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우 | 금속노조 서울지부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 대의원
2018년 12월 어느 날, 제 개인 사물함 위에는 음료수와 떡이 올려져 있었는데, 기아자동차에서 실시한 특별채용으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채용되어 당사자가 준비한 간식이었습니다. 이 특별채용은 현대ㆍ기아자동차에서 현재 공장 내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중 정규직으로 채용을 희망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현재 저희 금속노조 서울지부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은 149명입니다. 2009년 비정규직 조합원은 50명이었습니다. 당시 비정규직 조합원은 기아자동차 정규직과 같은 기아자동차지부 조합원이었지만, 2017년 당시 기아자동차지부가 지부운영규정을 개정하여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가 분리되었습니다. 2009년부터 비정규직 조합원은 꾸준히 늘어 신규채용 전까지는 300명(총무성1) 70여 명 포함)이 넘었지만, 신규채용이 실시되며 100명이 조금 넘는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이 100명이 조금 넘는 수에는 신규채용에 지원조차 못 하는 일명 총무성이라고 불리는 노동자 70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약 200여 명이 넘는 조합원이 기아자동차에서 실시한 신규채용에 지원을 하고 채용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은 자본이 사회적 책무를 다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현대ㆍ기아차 자본이 파견법 위반을 회피하려는 꼼수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특별채용의 명목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채용 형식으로 고용을 하는 것입니다. 특별을 가장하여 실시한 신규채용은 근무의 연속성, 근속을 인정하지 않는 채용입니다.
기아자동차가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2007년 현대 울산공장 노동자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때문이었고, 현재까지 10여 차례가 넘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으며, 판결 내용은 제조업에는 파견 노동자를 사용할 수 없다는 법 해석에 따라 불법 파견이라는 판결이 나오게 되면서 ‘어떻게 하면 노동자에게 임금을 덜 줄 수 있을까?’ 방법을 찾다 보니 신규채용이 진행된 것입니다.
이와 같은 신규채용의 결과로 그 다음 달인 2019년 1월부터 신규채용이 되며 발생한 비정규직 공정에 대해 정규직들 간의 공정이동, 전환배치가 실시되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하는 공정이 정규직 공정으로 전환되었으며, 1차에서 5차까지 실시한 기아자동차 신규채용을 거부하고 정규직 전환을 외치는 소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강제전적, 전환배치가 진행되었습니다.
분명 단체협약에는 “전적 시 조합과 협의, 당사자 동의하에 실시하고, 사내 전환배치 시 당사자와 성실히 협의하여 실시한다”로 되어있는 데도 불구하고, 당사자와 비정규직지회 노동조합과는 일언반구 얘기도 없이 강제적으로 진행된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으로, 원청인 기아자동차 지시하에 파견업체들이 자행한 부당노동행위입니다.
또한 기아자동차는 정규직 공정으로 되었다 하더라도 비정규직이 일하던 공정 중 정규직 노동자들이 회피하는 공정이 있는데, 이런 공정에 다시 비정규직을 고용하면 불법 파견 소송의 원인이 될까 봐, 이런 공정을 공장 밖으로 내보내는 외주화를 2018년 12월 13일 기아자동차 사측과 기아자동차지부 정규직노동조합의 합의를 통해 진행하였습니다. 합의서 내용을 보면 분명 불법 파견 회피용이 목적인데, 제목은 “추가 특별채용 관련 후속합의서”로 되어 있고, 내용은 “PDI2) 내 방청 유해성 공정3)에 대해, 인근 지역 민원 해소와 종업원의 건강권 확보를 위하여, 공장 외부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2019년 상반기까지 개선 추진한다”는 것입니다.
참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저희 비정규직지회 단체협약 38조를 보면 “회사는 기업을 합병, 양도, 이전, 분할매각. 사업종료. 도급계약 해지 및 종료할 경우 조합에 1달 전 통보, 협의”해야 한다고 나와 있는데, 당사자인 비정규직지회에는 아무런 말도 없이 원청인 기아자동차와 정규직노동조합인 기아자동차지부 둘만 합의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던 것입니다. 그 합의서 내용도 요지를 보면, 공장 안에 있는 노동자의 건강에 해롭다고 공장 밖에 있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입니다.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이러한 파렴치한 일들을 자행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까지 발생하였습니다.
이보다 더 암울했던 것은, 이런 부당함에 맞서 싸워야 할 비정규직지회장이 2018년 기아자동차가 진행한 신규채용에 지원하여 정규직으로 채용이 되면서, 2019년 1월 비정규직지회는 비상대책위원회 체계로 전환되고, 2019년 2월 다시 집행임원, 지회장을 선출하는 일까지 벌어졌던 것입니다.
또한 비단 회사가 얘기하는 파견법 위반 공정뿐 아니라, 자동차를 생산하는 공장에 꼭 필요한 간접공정에 해당하는 식당, 청소, 세탁, 경비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의 근무형태나 환경 또한 문제가 심각합니다. 식당업무를 하는 노동자 중에 조리사, 영양사 등 관리자를 뺀 조리원 업무를 하는 노동자의 경우 2011년 처음 노동조합에 가입하였는데 당시 72명이었던 인원이 현재 60명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그 이유는 정년퇴직자 인원이 충원이 안 되어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인원이 줄어들고 공정은 늘어 현재 60명 중 10%가 넘는 인원이 산업재해로 휴업을 하는 상황까지 발생하였습니다.
2018년 5월 국회에서 통과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라,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려는 꼼수로 단체협약에는 2개월에 한번 100% 총 1년에 600% 상여금을 지급하게 되어있는 것을 2019년 1월 취업규칙을 사측 마음대로 1개월 50% 지급으로 변경하여 소하리공장 내 파견업체 임금노동자들이 이를 적용받게 되었습니다. 이는 원청인 기아자동차가 임금 착취구조를 확대하려는 목적으로, 파견업체를 사주한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기까지 사실 소하리공장 비정규직지회는 지금 현 집행부를 제외하고는 투쟁하지 않았습니다. 2019년 2월 현 집행부가 보궐선거로 당선되면서, “강제전적 전환배치 철회! 외주화 철회! 상여금 월할지급 철회! 정년퇴직자 인원충원 실시! 사내 모든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외치며,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출퇴근 선전전을 진행하고 3개월 전부터는 새벽 출근투쟁까지 확대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힘이 없고 얼마 남지 않은 인원이지만, 금속노조 서울지부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는 비단 공장 안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만이 아닌 공장을 넘어 모든 비정규직이 정규직화되고, 앞으로 닥쳐올 노동법 개악과 정리해고에 맞서 단결하여 함께 싸워 함께 쟁취하는 것을 목표로 투쟁하고 있습니다. 노사과연
1) 기아자동차에 근무하는 노동자 중 식당ㆍ청소ㆍ세탁ㆍ경비업무를 하는 노동자로, 신규채용 지원 서류조차 교부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말하며, 파견법 위반의 적용 여부가 불확실한 업무를 말함.
2) 자동차 완성라인 최종 공정 중 하나이며 자동차를 검사하는 공정임.
3) 자동차는 내수용과 수출용으로 생산되는데, 수출용의 경우 바닷길로 수출이 이루어지다 보니 코팅이 되어 있지 않은 하부에 언더코팅을 하여 부식이 되지 않도록 한 다음 수출을 함. 언더코팅은 말 그대로 차체 하부에 유성 또는 수성 고무소재의 코팅액을 분사해 주요 부위에 코팅막을 형성하는 작업이고 이때 사용하는 코팅액이 사람에게 유해하다 하여 유해성 공정이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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