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림 | 시인, 자료회원
1
마음은 깊은 곳에 있었다
커다란 몸부림과 소용돌이로
가끔씩 심연의 본원적 용트림으로
바닥의 하염없는 격정과 분노가
가끔씩 수면의 회오리로
어릴 적 마음은 파도 치는 곳이라고 알았다
세파를 겪고서야 겨우 그건 표층일뿐
원래 마음은 하나였는데 깊일 알 수 없었다
어릴 적 의아심을 가지고
혁명을 바라보던 그때는
태양의 속삭임처럼 그늘이 없었다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모두가 원래 자유인 그 자유였다가
허위이면서 고문이었다가
살아본 세상이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의 간절함이었다
2
세상살이 물 흐르듯 지나지 못하고
다만 이런 세상에 혁명이라는 말에 현혹된
말도 안 되는 꿈을 단번에 버리고 싶은
부끄럼 같은 것이 오히려
불안하다
밥 잘 먹고
커필 마시며
문학과 혁명을 공부하면서
잊어버리고 잊지 않으려 하는 맘이
서로 충돌하여
나는 내가 사라지게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수많은 생각과 생각을 잇는 다리를
피난민처럼 건너고 있다
다리를 건너가면 무엇이 또 있을까
다리를 건너갈 수는 있을까
다르다 다 다르다
너무 달라서 사람의 눈을 쳐다볼 수가 없다
멀리서 다르고
가까이서 다르고
내일이 와도 봄을 알 수 없다
3
국가와 혁명의 원죄를 대속한,
아이들이 사라진 바다
평화롭기조차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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