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권두시] 관계―어느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야기

 

육봉수

 

* 육봉수 유고시집 ≪미안하다≫, 푸른사상, 2014.

 

 

같은 시간에 같은 차를 타고

같은 문으로 같이 출근하고

같은 기계를 같이 돌려도 그는

나의 이름 알려 하지 않고 나도

부를 일 거의 없는 그의 이름 굳이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필요할 때만 간간히 부딪히는

약간만 미안한 눈빛만으로도 능히

그의 작업 지시는 내게로 와 닿고

흩어진 박스들을 정리하며 나는 또

무심한척 약간만 부끄럽고

휴식 시간이면 우리는 은연중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는 아예

남남입니다

 

본 공장 노동조합 조합원인 그는 당연 알고

이대로라면 노동조합 조합원 다시 한 번

되어 보겠다는 꿈 영원히 접고 말아야 할

나도 아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뜻은

3일의 오차를 두고 받아드는 서로의

월급봉투 안에서만 혓바닥 빼어 물 뿐

누구도 말해서는 안 될 무언의

금기사항입니다

시작은 이렇지가 않았다고

맨 처음의 시작은 절대 이렇지가 않았다고

누군가 말하는 걸 들은 적 있습니다 하다못해

저 높은 곳의 사장님까지도 평등 앞에 묶어 세워

내남 없고 차등 없는 즐거운 일터 만들어 보자

어쨌거나 시작은 그랬다고 했습니다

 

급할 때 급하게 불러다 쓰는 하루살이

일용직 근로자를 빼고라도

파견근로자 위에 계약직 근로자

계약직 근로자 위에 사내 하청근로자

사내 하청근로자 위에 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노동자 위에 계장 과장 부장 또

그 위와 그 위 더욱더 그 위와 그 위…

 

해 떨어지고 작업 종료 5분 전 예비

차임벨이 울립니다 작업 일지 챙겨 든

정규직의 그는 하루의 성과 보고하러

사무실로 가고 빗자루를 챙겨 든 나와 같은

행색의 사람들만 남은 작업장 안 비로소

시끌벅적해집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생기는지도 모르게 생겨나 자꾸만

허리 구부리게 하는 초라함의 하루 드디어

끝나갑니다 기계들이 꺼집니다 기계들이

하루 종일 지루하게 끌고 돌던 컨베이어 일제히

멈추어 섭니다 작업등이 꺼집니다 허리를

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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