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회원마당] 파견법은 불법 파견을 규제하지 못한다

 

장인기 | 편집위원

 

 

1. 근로자파견제도란 무엇인가?

 

한국은 과거 직업안정법에 의한 근로자공급사업을 제외하고는 어떤 형태의 간접고용도 금지해 왔다. 간접고용을 자유롭게 허용하게 되면 임금과 같은 근로자의 이익을 중간에서 착취하는 폐단이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근로기준법은 법률에 따르지 않고는 영리를 목적으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에서 이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1) 그리고 직업안정법은 예외적으로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은 자에 대해서만 근로자공급사업을 인정하면서 국내 근로자공급사업의 경우는 그 허가대상을 노동조합으로 한정하고 있다.2)3)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 노동시장에서는 이미 사실상 파견근로와 같은 불법적인 간접고용이 증가하고 있었다. 그리고 IMF 구제금융이 시작된 직후인 1998년 2월에 노사정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방안의 하나로 근로자파견제도를 도입하기로 합의하였다. 이에 따라 1998년 2월 20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이 제정되었다.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ㆍ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는 것을 말한다.4) 다시 말하면 파견근로자는 파견사업주에게 고용되어 있지만, 마치 사용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인 것처럼 사용사업주의 지휘ㆍ명령을 받아 노무를 제공한다.

근로자파견은 수급인이 도급계약에 따라 도급인이 부여한 일을 수행하는 도급과 비교해 보면 그 특징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도급에서 수급인은 자신이 고용한 근로자에 대해 직접 지휘ㆍ명령을 하여 도급계약에 따른 도급인이 부여한 일을 수행한다. 여기서 도급인은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한 지휘ㆍ명령을 할 여지가 없다.

 

근로자파견제도는 사실상 합법적으로 근로자에 대한 중간착취를 허용하는 제도이며, 사용자가 둘이기 때문에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이 모호해질 수 있는 변태적인 고용형태이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파견법은 파견대상업무를 32개 업무로 제한5)하고 있고, 파견기간도 2년으로 제한6)하고 있으며,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닌 사용사업주에게도 일정한 노동법상의 책임을 부담시키고 있다.7) 아울러 파견근로자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사용사업주의 근로자에 비하여 파견근로자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8)

 

 

2. 불법 파견이란 무엇인가?

 

파리바게트 불법 파견, 한국도로공사 불법 파견, 기아자동차 불법 파견, 타다 불법 파견 논란까지 최근의 굵직한 사건만 해도 불법 파견 사건은 넘쳐난다. 그만큼 불법 파견이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불법 파견이라는 것은 정확히 무엇인가?

 

파견법이 불법으로 규정하는 파견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파견대상업무 규정9)을 위반한 근로자파견이다. 32개 파견대상업무가 아닌 업무에 파견근로자를 사용한다거나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일시적ㆍ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절대적 금지 업무(건설 업무, 선원 업무 등)에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등이 그것이다. 둘째, 파견기간 규정10)을 위반한 근로자파견이다. 파견근로자의 총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한 경우나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일시적ㆍ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최대 6개월을 초과하여 사용한 경우 등이 그것이다. 셋째, 고용노동부장관의 근로자파견사업의 허가를 받지 않고 근로자파견을 한 경우다. 이러한 세 가지 유형의 불법 파견에 대해서는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모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된다(양벌 규정).

 

파견법은 불법 파견에 대해서 처벌 규정 외에도 사용사업주에 대한 고용의무 규정을 두고 있다. 고용의무 규정을 둠으로써 불법 파견을 억제하려는 취지이다. 그런데 구 파견법(2007. 7. 1. 개정법 시행 이전의 법률)에서는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 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이른바 고용간주 규정)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후 2007. 7. 1. 시행된 개정 파견법에서 고용간주 규정이 직접고용의무 규정으로 바뀌었다. 당시 파견법은 절대금지업무에 대한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즉시 직접고용의무가, 그 외의 불법 파견에 대해서는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해야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2012. 8. 2. 시행된 개정 파견법은 모든 불법 파견에 대해 즉시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직접고용의무를 위반할 경우 사용사업주에 대하여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3. 불법 파견이 만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꽤나 강력해 보이는 처벌 규정과 여러 가지 제한 규정을 보자면 불법 파견은 드물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불법 파견은 민간 영역과 공공 영역을 가리지 않고 만연해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사용자의 입장에서 보면 시장이 급변하고 시장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파견과 같은 간접고용이 주는 매력은 너무나 크다. 간접고용을 하게 되면 사용자는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할 때 큰 부담 없이 인력을 조정할 수 있다(반대로 노동자 입장에서는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또 간접고용을 통해 사용자는 직접고용을 할 때 생기는 사용자로서의 책임 즉, 근로기준법상 책임이나 노동조합에 대한 단체교섭 책임 등을 지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의 노동 결과로 생기는 이윤은 고스란히 취득할 수 있다. 이렇게 사용자에게 간접고용은 매력적임에도 불구하고 파견법이 대상업무나 사용기간에 대한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에 (파견법 위반을 불사하고) 형식상 도급의 형태로 사실상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불법 파견을 규제하는 파견법의 실효성 측면에서 그 이유가 있다.

첫째, 불법 파견에 대해 파견법은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모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불법 파견에 대한 처벌을 살펴보면 고작 수백만 원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11) 사용자가 불법 파견을 통해 향유하는 수백억, 수천억 원의 이익에 비하면 벌금 액수는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사용자는 벌금이 두려워 불법 파견을 자제할 이유가 없다.

둘째, 불법 파견근로자에 대한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 규정의 실효성 문제다. 구 파견법에서는 사용기간 2년을 초과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사용사업주의 근로자로 간주하는 규정12)이 있었기 때문에 2년을 초과한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에 대하여 노동법상 모든 책임을 물을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파견법은 불법 파견근로자에 대한 직접고용의무만을 규정하고 있어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13) 처분 외에 직접고용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

다만, 법원은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고용 의사표시를 갈음하는 판결을 구할 사법상의 권리가 파견근로자에게 있고, 그 판결이 확정되면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한다고 하며,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에 대하여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할 때까지의 임금 상당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한다.14)

그러나 시간적, 경제적 여력이 없는 노동자는 소송을 통해 고용관계를 확인받거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기도 쉽지 않다. 또한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 규정은 그 고용형태를 명시하고 있지 않다. 직접고용명령을 내리는 고용노동부도 직접고용이기만 하면 그것이 기간제 근로계약인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인지를 묻지 않는다.15) 결국 사용사업주는 직접고용을 하더라도 기간제로 고용할 수도 있으며, 당연히 정규직으로 전환되어 정년이 보장되는 것으로 기대했던 파견근로자는 다시 기간제 근로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셋째,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했더라도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기 위한 각종 방안을 강구하며, 국가 또한 이를 방관하거나 스스로 직접고용을 피하기 위한 편법을 쓴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공공기관이 자회사를 설립하여 고용하는 방식을 허용함으로써 파견법이 상정하고 있는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를 회피하고 있다. 최근 한국도로공사는 톨게이트 수납원 불법 파견과 관련한 소송이 진행되는 와중에 자회사를 설립하여 수납업무를 자회사로 이관하면서 수납원들의 소속을 전환하였다.16) 자회사로 소속을 전환하지 않고 직접고용을 요구한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소송에서 승소한 노동자만 직접고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소송을 통해 직접고용된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수납업무가 없다는 이유로 원거리 발령을 내는 등 사실상 자회사로의 소속 전환을 강요하고 있다.

 

 

4. 파견법은 불법 파견을 규제하지 못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근로자파견제도는 원칙적으로 금지된 간접고용을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목적으로 예외적으로 허용한 제도이다. 근로자파견제도는 중간착취와 노동자 권리 보호의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파견법을 통해 규제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규제를 통해서는 자본의 간접고용에 대한 욕구를 누를 수도 없고, 그러한 규제가 실효적이지도 않으며, 국가조차 파견법의 규제를 준수할 의지가 없음을 살펴보았다. 결국 파견법은 파견근로자를 보호할 수 없다. 오히려 자본과 국가는 꾸준히 파견대상업무를 늘리거나 파견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근로자파견을 확대하고자 한다. 그것이 자본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당장은 불법 파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불법 파견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근본적으로는 근로자파견제도의 철폐를 요구해야 한다. 근로자파견제도는 간접고용을 통한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만들어진 제도이고, 노동자에게는 자신을 직접 사용하는 사용자에 대해 권리 주장을 틀어막는 제도에 불과하다. 파견의 품격 따위는 없다. 근로자파견제도가 존속하는 한 노동자에게는 상시적 고용불안과 근로조건 저하만 있을 뿐이다.  노사과연

 

 


 

1) 근로기준법 제9조(중간착취의 배제) 누구든지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다.

 

2) 직업안정법 제33조 제1항 및 제3항 제1호.

 

3) 국내 근로자공급사업을 행하고 있는 노동조합으로 항운노조가 있다.

 

4) 파견법 제2조 제1호.

 

5) 파견법 제5조 제1항.

 

6) 파견법 제6조.

 

7) 파견법 제34조 및 제35조.

 

8) 파견법 제21조.

 

9) 파견법 제5조.

 

10) 파견법 제6조.

 

11) GM대우와 같은 거대 기업도 불법 파견에 대해 고작 7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되었을 뿐이다.

 

12) 구 파견법 제6조 제3항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 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

 

13)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14) 대판 2015.11.26. 2013다14965.

 

15) “개정 파견법에서는 직접고용의무만 부과하고 있을 뿐 고용형태에 대해서는 달리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기간제 근로계약의 방식을 취하더라도 무방하다고 보여짐.

    다만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면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결여될 정도로 짧은 계약기간을 설정하는 경우라면, 당해 파견근로자의 사용기간, 종사했던 업무의 상시성 여부, 그간 동종 근로자의 채용관행 등 구체적 사실관계를 고려해 볼 때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의무를 면하기 위한 절차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는 때에는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임.” (2007. 5. 3., 비정규직대책팀-1504.)

 

16) 한국도로공사는 1, 2심에서 불법 파견 판결을 받았지만, 최종 판결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법원 심리가 진행되는 도중에 자회사 설립을 강행하여 수납원들에게 자회사 소속으로의 전환을 강요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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