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과학연구소

[회원마당] 오늘도 세계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이영훈 | 회원, 건설노동자

 

 

 

한국의 현실

 

문재인을 수장으로 정권이 바뀐 지 어느덧 2년 반이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더 교활한 악마들이 가득할 뿐입니다.

정부에서는 문화예술인, 운동선수, 연예인과 같은 광대를 연신 초청해서, 한국이 자랑스럽네, 이제 세계에서 최고네, 어쩌네 하면서, 희망차고 밝은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습니다. 중간에 죄가 많은 자본가도 은근슬쩍 끼워서 감옥에서 빼 주고요. 광고 역시 위대한 촛불 혁명 운운하며 위대한 나라, 위대한 국민 만들기에 열심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이게 어딜 봐서 혁명입니까?

노동 존중을 하겠다는 정부는 존중은커녕 노동 법안을 교묘하게 퇴보시키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다른 사람들의 노동 현장은 물론 제가 일하는 노동 현장도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고요.

사기꾼들을 등지고 믿을 건 같은 조합원과 노동자 민중들뿐.

TV 방송과 각종 언론에는 다른 정권 때와 마찬가지로 경제가 어렵다면서 대중에게 극한의 희생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도배됐습니다.

한국 대자본의 우두머리인 이재용이 별다른 제재 없이 감옥에서 풀려났음에도 정부에서는 오히려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들의 본질을 여과 없이 드러냈고, 이러한 모습을 본 대중들은 냉소와 실망을 드러내면서 희망을 잃어 가고 있습니다.

현대그룹이나 기아자동차를 필두로 한 온갖 불법 파견이나 적법하지 못한 과정으로 노동자를 다루던 것들이 법원에서 줄줄이 위헌이나 노동자들 말이 맞다고 들어줬음에도, 자본가들에겐 성역이라도 있는 듯이 고용노동부는 대놓고 자본가 편을 들고 자본가는 법을 개무시하면서 노동자들을 투쟁으로 밀어 넣고 공권력으로 잡아들이면서 오히려 더욱 힘들게 하고 있고요.

세월호, 싸드, 그 외에 수많은 미해결된 현안들 역시 진실을 밝히거나 전진은커녕 교묘하게 분열시키고 퇴보시키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혀 사회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려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문재인이라는 권력 찬탈자가 대통령을 해 먹고 있는 것일 뿐,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인터넷 여론에서 아무리 민주노총을 욕해도 조합원은 늘어만 가고,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이 50%대로 다시 회복을 했다 그랬음에도 막상 현실에서 문재인 정권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합니다.

지금 패악질을 일삼는 문재인과 집권당인 민주당의 지지율은, 과거 집권당 시절 똑같이 패악질을 일삼던 새누리당 계열의 한심함을 다시 보느니 울며 겨자 먹기로 너네 지지한다 수준이지, 언제 다시 이탈해도 이상할 것 없는 빈 수레가 요란한 지지율로밖에 안 보이는 건 기분 탓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지지율이 40% 중반일 때, 여론 조사에서 왜 지지하십니까?라고 했을 때 응답률 1위가 약 16% 정도로 모름, 무응답이었다는 게 이를 증명합니다(2위는 남북문제).

당장 제가 일하는 건설 현장을 기준으로 해도, 안전이고 급여 조건이고 교섭 진전이고 쥐뿔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노동조합 상근 동지들은 자본가 정부의 고의적인 방치, 탄압으로 여전히 자본에 맞서 새벽부터 현장 틀어막는 게 일상입니다.

 

 

그럼 다른 곳은 사람이 살 만한 세상인가?

 

인터넷을 보면 기사 쪼가리 하나 던져 준 것 가지고 타인과 타국의 상황이나 지도자를 부러워하는 일희일비 식의 댓글들이 가득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기사들은 해당 국가의 민중들이 진짜로 처한 현실적 어려움이나 다른 분야에서 벌어지는 한국보다 심각하거나 오히려 퇴행적인 면이 있는 부분을 전혀 보여 주지 않습니다.

그나마 현실에 근접한 내용을 찾아보려면 스스로 온갖 기사를 찾아보거나 직접 해당 국가의 언어를 해석하고 거기서 다시 쓸 만한 기사를 찾아보는 번거로움을 감내해야 합니다.

대부분 유럽이 (아니면 미국이) 선진국이라면서 왜 그렇게 노동 문제로 그들 역시 하루가 멀다 하고 격렬한 투쟁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현실을 제대로 (아니면 일부로) 보여 주고 알려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격렬한 투쟁을 수행함에도 뚜렷한 사상이나 제대로 된 구심점이 없기에 현상 유지 외에 더 나아가지 못하는 면을 부각시키지 않습니다. 교묘하게 선진국에서는 아직도 저렇게 한다 정도나 우리랑 교육과 문화가 달라서 그렇다는 식으로 단편적인 현상만 얘기하고 이해할 수 없는 해석을 곁들여 어물쩍 넘어가 버리죠.

타국의 문제만 아니라 현실의 군대에서도 노동에서도 그렇습니다.

어딜 가든 내가 일하는 업종보다는 낫겠지, 저 보직은 편하고 안락한 보직 아닌가?, 저 인간들은 배때기가 불러서 저렇게 파업하고 개짓거리한다고. 하지만 막상 자신이 그곳에 가게 되면, 어? 이게 아닌데?를 연발하는 경우를 상당히 많이 보게 됩니다.

정작 본인들이 부러워하던 곳에서 온 사람들이 언론에서 보여 주던 살 만한 인생이 아닌 전혀 다른 얘기를 하는 것을 듣고 절망감에 정신이 나가게 됩니다.

우리도 힘들어 죽겠는데 다들 무슨 말씀하시는 거요? 도대체 누가 그런 태평한 소리 하는 겁니까? 나도 좀 알려 주소. 한번 가 보게. 결론은 누군가 만들어 낸 거짓 덩어리라는 것이죠.

우리가 처한 현실은 무슨 일을 하든 노동력의 가치에 비해 터무니없이 강한 노동 강도를 강요받는다는 것인데, 아무도 그런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것이 구직 단념과 잦은 이직으로 나타나는 것이겠죠.

 

 

그 시절은 과연 행복한 시절일까?

 

현재에서 희망을 못 느끼게 되니 과거 구시대 정치인에게 찬사를 보내기도 합니다. 지금 미래가 안 보이고 너무나 힘든 나머지 분명 그 시절이 지금 못지않게 힘들었는데 행복했다거나 좀 더 나았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죠.

그때는 그래도 먹고살 만 했는데, 내가 어리석어서 그 정치인들이 훌륭한 것을 몰라봤다거나, 우리 수준이 그 사람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었다거나 등등…

과연 과거는 행복했을까요? 그때 정치인들은 수준 높은 사회를 만들어 가던 사람이었나요?

전 당장 스무 살 이전에 행복했던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2010년 이후 첫 취업한 회사에서 쓴맛을 봤고, 그 이후 군대 가기 전 했던 일들 모두 집안에 얹혀살지 않으면 입에 풀칠조차 하기 힘든 돈을 받으면서 간신히 살았고, 전역 후에도 도대체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냐는 고민 속에서 홀로 답이 나오질 않아 고작 오락하거나 시간을 때우면서 허비하는 게 인생의 낙이었고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소위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계열의 정치인들은 싸울 생각도 없어 보였고 매번 주둥아리만 털면서 겉으로는 모두 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탓만 하면서 눈치 보기에 바빴고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다 잡히건 죽어 나가건 나 몰라라 하는 건 매한가지였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과거를 그리워하면서 노무현을 찾을 때 그렇게 훌륭한 대통령이었다면 왜 이명박 임기 2년 차 때 취업한 나는 그런 흔적 하나 찾지 못하고 개차반 같은 과거와 달라진 것 하나 없는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려야 했냐는 분노와 궁금증만 증폭될 뿐이었습니다.

그가 임기 중에 노동자를 진정 위해 주는 보호 장치와 물리력을 행사했다면 아무리 정권이 달라졌다 해도 이명박이 집권했다고 2년 좀 안 되는 기간 만에 그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저는 2008년 광우병 시위 시절 같이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에게 다시 묻고 싶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시절에 정말 행복했었냐고, 그들이 자본을 위해 충성을 바친 행동들은, 이명박, 박근혜와 과연 다를 게 뭐가 있냐고,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고 2년이 지난 지금 과연 나라가 노동자들을 위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거냐고, 왜 나와 주변의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이 있건 없건 저녁이 있는 삶이나 개선은커녕 점점 더 힘들어지냐고?

그리고 박근혜 탄핵시켰다고 환호한 그 순간 말고 지금 현실에서 진짜 행복하냐고?

 

 

노동자들은 똑같습니다

 

정권 찬탈자들은 촛불 혁명 운운하지만 세상이 달라진 게 없으니 노동자들은 정부에서 뭔 짓거리를 하든 삶에서 다른 희망을 찾는 것이 아닌 평생 행동하던 대로 일단 어떻게든 나라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 역시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 존중한다고 사기극을 벌인 지 2년이 지난 지금 건설 3년 차가 된 저의 눈에 비치는 현장 어른들의 모습들은 똑~~~같습니다.

일 시작하면 자기 알던 대로 배운 대로 하다가 같이 일하는 동료나 반장들과 마찰을 빚게 되고, 뭐 시킬 게 있다고 본인 것 좀 먼저 도와 달라고 서로 난리 치고, 현장 안전 관리와 소장들은 조합원들 일 못한다고 노동조합과 노동자들 닦달하기에 바쁘고, 이기적으로 굴어야 되는 현실과 더불어 체계적이지 못한 노동 환경에서 기능이 부족한 노동자가 기능공으로 성장하는 것은 온전히 개인의 책임이요 몫이고요. 서로가 기능공이라고 큰소리치면서 잘해 보자고 달래 놓고 얼마 못 가 너 못났고 나 잘났다는 신경전과 뒷담화가 매일같이 이어집니다.

이러한 행동들은 노동자들 스스로 후임을 양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조차 되돌아볼 여유조차 없다는 것을 인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건설노조 가는 곳마다 회사가 망한다(?)며 회사도 먹고살아야 우리도 먹고산다는 말씀을 하는 조합원 분들도 계십니다. 예전 같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전혀 수긍이 가지 않습니다. 끝도 없이 많은 회사들이 자본주의의 아름다운 경쟁이라는 명목하에 서로 제 살을 파먹어서라도 공사를 수주하고 그러면서 노동 여건을 악화시키고 노동자들 착취해서 나름 큰 이윤을 남겨 먹겠다고 난리를 쳐 댑니다. 회사마다 사용하는 자재도 체계도 모두 다르고 그들이 하나하나 말 안 들을 때마다 일일이 상대하느라 중앙 교섭을 할 때조차 상근자들도 지쳐 나가고, 저렇게 건설 회사가 수천 개씩 필요한지 의문입니다.

건설 회사 다 망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 맞다고 느껴질 지경입니다.

제가 현실에서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확신을 가지는 이유는 노동 현장에서 어떠한 것도 달라질 조짐조차 없다는 결론이 바로 나와 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러다 보니 인터넷에서 대통령님 만세요, 나라다운 나라 만드느라 수고가 많다며 현 정부를 옹호하는 댓글들을 보면, 도대체 이 작자들은 뭐하고 세상 사는 작자들인지 분통이 터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노동 존중?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당장 2019년 최저임금 결정 건만 봐도 노동자들 달래려고 정부가 현장에 개입은커녕 경제가 어려운데 무역 분쟁이 겹쳐서 기업이 힘들다는 이유로 최저임금을 역대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낮은 수준으로 인상했습니다. 심지어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열겠다는 대통령이란 작자가 그따위 결정을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함과 동시에 존중한다면서 일본 정치인들과의 갈등을 빌미로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모습밖에 안 보이는데, 이러한 와중에 현장 안전 개선, 하도급 철폐, 원청 직접 고용, 퇴직 공제부금 1만 원으로 인상 등이 씨알이나 먹힐까요? 오히려 공권력을 동원해서 자본가를 위해 투쟁을 무력화시키고 노동자들 대놓고 다 죽으라고 만든 경제사회노동위원회라는 협상장을 그대로 두고 언제든지 마음 변하면 도장 찍으러 오라며 위선의 극치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문재인은 대통령의 탈을 쓴 사기꾼 모리배 새끼임을 만천하에 드러낸 셈입니다.

 

 

일본 지배계급의 농간으로 들이닥친 애국주의 광풍

 

이런 와중에 일본에서 지배계급이 선거를 한 주 정도 남긴 상황에서 수장인 아베가 반(反)한국을 외치며 나대기 시작했습니다. 일본판 국가보안법공모법을 만들어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선거 때 유세하는 아베에 접근해 비판하는 구호를 외치자마자 경찰들이 바로 잡아가는 막장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이 미친 인간은 ―특별한 대의도 없이 소수의 지배계급의 위기를 타파하고 다수의 대중의 관심을 끌고자 분쟁을 대놓고 조장하는 인간이 제정신이 아닌 것은 맞으니 편의상 미친 인간이라고 하겠습니다― 무역 분쟁, 독도 문제, 역사 문제 떠들고 하면서 한국에서 반성의 기미가 없다며 불특정 다수를 향해 대놓고 계획적인 미친 도발을 시전했습니다.

한국은 당연히 이로 인해 들끓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일본 여행을 취소하고 일본 상품을 불매했습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일본에 대한 분노로 들끓었습니다만, 미친 인간 아베와 더불어 일본 정치인과 자본가, 일본 대중을 구분해서 분노해야 한다는 자정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과거처럼 맹목적인 혐오가 아닌 생각보다는 질서 잡힌(?) 분노가 표출되는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중들이 이런 눈물겨운 자정 작용과 반성을 동반하며, 일본 지배계급에 맞선 반일에 동참하는 동안, 그 와중에 대한미국 정부는 무엇을 했습니까?

이때다 싶어서 문재인은 기술 연구하는 기업에게 탄력근로제 연장해 줄게!를 외치며 합법적인 노동 착취를 장려하고, 언론에서는 이재용을 필두로 수많은 대기업 자본가들의 모습을 연신 비추며 일본발 경제 위기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자본가들의 눈물겨운 모습대통령과 함께 연출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댓글 창은 지지자들이 이에 맞장구치며 기다렸다는 듯이 호응하며, 이런 때야말로 국가와 문재인 정권을 위해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로 도배하면서 아주 개판 오 분 전이고요. 한국 정부의 이런 졸렬한 태도는 맹목적인 애국주의 파시즘으로 갔으면, 그래서 다 묻혔으면 하는 바람이 아주 역력했습니다. 그래야 노동 개악해도 사람들이 모르니까요.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의 주적은 북한이다?

 

이런 반일 대세(?)에 맞서 지난 7월 27일 토요일 대한애국당 사람들은 여전히 광화문 광장에 모여 북한을 규탄하는 구호를 연신 떠들었는데 신박한 구호 하나를 들고나왔습니다.

 

 

그 구호를 본 저는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드디어 이 분들이 자폭을 시전하시는구나! 아 그렇습니다. 군대에서 가르치는 대로 반공주의에 충실하여, 우리의 적은 일본이 아니고 북한이다! 한미일 협력 강화하자!

크으…. 전쟁 나도 징집도 안 될 사람들의 눈물겨운 애국심에 이제 예비군 6년 차로 팔팔한 징집 대상인 저는 그만 현장에서 웃음이 나와 버렸고 방구석 애국 보수들이 나이와 현재의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불문하고 얼마나 혼란스러워할지 다시 한 번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그리고 빨갱이는 북으로 꺼져라!라는 구호에 저는 대략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북으로 보내 줄 능력도 안 되는 것들이 무슨 북으로 가라는 거냐! 국가보안법 폐지해 줄 능력도 안 되는 무능력자들아! 나도 북에 가서 교류 좀 할 수 있게 여행도 하고 거주도 하고 노동도 해 보게 국가보안법 폐지해서 제발 좀 보내 줘라!

해외에서 지배계급의 일원이 아니면 이북 사람과 무슨 이유가 되었건 말만 섞어도 안보니 뭐니 온갖 이유를 대며 대한민국 땅에서 태어났거나 대한민국 국적을 소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국가보안법으로 엮어서 감옥에 십수 년씩 썩게 만드는 국가보안법 하나 폐지 못 하는 주제에 북으로 가라고 하다니, 이 얼마나 위선적이면서도 자신들의 모순과 무능력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무지렁이들의 합창을 보고 있자니 모순을 드러낸다는 게 때로는 복잡한 이론이 필요하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공, 반북주의를 우직하게 밀고 나가서 세력을 유지하며 재미를 보던 이들이 그것 때문에 일본의 미친 인간이 넝쿨째 굴려 준 호박을 걷어찬 정도가 아니라 오물 가득한 바닥에다 두 동강을 내 버려 알맹이를 써먹지도 못하게 자신들 스스로 그토록 좋아하는 애국주의 광풍에 편승할 기회를 없애 버리다니.

다른 단체의 집회와 달리 가뜩이나 광장에서 그들의 악다구니를 지켜보던 일반 근로 대중들은 공감은커녕 인상을 찌푸리며 학을 떼는 모습을 보이면서 지나가기 급급했는데, 성조기를 들고 박근혜 석방과 친미 친일을 엮으니 어처구니가 없었을 겁니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충견입니다

 

그 와중에 미국은 이란과 갈등을 빚으면서 호르무즈 해역에 파병을 요청했고 문재인 정부는 전운이 감돌고 있는 이곳에 파병하는 것을 검토 중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은 트럼프가 굳이 안 시켜도 알아서 미군과 북진 통일을 위한 전쟁 연습을 실천하고 한반도가 통일돼도 주한미군이 주둔해야 한다며 미국의 개가 되기를 작정한 문재인 대통령이 과연 거절할 수 있을지가 의문입니다.

물론 미국은 우방이니 파병해야 된다는 악다구니들이 가득합니다만… 미국이 요청하면 일말의 고민도 없이 파병해야 한다는 일부 극성인 사람들은 자주성도 없이 강대국에 빌붙어야 한다는 언론과 국가에 세뇌당한 노예근성으로 가득한가 봅니다.

이러한 결과는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박근혜 정권 때 얘기된 거라지만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라는 싸드를 아무런 의논 없이 밀어붙여 설치해서 자주국방용이라면서 북한 때문에 들여오는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해서 주변국들을 더욱 자극하고 중국과 마찰이 생겨도 어물쩍 넘어가려고 했습니다.

문제는 북이랑 전쟁하는 것을 가정하면, 인구의 1/5 이상과 핵심 기반 시설이 최전방 바로 아래인 경기도와 서울에 죄다 몰려 있는 나라에서 개전하는 순간 이북을 남쪽에서 선제공격해도 죄다 요격하기도 어려운 수많은 포대에서 날아오는 단거리 포격을 맞고 수도가 쑥대밭이 된 상태에서 싸드가 솔직히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군대에서 맨날 남한을 향해 장사정포와 사거리가 짧아도 서울 근교 수도권을 범위 안에 두는 수많은 재래식 포병 전력이 남한을 일제히 향하고 있다고 장병들에게 교육시켜 놓고 이건 앞뒤가 안 맞습니다. 국제 사회에서 자본주의 국가의 봉쇄로 철저히 고립된 북한이 전쟁을 할 정도면 사실상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전쟁하는 것일 텐데 전방이 쑥대밭이 된 상태에서 미사일 몇 개 날아다니는 거 후방인 성주에서 레이더 가동해 요격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한국 땅에서 한국군만 주둔하는 것도 아닌 미군이 수십 년째 버젓이 상주하고 있는 상태에서 미국의 방위 씨스템과 연동되고 미군이 만들고 활용하고 있는 물건이 한국 땅에 설치되는 순간, 러시아 일부와 중국 영토 대부분을 레이더 탐지 거리에 두는 물건이 들어온다는 게 오히려 핵심일 것입니다.

이는 원하지 않아도 미국 대 중국ㆍ러시아 그 외의 국가와 분쟁이 났을 때 직간접적으로 미국이 상대방의 군사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와 당장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는 상당한 이득을 보고 시작한다는 소리인데 말이죠.

물론 국제 관계라는 것은 트집 잡을 것이 있으면 뭐라도 다 트집 잡는 것은 수많은 강대국이 이미 수 세기 동안 잘 보여 줬지만 미국에 철저히 이득이 되는 이러한 씨스템이 어딜 봐서 한국의 자주국방을 위한 것인지 저는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그동안 베트남 전쟁 파병부터 이번에 결정된 청해 부대 파병까지 결국 사실상 종속적인 관계에 가깝게 미국이 군사적 파병이나 지원 등 뭐든지 요구하면 다 받아 줬던 한국이란 나라의 선례로 볼 때 자주 국가 운운하는 것이 자국 국민에게뿐만 아니라 타국에게도 얼마나 기만적인지도요.

그것과 별개로 2003년 이라크 파병 때처럼 이런 말하는 사람 분명 나올 겁니다. 군인들은 정작 파병 가면 월급 많이 나온다고 좋아하는데 왜 니들이 지랄인고! 니들이 월급 챙겨 줄 것도 아니고!

언제부터 미국 따라 파병 가는 것이 안전한 곳에서 꽁돈 먹고 오는 것이 되었나요? 이라크에서 전투는 미군이 다 하고 나름 안전했으니까 다음 전쟁터도 그런 곳이라고 장담한다는 게, 전쟁터에 돈 벌로 간다는 발상 자체가 제정신이 아닌 듯합니다만.

물론 민중의 뜻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체제 자체에 균열이 갈 정도로 위태위태하지 않는 이상 지배국의 힘과 의지가 일방적으로 작용한다면 군인들은 고기방패이자 포탄받이로 무의미하게 내던져질 것입니다.

 

 

마치면서

 

먹고살기 힘든 현실에 이웃 동네 대중들과 같이 욕설을 내뱉다 세계를 바라보니 1920년대 이후 그랬던 것처럼 가공할 경제 위기를 목전에 두고 전 세계가 점점 광기의 물결로 미쳐 돌아가는 것이 보입니다.

특히 실물과 철저히 동떨어진 주가 지수인 미국의 다우존스, 나스닥 등 갖가지 주가 지수가 역대 최고점을 매번 경신하는 것을 보는 것이 그런 생각을 더욱 강하게 들게 만듭니다.

차이가 있다면 쏘련과 같은 거대한 사회주의 국가가 자본주의 국가의 공세를 막아 내고 막 부흥하던 것과 반대로 반공주의에 찌든 자칭 진보적 지식인들이 자신들도 제대로 된 대안조차 없는 주제에 맑스주의적 해방 이론을 애써 거부하면서 미래가 안 보인다고 징징대는 와중에 조선과 꾸바가 자본주의 국가의 공세에 간신히 버티면서 사회주의 명맥을 유지하는 중인 듯합니다.

그래도 개인적 소견으로는 세계적으로 소위 말하는 극우라는 자들도 확실하게 멱살 잡고 대중을 선동해서 자기 진영으로 완벽히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번 전 세계적으로 얼치기 진보들을 압도적으로 이기지도 못하면서 집권 세력이 바뀌면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것이 어쩌면 극우라는 존재들 역시 세계적인 교류와 분업화로 인한 현 상황과 엄청나게 자동화되어 버린 문명의 발전으로 특정한 약소국가들에게 경제적인 위기를 일방적으로 전가시키는 것도 불가능하고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국민의 관심을 돌릴 정도로 만족스러운 수준의 소득이나 생활 수준의 향상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러다 문득 들은 생각은 과학 기술의 발전이 단순 생산 기술만 아니라 통상 무심코 넘어가는 군사적인 역학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자본가들 자신들끼리 대결에서의 승리와 비용 절감을 위해 자본주의 논리에 충실해서 실행하는 자동화는 대규모의 실업자를 양산하며 근로 대중은 돈만 벌면 된다라는 논리로 몰리고 있습니다.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등의 그럴싸한 말과 철저한 반공주의를 근로 대중들에게 세뇌, 주입시켰지만 정작 가난한 대중들에게 자본주의 선생님들이 주장한 갖가지 논리로는 해결책 하나 제시하지 못한 채 대중을 거지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삶의 기반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군사 무기 역시 엄청나게 발전했는데 기존 재래식 무기가 아닌 각종 요격용 미사일부터 대륙을 넘나들어 타격할 수 있는 탄도 미사일의 발전과 미사일에 장착 가능한 탄두가 다양해짐은 물론 결정적으로 핵탄두로 인해 단순 재래식 전력만 가지고는 소위 말하는 강대국들도 어떠한 결과가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돈 많은 국가가 전쟁에 대비해서 구매할 수 있는 압도적인 성능의 최신식 무기의 폭이 많아 당연히 더 강할지 모르나 과학 기술의 발전에 힘입은 속칭 비대칭 전력의 발전이 약소국들도 순순히 당하기만 하다 죽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이겠지요.

물론 그렇지 못한 국가들은 제국주의 국가의 침략에 신음하고 있지만 살아남아 국가를 유지, 발전시키는 국가들은 분명 전체적으로는 뒤떨어진 재래식 군사력에도 건재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전 세계 수천 년 역사 동안 전혀 보지 못했던 광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세계 곳곳에서 벌이는 제국주의 전쟁에 선진 자본주의 동맹국들이 상당한 피로를 느끼면서 경제적인 소모와 이익에 대한 계산은 둘째 치고 압도적인 승리에 대한 자신감은커녕 엄청난 부담을 느끼는 것은 이전하고는 다른 현상입니다.

정리하면 표면적으로는 경제 봉쇄, 국제 사회로부터의 고립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군대가 이전보다 압도적인 전력을 갖추고 있음은 분명하나 과학 기술의 발전이 침략당하는 국가의 일방적인 국토 파괴가 아닌 전쟁을 일으킨 국가와 동맹국에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초장거리 타격 무기인 미사일과 핵탄두라고 하는 비대칭 전력이 상호 확증 파괴라는 매우 불확실한 전쟁 양상을 강요함으로써(우리 집에 너도 한 방 니네 집에 나도 한 방) 불확실성을 증대시켜 쌍방으로 자본주의 체제의 목을 옥죄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종합해 보면 긍정할 거리보다 부정할 것이 더 많은 세상이지만 자본주의 내부에서 대중의 절망과 인간적인 삶에 대한 욕구가 극에 달하며 점점 사회주의라는 단어가 반공주의에 균열을 내고 언급되는 경우가 많아지기 시작한다고 느낍니다.

 

끝으로 권정기 전 소장님이 2003년 <진보의련> 재판에서 최후 진술하신 내용의 일부가 생각납니다.

 

종교 재판을 하는 중세를 야만의 시대라고 한다면, 사상을 재판하는 현대도 똑같이 야만의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중세 봉건 사회가 유한하였듯이,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도 유한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하였습니다. 마냥 건재하고 영원할 것 같은 자본주의는 지금 높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산에 올라와서 아래를 상쾌하게 내려다보며 자신이 학살한 수많은 역사의 시체들을 보면서 우월함과 정복감에 도취되어 더 높은 미래를 꿈꾸는 것이 아닌 잔인할 정도로 깊은 끝이 안 보이는 낭떠러지와 골짜기를 바라보며 자본주의 역시 언제 미끄러져 한순간에 굴러떨어질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는지도 모릅니다. 자신들의 모순을 억누르고 이번 세기에도 편안하게 존속하다 22세기로 넘어갈지 아니면 역으로 그토록 증오하던 사회주의 체제가 수정주의라는 오류에 걸려 전부 다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간신히 버티고 있는 것처럼 반대로 이번엔 자본주의가 자기모순에 걸려 세가 매우 쪼그라들다 위축되어 궁극에는 봉건제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는 우리 노동자들이 학습하고 투쟁하며 더 지켜볼 일이라고 봅니다.

 

물론 진보하기 위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는 엉뚱하게 법과 제도 탓을 하면서 자본주의 지배계급에게 애정을 쏟는 이러한 모습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되겠지요.  노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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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의 정치적ㆍ이념적 발전을 위한 노동사회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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