 자산시장의 버블붕괴나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 모두 부채가 문제가 되어 공황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부채위기의 근저에는 언제나 과잉생산이 자리 잡고 있다. 과잉생산에 의해 이윤이 저하되고, 이윤의 저하는 곧 자산가격의 하락을 가져오고, 자산시장의 붕괴는 부채의 청산을 결과한다.

 

금융공황의 전개는 소위 신흥국과 선진국이 다르다. 신흥국은 성장과정에서 외국 자본이 대규모로 들어오는데 이는 외환위기가 발생할 조건을 만든다. 위기 시에 자국 통화가치 급락과 높은 인플레이션을 동반하게 된다. 이 과정을 쏭훙빙은 ≪화폐전쟁≫에서 양털 깎기라고 했다. 그러나 외환위기는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과 같은 유대자본의 음모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단지 금융자본의 운동과정일 뿐이다. 경기가 하강하게 되면 미 연준 등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하려 한다. 그러면 유동성은 증가하고 증가한 유동성은 성장률이 높고 금리가 좋은 신흥국으로 흘러 들어가게 된다. 그러다가 경기가 과열되면 미 연준 등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타겟으로 금리를 올리게 된다. 그러면 다시 높은 금리를 쫓아 미국 등 선진국으로 자금이 회귀하게 된다. 이때 주로 단기자금에 의존한 신흥국 유입자금은 만기연장이 막히게 되고 외화가 유출되게 된다. 신흥국은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여 외화유출을 줄이려고 하지만 이는 경기악화를 유발하여 악순환에 빠져 외환위기에 이르게 된다.

 

반면 선진국은 경기위축에 따른 대출 부실화와 담보가치 하락이 금융기관의 부채 축소로 이어져 금융공황을 유발한다. 경기가 위축되면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내려 통화량을 증가시킨다. 과거 금본위제하에서는 통화량 증폭에 한계가 있어 신용(빚, 외상) 과열에 따른 자산가격 버블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현대 의제(신용)화폐 시스템은 통화량 및 부채 팽창에 따른 버블이 발생하기 좋은 조건이다. 하지만 버블은 꺼지기 마련이다. 2000년 닷컴 버블은 주식시장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주택시장에서 일어난 버블붕괴의 예이다. 버블이 붕괴되는 과정은 두 가지 조건이 맞물릴 때 일어난다. 하나는 대출 부실화 및 담보가치 하락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기관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다. 아무리 부채가 많이 쌓여 있다고 해도 담보가치가 하락하지 않거나 담보가치가 하락하더라도 은행 등 금융기관이 부채 축소에 나서지 않는다면 버블은 붕괴되지 않고 더욱 커지게 된다. 물론 더욱 커진 버블은 붕괴될 때의 충격도 그만큼 큰 법이다.

 

 

4. 글로벌 불균형과 부채문제

 

중국의 급격한 경제성장은 미국의 소비가 밑받침되어 가능했다. 중국이 생산하는 만큼 미국이 소비해 주었다. 중국은 상품을 생산하여 미국에 팔아 달러를 벌어들인다. 중국은 이 달러로 미국의 국채를 사들인다. 그러면 미국에서 상품대금으로 중국에 지급한 달러가 다시 미국으로 국채 매입대금을 통해 들어온다. 이 달러는 다시 중국의 생산품을 사는 데 사용된다. 이렇게 보면 별문제 없는 것처럼 보인다. 아름다운 균형을 이루고 영원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사실 장기간 지속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글로벌 균형이 아니라 글로벌 불균형이다. 한 나라가 계속 수입만 하고 다른 나라가 수출만 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그런데 이런 일이 장기간 벌어졌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일단 수입 초과국인 미국을 보면 달러가 수입대금으로 계속 유출된다. 달러가 유출된다는 것은 달러의 유통량이 많아진다는 의미이다. 달러를 찍어 상품을 사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위안화 대비 달러 약세를 야기한다. 그리고 달러가 약세가 되면 미국은 수입가격이 올라가게 되어 물가가 올라간다. 즉 미국에게는 달러약세, 금리인상, 물가상승의 압력이 있게 된다.

그런데 중국이 수출대금으로 미국의 국채를 대량매입하게 되면, 달러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게 되고 미국은 달러약세를 방어할 수 있게 된다. 동시에 국채의 수요가 지속되기 때문에 금리상승도 억제할 수 있다. 금리는 채권의 수요와 반대이기 때문에 국채 수요가 지속되는 한 금리상승은 억제된다. 또한 소위 그레이트 더블링(Great Doubling)이라고 하는 동구권 붕괴와 중국의 개방에 따른 값싼 노동력이 전 세계적으로 두 배 증가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는 물가상승을 막는 역할을 하였다. 이렇게 금리인상 없이 달러강세를 유지하고 물가상승 압력도 없이 장기간 미중 간의 불균형이 지속되었다.

그러나 경제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소비를 계속 확장해야 한다. 전 세계 경제성장이 미국의 소비에 의존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즉 미국은 소비를 하고, 중국은 상품을 만들어 팔고, 한국 등은 중간재를, 다른 이머징 국가들은 원자재를 중국에 공급하며 성장하는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구조를 지탱하는 미국의 소비는 모기지론에 의한 대출에 의존한다. 여기에 핵심이 있다. 미국의 소비는 부채에 의한 소비이다. 부채의 의한 소비는 중국의 값싼 수입품으로 물가는 올라가지 않았지만, 유동성을 확대시켜 자산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시킨 데 기초한다. 즉 물가는 안정된 상태에서 부동산가격은 상승한 것이다. 부동산가격의 지속적 상승은 현금출납기 역할을 하여 소비의 근간이 되었다. 이는 상품시장과 자산시장이 상대적으로 분리된 금융화의 특징 때문에 가능했다. 글로벌 불균형은 부채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즉 미국은 가계부채로 소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수출 초과국인 중국을 보자. 중국으로는 달러가 마구 들어온다. 달러가 들어오면 달러를 위안화와 교환하려는 수요가 많아진다. 그러면 달러에 대비하여 위안화는 강세가 된다. 예를 들어 위안화 대비 달러가 2배가 되면, 위안화는 달러 대비 2배 강세가 된다. 이는 위안화 대 달러 교환비율이 1:1 교환에서 1:2 교환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수출가격이 1달러하던 것이 2달러가 되는 것이다. 이는 수출가격 경쟁력의 저하를 의미하게 된다. 그러면 위안화를 들어오는 달러 양만큼 찍어 교환하면 해결된다. 늘어난 달러만큼 위안화도 늘어나기 때문에 수출가격 경쟁력 저하는 저지할 수 있다.

그런데 들어오는 달러를 위안화를 찍어 교환하게 되면 달러와 교환된 위안화가 너무 많이 시중에 풀리게 되어 유동성이 과다하게 된다. 즉 중국 내 위안화가 너무 많이 풀리게 되어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금리인상을 유도하게 되어 경제성장에 제약을 가져오게 된다. 이에 중국 당국은 불태화(不胎化, Sterilization) 개입이라는 정책으로 환율방어에 나선다. 불태화 개입이란 달러와 교환하여 시중에 풀린 위안화를 채권을 발행하여 중앙은행이 다시 흡수하는 환율 개입이다. 불태화 개입으로 중국의 중앙은행에는 달러화가 쌓이고 시중에는 위안화 대신 채권이 공급되는 것이다. 그러면 위안화는 수출을 해서 달러가 들어와도 달러 대비 일정 비율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즉 수출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글로벌 불균형의 지속은 미국의 소비를 위한 자산 버블과 중국의 환율 개입으로 유지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계속될 수 없었고 2008년 금융공황으로 파탄 났다. 미국이 빚을 내 소비하는 것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었던 것이다. 중국은 이미 2005년경부터 위안화 절상을 유도하면서 중국 내수 시장을 키우기 시작했다. 2005년경부터 미국의 주택가격 상승이 지속되기 힘들다는 징조가 감지되기 시작하면서 미국 소비 저하를 대비하는 준비를 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즉 위안화의 가치를 강하게 하여 중국 내 소비를 높이는 정책을 수행한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공황 이후 미국은 가계부채가 급속히 줄어들어 소비가 위축되었다. 미국 소비(미국의 부채)에 기초한, 즉 글로벌 불균형에 기초한 세계경제가 흔들린 것이다. 이에 중국은 미국을 대신하여 소비에 나선다.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달러 대비 강하게 하여, 내수 소비를 진작하고 투자를 확대하여 투자 소비를 증가시켜 미국의 수요 감소를 대신한다.

하지만 내수 증가는 신속하게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주로 투자를 광범위하게 수행하여 세계의 원자재 공급과 중간재 공급을 흡수한다. 이때 중국이 자본주의를 구했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이러한 중국의 투자는 부채에 의한 것이다. 여기서도 부채문제가 나온다. 의제자본주의에서 수요의 증가는 부채의 증가이다. 중국 기업과 지방정부는 부채를 통해 투자를 실행한 것이다. 이에 과잉설비, 과잉생산, 과잉재고 문제가 불거지고 곧바로 기업부채가 문제로 급부상하게 된다.

이것이 2015-16년 있었던 위안화 위기이다. 자본주의의 구세주에서 자본주의 위기의 진원지 위치로 전락할 위험에 처한 것이다. 기업과 지방정부의 부채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중국의 노력은 미봉책에 그치고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채 지금에 이르고 있다.

 

글로벌 불균형은 미중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로존에도 내적 불균형이 존재한다. 단순하게 보면 독일과 그리스의 불균형이라고 보면 알기 쉽다. 여기서는 독일이 수출하고 그리스는 소비하는 구조이다. 이때 그리스의 소비도 부채에 의한 것이다. 이 부채문제가 남부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이다. 이것은, 유로존 국가들이 재정은 독립된 상태인데 통화는 단일통화를 사용하는 데서 나타난 모순 때문에 야기된 문제이다. 유럽의 재정위기도 일시 봉합된 상태이나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통합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유럽은 2011-12년에 문제가 된 유로존 재정위기와 브렉시트 문제가 겹치면서 제2의 일본이 되고 있다.

 

 

5. 미국의 경기회복과 부채

 

미국은 유럽과 다르게 신속하고 과감한 조치로 공황에서 탈출한 듯 보인다. 제로금리를 8년간 실시하고 3차에 걸쳐 양적 완화를 단행하여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막고 실업률을 3%대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 소비는 살아나고 주택가격은 2008년 이전 수준을 넘어섰고 경제는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경제가 성장하는 것보다 부채가 증가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다. 미국은 국내적으로 국가부채, 가계부채, 기업부채를 증가시키고, 대외적으로 달러약세 공조를 이끌어내 수출을 증가시키며 위기에서 탈출하고 이제 홀로 경기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는 부채에 의한 성장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가계부채는 2008년의 수준을 넘어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미국의 재정적자는 상황이 심각한 상태이다. 일반적으로 미국 경기가 좋을 때에는 세금을 많이 거두어 정부재정이 흑자로 전환되거나 적자를 줄이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안으로 미국 내 경제 상황이 양호해졌음에도 재정적자는 증가일로에 있다. 가계뿐 아니라 정부 역시 빚을 내서 소비하는, 즉 미래의 정부 소득을 현재로 당겨서 소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거기다 기업부채는 2019년 1/4분기 기준 15조6000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75%에 도달해 2008년 금융공황 수준(72%)을 상회했다. 이자보상비율2)이 1에도 못 미치는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36%에 달한다. 2008년 공황 당시와 같은 양상인 것이다. 2008년에는 가계부채가 주로 문제였지만, 지금은 국가, 기업, 가계가 모두 빚더미 위에 있다.

 

그리고 2008년과 한 가지 또 다른 것은 당시에는 미국의 소비에 미국 이외의 국가들이 수출을 통해서 참여했었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막아서고 홀로 경기확장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무역전쟁의 장기화로 글로벌 불균형의 순환 루트가 차단된 때문이다. 이렇게 미국만이 성장세를 보이자 미국은 과열을 염려해서 금리를 인상한다.

그런데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신흥국들에서 달러가 빠져나가게 되어 터키, 브라질, 인도까지 흔들리게 되었다. 그리고 미국으로 돈이 몰리면서 달러화는 초강세를 보인다. 달러화 초강세는 미국의 수출에도 지장을 초래하였다. 이에 더해 트럼프의 감세 효과는 2018년 말부터 희석되어 미국의 성장도 흔들리게 된다. 세계경제가 공황 조짐을 보이자 미국은 2019년 들어 금리를 세 차례 인하하고 2019년 말에 미중 무역전쟁을 휴전하기에 이른다.

 

 

6. 2020년 세계경제 전망

 

2020년에는 미국의 경기가 꺾일 것이고, 중국 중심의 신흥국은 그동안의 침체에서 불안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나, 하반기 미국이 침체로 들어서면 신흥국들의 회복세도 오래가지 못하고 꺾일 공산이 크다. 변수는 미 대선이다. 대선을 의식해 경기하강을 보다 과감한 양적 완화로 막는다면 2021년에는 더 큰 공황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히 2020년에, 아니면 2021년에 공황이 올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실물경기의 성장 없이 부채에 의한 명목적 성장은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내일 당장 공황이 불어닥쳐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다가오는 공황의 성격이다.

의제자본주의적 성격을 띠는 1980년대 이후부터의 신자유주의가 이제 마지막 주기에 다가가고 있다는 점이다. 의제자본주의는 부채의 주기적 확장과 붕괴가 주요한 특징을 이룬다. 부채공황에 대한 대응은 금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부채가 청산되면서 공황이 일어나면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하고 다시 부채를 확대시킨다. 그러나 이런 주기가 반복될수록 금리를 올리는 상단과 금리를 내리는 하단이 점점 우하향한다. 결국은 2008년 공황에 제로금리라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고 이것으로도 모자라 초유의 양적 완화를 3차례 실시한다. 하지만 양적 완화로 금융시스템 붕괴는 막았지만 공황을 극복하고 경제를 회복시키지는 못했다. 단지 자산시장, 즉 의제자본시장만 버블을 키웠을 뿐이다.

버블은 꺼지기 마련이다. 그 시기가 2020년이냐 2021년이냐 아니면 2024년이냐 등은 알 수 없지만, 버블이 터지는 것은 필연이다. 그러면 이번에도 금리인하, 양적 완화로 대응하면 될 것인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지금 유로존이나 일본은 제로금리를 시행 중이고 미국은 1.75% 정도이다. 보통 부채공황이 오면 미 연준은 금리를 5% 정도 내려 대응했다. 2008년에는 이것으로도 감당이 안 돼 천문학적인 양적 완화와 재정 정책을 실행했다. 그러나 다가오는 공황에서는 금리인하 여력은 없으며, 양적 완화 정책도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다.

2008년 이후 양적 완화 정책으로 풀린 돈은 주로 은행권으로 들어가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데 쓰였을 뿐이지 실물경제에는 영향이 많지 않았다. 실물경제가 과잉투자, 과잉생산, 과잉재고에 봉착해 있고 새로운 대안 산업도 없는 상태에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막대하게 풀린 돈은 자산시장에서만 돌았다. 자산시장의 가격은 몇 배씩 올라갔다. 그러므로 해서 자산시장에 부를 가지고 있는 부유층은 더욱 부유해지고, 노동자 민중은 더욱 가난해졌다. 미국의 양극화지수는 1930년대와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

이렇게 되면 계급투쟁은 격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20대, 30대에서 사회주의에 대한 지지층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다가오는 부채공황에서 부실채권을 양적 완화를 통해 2008년처럼 매입하여 헤지펀드 등을 구제한다면, 이로부터 소외된 노동자 민중의 광범한 계급투쟁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다가오는 공황에 자본가들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세 가지 방안이 있다.

첫째 금리인하이다. 기준금리는 제로금리를 넘어 마이너스금리까지 떨어질 것이다.

둘째는 양적 완화이다. 다가오는 공황에 지난번에 실시한 양적 완화는 소위 껌 값에 불과할 정도의 대규모 양적 완화를 실행할 것이다. 그것도 공황의 조짐만 보이면 선제적으로 과감히 실행할 공산이 크다. 미국은 2020년에 경기침체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대응해 제4차 양적 완화가 대대적으로 실행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양적 완화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셋째 대응 방안은 부채의 화폐화이다. 부실채권을 국가가 화폐 발행하여 매입해 소각하는 방안이다. 이를 소위 MMT(현대통화이론)라 한다.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소위 MMT에 기초한 달러 대량 살포가 단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존의 양적 완화로는 노동자 민중의 불만만 확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자 민중에게 직접 돈이 흘러 들어가는 대책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의제자본주의를 유지하는 한 그 방법은 MMT밖에 없다. 기본소득도 MMT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이 현대통화이론을 부정적으로 보고 말도 안 되는 이론이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이는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양적 완화도 경제교과서에는 없는 것이지만 실행했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MMT와 양적 완화의 차이는 양적 완화가 달러를 시중은행에 공급해 주는 것이라면, MMT는 국가재정으로 직접 가계와 기업에 자금을 주입하는 것이다. 만약 MMT가 실행된다면 물가는 급속도로 올라가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일으킬 공산이 크다. 현대통화이론가들은 물가가 오르면 세금을 많이 거두고 금리를 대폭 올리면 된다고 하지만, 세금을 인상하는 것은 극심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고 금리를 올리는 것은 침체된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될 것이다.

 

 

7. 몇 가지 위험 신호

 

2020년 세계경제의 위험 신호로, 세 가지 정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첫째 금리상승, 둘째 세계경제 침체, 셋째 자산가격 거품붕괴이다.

먼저 금리상승은 경기가 나빠질 것이 예상되면 중앙은행들은 선제적 행동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기 때문에, 금리상승으로 세계경제가 위험에 빠지기는 힘들다.

다음은 세계경제 침체이다. 중국과 일본, 독일이 이미 경제가 악화된 상태에서 미국마저 경제가 악화되면 미국 이외의 나라들은 경제침체가 심화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산가격 거품붕괴이다. 자산가격의 거품이 붕괴되면, 2008년 금융공황 이후 엄청나게 풀려 자산가격을 상승시킨 돈이 모두 시장에서 빠져나가게 될 것이다. 특히 인도, 중국 등 아시아에 많은 돈이 들어왔는데 이 돈이 빠져나가면 아시아가 위험해지고 그 여파로 세계경제 전체가 위기에 빠질 것이다.

 

미국경제를 살펴보자. 세계경제에서 미국만이 홀로 호황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민간소비가 견조하기 때문인데 세금감면 등 국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에 기초한 바 크다. 미국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상회하기 때문에 소비가 미국의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18년 하반기 들어 민간소비를 제외한 설비투자, 건설투자, 총수출은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민간소비가 2020년에 어떻게 될 것인가에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이를 예상해 볼 수 있는 도표를 하나 보자. 컨퍼런스 보드 소비자신뢰지수이다. 이는 경제활동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 수준을 측정하며, 전체 경제활동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소비자 지출을 예측하는 선행지수이다. 이 수치가 높으면 소비자가 향후 경기를 낙관적으로 본다는 뜻이다.

 

[도표2] 컨퍼런스 보드 소비자신뢰지수

 

 

위 [도표2]를 보면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2018년 말 하락 이후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다우지수 등 미국의 주가지수가 신고가를 연일 갱신하며 상승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미국의 다른 산업지표들이 이미 하락으로 꺾인 이상 소비가 더 지속될 수는 없을 것 같다. 2020년 상반기의 소비지수를 주목해야 할 듯싶다. 2018년 말 수준을 하회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이를 유동성 공급을 통해 저지한다면 위기 발생은 2021년으로 넘어갈 것이다.

 

다음으로 자산가격 붕괴 위험을 보자. 자산가격 붕괴는 부채문제와 직결된다. 그중에서도 기업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경고가 IMF에서 나왔다. 2019년 10월 17일 자 ≪한겨레≫ 인터넷판 기사를 보자.

 

막대한 규모의 기업부채가 향후 글로벌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6일(현지시간) 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 리스크가 있는 주요 경제권의 기업부채가 오는 2021년에는 19조 달러(2경2천6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 일본, 유로존(독일ㆍ프랑스ㆍ영국ㆍ이탈리아ㆍ스페인)을 집계한 것으로, 이들 8개국 기업부채 총액의 40%에 육박하는 규모다.

금융 시스템이 취약한 신흥시장뿐만 아니라 주요 선진경제권의 금융 안정성에도 빨간불이 커졌다는 의미다.

IMF는 기업부채가 전 세계적으로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시스템적인 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면서 특히 투기등급의 기업부채는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했거나 그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에서 과도한 차입을 통한 인수ㆍ합병(M&A)이 늘어났다면서 미국 기업의 차입매수(LBO)가 급격히 증가했고, 이는 기업신용도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흥시장에 대해서도 브라질과 인도, 한국, 터키의 은행 시스템이 취약한 자산에 많이 노출돼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기업부채가 눈덩이처럼 커졌다는 게 IMF의 판단이다.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전 세계의 70% 지역에서 통화완화 정책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마이너스 수익률 채권이 전 세계적으로 15조 달러에 달한다고 IMF는 분석했다.3)

 

빚은 늘 때보다 줄어들 때가 문제이다. 만기연장에 문제가 생기면 전체 금융시장의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의 대형은행들이 대출을 억제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9년 11월 30일 자 다음 기사를 보자.

 

… 미국 연방준비이사회(FRB)가 최근 공표한 분기별 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시스템상 중요한 은행(G-SIB)에 해당하는 대형은행 6곳 가운데 4곳은 서차지(Surcharge: 추가 자기자본 규제)를 확대하는 수준을 넘고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한 때문이다.

판단의 기준이 되는 점수를 낮추는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환매조건부 채권(국채 등을 담보로 하는 단기자금 거래)이나 환율 스와프 시장에서 대출을 줄이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들 시장은 지난 몇 개월간 압박을 받아 금리가 상승한 바 있다. 금융기관의 대출이 줄어들면 또다시 혼란이 생길 수도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4)

 

이 기사에서 보듯이 미국의 대형은행들이 대출을 줄이기 시작했다. 올해도 대출을 줄이는 것이 계속되면 모든 은행들이 동참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면 부실기업이나 레버리지를 10배까지 쓰는 헤지펀드 등에서 문제가 터질 것이다. 특히 이자보상비율이 1.5 이하인 기업의 비중이 43%나 되는 인도의 경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그리고 인도의 비은행 금융기관들의 99.7%가 돈을 단기로 빌려서 장기로 대출하고 있다고 한다. 단기로 빌린 자금의 연장이 막히면 이런 금융기관들은 파산하고 만다. 이는 1997년 한국 외환위기의 진원지인 단자회사(종금사)5)와 비슷한 경우이다.

 

마지막으로 유럽의 위험 요소도 하나 보고 끝마치자.

 

도이체방크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전 직원의 20%에 해당하는 1만8000명을 대규모로 구조조정하면서 파산설이 빠르게 확산.

… 도이체방크가 파산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도이체방크의 파생상품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수년간 JP모건, 씨티그룹 등 미국 대형 은행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높아졌기 때문. 도이체방크가 파산하면 유럽은 물론 미국의 주요 은행에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6)

 

≪매일경제≫ 2019년 11월 11일 자 기사이다. 도이체방크가 당장 갚아야 할 자금이 한화로 약 2,600조 원에 이르고, 파산 시 문제가 되는 파생상품 규모도 한화로 약 7경 원(60조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제로금리인 상태에서 이 정도 자금을 벌어서 갚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도이체방크의 파산은 리먼브러더스 파산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세계 금융시스템 자체에 타격을 가할 것이다. 도이체방크는 유럽과 중국, 미국의 대형은행들과 연결되어 있다. 다시 말해 도이체방크가 파산한다면 세계 금융시스템은 붕괴에 직면할 것이다. 즉 도이체방크는 파산할 수 없는 것이다. 구제금융을 해야 한다. EU뿐만 아니라 IMF와 도이체방크와 연계된 유럽, 중국, 미국의 대형은행들도 손실을 나누어 떠안아야만 한다. 그러나 유럽에는 다른 취약한 대형은행들이 많다. 특히 이탈리아 은행들은 구제금융을 요청했지만 EU에서 거절해 왔다. 그런데 도이체방크만 구제금융을 한다면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결국 도이체방크에 구제금융을 한다면 다른 은행들도 지원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면 얼마나 많은 돈을 찍어야 할까?

 

이제 의제자본주의는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언제인가의 문제일 뿐이지 의제자본주의 시스템의 붕괴는 필연이다. 그리고 그 붕괴의 시각은 그리 먼 미래가 아니며, 한 발 한 발 다가오고 있다.

노사과연

 

 


 

1) [편집자 주] 여기에서는 국제적인 차원에서의 달러화 태환 정지, 즉 소위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를 말하고 있다. 국내적으로 달러화는 1933년 이미 태환 정지되었다.

 

2) 이자보상비율: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이자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 즉 과연 이 회사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가, 감당한 후 얼마나 여유가 있는가를 알아보는 지표이다. 이자보상비율이 1이면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돈을 이자지급비용으로 다 쓴다는 의미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고.)

 

3) “IMF “주요국 기업부채 40% 디폴트 위험”…통화완화 ‘역풍’”, ≪한겨레≫, 2019. 10. 17. <http://www.hani.co.kr/arti/economy/global/913494.html>

 

4) 곽용석 기자, “미국 대형은행, 단기금융시장 대출억제 추진”, ≪초이스경제≫, 2019. 11. 30. <https://www.choic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6155>

 

5) 단자회사(이후 종합금융회사): 1년 이내의 단기어음 및 채무증서의 발행, 또는 어음의 할인 매매 인수 보증 등의 업무를 하는 회사. 1997년 외환위기의 진원지로 알려져 질타를 받았다.

 

6) 류지민 기자, “[여의도 Talk] 도이체방크 파산설에 ‘제2의 리먼사태’ 악몽?”, ≪매일경제≫, 2019. 11. 11.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19/11/930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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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길 교육위원장

2개의 댓글

  • 이렇게 훌륭한 분석글에 댓글이 하나도 없어 남겨봅니다.

    의제자본주의의 붕괴가 필연적이라면
    이후 바람직하게 전개되어야 할 사회의 모습은 무엇이고 사회주의자의 입장에서 준비해야할 것은 무엇인지 등이 매우 궁금해집니다. 관련된 글이나 기사 등을 소개해주신다면 참 고맙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의제자본주의는 이미 붕괴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08년 금융공황이후 의제자본주의의 기제들이 작동하고 있지 않습니다. 제로금리와 양적완화의 효과가 자산시장의 버블만 키우고 있을 뿐 실물경제에 영향이 미미합니다. 예를 드면 세계교역량은 2008년 금융공황 이전의 교역량을 회복하고 있지 못하다고 합니다. 즉 돈을 풀면 푼 돈보다 성장이 더 많이 나와주어야 하는데 지금은 푼 돈보다 성장이 적습니다. 1달러의 부채를 지면 GDP성장이 1달러 이상 되어야 하는데 1달러가 안되는 상황입니다. 확대재생산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요.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예상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수는 있겠지요. 예를 들면 20세기 초 영국중심 자본주의가 붕괴된 과정입니다. 1914년 1차대전으로 영국의 헤게모니는 붕괴되었으나 새로운 패권국이 등장하지 못한 상태가 지속되었고 1945년 2차대전이 끝나고서야 미국중심으로 자본주의가 재편됩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에서 사회주의가 성립되고, 많은 식민지들이 해방되었습니다. 지금도 미국의 패권이 위기에 처하고 미국중심의 시스템이 붕괴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자본주의는 새로운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제국주의간 투쟁이 격화되고 있고 노동자 민중진영이 진출할 공간은 열릴 것입니다.

      사회주의자라면 대중 속으로 들어가야합니다. 열린 공간으로 노동자 민중은 진출하고 있고 대중투쟁은 더욱 격화될 것입니다. 자본주의는 자동적으로 붕괴되지 않습니다. 지금의 시스템이 무너저도 노동자가 집권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시스템을 구축해 낼 것입니다. 따라서 사회주의자라면 대중투쟁에 기반하여 대중속에서 노동자의 정치조직을 건설하는데 힘써야 할 것입니다.

      관련된 글이나 기사는 딱히 떠오는 것이 없네요. 일단 1930년 대공황이후의 상황과 비교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대공황에 대한 글들은 시중에 몇권 나와 있으니 찾아 보시면 되겠지만 제가 권할 만한 책은 떠오르지가 않네요.

      제가 1930년 대공황과 2008년 공황을 비교해보는 글을 준비해 보겠습니다. 언제라고 약속드리지는 못하겠네요. 올해 말이나 될 지……

      정세와 노동에 계속 관심갖고 있으면 정세이해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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